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월 마지막 주, 책 놀음
『라면을 끓이며』를 읽다 알게 되었는데, 김훈같은 大문호도 '써야한다'는 압박과 '언어화하기 어려움' 사이에서 고민하나보다. (작가라면 다 그러는 건데, 나는 일반인이어서 몰랐던가?) 아이슬란드의 어딘가를 산책하며 글쓰는 마음을 가다듬던 리베카 솔닛처럼 김훈 역시 동해에서, 혹은 서해의 한 섬에서 '글쓰기에 적합한 성스러운 공간'을 찾고 머무르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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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12개를 모으려 별다방 순례하는 이 가벼운 세속성은 어찌하누. 대비된다. 진득하게 앉아있거나 사뿐하게 걷지 못하니 좋은 글이 나올 수가 없다.
2017년 역시 이렇게 지나간다. 쓴 게 없다. 그런데 읽는 행위만큼은 멈출 수 없다. 쓰지 못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게걸스럽게 계속 읽는다.
10월의 마지막 주에는 이 네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적기』는 오전 3시간을 투자해서 방금 다 읽었다. 올리버 색스 교수의 글을 좋아하는 지라 그를 추모하는(?)『인섬니악 시티』도 같이 읽는다. 올 10월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플로팅 시티』와 "시티"가 겹친다^^:;
『세계가 인정한 전통육아의 기적』저자는 fund를 어디서 다 끌어왔는지 40년간 특정 국가를 지정해서 몇달 씩 현지에 머무르며 육아법을 조사해왔다고 한다. 이제 막 서문 읽기 시작해서 샬럿 피터슨 박사가 왜 하필 "평화지향의 사회" 육아법에 집중하는지, 무엇을 얻어냈는지는 며칠 후에나 그릴 수 있겠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와 겹치는 문제의식이 분명 있으리라 기대한다. 함께, 『여성은 출산에서 어떻게 소외되는가』를 2/3이상 읽고 있다. 전가일 박사는 한국에서의 자신의 출산 경험을 통해 의료화된 출산에서 소외된 여성의 주체성을 한탄한다. "현상학적 글쓰기"를 취했다고 하는데, 일화(anecdote)에서 더 시원시원한 이야기로 나갈지는 앞으로 남은 1/3의 글을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