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접초 족두리꽃을 찾아서




[정보]

장소: 올림픽공원 내 들꽃 마루

개화 시기 : 9월 중순 ~ 10월 초


 어려서 "족두리꽃"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들으면서도, "가짜 이름"일거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책을 보다, 이 그리운 들꽃의 학명이  '풍접초(Cleome hassleriana)'라는 걸 알았다. 클릭질 몇 번 만에, 이 꽃을 보려면 어딜 가야하는지도 알았다. 알게 된지 2주 동안 계속 마음이 근질근질, 풍접초 들판을 상상하기만 해도 더 늦기 전에 이 들꽃을 꼭 보아야겠다는 사명감(?)까지 느꼈다.

올림픽 공원 내, 들꽃마루에 풍접초를 심어놓았단다.

20170916_175539_resized.jpg

 

실망스러울 만큼 조촐한 규모에, 꽃까지도 덜 피었다. 아...차 엄청 밀리는 토요일 고생해서 왔건만.

그런데 풍접초 꽃 냄새 (꽃 냄새라고 하기엔 짓찧겨서 아파하는 풀 냄새같은)를 맡았다. 타임 머신을 탄 그런 기분. 냄새로 과거를 기억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꽃을 보고 싶었던 그 절실한 동기는 무얼까. 사라져가는 식물, 변해가는 도시 풍경에 대한 아쉬움이 반이었을 듯.

20170916_175955_resized.jpg


풍접초가 조촐한 대신, 들꽃마루의 맞은 편 경사면에는 어마한 규모의 황화코스모스.

서울의 젊은 연인들이 다 여기 몰린 듯,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의 대다수는 연인들인지라 발 딛기도 애매하더라.


 

20170916_181846_resized.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issing 미씽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정보]

문의: 031) 783-8141~9 

장소: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전시 기간 7.28 ~ 10. 1 (일) / 매주 월요일 휴관

도슨트: 11시 14시 16시

 

 

 

 

 

 

 

 

최근 『결코 가볍지 않은 동물 환경 보고서』라는 어린이 책 리뷰를 쓰면서 검색하게 된 "미씽 Missing"전에는 열혈팬이 많은 듯 했다. 휘리릭 둘러보면 고작 10~20분이면 관람할 규모의 전시인데 여러 번 다녀가고 성실 후기를 올리다니, 홍보성 광고일까? 아님 "미씽 Missing"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솔직히 궁금했다. 그래서 찾았다.

미세먼지 수치 한 자릿수의 날씨렸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 뒤로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9월의 대낮에도 극성인 모기 떼의 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책로를 즐기며 도토리를 줍는다. 다람쥐 모이통에 모아본다. 그런데 이렇게 모은 도토리는 겨울 도토리 비수기에 산에 다시 풀어놓으려나. 관리업체며 책임자는 누구일까? 실제 얼마나 모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누구에게 물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1시간 동안 꽤 열심히 많이 모아서. 다람쥐에게 보시했다.
 

20170916_135836_HDR_resized.jpg


 

20170916_135720_HDR_resized.jpg


 

20170916_135730_HDR_resized.jpg


 


 
아름답지만 관조의 대상으로 멈춰버릴 수 있다. 함께 가지 못하고. "미씽 Missing"전은 사라져 가는 종 species을 환기시키고, 행동을 촉구하는 전시회이다. 전시회장에서 나눠주는 기념품 뱃지의 아이콘은 "~ing"가 아닌 완료형으로서의 종이다. 멸종이 완료된 도도 새. 인간의 포획으로 1681년에 멸종되었기에, 아래 이미지는 실물에 기초한 그림이 아닌 상상화란다.

88432-004-B4E21352.jpg
이처럼 사라져가는 동물 그래픽 아카이브를 "성실화랑"에서 시도하였다.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는데, 성남아트센터에 설치된 총 50점의 작품은 멸종위기 동물을 담고 있다.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될 수 있는 형태와 선, 색을 고민하며 귀한 생명을 그래픽화했다고 한다.  "너희 참 예쁘다, 따뜻하겠구나."하며 말을 걸고 싶다가도 미안해진다. 너희의 최대 적이 어쩌면 인간이었는지도 모르기에.
20170917_162645_HDR_resized.jpg

 

20170916_163402_resized.jpg

 

20170916_161639_Burst01_resized.jpg

"Missing 전" 가기 전 검색해본 이미지만으로는 이 공간이 주는 독특한 느낌을 상상할 수 없었다. 경건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의외로 이 곳엔 사람들이 잘 머무르지 않는다. 동행이 없었다면 혼자 수십 분을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이었다. 이 창원 작가는 거울과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동물의 실루엣을 벽면에 배치한다. 빛을 손으로 가리면 벽면의 형체, 즉 species는 사라진다.
 

20170916_162941_resized.jpg


 

20170916_162933_resized.jpg
 
계속해서 이창원 작가의 작품 "Release 시리즈"
20170916_162704_resized.jpg
20170916_162559_resized.jpg
 


 

장노아 (작가 인터뷰 한겨레 신문 기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07587.html )


 그림책으로 출간된 『Missing Animals』의 원화를 큐브미술관 "Missing 전"에서 만나보게 된다. 각각의 그림마다 상세한 설명이 있다. 소녀, 사라져버린 혹은 사라져가는 동물, 그리고 초고층 빌딩이라는 3요소가 모든 그림에서 공통된다.

 


2017_08_03_120520.jpg


 

20170916_162128_resized.jpg
 
 
위 사진을 찍어온 다음 날, 한 번 더 다녀왔다. 10월 1일 마지막 전시 이전에 한 번 더 다녀올지도...마지막날엔 도록 50% 할인 판매라니 특히 더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de Runner 2049

 

 

 

 

 

지금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그 유명하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때문에 꽤 오래 두려움에 떨었다. 북핵이나 지진처럼 현실감 있는 위협이 아니었는데도, 흰 수염 길게 난 노스트라다무스 할아버지의 예언이라니 정녕 2000년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만 그랬던 것도 아니겠거니 하는 위안 아닌 위안을 삼아도 보지만...... 리틀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타이틀의 2019라는 숫자도 그런 공포감을 부추겼다. 존재하지 않을 미래 사회의 묵시록이라 생각했기에.

그런데 지금. 2017년.

그리고 드니 뵐뇌브 감독이 선보일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편에는 2049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30여년 후의 지구 모습일텐데 어둡기는 어둡다. 많은 SF의 공통 문법이라도 된다는 듯. 

1999년에건, 2017년에건, 2049년에겐 인간의 외피와 사회적 삶이 어떻게 바뀔지라도 인간은 자신과 자기 종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품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할 것 같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 종의 미래는?"

그 오래되고 거창한 질문의 답을 천재 감독 드늬 뵐뇌브가 자기 스타일로 풀어보인다니 어찌 10월, 개봉일이 기다려지지 않겠는가?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요 몇년, 내가 던지는 질문은 꽤나 지루하다. 독특한 천재, 드늬 뵐뇌브 감독이 인간을 화두로 어떤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줄까? 그라면 '인간과 기계의 모호한 경계, 혼종, 새로운 형태의 식민화 정치' 등 진부한 화두 그 이상을 비주얼로 그려낼 것이다.  빨리 예매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꿈꾸는 독종 - 한국인, ‘승부사의 DNA’가 다시 시작된다
황인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꾸는 독종


“세계는 우리를 대접하는 데 우리가 스스로 낮출 필요는 없습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한국, 한국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D. C. 동포 간담회 연설문 중에서)


 20여 년을 마케팅 분야에서 헌신해온 저자 황인선이 2년 반이나 공을 들여 집필했다는 책을 몇 시간 안에 다 읽자 저자에게 미안해졌다. 자신에게 익숙한 공부와 경험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치밀하게 글을 준비한 흔적을 페이지마다 느꼈으니 말이다. 황인선은 "한국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위기이기에 이 땅에 작가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8)"  『꿈꾸는 독종』을 썼다 한다. "한국의 성공 동력은 무엇이었으며,  국가적 골든 타임(golden time)의 이 시기에 어떤 동력으로 치고 나가야 할 것인가?"을 탐색한다. 마케터로서의 실전 감각과 직관으로 그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는데, "독종" 그리고 "꿈꾸는 독종"이 그 것이다. 전자는 대한민국의 고속성장 신화를 이룬 과거의 성공 동력이고 후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형 성공 동력을 뜻한다. 사실, '깡패 영화'에나 나올 듯 구시대적 어휘로 들리는 '독종'은 다른 말로 "깡"이요, 이스라엘 어로는 "후츠파(chutzpah. 담대함, 돌파력)"이라 할 수 있단다. 황인선은 대한민국 국민이 21세기를 맞아, 예전의 깡에 창조적 감성까지 더해 대한민국만의 "꿈꾸는 독종"이 된다면 더 크게 비상할 수 있으리라고 온 국민을 응원한다.

*

『꿈꾸는 독종』의 1장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만 정작 인정 안하는 3가지(북핵위협 하에 전쟁 발발 위험, 초대강국인 일본 중국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 중 마지막으로 "한국은 선진국인데 한국인만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민족적 자부심을 촉구한다. 

*  

2장에서는 오늘날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을 만든 동력을 분석한다. 마케터답게 제대로 잘 지은 소제목을 빌어와 나열하자면, "가문의 영광을 위한 가문의식과 뜨거운 교육열," "불안의 다이나믹, 빨리빨리 문화와 깡다구 정신," "바둑형 평등사상," "종교전쟁이 없는 나라," "선비 정신이 만들어낸 공부력." "젊음과 흥이 넘치는 나라"이다.

*

3장에서는 이런 한국이 겪고 있는 위기를 조목조목, 현실감 있게 드러내 준다. "'달달'을 선호하는 honey 문화와 슬랙티비즘 (Slacktivism. 말뿐인 행동주의), 뒤틀린 mom문화, 무한 경쟁 체제, 창의적 인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창맹(創盲, Creative Idiot) 행태 과잉, 헬조선과 N포 같은 셀프 동정" 등이 그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정신이야 말로, "꿈꾸는 독종" 정신이다.

*

4장에서는 제 아무리 4차 혁명 시대일지라도 "꿈꾸는 독종"을 대체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를 브랜드화하자고 충고한다. 공부로 시작하라고 한다. 한국의 저력은 오랜 선비정신에서 나왔는데, 정작 대한민국 국민은 일제가 선비문화를 폄하하고 부끄러워하도록 유도했기에 그 가치를 모른단다. 선비처럼 공부하라, 그 공부력이 우리를 구원해줄지이니. 또 하나, 독특하게도 황인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여성적인 힘, 그 중에서도 마더쉽(mothership?)에 달렸다고 예측한다. 박근혜를 통해 봤듯, 아버지의 리더쉽이란 전투적으로 경쟁을 부추기지만 엄마의 마더 리더쉽은 무한 경쟁 시대에 브레이크와 핸들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황인선이 조목조목 짚어준 다양한 예측 중에, "한국 스타일의 공부 공동체"가 가진 잠재력에 가장 눈이 갔다. 주변에 고학력, 가정의 천사인 이들이 많은데 그런 이들이 '공부'라는 키워드로 공동체성을 발휘한다면 그 자신의 자존감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 같다. 게다가 이 제안은 상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성공한 사례들로 입증되고 있다니, 나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

촛불혁명으로 이룩한 국민의 정부, 그런데 요새 나라 안팎으로 여러 소음이 들린다. 다시 힘을 모으고, 진짜 당면한 숙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매진해야 할 때, "꿈꾸는 독종"은 좋은 자극제가 된다. 2년 반이라는 귀한 시간을 내어 국민에게 고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써준 황인선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 알게 된 책 list에 올림

 

 

 

1. 브뤼노 라투르의 책을 영문으로 읽었던 지라, 번역 소식을 이제야 알게됨을 한탄함. 번역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2. 몸의 문제, 아서 프랑크 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Robert Murphy 의 The Body Silent (1987)와 같이 읽어보면 좋을 듯 한데, 여유가....

3. 『아버지가 없는 나라』는 현재 절판이라 중고 구입 가능. 번역이 괜찮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