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청춘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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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글쟁이"로서의 유시민에 열광하는 팬들이 많다. 그의 사람됨이나 생각의 깊이, 글솜씨를 사실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는데 <청춘의 독서>를 읽고 '아하! 이래서 유시민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2017년의 1,2월에 읽은 수십권의 책 중 top3에 올리고 싶을만큼 푹 빠져 읽었다.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미 큰 이름의 반열에 오른 유시민으로서는 '너, 참 건방지다'하겠지만, 읽으면서 유시만 작가와 공통점을 많이 느꼈다. 우선 그도 정말 책 읽기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책벌레였다.  남들 잘 안 읽은 러시아 문학에도 심취했었다. "가끔 나는 내 자신이 물 밖으로 팽겨쳐진 물고기같다고 느낀다.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잘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면서 나에게 친숙한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머무르고 싶다. (312쪽)"은 특히 지난 몇 년간의 내 심적 상태를 압축해서 마치 내가 쓴 문장처럼 느껴진다.

*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 정치인에서 초야로 내려와 방황하던 시기에 쓴 책이다. 2008년 초판인데, 당시 대학생이던 그의 딸에게 헌정한 책이다. 아버지로서의 유시민 역시 떳떳하다. 비록 활자에 경도된 젊음이었을지언정, 그는 지적인 욕구가 남들보다 강했던 만큼 그것을 충족시키고자 최선을 다했다. 게다가 역사 선생님인 그의 부친의 영향으로, 남들이 소홀히 한 역사서에 몇 걸음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똑같은 책을 읽어도 그가 읽어내는 깊이는 다르다.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역사서를 가장 멀리해왔던 나의 독서 편식을 심히 부끄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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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공부하기 고수 답게 그는 <공산당 선언>도 여러 언어로 비교해 살펴본다. 독일유학파답게 운율의 맛이 독일어 버전이 최고라고 한국어 번역 버전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런 자신감 있는 비교 평가는 '원전을 직접 읽는' 자만의 여유다. 한국의 평균치 교육에 길들여진 자로서는 '공산당 선언'은 그 다섯 음절 외, 더 길게 머릿 속에 남아있지 않을텐데 유시민은 그 숱한 고전의 원전을 읽었다. 심지어는 구하기 어렵다는 멜서스의 <인구론> 번역본을 다시 찾아 읽고, <역사란 무엇인가>를 총 예닐곱번이나 정독했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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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면 그가 관념적으로 지향하는 세계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노무현을 존경했던 그는 차별 없는 세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그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글 쓰기로서 그 관념을 실천하고자 한다. 무지함이 휘두르는 펜대는 힘이 없다. 유시민처럼 깊이 읽고 사색하고 내공을 쌓은 자의 펜대는 힘이 있다. 내가 취할 점이다. 아울러, 그가 소개했으나 나는 제목만 들어본 책인 <진보와 빈곤>이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시간 나는 대로 읽어봐야 겠다. 20년 전에 멋모르고 읽은 <대위의 딸>, 그보다 더 어렸을 때 읽어서 장님 문고리 잡기의 심정만 기억에 남는 <죄와벌>역시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청춘의 독서>는 진정 두 세번 다시 읽고 싶은,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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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베트남 - 생생한 베트남 길거리 음식 문화 탐험기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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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베트남>, 2015년에 메모해가며 읽은 이후 15개월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첫 리딩에서 호기심 때문에 페이지를 빨리 넘기며 읽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여유있게. 두 번째 읽다보니 내용보다는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들었다. 원제가 , 즉 먹거리와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책인데 좀 비주얼 자료를 영리하게 배치했던들 독자들이 훨씬 즐거워졌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블로거이자 저자인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가 운영하는 블로그"누들파이" http://www.noodlepie.com/에 놀러가보면, 책 제목에 나오는 베트남의 노상 포장마차 사진은 물론 한국의 뒷골목 맛집 등 다양한 사진 자료가 쏟아지는 데 말이다. 하노이와 사이공의 길거리 음식은 "갔노라, 먹어 보았노라"하지 않고 활자화된 상상력으로만은 음미하기 어려워서 하는 아쉬운 트집잡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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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은 운 좋은 작가이다. 애초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거나, 음식 전문 블로거를 꿈꾸지 않았다. 1995년 정리해고를 당한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새벽에 식당에서 접시를 닦는 일을 하다가 '대안'을 찾고자 일자리 클럽에 가입했다. 그 곳에서 추천한 직업은 영어 교사. 영국에서는 젊은 실업자일뿐이어도 90년대의 한국이나 베트남에서라면 말이 달라진다. 영어 사대주의에 걸려 '원어민 선생님' 구하기에 혈안이 된 이 나라들에가면 대접이 달라질 테니. 교사로서의 경험이 제로인데도 단지 "영어를 모국어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두둑한 월급 봉투에 대접이 달라지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그가 처음에 찾는 나라는 "바람결에서 김치 냄새가 묻어나는 (44쪽),"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까만 머리를 한 (45쪽)" 한국이었다. 한국 익산에서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자칭 "영어를 뱉어내는 기계 (24쪽)"였기에 "이리 여자 중학교 영어부에 있는 세 명의 중년 (한국) 어머니들에게 부사 관련 질문, 시제 설명, 스펠링 체크를 제일 잘해줄 수 있는 최적의 자리에 설치 (24쪽)되는 영광 아닌 수모를 겪었다고 <맛있는 베트남> 초반에 기술한다. 그가 다음에 선택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었다. 여기에서도 영어를 구사하는 푸른 눈의 외국인은 대접 받았다.

*

공식적 본업은 영어 교사였지만, 부업으로 베트남 길거리 음식, 아니 베트남 현지인이 즐기는 "진짜 음식"을 탐험하기로 작정한다.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베트남 길거리 음식, 'food safari'가 시작된 것이다. 비만 인구가 많은 영국인의 눈에 베트남 국민들은 "언제나 먹을 것을 준비했고, 뭔가를 요리했고, 요리 재료를 구입했고, 무엇을 요리할지 얘기했고, 직접 요리한 걸 먹었고, 다른 사람들이 요리한 걸 먹기도 했고, 자기들이 요리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얘기 (133쪽)"하면서도 "국민들의 허리 라인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강한 인상을 받은, 베트남 국민의 "음식에 대한 전국가적인 집착 (133쪽)"에 자신도 빠져보기로 한다.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부탁해서, 진짜 뒷골목의 진짜 베트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달라고 한다. 때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 쏘다니며 그런 음식을 찾는다. 제목과 영문판 표지에 등장하는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도 그렇게해서 앉은 것이다. 롱다리의 덩치 좋은 서양인이, 몸집 작은 베트남 현지인들이 주로 앉는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현지인의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등받이 없는 낮고 작은 의자가 주는 물리적 불편감에 더해, '혼자 외국인'인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의 부담감도 컸을 텐데 그는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찾는 "진짜 베트남"을 느끼는 중이기에.
*
예쁘게 장식되어 나오는 호텔 뷔페 음식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식을 맛보고 그를 통해 그 문화를 엿보고 싶은 사람은 <맛있는 베트남>을 읽으며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용기와 도전정신을 배워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맛있는 베트남>에 이어, 2017년에 출간하려는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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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디톡스 - 15년간 동의보감 연구로 밝혀낸 자연 해독의 비밀
방성혜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동의보감 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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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디톡스> 표지가 상큼하다. "동의보감"이 주는 생경함과 부담감을 상쇄해줄만큼.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디톡스'며 '애드톡스'라는 단어와 '동의보감'이 조합되다니,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빙고! 예상대로 저자이자 동의보감 전문 한의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방성혜는 이 책을 두고 "디톡스의 홈 버전 (home version)," 즉 보급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문가용 "닥터 버전 (doctor version)"은 한의원을 방문하여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설명을 곁들여서. 다시말해, <동의보감 디톡스>는 동의보감이나 어려운 용어에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편히 읽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처방을 실었다. 
*
저자 방성혜의 약력이 참 흥미로운대, 남들 다 부러워할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아이를 둘이나 낳고 늦깍이로 한의대에 입학했다한다. 그것도 한의대 서열 1위의 경희대학교! 이후 동의보감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을 썼다. 그의 세 번째 책인 <동의보감 디톡스>는 비단 다이어트를 갈망하는 이 뿐 아니라, "습관을 바꾸고 싶은, 나아가 운명을 바꾸고 싶은"이들을 위해 썼다고 한다. 읽다보면 저자의 시아버지나 저자의 남편, 혹은 한의대 지인과 한의원의 고객들의 에피소드가 수십개는 등장하기에 신뢰도 가고 읽는 잔재미도 쏠쏠하다.  
*
저자는 <동의보감>의 내용을 빌어, 빼내어야할 3종 독소 덩어리를 "담음, 어혈, 식적"이라고 소개핸다. 식사 때도 아닌데 배에서 꿀렁꿀렁 소리가 나거나, 계속 가래가 올라오거나 아무리 비싼 화장품을 발라도 얼굴에 기미며 여드름이 올라오는 자들은 이 독소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래 표는 '식적'의 증상들이다. <동의보감>이 저술되던 시기에는 이 3종 독소가 가장 무서웠다면, 여기에 더해 화학약품과 공해독 공세를 받는 현대인들의 몸은 견뎌날 재간이 없다. 그래서 암에 걸리고, 그래서 원인 모를 몸의 부정적 증세가 올라오는 것이다. <동의보감 디톡스> 2장의 제목처럼 "오장육부를 꺼내어 박박 씻을 수는 없을까?" 없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소식과 절식. 나쁜 음식을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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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으로는 사람마다 맞춤형 해독을 해야겠지만 <동의보감 디톡스>는 홈 버전인 만큼 일반적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자신에게 맞는 해독 쥬스(생강차, 귤차, 도라지차, 연잎차 등)과 운동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

 

해독 1단계는 준비기: 식습관 바꾸기: 절식, 자연식(현미밥 & 채소)만 먹기, 커피와 밀가루 음식 끊기.

 

2단계 청소기: 정화주스 이용하기, 절식.

 

3단계 회복기 : 자연식으로 건강한 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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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는 333으로 시도해보아도 좋지만, 효과는 777에 비할 수 없다. 777은 무려 3주를 소식, 절식하며 해독차를 마셔야하는 관계로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이들이 사실상 엄격히 지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동의보감 디톡스'의 효과? 저자 방성혜의 남편이 몸소 보여준다. 하루 담배 한 갑에 커피 10잔을 마시는 습관을 가졌던 저자의 남편이 디톡스를 하고 나더니 담배에서 풀냄새가 난다며 확 담배 피우는 양을 줄였다고 한다. 미각이 돌아와서 예전에는 짠 줄 모르고 맛있게 먹었던 김치찌개가 짜게 느껴진다거나 자연식의 맛을 음미하게 된다. 물론 살이 빠지고 피부가 좋아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고보니 10대부터 20대까지 참 단식을 자주했는데, 한 동안 아예 시도조차 못하고 책으로만 "단식, 소식"을 접하고 있다. 3월, 집안만 대청소할 게 아니라 내 몸 청소로 333, 딱 9일만 디톡스 해봐야 겠다. 디톡스 일지는 3월 중 올리기로 스스로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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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의 무서운 이야기 - 당신이 믿는 상식이 당신을 죽인다
후나세 슌스케 지음, 윤새라 옮김 / 어젠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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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의식주 의 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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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서적계의 옐로우 저널리즘. <의식주의 무서운 이야기>는 해골을 그려넣은 표지만큼이나 선정적이고 단정적이다. 별 생각 없이 읽었다가는 세상살이에 대해 불신감 200배에 조바심 100배로 올라갈 것이다. 취할 부분만 취하되, 저자의 주장을 걸러 들어야 한다. 아주 선정적이고 극단적이다. 책은 잘 팔릴지 모르겠지만.
 
출판사 측엔 미안하지만 <의식주의 무서운 이야기>를 혹평하면서도, 이책을 다 읽고 나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일화가 있다. 한 산부인과 관계자가 임신한 여성의 양수에서 평소 그 산모가 애용하던 샴푸 냄새가 났다고 진술한 사례이다. 최근 김정남의 독살 경로에서도 입증되었듯 피부를 통한 경피독은 침투도 빠르고 침투력이 무시무시하다. 파라벤이 잔뜩 들은 화장품을 처덕처덕 바르고, 실험용 생쥐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합성 샴푸로 매일 머리를 감으면 보이지 않는 사이에 화학약품에 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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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주의를 준 아이템을 다 피해서 살려면? 병원에 가지 말고, 감기약이나 항암제는 아예아예 멀리하고. 파라벤 들어간 화장품 (시판 화장품의 대부분)은 아예 바르지 말고, 전기장판 절대 쓰지 말고, 녹색 채소도 지나치게 먹지 말고 수술할 때 수혈 절대 받지 않아야한다. 저자는 다 지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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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마르코 베레토니 카라라 지음, 치아라 카레르 그림, 주효숙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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ϻ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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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요."하면 <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를 밀어내는 아이의 반응이 당혹스러웠다. "같이 읽어볼래?"했더니, 10대 청소년인지라 쑥스러워하며 혼자 다시 읽어보겠노라 한다. 곱씹어 읽으며 아이는 작품의 의도를 이해했을까? '너 자폐아라고 들어봤니? 본 적 있니?' 꼬치꼬치 캐물으며 아이의 독해에 참견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병명으로 사람을 규정해버리는 것도 사실 폭력이므로. 그 아이는 그 아이이지, '자폐아'로서 깔때기에 걸러진 듯 단 하나의 정체성을 갖지 않으므로.

사실 본문 어디에도 '자폐아'라든지 '이상하다'라는 표현이 쓰이지 않았다. 그렇게 읽고 싶음은 낡고 닳은 내 마음일 뿐. 작가 마르코 베레토니는 의도적으로 단어를 조심해서 썼으리라. 아마도 "그냥 다를 뿐이라고. 조금 다른 존재일 뿐이라고. 그런데 그 다름은 이 누나뿐 아니라 사람이면 모두 생명체면 모두 조금씩 다르니 비딱한 시선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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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는 시적인 아름다운 문장과 한 호흡인양 어우러진 일러스트레이션이 일품이다. 이태리 태생 치아라 카레르는 20여년간 100여권의 어린이 책을 펴냈을 만큼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에 전념해왔다. 1995년 유니세프 상, 1999년 안데르센 상, 2000년 볼로냐 라가치상 우수상, 2003년 브라티슬라바 황금사과 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에 더욱 빛나는 이탈리아 대표 그림 작가이다.

*

그는 의도적으로 <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에서 독특한 벽지 모티브를 사용한 듯 하다. 간지를 가득 매운 꽃, 줄기와 잎은 방향성을 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얽키고 설켜 있다. 제멋대로 유선형의 몸선을 뽐내는 그 얽힌 모습이 혼란스러워보이기 보다는 독특하게 매력적이다. 치아라 카레르는 꼴라주와 연필로 죽죽 그은 선이나 사라의 그림자를 통해 그 불안정한 내면 세계를 표현한 듯 하다. 때로는 사라가 벽지 속으로 사라진 듯, 벽지와 하나인듯 느껴지기도 하다. 이내 그 벽지는 활기를 품은 듯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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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를 감상할 때는 벽지와 사라의 그림자에 주목하면 좋겠다. 이 세계에도 저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중간지대의 이방인으로서의 사라. 동생은 그런 누나가 ˖로는 무섭지만 그래도 좋다. 누나니가. 누나 역시 때론 무섭게 굴 때도 있지만 기분이 좋을 때면 동생을 꼭 끌어 안아준다. 동생을 사랑하니까...그게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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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뇌싱경학자  故 올리버 색스의 저서를 읽다보면 사람과 사람의 기본적 소통이 안 될때 얼마나 절망스러운지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다. 틀림 없이 자폐증을 가진 가족 일원을 둔 가족에서는 그 소통 불가능성에 절망하고 괴로울 것이다. 그럼에도 <누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이 있어>에서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존재를 긍정하는 모습은 멀리서 기웃거리는 독자에게도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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