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우체부 아저씨
미셸 쿠에바스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이창식 옮김 / 행복한그림책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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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우체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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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로부터 잠시 쉬고 싶어도 스마트폰 카톡이 껍데기의 말들을 쉬임 없이 쏟아내고, SNS에 삶의 조작된 이미지가 계속 올라가는 요즘 세상. '외로움도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외로운 상황을 주체적으로 만들거나 혹은 즐길 수 있음은, 이미 그 사람이 남다른 차원의 내공을 갖췄다는 뜻일 테니까요. <바다 우체부 아저씨> 역시 외롭게 삽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늘 곁에 함께 하긴 하지만, 언덕 위 조그만 집에는 아저씨 뿐이거든요. 아저씨에게는 이름도 없어요. 편지를 보내줄 친구도 없습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찝찔한 바다냄새가 함께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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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고독 속에서 아저씨가 평온하고 늘 부지런 할 수 있음은 아저씨의 일거리 때문일 테지요. 아저씨는 바다에 떠다디는 병을 건져올려 그 안에 들어있는 편지를 주인에게 전하는 일을 해요. 때론 산책하듯 슬슬 걸어가서 편지를 전할 때도 있고, 몇달이 걸려서 가까스로 전하기도 합니다. 편지 전하는 일을 사랑하는 아저씨이기에 아무튼 꼭 편지를 전해줍니다. 그래도 가끔은 쓸쓸해지거나 욕심이 날 때도 있답니다. 아저씨도 편지를 받아보고 싶은 거예요. '그 누구'에게서라도요. 하지만 아저씨의 표현에 따르면 그 일은 "바닷가 모래밭에서 인어 손톱을 찾아내는 일"보다 더 어렵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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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런, 데. 인어 손톱을 찾아내는 일만큼 어려웠던 그 일이 현실이 되었어요. 아저씨가 파티 초대장을 받은 것이지요. 정확히 말하자면 수신자가 아저씨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저녁 썰물 때 바닷가에서 파티를 기대하고 있는 그 누군가가, 아무도 찾아 오지 않았을 때 실망하게 놔둘 수 없었어요. '주인을 찾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전해야했어요. 썰물 무렵 아저씨는 조개 껍질 선물을 들고 바닷가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독자들이 깜짝 놀랄 만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지요.
*
2011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에린 E 스테드'의 몽환적이도록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은 <바다 우체부 아저씨>를 더욱 시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면서, 자신의 꿈을 겸손하게 추구하는 이에게 결국 꿈이 이뤄지는 행복이 온다는 소박한 메시지를 실어서 말이지요. 참,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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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간 날 그림책은 내 친구 43
윤여림 지음, 임소연 그림 / 논장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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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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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한글을 잘 모르는 꼬마의 일기를, 누가 그 마음을 훔쳐 보고 고스란히 옮겨 적어준 작품 같습니다. <수영장에 간 날>은 윤여림 작가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더듬어 글로 옮기고, 마찬가지로 어린시절 수영장에서 보낸 기억이 떠올라 한 달음에 작업했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임소연의 협업으로 태어났습니다. 특별히 클라이맥스도 없고, 환상적인 시공간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주인공의 통통 튀는 매력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끌리는 그림책입니다. 편안하게 해줍니다. '아, 나도 그랬는데. 아! 아이들이 그렇겠구나.' 그런 부드러운 기억을 되살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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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연이는 수영장에 왔는데도 즐겁지가 않습니다. 꼬마 수준의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코에 물이 들어가면 어쩌지, 물에 빠지면 어쩌지……. 귀엽게 차려입은 수영복의 발랄한 색감과 달리 연이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오빠들은 '겁쟁이'라고 놀리고, 친구는 물에 들어가자고 조르네요. 에라 모르겠다! 풍덩! 아! 시원해! 아! 신나! 아, 재밌다! 연이는 어느새 겁따위는 저만치 날려버렸습니다. 친구랑 튜브 끌어주며 놀고, 물장구 치다보니 즐거워서 입이 절로 '헤어' 벌어질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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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무척 자연스럽지만, 기억을 어쩌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닮아 그림으로 옮길 수 있나 싶게 임소연 일러스트레이터의 부드러운 그림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수영장에 간 날>을 더욱 '착한 그림책'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라는 연이만큼이나, 이 그림책으로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된 독자 역시 "즐거운 시간" 가졌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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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미지 - 이미지 과잉 시대에 ‘생각하는 이미지’를 말하다 이종건의 생활+세계 짓기 시리즈 3
이종건 지음 / 궁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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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미지 이미지 과잉 시대에 '생각하는 이미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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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모두에 "최," "순," "실"이라는 그 유명한 고유명사가 등장한다.  탈 진실(Post_Truth) 시대에 촛불 집회라는 "완전한 의미의 비폭력 상태를 유지 (8)"한 대한 민국국민을 칭송하는 동시에  가짜 뉴스 (fake news)의 치명적 독성을 환기시킨다. 말보다는 이미지에 의한 선동이 앞서서 진실을 가리는 탈 진실의 세상에서 '가짜뉴스'야 말로 "합리적 사고와 의사소통을 방해 (11)"한다고 이종건 교수는 강력히 경고하는 것이다. 현실을 치환하는 가짜 뉴스, 가짜 가벼운 이미지를 구별해내어 프로파겐다에 휘둘리지 않으려거든 '깊은 이미지'를 사유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쉽지 않다. 물론 "없는 지점 곧 영점 零點에서 플러스를 다루는 것 (33)," 다시 말해 깊이 없는 것을 해명함으로써 출발할 수도 있는 작업이지만, '얕이,' '깊이' 등 언어 그 자체가 사물화 경향을 띠고, 개념 명사는 워낙 느슨하게 의미를 나르므로 '깊이 있음'을 묻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묻는 일 자체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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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이미지>는 "이종건의 생활 + 세계 짓기 시리즈"의 제 3권이다. 이전에 <시적 공간>, <살아 있는 시간>을 읽을 독자라면 "산다"를 능동사가 되도록, 능동의 힘을 부추기려고 내 놓는다는 이 시리즈 기저의 의도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겠다. 혹은 메를로 퐁티, 아도르노, 발터 벤야민, 니체, 칸트의 인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적 레벨의 독자라면 <깊은 이미지>가 추구하는 깊은 메세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다. 나의 경우, 두 둘다 해당 사항이 없기에 열심히 메모해가며 <깊은 이미지>를 읽어도 시선이 활자의 얕은 층만 오간듯 하다.  얕은 독해력이 안타깝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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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얕은 독해력에 불구하고, 눈에 들어오던 문구가 있었는데, 바로 "어려운 아름다움 (63)"이 그것이다. 프로파겐다의 방편으로 전락하기 쉬운 '쉬운 아름다움(67)'과 달리, '어려운 아름다움'은 깊은 아름다움이기에 다른 차원의 삶의 진리로 나아가라고 우리를 추동시킨다. 이종건 교수는 "지도자의 격에 턱없이 못 미치는 미숙한 언어구사력도 문제였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사라져가는 주름살과 변해가는 얼굴 윤관은 적잖은 충격 (64)"이라며, 가짜 아름다움 즉 쉬운 아름다움에 현혹될뻔한 우리 국민이 그 얕은 프로파겐다에서 빠져나왔음을 축하하는 것도 같다. 그렇다고 완전히 빠져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탄핵 심판 앞에서 촛불과 태극기 양극으로 나뉘었던 대한민국은, 각자 자신의 신념에 부응하는 매체들만 믿고 다른 매체들은 불신하는 불통의 세계를 짓는 중 (130)"이며, 이미지는 "옷 젖는 줄 모르는 가랑비처럼 알게 모르게 스며들(131)'기에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음은 계속 날카롭게, 근원을 묻는 질문을 던지는 삶과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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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이미지>를 읽으며, 소비주의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의 허상을 진실로 믿고 추구하다보면, 더 큰 힘의 결집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페터 슬로터다이크 (Peter Sloterdijk 1947~ )의 경고가 떠올랐다. <분노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는가?>를 <깊은 이미지>와 교차해 읽으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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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의 초등5·6학년 학군상담소 - 공부도 잘 시키고 노후도 든든한 가성비 최고 학군 찾기!
심정섭 지음 / 진서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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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의 초등 5*6학년 학군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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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 친숙한 이름이기는 한데, 솔직이 누구이신지 잘 몰랐다. <심정섭의 학군 상담소>를 휘리릭 훑어보니 강남과 판교, 경기권 부동산을 꿰뚫고 있고, SKY내다볼 중고등학교 추천에 "신의 머리"를 가진 분 같았다. 살짝 선입견이 생겼다. 사교육, 강남불패신화 조장자 아닌가? 그런데 막상 <심정섭의 5*6학년 학군 상담소>를 찬찬히 읽어보니, 그렇게 단순히 말할 수 없겠더라. 뭐랄까, "부모 재력과 학업 성취도"의 상관관계를 마치 모두가 인정하는 "common sense"인양 이야기하고, 도곡동 일대와 판교 혁신학교 부근 부동산 시세 추이를 줄줄 꿰차고 있기에 살짝 삐딱하게 보려했더니, 그러기에는 굉장히 솔직하다. 솔직해서 피가되고 살이되는 구체적 조언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심정섭"의 네이버 "학군과 교육까페"를 많이 찾나보다.

35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에서 의외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자녀교육은 종합예술이다 (80쪽)"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장이다. 유초등 시기의 영재교육이 오히려 아이의 '회복탄력성'을 죽일 수 있다며, 부모 욕심으로 아이를 괴롭히지 말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천부적인 능력을 존중하고, 내가 원하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교육의 묘수를 찾기를 기대 (85)"한다고 의견을 피력한다. 20여년을 사교육, 입시현장에서 헌신해온 저자인지라 '자녀교육'을 예술에 비유하는 주장은 그가 숱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고, 제자를 길러내면서 경험으로 얻은 혜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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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심정섭의 초등 5*6학년 학군상담소>는 마침 잘 편집된 중고등학생용 참고서처럼 보기가 쉽다. 읽는 자, 독자의 수요와 니즈를 간파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이 책을 찾는 학부모 유형을 4가지로 정리하고 각각에게 가장 필요한 충고를 담은 사례나 페이지를 첫들머리에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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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제목에 "5*6학년"이라는 문구가 삽입된 이유도 설명한다. 학군을 바라보고 이사하기에 최적기는 아이가 초등 5*6학년 때라는 것이다. 이보다 이르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늦어지면 아이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낮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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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정섭의 5*6학년 학군 상담소>는 심정섭이 직접 온오프라인에서 상담해준 숱한 학부모들을 실사례로서 본문에 녹여 냈기에, 구체성과 현실감이 크다. 이분야 까막눈 부모도, 뭐좀 아는 부모도 꽤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이 책을 꿰뚫는 기본적인 전제를 몇가지 뽑아보자면

1. 뭐니뭐니 해도 어느 지역, 어느 학교 출신이냐가 아이의 향후 미래에 큰 결정 요인이다.
2. 부모 재력 엄청나게 중요하고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본문에 평범한 서민가정에서 국제중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에게 심정섭 저자가 직언한다. 영국 보딩스쿨 같은 국제중을 서민출신 아이가 얼마나 위화감 느끼며 힘겹게 다니겠냐고. 차라리, 그럴 바엔 국제중 가지 말라고)
3. 영어보다 앞으로의 관건은 수학이다.
 아무튼, 제목인 "학군상담소"처럼 제대로 상담해주는 책이기에, "학군"때문에 이사를 고려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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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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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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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제목 조오타! <책이 좀 많습니다> 누군가 자기를 소개하는 말에 이런 문장을 적어 놓는다면, 그 사람과 말 나눠 보고 싶어할 것 같다. 겸손한 느낌을 주지만 장난기도 느껴지게 도전적이기도 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도대체 '얼마나 많길래!' '왜 하필 책인 많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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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많다는 분은 직업이 헌책방 사장님이시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골목길 문화 살리기, "이상하 나라의 앨리스" 작가 루이스 캐럴 자료 수집, 그리고 책 읽기와 쓰기에 열중한다. <책이 좀 많습니다> 이전에 이미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 <심야책방>을 썼다. <책이 좀 많습니다>의 주어는 저자 "윤성근"이 될 수도 있고, 그의 손님들이자 애서가들, 혹은 이 책의 인터뷰이들이 될 수 있다. 총 23명의 인터뷰이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그들의 집을 수고스럽게 일일이 방문한다. 혹은 그들과 '냉면'을 먹거나, 점심엔 할인하는 호텔 뷔페를 먹거나 토끼처럼 귀엽게 깎아낸 사과를 함께 먹는다. 원래 알던 이들을 인터뷰했기에 소개글마다 애정과 따뜻함이 넘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면, "인터뷰어 폭이 넓은 만큼, 인터뷰이를 넓게 보여준다"라 할까?

책덕후 활자중독자 윤성근이 넓게 보는 만큼 인터뷰이의 책꽂이와 사람됨을 몇 페이지 안 되는 짧은 글에 압축해낸다. 헌책방 찾아오는 손님 중 책만 많다고 윤성근의 레이다에 걸릴 수 없다. 책장은 단촐해도 책 사랑이 뒤지지 않는 이, 책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이, 거주 공간보다 책 공간을 우선하는 이, 다양하다. 등장인물의 직업도 다양하다. 번역가, 기자, 회사원, 판소리 고수, 자유 기고가, 교사, 수의사 등.

그들의 책장을 훔쳐 보는 재미, 어떤 취향의 애서가이건 말이 잘 통하는 윤성근의 내공에 감탄하는 재미.

그래서 나는 <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고나서 근처 도서관마다 그의 책을 다 신청했다. 이런 책덕후들이 잘 살아야, 종이책 문화, 불 안꺼지리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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