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 - 아프지 않고 100세까지 사는 하루 1시간 걷기의 힘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이선정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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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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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2016)을 보는데, 하정우란 배우에게 눈이 갔다. 울퉁불퉁 근육질이 아닌데, 경쾌하고도 민첩한 몸놀림이 참 건강해 보이더라. 그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걷기 마니아'라 할 만큼 평소 많이 걷는다 했다. 10,000보 이상을 매일 걷는다는 그에게서는 여유로운 표정과 곧은 육체가 생체무기처럼 빛났다. 하도 안 걸어서, 하도 햇볕을 안 쬐어서 비타민 D 결핍증이네, 각종 대사 증후군으로 고생한다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하정우식 걷기 건강법이 더욱 돋보였다.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 - 현대인의 생활습관병은 너무 안 걸어서 생겼으며 걷다 보면 자연히 해결된다 - 에서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개인병원 의사이기도 한 나가오 가즈히로는 '90%의 병이 낫는다'는 말을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는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독자들이 걷기 바란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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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화가 사회 전반 상당히 진행된, 종종 과잉진단의 폐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는 일본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생의학에 반대하는 목소리의 책들이 자주 출간된다.  <암과 싸우지 마라>의 곤토 마코토가 대표적 예일텐데,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저자는 "어째서 정부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까? 환자가 줄면 의료계가 곤란하기 ˖문이 아닐까? 온 국민이 본격적으로 금연과 걷기에 매진한다면 일반 개업의를 찾는 환자는 절반으로 줄어들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의사는 파산할 수 밖에 없다. 대형 병원에서도 많은 환자를 잃을 것이다."(87쪽)이라며 꽤 직설적으로 의료계와 정계의 유착관계를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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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걷기는 단순히 건강만 증진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인생까지 바꿔준다고 한다. 우울증과 치매, 각종 생활습관병의 예방과 치료에 걷기가 효과적일 뿐 아니라 정신까지 맑아지게 해준다고 한다.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 하는데, 30년간 임상 경험에 따라 저자는 많이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형용하기 어려운 자신감과 만족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저자의 진료실을 찾는 많은 이들이 '아파서 못 걷겠다'고 호소해오는데, 저자는 "아파서 못 걷는 것이 아니라, 걷지 않았기에 아픈 것이다."라며 반박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지팡이를 활용한 노르딕 워킹이나 폴 워킹이라도 시도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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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을 때는, 두 팔을 자유롭게 해방시켜라!

부득이하게 짐을 날라야한다면, 백팩을 메고 걸으라!

두 팔을 리드미컬하게 흔들어라, 특히 팔꿈치를 의식적으로라도 뒤로 당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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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엘레베이터 의존도가 높은 평소 생활습관을 반성시켜켜주는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걷기를 예찬하는 저자 나가오 가즈히로야 말로 평소 걷지 않는 생활습관을 지녔다고 한다. 솔직한 저자는 "말로만 운동하는 날라리 의사의 걷기 선언"이라는 다소 귀여운 제목으로 에필로그를 장식한다. 독자더러 "어서 일어나 걸으세요"를 매 페이지마다 외치던, 저자 역시 의자에서 일어나 함께 걷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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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집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책 상수리 그림책방 5
김선진 글.그림 / 상수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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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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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을 넘겨 보았을 뿐인데, 왠지 작가 김선진을 알게 된 느낌이다. '일상의 따사로움'을 소중히 여기고, 마음이 따스하며, 그 따스함을 기꺼이 타인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는 예술가. <나의 작은 집>은 작가의 목소리와 경험이 잔뜩 묻어나는 아기자기한 그림책이었다. 상상해보건대, 아마도 싱글 젊은 여성으로서 검소한 삶을 사는 저자는 이사를 자주 다녔나 보다. 집을 옮겨 다니다 보니, 몽글몽글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내가 오기 전에 이 공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작가가 설마 사설 탐정처럼 이전 거주자에 대한 조사를 했을리는 없겠고,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거주자들을 상상했겠지?

 

흥미롭게도 작가의 <작은 집>을 거쳐간 사람들은 예술가인 작가만큼이나 무엇인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먼저, 자동차 정비사 아저씨.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자동차 여행을 한다하니, 통속적인 상상력 속에서 늘씬한 미녀가 그려진다. 그런 진부한 통속성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다음 페이지 정 중앙, 자동차에는 정비사 아저씨와 늙은 어머니가 함께 하고 있다. 따뜻한 그 마음에 절로 눈웃음이 지어진다. 사진사 아저씨도 이 공간에 살았다고 한다. 군산여행에서 보았던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이자 옛 사진관 기억을 나게 하는 사진관이 그려있다. 사진사 아저씨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는 따뜻한 사진을 찍어나간다. 모자 가게 청년들이란 캐릭터 설정도 흥미로웠다. "나는 이 모자!" "나는 요게 더 이뻐" <나의 작은집>을 함께 읽던 아이들이 청년들의 모자 구경에 정신이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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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비어 있던 이 집에 아담한 체구의 아가씨가 이사온다. 아가씨는 쉬고 있던 집에 생명의 손길을 불어 넣어 준다. 먼지 털어내고 반질반질 청소는 물론이거니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따뜻한 색감의 양탄자를 바닥에 깐다. 작은 화초들을 늘어 놓고, 선반도 만들어 달았다. 예술가라는 직업에 딱 어울리는 창조의 공간으로 작은 집을 꾸몄다. 공간의 배치와, 공간에 놓인 사물을 통해 그 공간과 소통하는 사람의 성향, 성격까지 보인다는 건 참 신기한 경험이다. 작가는 그렇게 공간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으며, 우리 역시 공간과 보이지 않는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작은 그림책을 통해 전달해준다. 조금 어려운 말로 '집의 역사성'이라고나 할까? 사방이 시멘트인 물리적인 공간에서 작가는 사람의 온기를 되살려 내고, 사람의 자취에서 그들이 품었던 꿈과 사랑을 읽어낸다. 게다가 현실이라는 장에서도, 자신의 앞마당을 기꺼이 마을 사람들을 위한 담소와 휴식의 공간으로 꾸며 내놓는 모습에서 독자의 마음은 더욱 따뜻해진다.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맛있는 초코 쿠키 한 상자 들고가 인사 건네며 작가가 내놓는 차 한잔 얻어마시고 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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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담은 예쁜 엽서들. <나의 작은 집>을 읽고나니, 마음이 훈훈해져서 엽서 여러장이 모자르다 느낄 만큼 엽서 쓰고 싶어지는 사람들 얼굴이 떠오르네요. 이처럼 한 권의 그림책이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손글씨를 쓰게 해주다니 마법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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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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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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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에서 초판 번역본이 나온 이래, 무려 54쇄까지 찍어낸 필독교양서 <생각의 지도 (원제The Geography of Thought:The Asians andWesterners Think Differently and Why> 를 이제서야읽어 본다.  중국에서 유학온 중국인대학원생의 다소 도발적인 지적, 중국인은 순환적 사고를 하는데 교수님은 (서양인 특유의) 직선적 사로를 하신다, 에 자극받기도 했거니와 여러 사회과학 문헌들을 섭렵하다 보니, 인간인지과정 보편론자로서의 생각에 변화가 왔다고 한다. 이후, 저자 리처드 리스벳 교수가 몸담고 있는 미시간 대학뿐 아니라 베이징 대학, 교토대학, 서울대학에서 교차 실험 연구를 하면서 동양인과 서양인 사고과정의 차이, 그기원을 밝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본격적 논의에 앞서 저자는 독자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용어에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동양' 이라 할 때, '동양'으로 지칭되는 문화의 다양성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밝힌다. '동양' '서양'이라는범주어도 단순한 이분법의 발로가 아니라, '평균적' 차이를고려하여 편의상 썼다고 한다.

"왜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과정이 다른가? 기원을 어디서찾을 것인가?"의 문제의식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고대 그리스와 고대 중국 철학의 풍경을 독자에게펼쳐 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은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자유와 개성, 사물의 본질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닌다. 그 증거로 저자는 영어 어휘에서추상 형용사를 '-ness' 접미사를 통해 명사화시키는데 반해 중국어에서는 추상 명사접사가 없음을 지적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개인의 자율성보다는 집단의 자율성과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중시했다고 한다. 그 예로, 음양 이론, 침술, 풍수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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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동양의더불어 사는 삶, 서양의 홀로 사는 삶'에서는 미국과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사례를 끌어와 동서양의 자기 개념(self-concept)을 비교한다. "당신에 대해 말해 보시오."라 하면 여러분은 어떤 서술을 할지? 북미인들이 성격형용사나 행위 위주의 서술을 한다면, 한중일 3국 사람들은 타인을 언급하거나 타인과의 관계지향성을 드러내는 서술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자아, 내집단, 외집단간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사회심리학 실험을 예로 더하고 있는데, 미국인과 한국인에게 볼펜을 마음대로 골라 가지라 했더니 한국인들은 가장 무난한 색을 대부분 골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인은? 가장 희귀하고 튀는 색의 볼펜을 골랐다. 멀리 이 실험까지 가지 않고,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생각해보자. 무채색 계열의 무난한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의 프리웨이 위를 달리는 차량의 색은? 저자는 이런 일상의 예가 독립성(independence)을 강조하는 서양과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강조하는 동양의 사고과정 차이를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연구 사례도 2장에서 소개되었는데, 경영학자 제프리 산체스 버크스가 이끈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영자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데에 피실험자였던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뛰어났다고 한다. 저자는 타인의 감정을 신경쓰며 자라온 데서 그 이유를 찾는다.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아이들이 밥을 남길 ˖, "농부 아저씨가 너가 밥 남기면 얼마나 속상하시겠니?"라고 타인의 감정을 언급하지 않는가?


동양인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의존적 단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의존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점화)되어 있고, 서양인들은 독립적 단서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늘 점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1)

보다 상호의존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보다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사회적존재 방식이 세상을 보는 방법을 결정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오늘을 살고 있는 동양인들은 개인의 힘보다는외부의 힘을 중시하는 집합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사회에 살기 때문에 외부환경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개인주의적이고독립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보다 분석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고 환경보다는 사물자체에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82)

상호의존성과 독립성이라는 단어는 3장에서도 대조군처럼 계속 등장한다. 동양인은 배경, 즉 맥락을 고려하며 전체를 보는 성향이 강한 방면 서양인은 사물 그 자체를 독립적으로 분석한다는 주장은 반복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심리학 사례가 다양하고 참신하다.

4장, "동양의 상황론과 서양의 본성론"에서는 1991년 실제 발생했던 총기난사 사건을 사례로 같은 사건에 대해 미국인과 중국인이 어떻게 다른 해석을 내리는지 소개한다. 미국인은 총기 사건의 주범의 성격적 결함에 주로 주목하지만 중국인은 가해자의 상황적인 요인을 더 고려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인다. 마찬가지로 스포츠 게임에 대한 가쉽에서도 미국인은 주로 개별 선수의 능력으로 경기 결과를 파악하는 반면, 동양인은 팀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리처드 리스벳은 5장에서 "문화적 차이가 언어적 차이에 기인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 전반에 걸쳐 기술하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인지적 차이와 언어적 차이 사이에는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이 있다는 말과 아울러. 가까운 예로 우리 국어 교육을 생각해보자.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도 일기장에 '나는' 이라는 주어를 쓰면 '꽤나 유치한' 어린이 취급 받으며 우리는 좋은 문장에서 주어 '나는'을 생략하기를 권고받는다. 반면 행위의 주체를 자신으로 두고 사고하는 영어권에서는 언어에서 주어에 집착한다. 비가 온다를 영어로 it's raining이라 하지 않는가?

<생각의 지도>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장을 꼽으라면, 6논리를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을 들고 싶다.  저자 리스벳 교수의 제자이자 번역자인 최인철 교수는 문화적 차이를 증명하기 위해 한국인과 미국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모순관계에 있는 진술들을 제시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1. 많이 알면 알수록, 더 믿게 된다. 2 많이 알면 알수록, 덜 믿게 된다.의 두 가지 진술에 대해 한국인 참가자들은 놀랍게도 1에 동의했더라도 2진술에 동의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비약하자면 동양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모순에 보다 호의적이며 변증법적 사고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서양인이 either/or로 사고할 때, 동양인들은 both/and로 사고하는 경향이있다는 것이다. 사고법의 차이에 대한 이런 가설이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더 점 보는 걸 좋아한다'는 진술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인이 일관되게 긍정 혹은 일관되게 부정인 진술을 신뢰한다면, 동양인은 모순 관계에 있는 진술에 더 융통성 있기 때문에 점장이의 점괘에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7장과 8장에서는 "서양과 동양 사고 방식의 차이, 그 기원은?"과 "누가 옳은가?"의 질문은 던진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까지 언급하는 7장에서는 사고의 차이를 생태환경의 차이 수준에서부터 검토한다. 쌀 농사가 중심이 되는 농경 사회인 고대 중국에서 협력이 중요했던 반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무역이 성행했기에 집단주의가 상대적으로 약했고, 이렇게 다른 사회구조가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물론 사고의 차이를 낳는 것은 생태환경 외에도 경제적 이유나 종교적인 이유도 있다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8장에서는 언어, 몸에 대한 접근, 법률, 경영, 계약에 대한 태도, 종교 등의 면에서 동양과 서양인의 인식 차이가 어떻게 벌어지는지를 보인다. 8장에서 던진 "누가 옳은가?"에 대한 질문은 에필로그에서 답하는데. 리스벳 교수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과 서로 존중하며 중간쯤에서 수렴될 것이라는 견해에 동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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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 인류학 박사 진주현의
진주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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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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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산 글로벌 인재의 삶을 엿보는 것은 행복이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를 읽으며 몇 번이나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물론 책 내용이 너무나 흥미로웠던 이유도 있지만, 저자 진주현 박사의 진솔한 성품과 열정에 감복해서였다. 일반인을 주 대상으로 집필하긴 했어도 꽤 전문적인 내용인데, '저자의 삶'에 감동받았다고 하면 진주현 박사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지만 진심, 그녀의 삶이 아름답다. 9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닌 그녀는, 자신의 뼈와 맺은 인연을 사적인 에피소드들로 소개한다. 고등학교 신입생이었던 청소년 진주현은 강남역 노래방을 갔다가 교통 사고를 당해 팔골절을 겪는다. 이후로도 2번 더 뼈가 부러지고 다시 붙는 과정을 경험했다는 개인의 이야기를 뼈에 대한 기본적 상식에 녹여 소개하니 문외한 독자의 귀에도 쏙쏙 와 박힌다. 서울대학교 고고학과에 입학한 그녀는 전공과목 숙제로 <최초의 인간 루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뜨거운 그녀는, 아프리카 올두바이 계곡으로 필드를 떠난다. 학부생으로서 말이다. 이미 1, 2학년 때는 온두라스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필드 스쿨을 다녀온 그녀인지라 먼 대륙, 이국 땅에서도 잘 적응하며 뼈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이처럼 당차고 똑똑한 그녀에게 한국고등과학재단은 해외유학을 지원했고 그녀는 인류학 박사 학위를 따고 현재 하와이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DPAA)에서 근무하고 있다.

 

 

 

 

 

 


  2차대전 당시 실종 미군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본업 외에, 그녀는 뼈와 관련된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그 전문적 식견을 제공한다. 타고난 학자이자 에너자이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인류의 진화를 공부하며 받았던 억울한(?) 비난에 대한 해명에, 비타민 D결핍증에 대한 현대한국인들이 새겨들을 만한 피부색 관련 이야기. 고고학 발굴 이야기, 공룡뼈 밀수 사건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 놓는다. 동시에, 해외 여러 기관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면서 한국에서 뼈 연구에 투자는 커녕 그 가치조차 몰라준다고 학자로서 쓴소리와 충고를 해준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 단연코, 우리 인간 종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놓치면 아까운 수작이다! 너무 재밌어서 지하철 왕복 5시간이 지루한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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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력 -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장의 놀라운 힘
나가누마 타카노리 지음, 배영진 옮김 / 전나무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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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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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화두로 떠오르던 90년대, "나는 몸사람, 너 아직도 머리사람이니?"식 나누기가 유행이었다. <장뇌력>의 저자이자 일본 웹진 '생명과학정보실'의 대표인 나가누라 타카 역시 '뇌'에 무게중심을 두는 현대인들을 당황시키는 주장을 한다.  인간이여, 당신들은 "장에서 생겨났다. 뇌는 우리의 기원이 아니다 (21쪽)"라며. 즉, 장은 단순히 음식물 처리하는 장기가 아니라, '제 1의 뇌'로서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시종일관 '장, 장, 장!' 건강에만 주목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의식의 기원은 장(腸)에 있으되, 각각 지 (知), 정(情), 의 (意)와 연관된 뇌, 심장, 그리고 장의 균형을 염두에 두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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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장뇌력'은 무슨 뜻일까? 장뇌력은 장이 곧 생존본능이자 살아갈 힘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장이 활성화되었다는 의미는, 직관을 바탕으로 '생물로서의 자아'를 의식하는 영적인 힘이 발달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원초적인 장과 영적인 힘?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드는 독자는 저자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보자. 나가누라 타카의 주장에 따르면, 장이 깨끗하면 사람이 우울해질 틈이 없다 한다. 즉, 장 건강이 마음 건강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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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최근 우울증이 공중보건위협 요인으로 떠오르다보니, 그 원인을 '세로토닌 부족'으로 아는 이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로토닌은 실제 그 90%가 뇌가 아닌 장에서 분비된다 한다. 다시 말해,  장 활동이 안정되면 세로토닌이 충분히 분비되어, 마음에도 안정이 찾아든다. 건강한 장의 잇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장이 건강하면, 자연면역력도 높아지니 각종 감염증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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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뇌력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면, 다음 단계로 독자가 취해야 할 것은 장건강법. 저자는 "세포 속 쓰레기 처리하기"라는 소제목 아래, 아침 단식(아침에 일어나면 충분한 양의 물과 제철과일만 먹기), 장 마사지, 육식 대신 채식, 느긋한 호흡, 운동, 발효식품 섭취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장에 좋은 음식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현미로 대표되는 정제하지 않은 곡물, 콩류, 채소와 과일, 해조류와 버섯이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보면 저절로 변비가 해소되고 장내 유익균이 늘어나게 된다. 건강한 장에서 나온 대변에서는 악취가 덜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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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단순히 "내 몸 하나" 잘 살아보자고, 장건강 챙기자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음식이 발효되듯, 개개인의 인성도 발효되어 성숙해지면 타인에게, 결국 모든 생명체에게 서로 이익이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장뇌력>을 읽은 다음 날 아침, 책에서 권해준 대로 생수와 제철과일인 무화과 복숭아로 아침을 대신했다. 비우고 가볍게, 그리고 장의 소리,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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