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발레축제2017 수원제1야외음악당


[정보]

장르: 발레

공연장소: 수원제1야외음악당

공연시간: 8시- 10시


 올해로 벌써 3회차랍니다. 수원시의 전폭적 지원으로 2015년부터 수원시민들은 야외음악당의 멋진 잔디밭 위에서 무료로 발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오픈 무대인만큼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매년 찾고 있지요^^ . 올해도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무려 4일간 축제가 열리는데, 이번에는 폐막인 일요일 공연만 보았습니다. 여행길 귀가하며 수원을 들렸기에 밤 9시, 이원국 발레단의 공연부터 보았어요.

어서 공연부터 보아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못찍었네요. 기획사가 어디인지, 훌륭합니다. 수원제1야외음악당 자체가 주는 아우라도 있지만 조명하며 안내요원을 통한 신속한 자리배치 등, 진행도 훌륭합니다. 무대 위에 오른 무용수뿐 아니라 기획자와 조명, 무대 디자이너 등 많은 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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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국. 대한민국에서 발레 좋아한다는 분 중 이 이름을 모를 이가 있을까요? 또한 이원국님이 1967년생, 그러니까 51세의 나이라는 것도 많이 아시는 사실일텐데요. 

몸의 예술, 몸이 악기가 되는 발레에서 몸관리는 발레 댄서들의 기본이지요. 이원국 님은 여전합니다. 50대의 나이를 잊게 해주는 것은 기품 넘치는 무대 매너와 경륜에서 나오는 자신감이겠지요? 9시부터 약 20여분 이원국 발레단의 <지젤> 2막 파드되는 정말 많은 박수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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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SEO 발레단의 <Illusions>, 김옥련 발레단의 <운수좋은 날>, 와이즈 발레단의 <유토피아>가 무려 밤 10시까지 계속 진행되었어요. 

발레인구의 확대를 위한 팬 서비스차원의 무료공연이라지만, 이렇게 훌륭한 야외무대, 환상적인 조명과 음향시설, 수준 높은 관객들.....이렇게 좋은 무대인데 조금 더 안무의 질과 무용수의 기량에 포커스를 맞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습니다.

*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나들이 온 관객들이 반 이상이었는데, 와이즈발레단의 남자 무용수 중 한 명이 상반신을 다 드러낸 반 나체의 무대의상을 입고 "풀몬티" 스타일의 남성 나체 스트립 몸동작을, 자기가 자기 흥에 취해서 끝까지 추다 들어가더군요. 아름다운 발레 축제의 오명이자 추악의 장면이라 지우고 싶었는데, 같이 공연을 보신 분들도 다 그 장면을 기억하고 한 마디씩 했어요. 제발, 축제라고는 하지만 분위기 가려서 자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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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밤에 도착하는 바람에 유니버설 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의 작품들을 못봐서 참 아쉬웠어요. 내년엔 모든 일정을 비워두고 정시부터 찬찬히 공연을 다 보아야겠네요. BALLET STP(발레협동조합)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꼬마 발레리나, 발레리노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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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령은과 정세영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정보]

장르: 현대무용

공연장소: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시간: 70분


처음엔 "pop-up stage"의 오기인줄 알았다. 현대무용을 보다 친근하게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한 일환으로서의 게릴라전법 접근방식을 칭한 명칭인 줄 알았다. 그런데, "픽업 스테이지 pick-up stage"이다. 안무가 안성수를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맞은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시도한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google을 검색해 보아도 없는 문구인걸로 보아, 재능있는 무용인을 "pick up"해서 그 무대를 선보인다는 뜻을 담고 있는 듯 하다.

2017년 8월, 국립현대무용단의 "픽업 스테이지"에는 권령은과 정세영의 작품이 올랐다. "~과~"라는 접속사에 현혹되지 맙시다. 그들은 각기 다른 작품을 준비했고, 무대에 올렸다. 권령은은 "글로리 glory," 정세영은 이름조차 난해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국립현대무용단의 터전인 서초동 예술의 전당이 아닌 혜화동의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덕분에 일요일 대학로 나들이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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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에게 친절하지 않은, 난해한 예술극장. 아직 건설중이라는 인상을 주는 철제 곤봉(?)의 벽면 디자인이 인상깊은데, 정작 정문을 알아보기 어렵다. 상가 빌딩의 작은 출입문을 정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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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 풍경. 현대무용은 다른 공연예술 장르보다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장르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나보다. 매표소 앞이 북적인다. 객석도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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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령은의 "글로리" 

단발머리, 동안의 안무가는 놀랍게도 34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서 2016년에  '댄스 엘라지'(DANSE ELARGIE) 파리 경연에서 3위에 올라 화제가 되었던 안무가이다. 대한민국 여성으로서의 그녀는 군복무 의무도 경험도 없다. 마찬가지로 그녀가 '젠더화된 병'이라는 거식증으로 고생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거식증(anorexia)과 군복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끌어와서, 사회적인 몸을 이야기한다. 아주 쉽게, 관객들이 접근하기 쉽게, 재미있게. 무용수의 몸이 지닌 창조적 에너지와 자유, 동시에 그 몸을 제약하는 여러 사회적인 압박. 특히 이 압박은 상당히 젠더화된 형태로 신체화된다. 남성 무용수는 콩쿠르 입상을 통해서 군복무 의무를 피해가려하고, 여성 무용수는 체중증가를 두려워한 나머지 토함(vomitting)으로서 날씬함에의 압박을 이겨내고자 한다. Jimmy Sert의 프렌치 내레이션과 타악연주도 작품에 세련미를 더하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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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은 2016년 '댄스 엘라지'(DANSE ELARGIE) 서울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던 작품,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를 준비했다. 단련되고 날렵한 무용수에게서 몸에서 육체성(pysicality)를 눈요기하고 오겠다는 관객을 한 방에 실망시킨다. "나  당신들이 생각하는 춤 안 출 거거든!"이라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나르는 연극 배우와 정세영 자신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나 절대 춤 안 출 거야. '현대무용'이라고 꼭 춤을 춰야하나? 장르에 얽메이면 촌스럽지요."라고 비웃듯 무대 한 가운데서 커피 포트 놓고 물 끓기 기다리거나, 대형 선풍기를 엎어놓고 바람을 쏘인다. 흠흠, 실험적이라고 해야겠지? 문제가 있다면, 이런 실험은 예전에 많이 보아왔다는 점.

*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극장 조명작업도 해봤던 정세영이, 무대에서 추락할 뻔한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이란다. 공연 무대에서는 "어떻게 내려올 것인가?", 즉 하강(landing)이 꽤 중요한 것 같다는 깨달음에서, 정세영은 극장에서 결말로 향하는 기술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

사실, 내가 무지해서 그런가. 놀랄만큼 직설적이게 보여준다. 그가 의도적으로 고른 "Sea Hawk"는 음악만으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롤러코스터를 탄 분위기를 내주고, 그가 의도적으로 조롱하듯 고른 편의점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는 조명이 번쩍인다. 또한 드라이아이스를 만들어내는 기계 두 대를 아예 무대에 주인공처럼 올린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극장에서의 결말, 하강을 향한 기술들이다. "관객들이 원하는 거 뭐 이런 거 아니겠어? 결말에 조명 다 터뜨려주고, 드라이아이스 날려주고,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어울릴 음악 때려주고, 박수 소리 날려주면 "하강landing"의 요소 충족시킨 거 아니겠어?"라고 관객에게 묻는 것만 같다.

흠. 흠. 설마 이렇게 단순한 메시지는 아니었겠지?

*

현대 무용이 난해해서, 관람가기 무섭다는 관객이 만약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를 보았다면, "그 봐, 내가 그랬잖아! 현대 무용은 4차원 영역이라니까!"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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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수 감독 취임이후 변화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에너지가 상큼하다. 말그대로 무대 밖으로 나와 관객을 확보하고, 소통하려고 친절하리만큼 자세를 낮추었다. 앞으로 더욱 더 기대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작품을 더 많이 접하리라는 충성심도 커지면서. 다가오는 주말엔  <권령은과 정세영> 공연의 바톤을 잇는, 픽업 스테이지 공연 <맨투맨> 보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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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지구를 살리는 어린이 1~8권 묶음세트(전8권):흙을 망친 범인을 찾아라외7권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흙을 망친 범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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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 불어 상쾌하던 날, 인조잔디 위에서 뛰놀던 아이가 자못 어른 같은 표정으로 말합니다. "흙 운동장이었다면  더 좋을 텐데……. 인조 잔디에는 독한 물질이 많데요." 꼬마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 궁금했는데, 최근 읽은 『흙을 망친 범인을 찾아라』덕분이군요. 스콜라 출판사의 "지구를 살리는 어린이"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입니다. 제목처럼 이 책은 지구 환경 재앙의 여러 측면 중, 토양 오염에 집중합니다. 그렇다고 읽자마자 머릿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어려운 전문용어가 등장하거나,  환경 사랑을 훈계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또래의 친구들을 등장시켜 자연스레 환경 사랑을 유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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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작가는『흙을 망친 범인을 찾아라』 등장인물의 이름을 통해, 줄거리를 상상하게 해줍니다. 우직한 성품의 "차우직"이 그의 아내이자 소싯적 차도녀였던 "나교양", 그리고 little 차도녀인 딸 "차도희"을 데리고 고향 친구 집으로 2박 3일 휴가를 갑니다. 고향 친구들 이름 역시 의미가 있는데, "김지룡"은 지렁이로 분변토 사업을 하고 "오농군"은 흙을 살리며 농촌을 지키는 농사꾼입니다. 농촌 가면서도 색조화장과 선글라스를 잊지 않던 '나교양' 아주머니는 시골에서 시골 휴가를 처음엔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딸 차도희 역시 시골에서의 첫날에는 햄 반찬이 없는 밥상 앞에서 실망하고, 지렁이가 징그럽다고 비명을 질러댔지요. 하지만, 또래의 시골 친구 "오총명"과 "김새롬"과 어울려 자연을 배우면서, 환경을 지키려 애쓰시는 그 친구들의 부모님과 농촌 사람들을 보면서 크게 깨닫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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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지만, 요새는 아이를 놀이터에서 흙 만지며 놀게 하는 엄마는 "아이 방치죄"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흙과 똥"은 더러우니 피해야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이 있지요?『흙을 망친 범인을 찾아라』의 저자는 인간에게 흙이 왜 생명의 터전인가? 흙과 똥이 우리 생존에 어떤 의미를 지녔었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답해줍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골프장이나 도시화 등 여러 요인들로 우리의 숲과 땅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오염되는지 경각심을 일깨워주지요. 『흙을 망친 범인을 찾아라』을 읽고 나면, 맨발로 흙길을 걷고, 흙에서 바로 뽑은 당근을 먹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인간 생명의 근원인 흙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에 그쳐서는 안 되겠지요. 지켜야지요. 작은 행동이 모이면, 꾸준하게 실천하면 울림이 있겠죠. 멀리 가지 맙시다. 당장 주말 꾸릴 식탁에서 햄이니 삼겹살과 '안녕'하면 어떨까요? 공장식 축산 때문에 땅과 물이 얼마나 오염되고 있는지, 생명체의 지구공존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훼손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신선한 제철 채소로 주말 식탁을 꾸리고 먹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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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구를 위하여! (도시 아파트 촌 베란다에서 찍은 저녁하늘 사진이지만 경이로울만큼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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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삼킨 괴물 - 서울시교육청 선정 2016년 어린이 권장도서 민트래빗 그림동화
민트래빗 플래닝 글.그림 / 민트래빗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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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삼킨 괴물

 


별을 먹는다는 괴물은 들어본 적이 없네요. 그래서 더 궁금해집니다. 민트래빗의 그림책『별을 삼킨 괴물』이. 하지만 첫 번째 페이지에서도, 그 다음장에서도 괴물은 등장하지 않았어요. 대신 빨간 지붕, 보라 지붕의 집들이 알록달록하게 들어서 있는 작은 마을과 마을 사람들만 그려 있었지요. 아 참, 별도 총총 하늘에 가득 있었고요. 별총총 밤하늘에 잘 어울리는 예쁜 마을이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그 별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지요. 괴물이 별들을 모두 삼켜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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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깜깜해진 세상에서 슬퍼했습니다. 별을 잃었다고 언제까지 넋 놓을수 만은 없지요. 마을의 용감한 어린이, 노랑이, 초롱이, 그리고 주홍이가 나섰습니다. 별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짧은 다리이지만 부지런히 움직여 길을 재촉합니다. 괴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무도 그 괴물이 어떻게 생긴 줄을 몰랐거든요. 토끼는 괴물이 쫑긋쫑긋 귀를 가졌다는 것만 기억해냈고, 사자는 괴물의 북슬북슬한 갈기를, 악어는 뾰족뾰족한 이빨을, 원숭이는 길쭉길쭉 꼬리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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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슬북슬 갈기, 뾰족뾰족 이빨, 길쭉길쭉 꼬리, 쫑긋쫑긋 귀가 조합된 괴물이라면 상상만으로도 무서울 텐데 삼총사는 개의치 않고 괴물을 찾아다녔지요. 딱 마주친 괴물은 정말 그런 조합으로 이뤄진 이상한 몰골을 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별을 한꺼번에 다 먹었기에 배도 빵빵하게 나와 있었지요. 알고 보니, 별이 맛있어서 먹은 게 아니었어요. 별을 먹어서 반짝반짝 빛나면 친구들이 자기와 놀아줄 거로 생각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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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세 친구는 괴물이 별을 뱉어내게 할 수 있을까요? 괴물은 반짝거리는 별 없이도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별을 삼킨 괴물』은 사람이 사람을 끄는 힘은 화려한 외면이 아니라 꽉 찬 내면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아울러 "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속담을 구현한 그림책이지요. 스스로의 좋은 점을 찾고, 친구의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해주다 보면 서로 자존감이 높아질 거예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이 내리는 무례한 판단이나 편견 앞에서 담담하고 여전히 자신을 지킬 수 있지요. 반짝이는 별의 화려함이 아니라, 내면의 그런 힘이 결국 친구를 끌어모으게 될 거고요. 『별을 삼킨 괴물』을 읽은  어린이라면 스스로를 어여쁘게 여기는 그 긍정이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잘 이해했을 거예요. 이제 친구를 사귀는 일만 남은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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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별 - 평화와 평등을 실천한 덴마크 왕의 이야기, 개정판
카르멘 애그라 디디 지음, 이수영 옮김, 헨리 쇠렌센 그림 / 해와나무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노란 별 The Yellow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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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읽은 많은 책 중에, 덮은 지 오래 되었어도 자꾸 마음에 떠오르는 책은 바로 『죽음의 수용소에서』입니다. 말 그대로 '죽음'의 수용소들을 거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오히려 더 고귀한 정신성으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썼지요. 『노란 별 (원제: The Yellow Stat)』를 읽으면서, 자꾸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생각나더군요.  생명을 마른 지푸라기 취급조차 안 하는데 나치의 극악무도함 앞에서, 그 누가 담대할 수 있을까요? 죽음의 공포 앞에서, 대범하게 존엄을 지키기란 상상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노란 별』에 등장하는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은 그랬습니다. 그만의 방식으로 혁신적이면서도 강력한 저항을 했고, 사람들을 저항하도록 끌어냈습니다. 읽으면서 속이 후련해지도록 강렬한 감동이 가슴을 관통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 "글쓴이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이야기를 상상해서 쓴 것이지, 역사적 사실을 옮긴 것이 아니었어요. 크리스티안 왕 역시 가상의 인물이라는 뜻이지요. 설령 그렇다 해도 감동의 고동 소리는 쉽게 잦아들지 않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 『노란 별』이 '제인 애덤스 평화 재단상,'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주목할 만한 유대인 내용의 책 선정(유대인 도서관 협회)' 등 많은 상을 받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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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왕은 온 국민의 사랑을 받습니다. 호위병 없이 매일 아침 말을 타고 혼자 수도 코펜하겐의 거리를 돌아다녀도 온 국민이 심정적으로 호위병을 자처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왕입니다. 현명하고도, 애국심이 강하거든요. 하지만 1940년대, 유럽에 퍼진 전쟁이란 먹구름은 제아무리 크리스티안 왕이라도 피할 수가 없었지요. 나치는 덴마크에 들이닥쳐서 나치 깃발을 여기저기 꽂아 놓고, 사람들에게 증오와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덴마크 내 모든 유대인에게 '노란 별'을 달라고 명령했지요. 광화문 광장에서 반짝이던 노란 리본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노란 별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어요. 나치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는 사형선고였습니다. 국민을 보호하려고 나치에 대항하여 전쟁을 일으키자니, 인명 피해가 커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치의 명령을 거부하기도 어렵습니다. 드디어 크리스티안 왕은 결단을 내립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 노란 별을 달고 대중 앞에 나선 것이지요. 크리스티안 왕의 가슴에서 빛나는 노란 별은 덴마크 국민들에게 용기를 키워줍니다. 그들은 왕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바로 알아 차렸고, 노란 별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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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별은 이제 나치의 반인륜적 마녀사냥의 앞잡이 같은 상징물에서, 평화로운 저항과 단결의 상징으로 변해버렸지요. 바로 크리스티안 왕의 지혜로운 결단과 용기 덕분에 말입니다. 비록 상상의 인물이라지만,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크리스티안 왕처럼 인간애와 애국심을 용기 있는 행동으로 옮긴 선열이 많았고, 또 앞으로도 그런 인물이 나올 테고, 우리 자신도 그 용기를 배우고 추구할 테니 상상 속에 머무는 인물만은 아닙니다. 2007년에 한국에서는 초판된 『노란 별』이 10년 뒤인 2017년에 재판될 정도로,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직접 읽어 보며 그 이유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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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여름 날, 해질 무렵 사진입니다. 『노란 별』과 어울리는 신성한 아름다움과 힘이 느껴지는 풍경이기에 책 소개하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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