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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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영하 소설 오직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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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누구꺼?”

나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를 열었다. 여태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을 위해 빈 워드 창을 띄웠다. 나는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내가 한 일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그런데 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 작은 뇌가 달린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쓴다, 는 말은 이런 때를 위해 예비된 말이었다. ("옥수수와 나,"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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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처럼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을 읽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다니......『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던가? 왠지 친숙한데 지인들이 김영하의 소설을 읽고 이야기해주어서 인가. 그래서 일부러 찾아 읽은 단편소설집, 『오직 두 사람』.

최근, "실제 쓰는, 실제 출간하는 작가"의 창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면의 노력이 어떠할지 자꾸 상상하는지라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역시 감탄하며 읽었다. 다 읽고나서 "작가의 말"을 참고해보니 수록된 일곱 편의 단편이 집필 순이 아니었다. 작가가 칠 년 동안 쓴 일곱 편의 중단편을 (편집자 혹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순서 배열을 달리한것인데, 그 중 난 맨 앞에 실린 "오직 두 사람"이 인상깊었다. 아빠와의 관계가 독특한 40대 미혼 여성이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아버지의 죽음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스타일로 받아들이는 내용으로 이해했다. 순서상 두번 째 중편인 "아이를 찾습니다" 역시 가족 내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아이 실종 이후 파괴된 과정 아이를 되찾았어도 봉합되지 않는 가정을 그린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아이를 찾습니다"는 세월호 비극 이후 집필한 지라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를 잃어버림으로써 지옥에서 살게 됩니다. 아이를 되찾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그 아이를 되찾는 순간부터라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됩니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269쪽).

그 외 5편의 단편 역시 흥미로우면서도 직업 작가로서의 작가의 인간관계의 폭과 경험의 틀거리를 짐작하게 해주는 소재가 많았다.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지인 혹은 '등장인물 1,2,3'으로 출판업계 종사자 및 작가가 참 많이도 나온다. 동시에 '신들린 듯, 글이 써지는 환상을 김영하처럼 유명하고 성공한 작가도 꿈꾸는 구나'하는 걸 알았다. 수록된 일곱 편 중 가장 먼저 쓴 작품이라는 "옥수수와 나"에는, 생면부지의 아름다운 여성과 묻지마 관계를 갇힌 공간에서 윤리의식 제로의 상태로 즐기면서도 미친 듯이 글을 뿜어내는 작가가 등장한다. ^^

그렇구나, 그런 환상, 가져봐도 괜찮은 거구나. 환상 너머 실제 손가락 움직인다면,가져봐도 게으른 거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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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 근대의 빛과 그림자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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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2

근대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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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월 둘째 주, 공공도서관에서 빌려 놓고 돌려가며 읽는 책 목록. 그 중 예약희망된, 한 마디로 "찜"당한 책이 한 권 있으니 바로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2』지난 달 시리즈의  제3권이 출간되었다던데, 줄 서서 빌려 갈 만큼 인기 많으니 도서관에서 빨리 순환시켜드려야 할 책인가보다. 다른 책 재껴두고 책 읽는 속도를 높인다.

 

*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2』저자(니까 당연히 주경철 교수)는 "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유럽인이란 - 더 크게 보아 인간이란 - 사악하기 그지없는 존재라고 느껴졌더가도 인간 내면의 어느 한구석에는 아름답고 숭고한 한 조각의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작은 가능성을 크게 키우고자 하는 것이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를 비춰보는 이유이다. 인간 사회는 어쨌든 조금씩 밝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리라 믿고 싶." (11쪽)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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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2』를 읽다보면, 연일 'shooting,' 'murder,' 'terror' 단어가 연발되는 끔찍한 뉴스만큼이나 페이지 애프터 페이지마다 암살당하는 사람, 죽이는 사람, 고문당하는 집단과 개인, 전쟁의 폭력과 권력자들의 암투 이야기가 이어진다. 흠, 그래서 주경철 교수가 "아름답고 숭고한 한 조각의 가능성"이라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 공부하여 인간의 양면적 모습을 잘 성찰하다보면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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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1』 에서 서양사학자 주경철 교수(서울대)는 세계사 특히 유럽사를 젊은세대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네이버팟캐스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펴낸다고 했는데, 역사에 무지한 독자를 배려하여 쉽게 썼다. 또한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말까지의 유럽의 역사를 8명의 인물을 통해 조망하는 전략을 썼다. 그 첫번 째 인물이 "카트린 드 메디시스," 영화 '여왕 마고'에서의 캐릭터처럼 검은 옷을 입고 모략을 일삼는 타락한 정치인이 아니었으리라는 것이 주경철 교수의 해석이다. 교수는 '스티븐 핑거'까지 동원하며 여성정치가가 더 평화지향적일지 모른다는 입장에 무게를 두는 듯 하다. 이어, 네델란드 건국의 초석을 놓은 "빌렘"을 소개하는데 그가 '침묵공'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3장에서는 후대의 오해와 달리 신앙심이 깊었던 불굴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과학과 종교의 공존을 모색한 근대인'으로서 소개한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2』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챕터는 4장이었는데, "독일의 악마들, 마녀사냥 이야기"를 다룬다. 주경철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 유럽 문명은 마녀를 필요로 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신성성과 마성 등은 함꼐 규정되었다. 최고의 선을 확립하고 지키기 위해 최악의 존재를 만들어야 했다. (137쪽)

고 해석한다. 또한 마녀사냥을 흔히 '중세적 현상'으로 규정하지만 실은 르네상스와 과학혁명, 계몽주의로 이어지는 근대 초에 그 정점을 이뤘음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의 질문이 자연스럽게 제기되는데, 정석의 답내기는 어렵다다. 다만 주경철 교수에 따르면, "다양한 갈등이 폭력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 기제로서 마녀 개념이 장기간에 걸쳐 준비되었오, 그것이 특정 지역의 특정 국면에 따라 유연하게 작동"했으니 "마녀사냥은 다양한 갈등이 분출될 수 있는 일종의 범용(汎用)기제"(162)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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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에서는 태양왕 루이14세의 "절대주의" 체제가 결코 절대적이지 않았으며, 지방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챙기고 지키는 와중에 끊임없이 전쟁을 치뤄댔던 루이 14세 때문에 프랑스 국민과 이웃국가 국민들이 얼마나 괴로웠을지를 상기시켜준다.
개인적으로 사람 이름이 많이 나와 읽으며 괴로웠던 6장에서는 합스부르크 가문을 통해 유럽근대사를 보여준다. 7장은 미술사와도 겹칠텐데 천재 예술가였던 베르니니를 통해 유럽사를, 8장에서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존 로가 버블을 일으킨 사건을 조망한다.
*
역사책이라고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손도 안 대어 보다가, 유시민 작가의 글 기반이 어린 시절 역사 공부라는 생각에 반성하며 최근 한 두권씩 찾아다니는 수준이다. 이제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2』를 다음 독자를 위해 반납하고, 설혜심 교수의 『소비의 역사』를 대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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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1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제 ‘서재 브리핑’에 같은 내용의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리뷰 11편이 뜹니다. 리뷰 등록 과정에 알라딘 서버에 오류가 생긴 것 같습니다.

얄라알라 2018-01-18 00:21   좋아요 0 | URL
cyrus님, 친히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꿈에도 모르고 있었네요. 낮에 리뷰와 사진 올리려는데 계속 오류가 났는데 그 모든 시도마다 다 등록되었나봅니다. 귀찮으실 일을 이렇게 일부러 시간내 댓글로 알려주시니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책 한 권 잡으면, 새벽 별을 보던 집요함은 간 데 없고 앉는 자리, 가는 자리마다 새로운 책이 넘실거린다. 보는 족족 읽고 싶은 욕심에 벌여 놓은 판만 커지고, 아직 완독은 한 권도 없다니...... 2018년 1월 동시에 읽는 책들, 완독을 스스로 격려하고자 리스트를 뽑아본다.

 

1.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 설혜심 교수의 <소비의 역사>와 비슷한 컨셉, 기획취지. 역사지식과 관심도 면에서 말랑말한한 독자를 타겟으로 전문적 지식을 말랑말랑하게 버무려 낸 교양서. 1권을 재미있게 읽었던 지라, 2권을 읽는 중인데 '카트린 드 메디치'부터 시작이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 팔려다 말았던 책과 동일 제목. 

 

2. <영국인 발견> - 사회과학자가 쓴 본격 문화분석서인데도 대중적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였다는데 어찌 나만 몰랐을까. 반성하며 도입부까지 읽음. 

 

3. <전문가와 강적들> - 출판사 마케팅에 '이 책은 꼭 읽어야 해!'로 세뇌당한 독자였던지라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 전문가적 지식이 조롱받는 시대에 전문가로서의 엄한 호통. 엘리티시즘을 저자의 문장에서 읽는다.  

 

 

1. <잠의 사생활>  - 몇년 전 읽은 <타임푸어>의 저자 역시 저널리스트였는데, 왠만한 학자 저리가라의 깊이로 한 주제를 파고든다. <잠의 사생활> 역시 몸유병(?) 증상으로 고생하는 저자가 수면 클리닉에서 별다른 처방을 받지 못하자 실망하여 스스로 잠의 세계를 탐색한 흥미진진한 책. 이상하게도 이 책은 낮에 읽기 좀 아깝다. 그래서 며칠을 두고 자기 직전 조금씩 읽는 중.

 

2.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 가볍고 작아서 외출할 때마다 들고 나가는 책. 강상중 교수가 어려운 일을 겪었음을 들었는데, 이후 집필한 책인가? 다시 찾아봐야 겠다. 음울하다.

 

1.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겁니다!>였나? 폴 파머 박사가 대학 졸업 연설에서 했던 멋진 말들을 모아 펴냈듯, 커트 보니것 역시 졸업축사 등을 엮었다. 원어로 읽으면 그 특유의 유모감각을 더 잘 음미하려나. 아직 앞부분만 읽어서 그런지, 커트 보니것의 매력이라는 비트는 유머감각을 잘 못 찾았다.

2. <9*12>와 함께 읽으려고 구매한 <가치있는아파트 만들기>. 당일배송으로 구입해서는 아직 제대로 손을 못댔다.

1월 해야할 일이 뚜렷해지는 듯. 차근차근 읽고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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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시작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한니발 렉터 박사처럼  상상 속으로 자신만의 시공간을 꾸리는 내공도 나에겐 없으니, 물리적으로 혼자여야만 태엽이 돌아가는 데도 말이다.  마치 공기 순환안된 방안에 앉아 있듯, 뭔가 답답한 느낌. 그 와중에 자꾸 생각나는 '것'이 있었으니, 사람도 공간도 아닌 먹거리. 바로 이 샐러드.  

 

이 샐러드 때문에 기어이 주말 이른 점심을 까페에서 해결했다.  신선한 자몽과 야채. 주인장이 직접 담근 유자청 가미한 드레싱. 먹으면서 말이 많아진다. 먹고 나니, 음식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 읽은(공공 장소에 비치된 책, 속독한지라 자세히 기억은 못 하는) <먹는 인간>은 샐러드 한 접시에 기분이 좋아지네 마네 하는 가벼운 인간을 다루지는 않는다. 음식의 인문학을 표방하는 많은 출판문과 달리, 이 책에서 저자  헨미 요(邊見庸)는 전쟁과 카니발리즘, 방사능 재앙과 느린 죽음, 극단의 불평등, 타자화와 차별 등 심각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조망한다. 1944년생이라면 한국 나이로도 칠순을 훨씬 넘긴 작가이건만, 냉철하고도 감수성이 참 풍부하다. <먹는 인간>은 헨미 요가 1992년말부터 1994년 초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났던 사람들과 먹는 이야기라는데, 열댓 편의 수록 에세이 중에서 유독,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와 일본군인의 카니발리즘이 기억난다. 먹는 이야기, 가볍고 달달하게 풀면 더 많이 팔릴려만, 헨미 요는 뭔가 더 심오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건들고 싶었나보다. 참 통찰력 넘치는 에세이스트란 생각이 들지만 속독했음을 후회한다. 문장의 결을 살피려면 다시 천천히 읽어야 겠다. 샐러드도 천천히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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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뱀파이어 2017


[정보]

장르: 에니메이션 [전체관람가]

감독: 리처드 클라우스, 카르스텐 킬레리치

분량: 83분


13살 생일만 300번째라? 그렇다! 인간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13번째 생일을 맞은 뱀파이어 소년이다. <리틀 뱀파이어>에는 제목 그대로 "리틀" 뱀파이어와 그 일가친족들, 나아가 엉뚱한 조합이지만 인간 친구가 등장한다. 기존 뱀파이어 장르 영화 소설에서 성인 뱀파이어 단독자가 등장하고 뱀파이어는 파멸의 대상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꼬마 뱀파이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차별점이 있다. 알고 보니 에니메이션 <리틀 뱀파이어>는  앙겔라 좀머-보덴부르크가 쓴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리틀 뱀파이어>가 2017년 개봉하고, 원작 <꼬마 흡혈귀>가 1989년 첫 선 보였다고 하니 꽤 오래 인기를 끄는 시리즈인가보다.


시사회장에서 관객들은 선착순 도서 증정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저 중에 <꼬마 흡혈귀> 원작을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3040세대는 몇 명이나 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리틀 뱀파이어>는 <슈퍼배드3>, <주먹왕 랄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아이언맨3> 제작진이 모여 만들었다. 드림팀이라고나 할까? 뱀파이어들이 하늘 나는 장면이 예사롭지 않다 싶었는데, <아이언맨3> 제작의 노하우도 함께 더해졌을 것 같다.

*

아래 이미지는 <리틀 뱀파이어>의 주요 캐릭터뿐 아니라, 주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지 않나 싶다. 박쥐처럼 거꾸로 공중에 서 있는 13살 뱀파이어와 마찬가지로 13살인 인간 소년의 만남. 한쪽은 유를 마시지만 다른 한 쪽은 암소의 피를 양분 삼아 마신다. 한쪽은 낮에 농구하고 뛰놀지만 다른 한 쪽은 낮에 빛을 피해 잠을 잔다. 한 쪽이 다른 쪽을 엑소시즘 대상 삼거나, 역으로 다른 쪽이 한 쪽을 먹이 삼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관계.
그런데도 단지 '뱀파이어 덕후'라는 이유만으로 인간 소년은 삽시간에 뱀파이어 소년과 친구가 된다. 뱀파이어에게 손을 내밀어 목숨을 내맡긴 채 활공하고 뱀파이어 일가친척을 돕기 위해 뱀파이어사냥꾼의 석궁 앞에 서는 모험도 한다.
*
과도히 극단적 상상인지라 감정이입이 편하게 되지는 않지만, <리틀 뱀파이어>는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의 힘과 결속력을 긍정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높이 사고픈 에니메이션이다. 아빠 뱀파이어가 인간을 피해 지하로, 지하로 숨을 때 아들 뱀파이어는 활공하며 일가친척을 돕고, 인간 엄마아빠가 뱀파이어의 마취에 걸려 헤롱거릴 때 인간 아들은 열 일을 한다.
즉, <리틀 뱀파이어>는 아이들의 연합(?)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힘의 작용을 긍정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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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중부유럽의 아름다운 자연과 성을 마치 실사 이미지인양 또렷하게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도 <리틀 뱀파이어>가 주는 선물 중 하나! 드림팀 제작진 작품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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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많은 어른으로서, '루커리'는 왜 뱀파이어 사냥꾼으로서 맹목적으로 뱀파이어를 추격하는 동시에 같은 인간종에게도 위협이 되는 악당이 되었는지 도무지 영화 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 없어 답답했다. 또한 뱀파이어 가족들이 어떻게 인간을 먹이 삼고픈 욕망을 억누르고 필요에 따라 인간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그 본성을 다스리는 힘에 대해 조금이라도 힌트를 주었다면 황당무계함이 좀 덜 했을텐데도 싶다. 영화만으로는 궁금증이 다 안풀렸을니 <꼬마 흡혈귀>라는 원작소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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