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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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애꿎게도 소위 '생산적이지 못했던 2017' 게으름을 자기에게 돌려, 책 안 읽는 형벌을 내리더니만........ 제 기질은 어쩌지 못한다고 다시 서가를 기웃거린다. <아픈 몸을 살다> 처럼, 책덕후들의 블로그를 놀러다니다가 셀프추천 받은 책 중 하나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이제 막 다 읽었다. 사실 오찬호 박사의 <진격의 대학교>를 먼저 읽었다. 참. 신. 했. 다! 블로그 기사 모음집처럼 속도감을 내는 쉬운 문장에 설득력 넘치는 실제 사례 덕분에 집자 마자 다 읽어버렸다. <괴짜사회학>과 <플로팅 소사이어티>의 수디르 벤카테시 (Sudhir Venkatesh)가, 동료 사회학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충분히 의식하며 대중적 글쓰기와 '사회학계' 내 통용될 고전적 글쓰기 사이의 줄타기 과정을 보여주는데 반해, 오찬호는 초연하게 쭉쭉 나아간다. 저자 약력이나 본문 중간중간 등장하는 '대학 시간 강사'로서의 언급이 아니었던들, 신문연재기사나 파워블러거의 리뷰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술술 쉽게 읽힌다. 어쩌면 그것이 오찬호 박사의 전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대한민국 20대의 민낯, 진짜 얼굴 보여주고 생각하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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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진격의 대학교>에서 오찬호 박사의 자료를 버무려내는 솜씨와 말빨(?)에 기대가 컸던지라, 서강대 사회학과 박사논문을 다듬어 낸 <우리는 차별에 반성합니다>에는 살짝 실망도 하였다. '보고 싶은대로 보고, 보인다'의 위험을 어찌 사회과학전문가가 놓쳤으랴나마는,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 20대의 몽타주는 오찬호 박사가 보고싶은 부정적 면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그가 보여주는 20대는 한결같이 사회불평등에 비굴하리만큼 순응적이면서도 '자기계발' 신화를 먹이로 삼는 성공욕 때문에 자기분열을 보인다. 또한 책 제목에서는 "우리"라는 대명사를 썼지만 그 안에서도 서울대를 서열사다리의 '넘사벽'으로 교묘하게 편집해내고 있지 않나 싶다. "서울대 = 이미 사회특권층(에 가까운 가정 출신 등)"이라는 일반화 아래서, 서울대 출신 김난도 교수가 34에 대학 교수가 "되네 마네"하는 고민을 하더니만, 마찬가지로 서울대 출신 제자들이 20대에 "UN에 들어 가네 마네"의 고민을 상담해준다면서, 자기계발서로서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 있는 소수만을 위한 '아프니까 청춘'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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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비롯한 여러 자기계발서들이 간과한 사회적 현실이란 게 사실 놀랄 만한 뉴스는 아니다. 살면서 누구나 몇번씩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계발서의 이야기에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바로 '능력주의'에 대한 신뢰 떄문이다. 쉼 없이 달려온 청춘이 지쳐 쓰러졌는데, '원래 아픈 거다'라는 식의 맥 빠지는 조언에도 폭발적으로 공감하는 건 바로 자기계발담론의 세계관을 떠받치고 있는 능력주의에 적극 동의하기 때문이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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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강대 출신으로서 한국 사회 학벌주의가, 그것을 비판하고 그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 공고하게 만들어지는 현상을 기술한다. 오찬호 박사가 운영한 사회학 강좌 수강생이 제출한 과제물과 강의실에서의 토론, 그리고 야밤의 술자리로 이어지는 대화를 자료삼아 21세기 대한민국의 20대가 사회적 약자인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경쟁 논리를 온몸으로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만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년간 동덕여대, 목원대, 서강대, 세종대, 아주대, 안양대 등에서 강의하면서 face - to -face로 20대를 밀착해 만나온 그만이 가진 자료에 바탕했으니까. 따라서 "그래서 뭐?"하는 식의 깐족거리는 반응은 자중해야겠다. 오찬호 박사만이 가진 자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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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해석에서 흥미로운 점 하나. 그는 시종일관 한국 출판계의 '자기계발서' 열풍을 시니컬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열심히 살려는 20대들이여, 그대들 자기계발서의 논리에 속고 있는 거야!'라고 일깨워주는데 흥미롭게도 '신자유주의'라든지 푸코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러 한 선택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왜 였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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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04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인사가 쪼금 늦었어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책에 푸코까지 언급되면 책 내용의 난이도가 급 향상되었을 것입니다... ㅎㅎㅎ

AgalmA 2018-01-0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셀프 추천ㅎㅎ 넘 공감되는!
얄라알라북사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이 셀프 추천 책들과 신나는 모험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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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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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살다 At the Will of the Body 


http://www.arthurwfrank.org/about/

아서 프랑크: 의료사회학자

책 덕후들의 온라인 서재를 기웃거리다 셀프추천 받은 책, <아픈 몸을 살다>. 편집자가 제목 참 잘 뽑았다하며 읽기 시작했다. 원제는 "At the Will of the Body." 한국 나이로 73인 노학자(Arthur W. Frank 1946~)는 캐나다 캘러리 대학의 명예교수로서 여전히 형형한 눈빛으로 강연과 저술활동을 한다. 상승 곡선만 탔을 것 같은 그 인생 주기의 39에서 그는 심장마비를 경험했다. 철인 삼종경기에 출전할만큼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던 그였다. "그저 지나가는 사고(incident: 발병, 사고)"처럼 여겼던 심장마비에 비해, 암은 극적인 통증을 수반하며 요란하게 다가왔다. 3번의 집중 항암치료 후, 일상으로 복귀한 그는 아픈 사람들이 자기 질병(illness)를 이야기할 기회도, 사회가 그 이야기를 들어줄 귀가 되어주지도 않는다는 현실 인식하에 혼자의 어깨 위에나마 총대를 멘다.질환이 아닌 "질병을 이해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작점들을 제공 (14)"해주며. 그렇게 해서 <아픈 몸을 살다>가 세상의 아픈 몸을 살며, 필연으로 죽을 몸을 가진 세상의 독자들과 만났다.

그의 지인과 간호사조차 "cancer"라는 질환(disease)명을 차마 입밖에 내기 어려운 오염어인양 CA라고 돌려 말했듯, 많은 이들에게 "암에 걸렸다" 내지는 "암환자"라는 지위는 삶의 위기이자 재앙일뿐이다. 그런데 아서 프랑크는 사뭇 다른 해석을 제안한다.  그에게 질병은 '오명(stigma)'나 위기가 아니라, 위험과 기회 사이의 균형(227)"이다. 아픈 이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선언'이 아니다. <아픈 몸을 살다>를 읽다보면, 저자 아서 프랑크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균형잡히고 성찰적인지를 그 유려한 문장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그는 '그래야만 한다(아파도 삶을 긍정하면 희망이 보인다. 아픈 이에게 최선의 숙제는 오로지 병을 물리치는 것이다 등)'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훈계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 스스로가 실제 성찰하는 삶을 살면서 아픈(언제라도 아플 수 있는) 몸을 긍정하기에 울림이 크다.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여성학 전공자의  '옮긴이의 말'이나, 다른 추천의 글도 좋지만 아서 프랑크의 경지에 이른 문장을 읽다보면 상대적으로 군더더기로 느껴진다. 아서 프랑크는 어쩜 이렇게 간명하면서도 울림 있는 글을 쓸수 있을까? 그것도 40대 중반이라는 이르다면 이를 나이에?

아서 프랑크는 저명한 의료사회학자이건만, <아픈 몸을 살다>를 애초의 목적에 충실히 집필하였기에 현학적 멋부림을 전혀 하지 않았다. 독자는 그의 문장을 읽다보면 마치 경건한 기도문을 듣거나 가까운 이의 일기장을 몰래 보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혹은 저자에게 감정이입되어 환자(a patient)이기에 의료진과 최상의 거래를 하기 위해 '말 그대로 인내해야(patient)'하는 처량함도 느껴볼 것이다. "넌 다른 거 생각말고 그저 병이나 빨리 나아"라든지, "네가 암에 걸리기 쉬운 성격을 가졌으니 이제부터라도 고쳐봐"라는 식, 악어의 눈물같은 위로에는 부아가 치밀수도 있다.

 

이처럼 아서 프랑크는 아픈 몸을 사는 실존을 담담히 이야기하면서, '질환'에만 집중하여 사람을 잊는 생의학의 차가운 단면을 고발하고 있다. 고발이라고 하기엔, 그가 의료계와 의료인들에게 마찬가지의 감사도 전하지만. 비록 본문에서는 수전 손택(Susan Sontag)나 아서 클라인만 (Arthur Kleinman), 로버트 머피(Robert Murphy)를 본격 사회학 논문에서처럼 인용하지는 않지만, <아픈 몸을 살다>는 내가 지난 몇 년간 읽어온 질병서사물 중 압도적으로 우아하면서 밀도 높은 글이다. 빌려 읽었는데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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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했던 10대에 롤모델 삼던 '직업적 이방인'이 이야기했던 "문지방" 상태를 동경했다면, 풋풋함이 가시고 브라운화되가는 나이에도 여전히 정신적으로 "문지방" 교착 상태임은 심히 부끄럽다. 물리적으로 "문지방" 상태의 환경을 만들지 못한, 지리멸멸.

*

이미 A부터 N까지 수순대로 굴러왔기에 M부터 Z가 예상가능할까 두려워만 하지, 물리적인 "문지방"의 상태를 적극 쟁취하지 못하고 있다. 폴리아나 식 쾌활을 가장한 패배주의가 소심하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 바로,

"읽거나 쓰기를 멈추기"

*

5분 외출만 해도 책을 들고 나가고 펴들기까지 했던 내가

무려 두 달 동안 읽은 책이 없다. 심지어 글자 하나 쓰지 않았음은 "passive aggressive"함과 다르지 않다. 단절함으로써 자기 부정, 그렇게 소심하게 자기에 대한 파괴적 반성을 했던 것.

파괴가 아닌 부활의 반성이었다면, 멈추는 대신 지속했으리라.

*

황공하게도 "2017 서재의 달인" 엠블엠까지 달았는데

계속 쓰고, 계속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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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내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읽기와 글쓰기를 시작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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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t of Ink 국립무용단

 

[정보]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기간: 2017.11.10 ~ 11. 12 (일)

공연시간: 평일 20시, 주말 15시

안무: 윤성주 / 연출: 정구호  

 

 

*

반성한다! 극장 나들이 스케줄이 나름 정기적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국립극장' 을 '전통무용공연' 때문에 찾는 일이 거의 없다. 뭔가 죄짓는 느낌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 찾았는데, 착각이었다. "묵향"은 전통춤인데 사뭇 다르다. '전통춤'의 경계안에 묶어 놓기에는 안무가와 연출자의 글로벌 지향성이 너무나 뚜렷했으니까. 기획단계에서부터 세계무대로의 수출품으로 빚어낸 작품이 아닐까 상상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의 연출자는 디자이너 '정구호'였는데, 무대배경과 무대의상으로서의 한복의 아름다움이 찬탄에 찬탄을 거듭 자아낸다. 이 작품이 해외무대에서도 '팔린다'면 의상이 크게 한 몫하리라. 그 정도로 무대의상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이 압도적인데, 단 아쉬움이 있다면 고래뼈 패티코트를 입은 듯 과하게 부풀어진 한복 치마 때문에 한국 무용 특유의 발사위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안무가 윤성주는 그러한 제약에 대응하여 상체 움직임을 부각시키고 군무의 흐름을 더욱 아름답게 짜냈다.

*

서무, 사국자의 매난국죽, 종무의 총 여섯장 구성인데 일관된 통일성은 있되, 여섯 장마다의 개성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음악과 무대 배경색, 무대의상, 출연진, 춤사위 느낌 등이 여섯 장마다 다른데 전체적으로 "1+1+多" 식으로 무대 위 춤추는 인원이 늘어남으로써 단조로움을 극복하려고 했다는 인상이다.

*

춤은 단연코 오죽에서의 최진욱(수석무용수)가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묵향"이 잘 짜여진 CF 광고같아서 보는 내내 눈은 즐거우나, 마음 저 깊은 곳이 답답했는데 최진욱의 시원시원한 춤을 보니 체기가 뻥 뚫렸다.  

*

아무쪼록 제작비가 상당했을 이 작품이 국내무대 호평에 더해 해외무대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그 글로벌 지향성을 실현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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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12-1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 좋은 문화 관람 정보들이 많군요.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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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gin 오네긴 유니버설 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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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문의: 070)7124-1737

장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공연기간: 2017.11.24 ~ 11. 26(일)

공연시간: 평일 19시 30분, 주말 14시 & 19시 30분

공연상세정보: http://www.universalballet.co.kr/korean/performances/performance_view.asp?cd=674&furl=performance


연말 "호두까기 인형" 공연까지, 유니버설 발레단 만나기를 미루실 필요 없어요. 11월에도 유니버설 발레단의 정기공연이 있답니다. 바로 다가오는 주말  "오네긴"을 공연하니까요. 무려 150여분의 공연인지라 평일에도 저녁 7시 30분, 주말에도 오후 2시와 오후 7시 30분 공연 시작한답니다.

이번에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공연이라 접근성이 더 좋습니다. 조금 일찍 공연장 도착하면, 우면산 가을 단풍 눈요기 하기에도 딱 좋은 일정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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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안 공연하는 유니버설 "오네긴"의 관전 포인트는, 유니버설 발레단 스타군단의 Casting입니다. 매 공연마다 캐릭터들이 달라지니, 마니아라면 3일 연속 예술의 전당 찾고 싶어질지 모르겠어요. 제가 가장 기대하는 공연은 바로, 엄재용 & 황혜민 커플의 고별 무대인데요. 개막공연과 폐막공연에서 두 번 무대에 오른답니다.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탁월한 외모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한상이 발레리나도 폐막공연에 '올가'역으로 출연한다니, 11월 26일 폐막 공연의 티케팅 경쟁도 치열할 것 같아요.

*

차분하게 겨울을 준비하는 이 계절, 드라마 발레의 정수 "오네긴" 공연을 보면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해보시면 어떠할까요? '존 크랑코'의 안무랍니다! ^^ 관람 가기 전에 저도 공부좀 하고 가야겠어요. 천재 안무가에 대해서, 그리고 "오네긴"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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