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읽는 국어선생님의 사이언스 블로그 - 인지과학과 진화생물학으로 읽는 인간의 모든 것
김보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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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읽는 국어 선생님의 사이언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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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뺨 맞고 왼뺨 내밀기'는 타자를 이해하고 감싸안고자 싶은 욕망이 지독할 때 나올 수 있는 행동이다. 아주 간혹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리는 타자를 만난다. '밉지만, 차라리 이해해보자' 가 내 수동적 공격성(passive aggressiveness)의 발현이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 기대는 것은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의 다양한 가설들. 인간 본성과 인간의 반응 양식에 대해 다른 차원의 이해를 유도한다. 결국, 얄밉게 혹은 이기적으로 구는 타자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여기 진화생물학 읽기에 심취한 국어 선생님이 있다. 배문고등학교 국어 교사 김. 보. 일. '의무가 개입된 독서를 최악으로 여기고 즐거움이 목적인 독서를 최상'의 취미 삼는다는 그는 어마한 책 대식가이다. 게다가 융합적 독서를 스스로 실천한다. 시와 소설, 영화와 음악, 인지과학과 고인류학, 철학과 윤리학 등이 그의 뇌 안에서 멋진 그물망을 형성하고 만난다. <과학책 읽는 국어선생님의 사이언스 블로그> 서문에서 그는 스스로 묻고 답한다. "왜 나는 과학 책을 읽는가? // 재미있어서(4쪽), 과학을 통해 인간을 아는 것은 문학을 통해 인간을 아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깨달음과 기쁨을 줍니다. (5쪽)"

*

부록으로 실은 참고도서목록으로 보자. 페미니스트 인류학자 사라 블래퍼 허디의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와 <어머니의 탄생>, 90년대 진화심리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 말콤 글래드윌의 <블링크>니 스티븐 핑커의 <마음의 진화>, <빈 서판> 등 전공자들도 다 읽어내기 어려운 밀도의 전문서적을 무려 78권이나 열거해놓았다. 학문을 생업 삼지 않는 일반인이 취미 수준에서 이렇게 방대한 책들을 독파해냈다는 점이 경이롭다. 혹은 건전하게 미심쩍다. 어디까지가 김보일 저자가 직접 읽고 해석내린 것인지, 어디까지가 1차 인용이며 2차 인용인지 구분할 길이 없이 저자는 '출처 밝히기'에 인색하니까. 

*

최근 출간된 <인류의 기원>(이상희, 2015) 를 위시하여 대중을 위한 인류학, 진화생물학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과학책 읽는 국어선생님의 사이언스 블로그> 의 유쾌한 변별점으로,  팔방미인 김보일 저자가 숨겨놓은 깨알 재미를 들 수 있다. 그는, 과학책 독해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활경험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을 소개하면서 1987년에 6학년이던 초등학생의 동시 <엄마의 러닝구> 전문을 실었다. 새벽 두 시경 아들 녀석이 울어 제끼는 이유에 대해 아빠로서 본인은 무지했으나 엄마로서의 아내는 예민했던 에피소드를 들어, '보고, 보이고, 듣고 들리고' 역시 진화과정에서 특화된 능력임을 언급한다. 타고난 이야기꾼(storyteller)로서의 김보일 저자는 남들 하품하며 읽을 전문서적을 가벼운 수다와 일상의 자잘한 에피소드로 버무려 놓았다. 그래서 <과학책 읽는 국어 선생님의 사이언스 블로그>가 한 번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될만큼 재미있고, 또 그만큼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그의 글쓰기 스타일을 보니 'trade off'란 용어가 떠오른다. 술자리나 까페에서 저자를 만난다면 네다섯 시간은 열중해서 그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의 다음 책을 벌써 독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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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의 티*
책 제목에서 <과학책>의 띄어쓰기와 본문에서의 '과학 책'의 띄어쓰기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의미의 차이가 있을까요? 아니면 편집자의 실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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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 속담.고사성어 편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강효미 글, 김태형 그림 / 길벗스쿨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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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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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이고, 풀 문제집들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아이가 교재를 한 장도 안 빼놓고 끝까지 다 풀기란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는 그 첫번째 권인 '논어'편을 깔끔하게 다 활용했습니다. 필사의 재미를 알 게 된 아이는 뭔가 더 쓰고 싶어하던 차였는데 마침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속담* 고사성어>편이 출간되었답니다. 1, 2권의 저자는 박수밀 선생님이었는데, 이번 3권은 동화작가 강효미가 썼습니다. 같은 의미의 속담과 고사성어를 하나씩 짝지어서. 독자의 부담을 팍 줄어주었다고 하네요.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속담 *고사성어 편>은 50일 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50개의 문장을 5개의 장으로 묶어서 배치했습니다.  각 장마다 주제에 부합하는 속담 10개씩 소개되어 있습니다.

 


1장 - 노력의 힘

 

2장 - 깨닫는 시간

 

3장 - 올바른 행동과 마음가짐

 

4장 - 지혜로운 생각

 

5장 - 함께 하는 우리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는 초등학생에게 꼭 필요한 속담과 고사성어를 짝을 지어 소개하면서, 독자가 먼저 소리내어 읽고 그 속뜻을 생각하게 유도합니다. 강효미 작가가 '이야기 한 토막' 코너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속담과 고사성어 풀이를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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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예쁜 색감으로 편집하여 절로 따라쓰고픈 의욕이 솟게 합니다. 정성들여 필사하다보면, 속담과 고사성어의 뜻도 마음으로 익히고 동시에 집중력도 키우게 됩니다. 부모님 칭찬은 덤으로 따라오겠지요? "열번 눈으로 읽는 것 보다, 소리내어 읽기가 좋고, 소리내어 읽기만 하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것이니, 이왕이면 온 가족이 함께 써봅시다. 화목한 가족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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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시리즈는 부록으로 암기용 카드를 수록했는데, '속담 * 고사성어 편'에서는 퀴즈카드를 무려 8장(100문제)나 선물해주었습니다. 코팅이 된 두꺼운 재질의 종이에 인쇄되어서 쉽게 모양이 망가지지도 않겠어요. 요새 아이들 모이면 스마트폰 게임 많이 하던데, 속담 카드로 퀴즈를 내고 맞히며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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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5
박민아.선유정.정원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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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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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융합'만큼 대세인 단어가 있을까? 학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의 일상어로 내려와 여기저기 온통 '융합'이란다. 막상 그 의미에 대한 치열한 탐색이나 동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과/문과'를 가르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공대 출신, 인문대 출신'의 딱지를 붙이고 다니는 한국 사회에서 융합은 더욱 멀어 보이는 과제이다. 한국 사회에 'consilience'이라는 용어를 처음 '통섭 統攝'으로 소개했다는 최재천 교수  (『 biography magazine Issue. 5』참조)는 한국 사회에서 '통섭'이니 '융합'이라는 단어가 동의어 격으로 치환되어 쓰인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한국문학사에서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시리즈를 펴내 주고 있다. 출판사측 소개문에 따르면, "각 학문을 관통하는 기본 개념을 소개하는 개론서 성격을 띠면서도, 좀 더 유연한 사고의 확장을 위해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시도 ....(중략)....학문적 교양을 추구하는 성인들을 인문사회학적 사유로 이끄는 입문서"의 성격도 가진다고 한다. 이 시리즈의 최신간이자 다섯번째 출간물인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를 흥미롭게 읽었다.

*

독자로서 감사하게도,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의 집필진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과학철학을 공부한 박민아 박사와 정원 박사, 한국 근현대 과학사를 전공한 선유정 박사가 함께 집필하였다. 일반인을 고려하여 아무리 눈높이를 낮췄다 한들, 과학사와 과학철학은 어렵게 마련인데 한국문학사의 세련된 편집과 풍성한 인포그래픽으로 책장 넘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동 저자 삼 인의 박학다식과 사유의 깊이 덕분에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융합이 붙으면 장땡 (본문 42쪽)" 이라 '무늬만 융합'인 책이 아니다. 읽고 나면, 뭔가 골고루 든든하게 챙겨 먹은 듯한 지적 포만감을 독자에게 안겨주니까.

 세 저자는 애초에 '융합의 정석'을 보여주는 외에도 융합으로 향하는 그 과정까지 담아내는데 문제의식을 모았다. 즉, 현재적 의미에서 과학과 여타 분과의 융합 양상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과학이 오늘날처럼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과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하고 융합의 필요성에 동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과학을 알아야 융합이 보인다"라는 첫 장을 시작으로, "과학과 예술의 오랜 동반 관계." "과학과 사회, 교감을 통해 진화하다," "역사 속의 과학," "과학기술, 전쟁에 동원되다,"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이란 장으로 본문을 구성하였고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이라는 장으로 마무리하였다.

*

대한민국의 교육자, 정책입안자는 <과학, 인문으로 통하다>의 21쪽에 나오는 다음의 문구를 마음으로 깊이 각인해주었으면 좋겠다. 가까운 나라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소식에 배아파만 하지 않고, 소양도 채 갖춰지지도 '융합'에 대한 사회적 동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만을 강요할 것이다. 인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개개인의 융합적 안목을 키우는 데 일차적 투자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융합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 개개인의 융합적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어떤 분야의 문제든 그 문제가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복합적인 것임을 인식하고 그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고록 열린 사고를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제도적 융합 이전에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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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집밥 - 몸은 가벼워지고 면역력은 높아지는, 개정판
이양지 지음 / 성안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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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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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 어디를 가나 화두입니다. 마치 집밥이 세상의 달콤하고 유혹적인 음식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안식의 음식인양, 요즘 대한민국 사람들은 집밥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밥?'이라고 해봐야, 백종원 레서피에는 설탕이 듬뿍 들어가고, 후쿠시마발 방사능 오염의 시대에 재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젠 그냥 '집밥'이 아니라, '내 몸 살리는 집밥'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크로비오틱 집밥>의 표지에 적힌 '몸은 가벼워지고 면역력은 높아지는, 자연의 에너지를 통째로 먹는 힐링 음식'이란 표현이 참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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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할테지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이라니 말입니다. 이는 '음식을 버리는 것 없이 섭취해 음식의 생명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건강할 수 있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 곡채식섭생법입니다. 쉬운 말로 '건강식'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오염된 식품이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육류 위주의 식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상태의 재료가 지닌 '있는 그대로'의 생명력을 섭취하자는 취지를 따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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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요리법은 신토불이와 일물전체(하나의 온전한 형태를 가진 살아 있는 음식)라는 2가지 원칙을 따릅니다.전자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난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 후자는 하나의 음식을 통으로 먹으라는 의미입니다. 의외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위생관념이 높아지다 보니, 무껍질, 연근껍질 다 벗겨내고 '하야면 하얄수록'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또, 실제 모든 식재료를 100% 믿을 수 있는 유기농으로만 구비하고 요리하기도 어려운 현실이기에 껍질까지 먹기는 어려운 도전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통째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식품 고유의 에너지를 함께 섭취한다는 마크로비오틱 요리법의 철학에는 신뢰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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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요리법에서 배척하거나 제외하는 식재료는 없지만, 육류보다는 곡물과 채소를 더 자주 활용합니다. 특히 <마크로비오틱 집밥>에 소개된 레서피를 보니, 뿌리식물의 다채로운 활용법이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 마크로비오틱의 본고장은 일본이었던지라, 마늘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요리연구가 이양지는 한국의 밥상에 맞게 마크로비오틱을 변형했습니다. 즉, 마늘도 김치도 고추장도 활용합니다.

식재료를 참 살뜰하게 활용합니다. 심지어 표고기둥을 떼어 말렸다가 장조림의 식감을 내는 조림요리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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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집밥>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구하기 쉬운 재료, 만들기도 쉬운 식단'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2장에서는 이양지의 표현을 빌자면, '입의 호사를 누리고 싶은 주말이나 특별한 날 어울릴 식단'으로 꾸렸다고 합니다. 3장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조리법이 주를 이룹니다. 저자 역시 미취학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지라 엄마로서의 살뜰한 마음을 담아 아이들용 레서피를 제시합니다.

 

 

 

 

 

마크로비오틱의 기본주식은 현미밥입니다. 백미는 생명이 없는 음식인반면, 도정하지 않은 현미에는 생명력이 가득하답니다. 수수, 조, 보리, 메밀 은 중용에 가까운 성질을 지닌 곡류이기에 적극 섭취하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마크로비오틱 집밥>에서 현미밥 맛있게 짓는 법을 소개해줍니다. 첫물을 생수로 씻는 것이 좋답니다. 몸을 탄탄하게 조이고 싶을 때는 소금의 양을 좀 많이, 몸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싶을 때는 적게 추가하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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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바오틱의 채소 써는 법에도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껍질 째 가급적 음식 재료 전체를 사용하기에 껍질을 벗기지 않는 것은 기본이며, 뿌리도 사용합니다. (설마, 대파 뿌리 버리는 분은 없으시죠? 육수로 활용하면 그만입니다). 양파도 뿌리(양)와 줄기(음)가 고루 들어갈 수 있도록 부채꼴 형태로 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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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집밥>에서는 총 33가지 식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 식단은 2가지에서 5가지 정도 요리로 구성되었기에 요리하는 이들의 부담감은 크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곡류의 활용이 눈에 뜨이고, 뿌리채소의 다채로운 활용, 재료 본연의 성질과 향을 살린 요리법이 눈에 들어옵니다.

33가지 식단을 차근차근 살피다보니, 늘 접하기에 새로울 게 없어보이는 식재료를 참신한 마크로비오틱 요리로 재탄생시킨 이양지 요리연구가의 노력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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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당근채전, 종종 해보았으나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요리였는데 마크로바이틱의 채소썰기 비법 덕분인지 요리책에서는 새로운 음식으로 보입니다. 감자의 전분을 제거하고, 감자 당근을 얇게 써는 것이 관건입니다. 다른 말로 정성이 관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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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에서도 '브런치'라는 말이 일상어로 통용되면서, 브런치 사교모임도 많아졌지요? 브런치 까페도 활성화되었고요. 자꾸 외식만 하지말고, <마크로비오틱 집밥>에서 제시하는 브런치 세트 메뉴 중 다만 한 두가지라도 시도해서 친구들을 초대해보면 어떨까요? 말린채소 김밥이나, 샐러드피자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돌지 않나요? 혼자서만 건강해지지 말고, 친구와 이웃에게까지 마크로비오틱 철학을 소개하고 요리를 나눴으면 합니다. 함께 건강해집시다!

*

그리고 밥을 사랑합시다. 밀가루 가공식품 말고, 쌀밥을 먹어야 몸도 건강해지고, 이 땅을 지키며 고생하는 농민들 은혜에도 보답하는 셈이고, 길게 보아 식량자주국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쌀밥, 이왕이면 현미밥 먹어 나라도 사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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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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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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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한 번 진국이겠다!' <사부의 요리>를 읽으며 내내 머릿 속에 떠다닌 생각이었습니다. 43년 경력의 중화요리사 이연복의 에세이가 나왔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가 혼자 웃고 흐뭇해하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사실, 책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짜장 요리를 보니 식욕이 동해서, 리뷰를 제끼고 이연복 사부가 운영하는 '목란'이라도 찾고 싶은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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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쓴 책이니 요리비법이 가득하려나?' 생각할 예비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연복에게도 요리책 제안이 여러 차례 들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화요리를 집에서 하기에는 구비해야 할 도구와 재료비도 만만치 않기에 조리법보다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이야기, 음식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요리사로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 (13쪽)"을 하고 싶었답니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문을 박차고 나와 중국집 배달 소년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는 인생이력을 들으면 저자를 얕잡아 보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찌나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며 성실하게 살아왔고 요리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강한지, 그가 입을 열면 그냥 글이 되나 봅니다. 오래간만에 이야기에 푹 빠지고 저자에 반하며 에세이를 읽었네요. 잘난 척하지 않고, 있는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데 그것이 약점이 되기는커녕 감탄의 이유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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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복의 할아버지는 중국 산둥 지역에서 넘어온 화교였고,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의 주방장이었다고 합니다. 가세가 기울자 열세 살의 이연복은 어머니 고생하시는 것도 싫고, 화교 학교 다니기도 싫어서 그냥 중국집 배달원으로 들어갔다지요. 당시에는 어리다고 봐주기는커녕 오히려 괴롭히고 착취하는 어른들이 많았나 봐요. 맞기도 하고, 누명도 쓰고, 노동착취를 당하면서 이연복은 거친 세상에서 고생하면서 다혈질의 의협파로 자라났습니다. 주방에서도 의리 때문에 주먹을 썼다가 일을 그만두거나 자리를 옮긴 일이 비일비재했다 합니다. 의리를 중시했기에 많은 이들에게 돈도 꾸어주고, 돈이 없어 빚보증을 못 서는 걸 안타까워할 정도로 뜨거운 사람이었나봅니다. 그랬던 그이지만 세상의 차가움과 인간관계의 실속에 대한 생각을 재정리하면서 현재는 많이 달라졌다 하네요. 손주를 둔 할아버지이자 아들과 딸을 둔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를 둔 가장으로서 많이 현실감을 찾은 듯합니다. 그래도 그 본성은 어찌할 수 없다고, <사부의 요리>를 읽다보면 '이연복이라는 분, 참 사람 좋겠다. 진국이겠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합니다. 이렇게 정직하고 성실한 분이 만든 음식 역시 참 진국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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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를 소위 '세프의 전성 시대, 성공한 세프의 이야기'로만 읽기에는 좋은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우선,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이연복은 196,70년대 한국 사회 화교에 대한 차별, 열악했던 어린이 인권의 개념, 신뢰 없는 한국 사회에 대해 지나가듯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도 그는 누굴 원망하는 대신, 더 자신을 세워 꿋꿋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방식을 택했지만요.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이연복이 운영하는 '목란'에 찾아가, 동파육과 그 유명한 만두를 먹으며 이연복의 뚝심과 철학까지 음미하기 바랍니다. 단, '목란'의 예쁜 나무 젓가락을 훔쳐가지는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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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레 매일 직접 빚는다는 '목란'의 만두. 요리 컬럼니스트이자 이연복의 친한 동생인 박찬일에 따르면, 바삭하다 못해 파사파삭하며 속은 부드러운 맛이라는데, 아! 군침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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