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인문학 -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지식 시리즈
이재은 지음 / 꿈결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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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는 알아야 하는최소한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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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편적 인류애: 법과 제도로 강화, 혹은 촉진 가능할까? '孝道법 (폐기됨)' '호래자식방지법'

  • 대한민국의 공동체 지수? 덴마크의 타인 신뢰도.

  • 루마니아 차우셰스크쿠의 강압적 출산장려정책: 1인당 5명씩 할당.

  • 최악의 살인지도자들: 캄보디아의 폴 포트 (1925~1998), 벨기에의 레오폴드2세 (1835~1909) 콩고인 대학살, 칠레의 피노체트(1915~2006), 그 가장 위에 아돌프 히틀러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인문학? 아무리 인문학 열풍이라하고, 인문학으로 질문하는 삶이 영혼의 풍요를 가져와준다지만, 그 '최소한'은 누가 정하는가? 무엇을 위한 '최소한'일까?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인문학>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다. "이과형 인재를 위한 말랑한 지식"이라는 부제와 함께, 저자 이재은은 이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용산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과 신도중학교 3학년 학생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과를 지망하려는 중고등학생을 주요 타겟삼은 인문학입문서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최소한의 인문학>에 등장하는 미셀 푸코의 생명정치(biopolitics)나 부르디외의 아비투스(habitus), 레비스트로스의 이항대립,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banality), 데이비드 하비의 공간 계급화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등의 개념은 대학 졸업장을 딴 성인에게도 생소할 개념들이 아닐까 싶어, 놀랐다. 아무리 인문학이 필요한 세상이고 세상이 융합형 인재를 원한다지만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은 '인문학적 소양 쌓기'라는 목표하에 이런 고차원의 공부까지 더해야하나 싶어서.
오해는 마시라. <최소한의 인문학>은 최근 내가 읽어본 그 어떤 인문학 입문서보다도 잘 짜여진 구조에, 저자 고유의 목소리가 분명한 훌륭한 책이다. 내가 의아한 것은 이 정도 수준의 지식과 생각의 깊이를 어찌 중고등학생들에게 '최소한'이라며 ,강요 아닌 강요 할 수 있을까?이다. <최소한의 인문학>은 차라리 애시당초, 평소 거의 책을 읽지 않아 스마트폰 거북목 증후군에 있는 대다수 성인을 위한 책이라 했으면 좋으련만. 나는 진심 <최소한의 인문학>을, 나와 내 가족 외 좀 더 큰 세상으로 '최소한'의 관심을 확장시키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말 괜찮은 책이다.

"정말 괜찮은" 이라는 평가적 표현에 독자의 오만이 깃들어있을지 모르겠다. 변명하자면, 내가 <최소한의 인문학>을 "괜찮은"이라 말한데는 이유가 있다. 얻어갈 게 참 많은 책이다. 저자 이재은은 철학과 문학을 오래 공부하고 '공동체'라는 이상을 품은 이답게, 시와 소설,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명저를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 문학가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그에게서 한 수 배우다 보면, 이재은은 소위 타생적 학문의 언어일지라도 자기안에서 잘 소화시켜 자생적 사유의 뿌리로 바꾸어 놓았구나를 느낄 수 있다. 중고등학생이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 이재은이 질문을 던지고 생각의 점들을 연결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배우기를 권한다. 결국 <최소한의 인문학>에서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제시하고 싶은 것은 학술용어의 얄팍한 암기가 아니라,  이를 적극 삶에 끌어와 질문하고, 또 그 질문함으로써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힘을 표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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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궁극적 관심은 '함께 살 만한 공동체' 만들기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고야의 판화를 시작으로 생각이 곧 사람됨이요, 행동과 변화를 위한 저항의 근간임을 일깨워준다. 이어 2장에서는 타자화(othering)로서 '우월한 나'에 대비한 '열등한 너(너희)' 만들기가 결국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갈등을 빚어냄을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인류애가 필요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토피아를 꿈꿀수 있다며 유토피아의 요건을 4장에서 나열한다. 5장에서는 유토피아를 디스토피아로 만드는 나쁜 리더와 좋은 리더를 대비시켜준다. 이재은 저자와 함께 유토피아 꿈꾸기에 동참하고 싶다. 꿈꾸다보면 고민하게 되고, 고민이 고민하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면 촛불처럼 행동으로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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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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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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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잘 안 읽는 나조차도 2017년 뜨거운 '베스트셀러'가 <82년생 김지영>임을 안다. 여러 매체를 통해 혹은 입소문으로 많이 듣다보니 제목까지 친숙해졌다. 궁금함에 허겁지겁 게걸스럽게도 읽어버렸다. 1978년생 조남주가 썼다. 여대를 졸업한 조남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면서 등단한 소설가이다. 어린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소설을 잘 모르지만, 적어도 김훈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자세를 절로 고쳐 앉는 예를 갖추게 되는 독자의 눈에 <82년생 김지영>은 그렇게 치밀한 소설은 아니다. 작가님께는 외람된 말씀이지만, "역작"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작품이 아니다. 뭐랄까, 여성잡지나 온라인 까페 '미즈들의 수다방'에 나올법한 수기 모음집같은 느낌? 그런데도 사람들은 <82년생 김지영>을 찾고, 읽고 또 권한다. 그 김지영에게서 누군가의 모습을 투영하여 공감하고 열광한다. 나로서는 이런 소설이 2017년 한국의 대중에게 잘 어필하게된 이유가 흥미롭다.

*

먼저 '김지영'이라는 흔해빠진 이름을 앞세운 작가의 의도는 뚜렷해보인다.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80년대생 대한민국 여자들이 흔히 겪어보았고 겪고 있을 불평등의 모습을 그리되, 그 모습이 스펙트럼의 끝에 위치하지 않고 대표성을 지니게 한다. 그럼으로써 김지영의 경험이 많은 이들과 공통분모를 나눠갖게 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자꾸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177)"라고 적고 있다.

*

가장 후련하고도 참신한 장은 1장인데, '빙의'들린 듯 김지영은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하고 싶은 말을 툭툭 해낸다. 말투, 몸짓 언어, 어휘까지 대상의 것을 가져와서 자신의 처지를 항변하는 데 쓴다. 예를 들어, 추석날 시댁에서는 "사돈어른,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릴게요. 그 집만 가족인가요? 저희도 가족이에요...(중략)... 그 댁 따님이 집에 오면, 저희 딸은 저희 집으로 보내주셔야죠."라고 친정엄마의 목소리를 빌어 시아버지에게 한 마디 따끔하게 던진다. '할 말 다 하고 살려는' 아내로 인한 불협화음과 아내의 정신건강이 걱정이 된 남편 정대현씨가 아내를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하면서 김지영 씨의 생애사가 펼쳐진다. 2장에서는 82년생 김지영씨가 2남 1녀의 둘째, 샌드위치로 태어나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을, 3장에서는 중, 고딩 때의 삶을, 4장에서는 대학생활과 사회 초년병 생활, 그리고 다시 5장에서는 결혼과 출산 그 이후의 모습이.......

*

읽는 내내, 정말 조남주 작가의 말처럼 '82년생 김지영'씨가 내 친구 중에, 내 동료 중에, 혹은 내 안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왜 나는 한번도 "국민학교" 시절 '남학생부터 1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남녀공학 여학생이었을 뿐인데  남학생과 똑같이 귀를 덮지 않는 길이의 짧은 머리카락을 강요당했을까? 여학생들 머리카락이 1cm씩 길어질 때마다 남학생들 SKY 1명씩 더 못들어간다는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뭔소리인가?"하며 못알아들었을까? 못알아듣는 척했을까? 생각해보면 김지영씨 못지 않은 벙어리였던 것 같고, 나뿐이 아닐 듯 하다.

행동하지 못하고,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데 가장 불쌍한 건 머리가 깨어 있는 사람이다. 머리로는 부조리, 불평등을 인지하면서 바꾸려고 목소리를 내지도 저항의 몸짓도 못한다. 그러니 소극적인 '빙의'형식의 연극을 벌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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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페미니즘 서적을 찾아 읽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읽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든다> 덕분에, 한동안 으쓱했다. 리베카 솔닛은 뼛 속까지 독립심이 강하다. 그래서 타격을 받아도, 내면의 힘이 강하기에 쉽게 굴하지 않는다. 차갑게 관조한다. 조용히 관조했다가 매가 먹이를 낚아 채듯 쏘고 간다. 그런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구조나 시스템의 변화, 인식의 변화는 좀 더 천천히 이뤄질 테니 개인들이 필요한 순간에 쏘고 갈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82년생 김지영>과 함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대한민국 사회 중년 남성들의 관점에서 남자로 살기의 애환을 그리고 있으니. <82년생 김지영>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바바리맨, 성희롱 상사, 관음증 몰카를 즐기는 직장 동료처럼 다 비루한 모습을 하고 있어 열이 받는 독자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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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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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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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He who has a 'why' to live for can bear with almost any 'how'”. (본문 137쪽)  

 

 불손한 목적에서 이 책을 골랐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 애서를 소개하는 글에서 누군가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원제: Man's Search for Meaning) 를 두 번 읽었다며 격찬했는데, 너무 의외였다. 그래서 직접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폭염 속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를 못 듣었을 만큼 푹 빠져 들었다. 내 눈으로  훑어지나가는 활자야 한 줄을 차지하겠지만, 빅터 프랭클이 그 한줄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겪고 생각했을지를 상상하면 죄스러울 지경이었다.

*

1946년 초판된 1부는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와 2부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에 더해 1984년 개정판에서 "비극 속에서의 낙관"이라는 장이 더해졌다. 1997년 집계했을 때 총 24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1억원 이상 팔렸다는 의 한국어판은 이시형 박사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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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 푸른숲 생각 나무 9
잔나 카리올리 지음, 안드레아 리볼라 그림, 이승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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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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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라는 문장이 비문일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우리에겐 인권이 있어요'가 문법적으로 옳은 문장 아닌가요?).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라는 책을 읽기 전에. "인권을 가지다," "인권이 있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운 데 비해, "인권이 없다"는 말은 그 자체가 불편할만큼 어색하게 들리지요? 그만큼 인권은 어찌보면 '인간다움'과 동의어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현실의 많은 장애들은 그 당연한 권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권리를 뒤흔들지요. 어린이에게 이 아픈 현실을 말해주어야 하나 고민되기도 하지만, '갑질'과 차별이 일상화되어가는 현실에서 오히려 어린 시절의 인권 교육이 아이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내 이름을 씁니다.
나는 옳지 않은 것에 반대합니다.
나는 늘 공부하고 배웁니다.
그래야 진정한 내가 될 수 있으니까요.  (42)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는 이태리 작가 잔나 카리올리가 쓰고 마찬가지로 이태리에서 포도도 키우고 그림도 그리는 안드레아 리볼라가 그림을 그린 책입니다. 어린이가 이해하기 쉬운 간결하고 쉬운 동시같은 형식으로 인권 관련한 해당 주제를 제시하고, 뉴스 기사식 정보로서 보충하는 형식을 취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은 / 사과처럼 예쁘고 달콤해. // 사과를 반으로 자르면 / 한쪽은 엄마고 다른 쪽이 아빠야."라는 동시같은 문구와 귀여운 사과그림을 제시한 동시에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이라는 설명글을 함께 실었지요. 이 책에는 이처럼 양성 평등, 사형제도 폐지, 교육받을 자유와 권리, 난민보호, 비폭력 운동, 성소수자의 인권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합니다. 어린이에게 익숙한 이름 간디나 말랄라 등이 등장하기에 어린이 독자도 '인권'이야기라지만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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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최규석 작가의 <100도씨>를 읽으며 "타인의 피로 얻은 과실을 따 먹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현재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음식점에 들어가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고, 결혼하고 싶은 이와 결혼하는 것이 "타인의 피로 얻은 과실일까?"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놀랐습니다. 또, 나 역시 그런 얌체족은 아닐까하는 뜨끔한 마음이 들어 놀란 것이지요. 어린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무엇이 사람을 존중하는 것인지, 그 존중이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것임을 어려서 인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의 추천사를 쓴 이탈리아 엠네스티 위원장 안토니오 마르케지의 말처럼, "인권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가파른 오르막길과 꼬불꼬불한 고갯길도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이 길을 걸어간 용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길을 같이 걸어간다면 더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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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계절 밥상 숨쉬는책공장 과학 아이 3
곽영미 지음, 송은선 그림 / 숨쉬는책공장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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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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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7월)은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사슴이 뿔을 가는 달, 풀을 베는 달, 옥수수 모양이 뚜렷해지는 달.
<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 "여름" 본문 중에서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의 그 유명한 TED강연, "Teach every child about food  (https://www.ted.com/talks/jamie_oliver?language=ko)"을 보았다면 '토마토'를 '감자'라는 영국의 꼬마가 잊혀지지 않을 테죠? 호기심이 발동해서 1학년 꼬마들에게 쌀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려보라고 했는데, 감자처럼 땅속의 줄기를 그린 친구, 나무를 그린 친구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제이미 올리버 강연에 등장했던 영국 교실 풍경을 남 이야기라며 웃어 넘기기에는 여기도 심각하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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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도 이렇게 말할 처지가 아닙니다. 한여름에 겨울 과일이라 할 귤도 박스로 사들이고, 3분이면 식탁에 오를 레토르트 미역국도 종종 삽니다.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 식탁까지 왔는지도 모르고, 때론 음식재료의 이름조차  '그 나물이 그 나물' 의 태도로 넘어갑니다 합니다. 부끄럽네요. 부끄럽기에 더욱 열심히 "제철밥상" 책들을 찾아 읽고 책 속 지혜를 흉내내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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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많은 깨달음을 준 책들입니다. <자연을 먹어요> 시리즈와 장영란 모녀의 착한 책! 자연을 닮은, 자연과 친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부모와, 착한 먹거리에 관심 많은 꼬마들에게 열렬히추천하고 싶네요. 여기에 한 권 더하겠습니다. 바로 <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 1월부터 12월까지 차근차근 그 달의 제철음식은 물론이거니와, 그 식재료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의 과정까지 세세히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동시처럼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아름다운 말로서, 각 계절의 대표 식재료와 계절의 변화를 노래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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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밥상"이 제목에 포함된 책들은 주로 채소, 과일, 곡류 위주로 제철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소개하던데 <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의 독특한 차별점은 이 책엔 유난히 해산물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지요. 예를 들어 11월의 계절밥상을 소개하면서, 전어,꽃게, 홍합, 낙지, 옥돔, 청어, 연어까지 줄줄 등장합니다. 솔직히 제철 야채는 좀 알아도 제철 수산물을 제대로 기억하는 게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도움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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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도, 페이지당 활자도 많지 않은데 <자연이 가득한 계절 밥상>은 다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이 글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거든요. 퍼즐맞추듯 계절의 변화에 따른 들과 바다의 미묘한 변화를 찾는 재미가 큽니다. 예를 들어 폭우로 엉망이 된 7월의 밭에서 고추가 초록색이었다면 8월의 밭에서는 더욱 빨갛게 익어 있지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완제품"처럼 카드 한 번 긁는 행위로 사 먹는 음식들이 실은 이렇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영글어 왔음을 그림으로 자연스레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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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가득한 계절밥상>은 단지 "밥상"만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땅과 비바람, 햇볕, 농부, 농사, 생물종의 공존. 인간의 삶과 자연, 그 순환까지.....정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끝까지 다 읽고도, 다시 한장 한장 천천히 마음속에 새겨가며 살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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