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박근혜 정부 당시, 댓글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메르스 공포"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국민에게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공포와 분노의 목소리는 댓글부대의 끼익끼익하는 소음으로 막을 길이 없었나보다. "국정원의 지휘 하"에 댓글부대가 일사분란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음을  전혀 몰랐던 당시에도, 참 이상하다 생각했다. 메르스 사태 때, 댓글은 분명 이전과 다른 자연스러운 흐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분명 같은 기사였는데, 조금 후에 확인해보니 댓글 수백개가 무더기로 사라져 댓글 수가 줄어 있던 기현상의 원인은 아직도 모르겠으나.

*

 “다스는 누구꺼?”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를 단숨에 읽었다. 그가 수년간 밤 잠 못자고 자료를 분석하고, 가족과의 따뜻한 일상은 커녕 일상의 안녕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취재원을 만나고, 다시 수년 간 계속될지도 모르는 소송의 불쾌감을 감내하며 쓴 책인데, 단숨에 읽기가 미안하기는 했다. 

얼마나 많은 실패와 헛수고를 거치고 거쳐 이만큼 건져서 목숨 걸고 이야기하는 건데, 어떻게 쉽게 읽나 하는 미안함. 

*

게다가 2011년이라면 어른의 나이였을 텐데, 농협 전상망 마비 이면에 "북한의 소행이 추정"된다는 뉴스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였음은 또 어찌 미안해야 할 것인지. 농협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210억 원을 대출 사기 당하고도 그 돈을 찾겠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농협에서 해외 대출을 담당했던 직원이 출근한다고 집을 나섰는데 저수지에서 발견된다. 

*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는 유난히 "저수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많이들 저수지에서 죽었다. 혹은 라면 먹다가도 죽었다.  활자로만 접해도 섬뜩하다. 실제 주진우 기자와 함께 진실을 추구하자며 목소리를 내려던 제보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저수지'에의 공포 때문이기도 하다. '저수지'로 은유되는 피의 보복. 동시에 "저수지"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추정되는 부정축적한 국민의 돈을 숨겨놓은 진실 너머를 상징한다. 그래서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의 부제가 "저수지를 찾아라"이다.

가카를 오래 추적해와 살냄새(물론 구린 돈냄새에 가려 살냄새가 흐려있겠지만)까지 근접한 주진우 기자의 평으로는 가카는 조폭의 전략을 쓴다고 한다. 이명박이 시장일 때 부시장으로서 개발 사업을 총괄하고 뇌물혐의로 구속되었던 양윤재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요청으로 사면받아 내고, 이후 장관급 대우를 해주는 조폭 스타일이라 한다.  뒤를 봐준다. 공범을 만들고 심어둔다. 극한 경우 '저수지'행으로의 초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20171024_114900_resized.jpg


 

 


 

 


 

20171024_114645_resized.jpg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17-12-18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던 책인데 잊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10 월 마지막 주, 책 놀음


  『라면을 끓이며』를 읽다 알게 되었는데, 김훈같은 大문호도 '써야한다'는 압박과 '언어화하기 어려움' 사이에서 고민하나보다. (작가라면 다 그러는 건데, 나는 일반인이어서 몰랐던가?) 아이슬란드의 어딘가를 산책하며 글쓰는 마음을 가다듬던 리베카 솔닛처럼 김훈 역시 동해에서, 혹은 서해의 한 섬에서 '글쓰기에 적합한 성스러운 공간'을 찾고 머무르고 걷는다. 

*

 "별" 12개를 모으려 별다방 순례하는 이 가벼운 세속성은 어찌하누. 대비된다. 진득하게 앉아있거나 사뿐하게 걷지 못하니 좋은 글이 나올 수가 없다.

2017년 역시 이렇게 지나간다. 쓴 게 없다. 그런데 읽는 행위만큼은 멈출 수 없다. 쓰지 못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게걸스럽게 계속 읽는다.

10월의 마지막 주에는 이 네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적기』는 오전 3시간을 투자해서 방금 다 읽었다. 올리버 색스 교수의 글을 좋아하는 지라  그를 추모하는(?)『인섬니악 시티』도 같이 읽는다. 올 10월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플로팅 시티』와 "시티"가 겹친다^^:;

『세계가 인정한 전통육아의 기적』저자는 fund를 어디서 다 끌어왔는지 40년간 특정 국가를 지정해서 몇달 씩 현지에 머무르며 육아법을 조사해왔다고 한다. 이제 막 서문 읽기 시작해서 샬럿 피터슨 박사가 왜 하필 "평화지향의 사회" 육아법에 집중하는지, 무엇을 얻어냈는지는 며칠 후에나 그릴 수 있겠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와 겹치는 문제의식이 분명 있으리라 기대한다. 함께, 『여성은 출산에서 어떻게 소외되는가』를 2/3이상 읽고 있다. 전가일 박사는 한국에서의 자신의 출산 경험을 통해 의료화된 출산에서 소외된 여성의 주체성을 한탄한다. "현상학적 글쓰기"를 취했다고 하는데, 일화(anecdote)에서 더 시원시원한 이야기로 나갈지는 앞으로 남은 1/3의 글을 읽어보고 판단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꽤 오래 허물없이 지내온 분이 지나가듯 한 마디 휙 던졌을 때의 거리감, 혹은 당혹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한국에서 나이 50 넘어가면, 주소가 그 사람의 모든 걸 말해주는 거야. 다른 거 볼 필요도 없어!' 하긴, 두바이 수준은 아니겠지만 계층성이 자연스레 도시 공간, 주소에 새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생각에 속물성(?)’ 운운하는 자가 더 이중적일지도 모르죠.

 

*

지인보다는 더 정치적으로 올바른표현을 선호하는 저는, 좀 더 순진한 모양인지 낯선 이들을 속성 판단할 때는 비언어적 신호뿐 아니라 읽고 있는 책 제목을 선호하죠. 특히나 지하철에서 까페 등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미루어 짐작할 때 책표지를 유용한 신호 삼는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닌가 봅니다.

*

『책이 좀 많습니다』 에서 소개된 책 덕후 중에는 역으로, 남에게 읽힐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꼭 책 표지를 뒤집어서 안팎을 바꿔놓는 이가 있더군요. 허연 속을 드러낸 책 표지 안쪽 면에는 아무 정보가 없을 테니, 낯선 이가 섵불리 자신을 판단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으로서는 꽤 괜찮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책 표지 뒤집어 놓는이 분이 꽤나 까다로운 분이겠다 싶었어요.

*

 

책 제목으로 타인을 훑어보려는 생각의 연장인지, 전 한 주를 계획할 때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고 드러내 보입니다. 영문잡지 수 년간 전시용으로 정기구독하며 비닐 포장만 뜯어 서가에 전시해두던 습성이 어디 안 가는지라, 이렇게 책 목록 작성해두고도 막상 몇 줄 못 읽기는 합니다. 그래도 읽을 책을 확보해야만(+자랑질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이 병을 어찌해야 합니까?

10 3째 주에는 온라인 서점의 블로거들에게서 추천 받은 책들로 목록을 꾸렸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마음은 힐빌리의 노래를 향합니다. 이 책부터 읽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시 우리꽃 식물원


[정보]

장소: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3.1 만세로

관람안내: 오전9시~6시

홈페이지: http://botanic.hscity.go.kr/


화성온천 들리시는 분들, 뭔거 허전하시다면 "화성시우리꽃 식물원" 방문은 어떠실까요? 한국에서 자생하는 1000여종의 식물을 심은 넓은 공간에서 꽃과 하늘과 여유를 만끽하실 수 있을 거예요.

20171006_105709_resized.jpg
요즘에도 두루미가 있는지? 동화책 속에서 보던 새의 모형이 식물원의 친자연적 분위기를 살려줍니다.

 

20171006_093812_resized.jpg


전망대로 가는 길 구비구비 다양한 꽃이 심어 있다네요. 10월초라서 그런지 꽃의 향연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방문객 적은 오전 9시에 걷는 산길, 사람 행복하게 해줍니다.

20171006_094313_resized.jpg


 

20171006_095058_resized.jpg

전망대에서 내다본 풍경.

20171006_100509_HDR_resized.jpg


어렸을 때, 그토록 싫어했던 꽃을 여기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보게되다니!  어렸을 때는 닭벼슬같아 징그럽다고 생각했던 꽃인데 커서보니 아름다워요.

20171006_103237_HDR_resized.jpg

다음주에 국화특별전시가 있다는데, 맛배기용 화분 몇개가 입구에 놓여있었어요.

요것도 국화!

20171006_104845_HDR_resized.jpg


 

20171006_105200_resized.jpg


 

20171006_105551_resized.jpg


 

20171006_104317_resized.jpg



 

20171006_110221_resized.jpg


 

20171006_110231_resized.jpg


 

20171006_110809_resized.jpg


 

20171006_110809_resized.jpg


 

20171006_111005_resized.jpg


 

20171006_133855_HDR_resized.jpg

궁평항에서 "품바 공연"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는!

사라져가는 거리공연 문화라 생각했는데!
 

20171006_140915_resized.jpg


 위생 문제를 떠나서, 궁평항까지 왔는데 대하철에 그냥 지나기 아쉬워 들립니다.

20171006_140927_resized.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로팅 시티 - 괴짜 사회학자, 뉴욕 지하경제를 탐사하다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괴짜 사회학자, 뉴욕 지하경제를 탐사하다 Floating City

『플로팅 시티 (원제: 『Floating City: A Rogue Sociologist Lost and Found in New York’s Underground Economy』(2013)가 한국에서 출간되던 2014년, 여러 매체에서 호기심을 끄는 홍보문구와 함께 격렬히 추천하던 것을 지나쳤다가 오늘에서야 푹 빠져 읽었다. 콜롬비아 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책이 출간 이듬해에 발빠르게 한국의 대중에게 한국어로 소개됨은 이 책의 태생적 홍보성때문일듯. 전작 『괴짜 사회학(원제:Gang Leader for a Day: A Rogue Sociologist Takes to the Streets)』가 시카고의 험악한 갱단과 밀착 밀월여행으로 낳은 베스트셀러인라면 『플로팅 시티』는 뉴욕의 지하경제 종사자들을 주 표본으로 삼은 소위 '성性 경제학'이자 생물자본주의 탐사서이다. 사회학자나 사회학도가 아닐지라도 어찌 이런 자극적 소재에 호기심을 아니 느끼리!
   21세기형 사회학의 활로와 동시에 콜롬비아 대학에서의 종신 교수직 따기를  절박하게 모색해온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 (Sudhir Venkatesh)가 고뇌에 고뇌를 한 지점 역시 이런 "뜨거운 자극성"이다. 뉴욕의 포주, 마약상, 거리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학 연구를, 사회학계 난독의 언어갑옷 대신 스토리텔링 스타일의 말캉말캉한 문체로 전한다면 학계에서 종신 교수직은 커녕, 변방으로 몰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뉴욕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미세 플라스틱만큼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관계성의 그물을 건져올려야한다는 학자로서의 부담감. 다행히 그는 뉴욕 지하세계와 상류세계를 동시에 드나들 수 있는 패들을 쥐고 있었다. 하나는 콜롬비아 대학의 교수라는 탄탄한 문화적 자본, 또 다른 하나는 가난한 인도인 이민자의 2세대로서의 초콜릿색 피부색. 태생적으로 약자, 혹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들에게 끌리는 수디르 벤카테시야말로 사실은 맨하탄 상류층들의 파티에서 와인잔을 나르는 노동자들과 동일한 피부색 때문에 비존재 취급을 받는 변˱의 인물이기도 하다.

 

『플로팅 시티』는 표면적으로는 세계화 시대 NY같은 메트로폴리탄 시티에서의 변화양상과 사람들의 실존적 생존전략을 "부유하기 (floating)"라는 개념으로 그려낸 흥미로운 책이지만, 내게는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 역시 그 '부유하기'라는 개념의 틈새로 자신의 고민을 흘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성공한 인도계 이민자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 속하면서도 동시에 영원한 주변부의 인물임을 『플로팅 시티』의 행간에서 고민한다. 이는 그의 주요 정보제공자(key informant)였던 뉴욕 상류층 마담, 아날리스가 날린 말의 펀치에서도 드러난다. "여기서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없어요. 수디르. 당신만 ˺고. 당신은 이야기를 좇고 사람들을 따라다니지만 늘 한자리에 머물러 밖에서 구경만 해요." 마찬가지로 그에게 뉴욕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중요한 문지기(gatekeepr) 역할을 해준 마약상 샤인 역시 그에게 한 방 날린다. "업타운에 가서 부잣집 애들(콜롬비아 대학교 학생를 말함)을 가르치고 다운타운에서는 동네 사람들 데리고 영화를 찍고. 자넨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그러나 동시에 그는 논문의 소재거리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흡혈귀처럼 빨아가는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연구자와도 분명히 다르다. 그가 소위 '약자'를 보는 시선은 다음의 문장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나는데, 그는
"이 하층민이 세계에서 나는 아주 경이로운 행렬, 곧 인간 정신의 진정한 가장행렬을 보는 기분을 느꼈다. 이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특유의 회복탄력성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다. 이 사람들은 생존을 좇는 게 아니었다. 이들은 스스로 빵 부스러기나 좀 얻자고 고난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희생자라로 여긴 적이 없었다. 이들의 꿈에 어울리는 질문은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질이 무엇이고, 이런 자질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일 것이다. (193)"
20170926_104832_HDR_resized20170926_104853_HDR_resized
참고로 저자는 뉴욕 할렘에서 맨하탄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파티장을 누비며 위에서 언급한 "자질"을 나름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즉흥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인맥을 신속히 쓰고 버리는 능력"(354)으로서 어찌보면 그가 제시하는 "부유하기 floating"와 리듬이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
이 책은 사회학, 저널리즘, 인류학 등의 경계와 방법론에 대한 학자 자신의 고민. 아카데믹 사업가로서 미친듯이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손조차 빠른 탁월한 능력자로서의 학자의 자화상. '정통적 사회학'이 어쩌네 저쩌네 해도 발로 뛰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과 우위를 알게 해준다. 이젠 『괴짜 사회학』을 읽을 차례이다.
20170926_120548_HDR_resize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