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전용 식량창고 

 

 

 

 

도토리묵 전문점에서 외식을 하면서도,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도토리 전, 도토리 묵, 도토리 만두, 이 많은 양의 인간 먹거리가 소비되는 와중에 도토리들은 무얼 먹을까? 도토리의 효능 홍보물이 식당 벽면에 올라 있지만, 비록 맛있지만 남의 밥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에 그 식당을 다시 찾지는 않습니다. 요새는 밤 도토리를 싹쓸이하며 산행하는 이기적인 분들, 많지 않으시겠죠? 희망사항인 건 압니다. 여전히 배낭 가득 도토리 주워오는 분들 많으시다는 걸 아니까요. 오죽했으면 "밤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돌려주세요."라는 절절한 호소문이 산마다 붙어 있겠습니까?

*

어제 숲에서 귀여운 나무 함을 보았어요. 도토리 식량 저장 창고였지요. 누군가가 귀엽게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적어 놓았는데 지나가던 한 꼬마가 그럽디다. "관계자라고 적으면 안 되는데……. 다람쥐 외 출입금지라고 해야지."

그러게요. 다람쥐가 한글은 모르겠지만…….

도토리 따가지 마세요. 다람쥐를 위해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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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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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인간의 위대한 여정 

빅데이터를 훑어서 일상의 해시태그  어휘를 분석한다면, "인간,"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여정" 은 그 사용 빈도가 몇 순위나 할까? 아마도 "맛집" 이나 "연애인 리즈" 어휘보다 훨씬 아래 목록에 위치하겠지? 우리 자신이 '호모 사피엔스'이면서 정작 인간 본질에 대해 깊이 탐색해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일 테고…….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는 『인간의 위대한 여정: 빅뱅에서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을 통해서 질문 던지기에 게으른 이들을 촉구하고자 한다. "우리는 생각하기에 '호모 사피엔스'이다. 스마트폰 클릭질 좀 잠시 쉬고, 우리 존재, 세계 그리고 우주를 생각해보자!'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유대-기독교, 고대근동 종교(Judaism-Christianity, Ancient Near East Religions) 로 박사 학위를 취득 후, 서울대학교 외에도 중국 등지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하온 그는, 인문학적 질문을 아카데미아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확산시키고 싶었나 보다. 전작 『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에 이어 『인간의 위대한 여정』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을 축 삼아,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의 질문을 다각도에서 던지고 답한다.   무려 412페이지에 이르는 이 인문교양서에서는 "우리는 언제부터 인간이 되었는가?"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다. 총 24가지 작은 항목으로 나누어 위 질문에 접근하는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소제목들이다. "기획하는 인간," "불을 다스리는 인간," "달리는 인간," "요리하는 인간," "배려하는 인간," "공감하는 인간," "의례하는 인간," "조각하는 인간," "그림 그리는 인간," "영적인 인간," "묵상하는 인간," "교감하는 인간," "더불어 사는 인간," 그리고 "종교적 인간"이 그 24개 항목이다.

 

 

 

 

 

배철현 교수는 이처럼 다각도에서 인간 종을 탐색하면서 고고학, 인류학, 진화생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존 이론과 가설을 끌어온다. 예를 들어, 요리하는 인간에서는 '리처드 랭엄'의 『Catching Fire: How Cooking Made Us Human 』을, 의례하는 인간에서는 아놀드 반 게넵의 『The Rites of Passage』을, 예술하는 인간에서는 레비 스트로스의 '브리콜라주 bricolage'개념 등을 끌어와 버무려낸다. 이 24개 항목을 관통하는 핵심 용어는 바로 인간의 이타심인데, 배철현 교수는 이것이 한자어로 '자비慈悲'라며 멋들어진 뜻풀이를 곁들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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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란 한자 그대로 타인과의 경계가 가물(玄) 가물(玄)하게 되어 하나가 된 마음(心)이다. 동시에 타인의 슬픔을 같이 공감하고 마치 새의 양 날개 (非) 처럼 한쪽이 기울여지려고 하면 다른 한쪽이 받쳐주는 마음(心)이다 (14쪽)"

*
배철현 교수는 본문에서 몇 차례에 걸처, 리처드 도킨스의 학문적 성과가 특히 한국에서 과대평가받았다며 불편감을 내비친다. 인간의 기원과 본성에 대한 숱한 가설(hypothesis) 중 하나일 뿐 '진리'가 아닐진데, 많은 한국인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결정론에 혹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배철현 교수는 앞서 말한 '자비' 즉 '이타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되게 한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한다. 배교수 자신이 『인간의 위대한 여정』에서 내내 강조하는 '진리의 상대성'에 비추어보면 '이타심이 인간성의 정수'라는 설명 역시 하나의 가설이겠지만, 듣기에, 생각하기에 훈훈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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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 일하다 죽는 사회에 맞서는 직업병 추적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 / 나름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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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아픈 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 일 때문입니다.

 표지가 봄 여인의 스커트처럼 산뜻하다. 그런데 부제는 "일하다 죽는 사회에 맞서는 직업병 추적기"이다. 무겁고 무서운 느낌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홈페이지http://www.kilsh.or.kr)가  기획해서 , "강동묵, 공유정옥, 김대호, 김영기, 김인아, 김재광, 김정수, 김형렬, 류현철, 송한수, 이진우, 이혜은, 전주희, 최민"이 썼다. 이 분들이 바로 그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이다. 많은 분야 중에서도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라 할텐데, 이들은 환자가 아플 때 단순히 증상만 살피고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일하는 환경과 노동과정을 면밀히 살피는 일터의 유해요인을 파악하고 유익한 조언을 한다.

사실 이 책은 일종의 존경심에서 읽었다. 안락한 삶을 보장받은 이로서,"아픈 사람, 너만 손해'하는 태도로 모르쇠할 수 있는 문제를 애써 들춰내고 세상에 알리고, 그 아픔을 줄이고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소명의식에 존경심이 일어서 읽었다. 비록 지금 당장 내가 이 분들의 노력에 작은 힘도 보태고 있지 못하지만, 우선 알게 된다면 더 많이 알린다면 그 또한 고마움의 작은 되갚음이라는 생각에서 읽었다.

*

솔직히 처음에 서문에서 등장한,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하자”는 문구가 생경하게 들렸다. 부끄럽지만 '지적노동'이라는 이름하에 편한 일만 해왔기 때문에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절실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러나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에서 언급하는 이들의 아픔과 고통, 억울함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절절했다.

아래 소개된 이야기 중 상당수는 요 몇년 사이 뉴스에서 들어보았다. 회사측에서 119요원을 돌려보내는 바람에 지게차에 받히고도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노동자, 급식실에서 조리하다 일산화탄소 중독이 되거나 골병이 든 노동자, 현장실습 나갔다가 자살한 청년, 스크린 도어 수리하다 희생된 노동자들.....

우선은 알고, 기억하자. 그리고 '고장난 쓰레기'가 아닌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들쑤시자. 압력을 가하자. 일회적 사탕발림이 아닌 구조적 변화가 올 수 있도록. 그런 의미에서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을 많은 이들이 읽기 진심 기원한다.

 

 

 

 

 

 

 

 

제일화학의 기억: 끝을 알 수 없는 죽음의 먼지 석면
터널 끝 어둠으로부터 진폐병동까지: 석탄 광부 이야기
마음을 병들게 한 청구성심병원의 일터괴롭힘
간을 망가뜨린 독성물질, 죽음을 막지 못한 건강검진
도시철도 기관사의 정신질환도 직업병입니다
‘골병’의 현장을 바꾼 두원정공 노동자들
아픈 노동자 대우자동차 이상관, 죽음으로 항변하다
열사병, 그리고 저열한 제도에 쓰러진 조선소의 청년
숨겨진 산업재해들, 위험을 방치하고 생명을 무시한 범죄
작업중지권: 얼마나 위험할 때 일을 멈춰도 될까?
건강진단의 모순: 예방하려다 배제되는 불편한 진실
산재노협 활동가 남현섭의 삶과 죽음
위험한 첨단전자산업, 삼성반도체 피해자들과의 10년
돌먼지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유산과 기형아 출산
조리급식 노동자의 골병이 말하는 것
영혼까지 팝니다: 감정노동의 맨 얼굴
과로사와 과로 자살: 열심히 일한 당신, 죽는다
우울한 사회,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노동자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수은중독
태국 노동자 집단 앉은뱅이병을 일으킨 노말헥산
메탄올 중독사건: 법의 사각지대에서 시력을 잃은 파견노동자들
현장실습이라 불리는 어린 노동자 착취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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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의 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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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지구가 더는 이런 파란 하늘을 보여줄 수 없을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파란 하늘만 보면 나가고 싶어지네요. "단양" 나들이. 네이버 블로거들이 올린 사진 속 하늘이 파란 색이어서, 그 이유 때문에 정했습니다. "도담삼봉" 찍고!

*

생각보다 아담해서 깜짝 놀랐네요. 실물 크기는 아담합니다.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네요. 뒤로 일반 가정집과 아파트가 보이는 풍경도 좋습니다만, 자연물만 있었을 때의 풍경은 숨막힐 듯 아름다웠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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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동굴 최근 보수작업 후 입장료를 2배로 올리고 운영체제를 바꿔서 지역민들의 원성의 목소리가 높더군요. 중앙 정부에서 지원금 100% 나와서 개보수를 했기 때문에 입장료를 올릴 이유가 없는데 11000원으로 기존 입장료의 2배 이상 올린 데다가 더 큰 문제가 있답니다. 출구와 입구를 달리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입구로 다시 돌아 나오는 방식으로 관람 패턴을 바꾼 이유로 예전 출구 앞의 상권이 다 말라버렸다고 상인들 원성이 높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아니지만, 이런 목소리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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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0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동굴이었어요. 정작 보고 나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박쥐'였지요. 그 많던 박쥐들은 살 곳을 잃고 다 어디 갔을까? 고수 동굴 안의 여러 설명판에 "박쥐가 살던 흔적"이라는 식의 설명은 많이 적혀 있지만 인간의 침입으로 살곳을 잃은 박쥐는 전혀 만나볼 수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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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누적인 고수 동굴 속을 걷자니, 제가 유한한 동물이라 스쳐 지나감을 경건히, 겸손히 받아들이게 되네요. 동굴, 첫 발견자는 얼마나 성스러운 느낌마저 들었을까요? 동굴 안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는 바람에, 단양 스카이 워커는 주차장까지 가서 되돌아 왔답니다. 평일 5시까지 입장이라니 참고하세요. 단양 여행, 한 번 더 해야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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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마늘"이 유명하다해서 검색해서 찾아간 맛집이 BREAK TIME이네요. Naver 맛집 후기가 신뢰성은 안 가지만 "소백 맛사랑"은 돈받고 써주는 상업적 후기가 아닌, 일반인들 후기가 많아서 찾아가봤어요. 백반집입니다. 그런데 정말 정갈하고 정직한 밥상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맛은 기본이지요. 주인분께서 많이 친절하셔서 더 기분좋게 먹었어요. 이런 착한 밥집은 일부러라도 알리고 싶어서 굳이 사진 몇장 찍어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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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발레축제2017 수원제1야외음악당


[정보]

장르: 발레

공연장소: 수원제1야외음악당

공연시간: 8시- 10시


 올해로 벌써 3회차랍니다. 수원시의 전폭적 지원으로 2015년부터 수원시민들은 야외음악당의 멋진 잔디밭 위에서 무료로 발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오픈 무대인만큼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매년 찾고 있지요^^ . 올해도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무려 4일간 축제가 열리는데, 이번에는 폐막인 일요일 공연만 보았습니다. 여행길 귀가하며 수원을 들렸기에 밤 9시, 이원국 발레단의 공연부터 보았어요.

어서 공연부터 보아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못찍었네요. 기획사가 어디인지, 훌륭합니다. 수원제1야외음악당 자체가 주는 아우라도 있지만 조명하며 안내요원을 통한 신속한 자리배치 등, 진행도 훌륭합니다. 무대 위에 오른 무용수뿐 아니라 기획자와 조명, 무대 디자이너 등 많은 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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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국. 대한민국에서 발레 좋아한다는 분 중 이 이름을 모를 이가 있을까요? 또한 이원국님이 1967년생, 그러니까 51세의 나이라는 것도 많이 아시는 사실일텐데요. 

몸의 예술, 몸이 악기가 되는 발레에서 몸관리는 발레 댄서들의 기본이지요. 이원국 님은 여전합니다. 50대의 나이를 잊게 해주는 것은 기품 넘치는 무대 매너와 경륜에서 나오는 자신감이겠지요? 9시부터 약 20여분 이원국 발레단의 <지젤> 2막 파드되는 정말 많은 박수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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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SEO 발레단의 <Illusions>, 김옥련 발레단의 <운수좋은 날>, 와이즈 발레단의 <유토피아>가 무려 밤 10시까지 계속 진행되었어요. 

발레인구의 확대를 위한 팬 서비스차원의 무료공연이라지만, 이렇게 훌륭한 야외무대, 환상적인 조명과 음향시설, 수준 높은 관객들.....이렇게 좋은 무대인데 조금 더 안무의 질과 무용수의 기량에 포커스를 맞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습니다.

*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나들이 온 관객들이 반 이상이었는데, 와이즈발레단의 남자 무용수 중 한 명이 상반신을 다 드러낸 반 나체의 무대의상을 입고 "풀몬티" 스타일의 남성 나체 스트립 몸동작을, 자기가 자기 흥에 취해서 끝까지 추다 들어가더군요. 아름다운 발레 축제의 오명이자 추악의 장면이라 지우고 싶었는데, 같이 공연을 보신 분들도 다 그 장면을 기억하고 한 마디씩 했어요. 제발, 축제라고는 하지만 분위기 가려서 자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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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밤에 도착하는 바람에 유니버설 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의 작품들을 못봐서 참 아쉬웠어요. 내년엔 모든 일정을 비워두고 정시부터 찬찬히 공연을 다 보아야겠네요. BALLET STP(발레협동조합)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꼬마 발레리나, 발레리노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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