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잼 경제학 - 알면서도 손해 보는 당신을 위한 행동경제학!
포포 포로덕션 지음, 김지영 옮김, 김웅철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꿀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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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잡지를 읽다보면, 정보를 콤팩트하게 꾹꾹 눌러 담으면서도 부담 없게 전달하는 특유의 편집력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꿀잼 경제학> 역시, '경제학'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포함한 제목의 책이지만 잡지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독특하게도 이 책은 1인 저자가 아닌, 포포 포로덕션(Pawpaw poroduction)이라는 일본의 기획 제작 사무실에서 태어났다.  색채심리와 인지심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심리학을 활용한 상품개발이나 기업 컨설팅을 하는 단체로 추정한다. 

*

제목 그대로 '꿀잼'을 추구하는 <꿀잼 경제학>은 전반적으로 행동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이론, 이론의 실제 응용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경제학이 수에 능한 완벽주의자들의 학문이라는 편견이 있던 독자라면 <꿀잼 경제학>을 읽다 보면 숨통이 좀 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행동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이지도,' '합목적적으로만' 움직이는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의 기본 전제에 반기를 들고 논의를 진행한다. '행동경제학'에서의 인간들은 최소지출의 최대효용을 추구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아니라 편견과 감정에 휘둘린 선택을 종종 하는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행동경제학을 쉽게 대중에게 소개한 많은 책들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꿀잼 경제학>은 특히나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상(주로 일본 사회의 맥락)의 사례가 많이 등장하고, 각 이야기마다 짧은 만화로 정리를 한 번씩 더 간명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꿀잼 경제학>의 Part 1에서는 ‘행동경제학이란 무엇인가’를 전반적으로 설명한 후,'신기한 경제 심리'라는 소제목의 Part 2에서는 경제활동 이면에 작동하는 심리에 집중한. 이런저런 학문 자료와 실사례를 얽어 소개하니 설득력도 있고 재미도 있다.  Part 3에서는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이유와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심리적 기재를 집중 파고 든다. Part 4에서는 경제활동의 기본 원리인 ‘비교’와 ‘모방’을 키워드로, 사람들이 왜 자꾸 비교하고 모방하려는지 그 메카니즘을 추적한다. Part 5에서는 투자와 도박의 행동 경제학을, Part 6에서는 행동경제학의 실 응용법을 소개한다. 비지니스를 하거나 취업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할 마지막 챕터에서는 프레젠테이션 비법이나 첫인상에서의 호감도 높이기, 효과적인 협상법, 판매 실적을 높이는 판매전략 등 행동경제학을 전략적으로 응용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

'19,800원이 주는 매력,' '가격이 빨간색으로 써 있으면 무심결에 구입한다,' '홈쇼핑으로 물건을 팔 때는 다섯 가지 색으로! ' '선택지가 많으면 구매율이 오히려 떨어진다' '비싼 메뉴를 팔고 싶다면 ‘더 비싼’ 메뉴를 넣어라' '비싼 것부터 팔아라!  등 판매자를 혹하게 할 정도로 재미난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다. 비단 경제 분야에서뿐일까? 통계의 기술에 속고, 숫자에 기만당하며 스스로는 '합리적 선택자'라고 믿는 유권자들도 많을텐데....모르면 코 베어질지도........읽고,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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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최재천 편 -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Biography Magazine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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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이 생소하다는 이조차도 그 이름, 세 글자와 자주 마주친다. 최. 재. 천. 리처드 랭엄의 <요리 본능 (원제: Catching fire : how cooking made us human> 서문이나 전중환의 <오래된 연장통> 추천사에서 각종 대중 강연과 심지어는 <이 사슴은 내 거야> 등 어린이 그림책의 해설에서까지 그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최재천 교수가 비범한 팔방미인임은 익히 짐작했지만, 『 biography magazine Issue. 5』를 읽고 나니 그 다재다능함에 질투가 날 정도이다. 4형제의 맏이로 태어나 어린 시절 또래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마음껏 뛰놀았다. 책을 좋아해서 커서도 스스로 '책벌(閥)'이라고 자칭하는 그는 중학생 때는 시인을 꿈꾸며 문예반 활동을 하고, 고등학생 때에는 미술반을 하며 기대를 받았다고 한다. 군인이신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의예과를 목표로 재수하면서, 당구장과 볼링장을 드나들고 DJing을 했는데도 결과적으로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1지망인 의예과가 아닌 2지망인 동물학과에 붙었지만 말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동물학'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 '독문학?'이라고 되묻는 이들에게 굳이 부연 설명하지 않았을 정도로 최재천은 자신의 전공학문에 대한 애정도 자부심도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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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3학년 말 평점이 2. 0 (4.3 만점)이 안 될 정도로 학업과 담을 쌓았던 그였지만 4학년 때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는 열심히 공부한다. 1979년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을 지도교수로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남들 다 개미 연구를 할 때, 민벌레 연구를 주로 했다. 초등학교 문예반 시절부터 갈고 닦은 아름다운 문장력은 영문에서도 인정받아, 미국에 남을 수도 있었으나 서울대에서 교수 제의를 받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아들과의 저녁 시간을 소중히 하는 부성으로 저녁 술자리를 마다하고 저녁은 집에서 아들과 함께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출세 못 한다"는 선배 교수의 따끔한 지적에 "이 땅에서 서울대 교수됐으면 출세 다 한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더라는 일화는 최재천 교수의 성품을 보여준다. 그는 집에 와 아이를 재우고 새벽까지 '자신만의 시간'에 많은 논문을 쓰고 강연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성적 맞춰서 들어온 서울대생'에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가 되기까지> (<<서울대저널>>. 2015. 3)이란 기사 제목이 시사하듯, 최재천은 평점 2.0 미만의 평점의 학생에서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국립생태원 초대원장, 한국을 대표하는 진화생물학자로 활약하고 있으니 '대 반 전'의 성공스토리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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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재미난 이야기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신개념 잡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덕분이다. 1호 이어령을 시작으로 김부겸, 심재명, 이문열, 그리고 5호 최재천에 이르기까지 바이오그래피는 결월로 인물을 집중 소개한다. 편집장 이연대가 직접 심층 인터뷰를 하여 인물에 대한 밀도 높고 체온 느껴지는 기사를 중심으로 세련되고 감성적인 그래픽이 어우러진 잡지이다. 여느 인물전과는 달리 잡지 형식을 빌려, 사진 등 인포그래픽의 비중을 높인 점도 마음에 든다. 유익하고 심도 있는데, 재미까지 있다. 편집진의 노고가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양장본 잡지이다.

이번 5호 덕분에 평소 관심이 컸던 최재천 교수의 삶과 철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덤으로 진화생물학의 기본적인 개념 정도도 익혔다. 다음 6호에 소개될 인물이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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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컬러링북 아름다운 고전 컬러링북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글, 최연순 옮김, 이호석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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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컬러링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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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계 키워드로는 단연 '힐링 아트'로서의 '컬러링 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컬러링 달력에 엽서, 컬러링 대형 벽지 등등 다양한 컬러링 제품을 만나봤지만, 고전 컬러링북은 참신하다. 도서출판 '북로그컴퍼니'에서 '세상에 오직 한 권밖에 없는 나만의 고전 명작 만들기'를 모토로 기획하였는데, 완간되기도 전에 이미 중국과 대만에 판권을 수출했다니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을 보내고 싶다. 출간된 '아름다운 고전 컬러링' 시리즈 3권 중, <어린왕자>를 만나보았다.

 

 

컬러링북인만큼 컬러링이 주를 이루고, '번역은 액세서리?' 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류! 파리에서 공부한 최연순이 번역을 책임졌다. 불어, 독어, 영어에 능통한 번역가는 프랑스어 원전은 물론이거니와 독일어 번역본까지 두루 참고하여 자연스럽고도 정확한 번역을 추구하였다. '어려서 읽었는데? '어린 왕자' 정도는 다 읽어본 책 아닌가?'하는 성인이라도 반드시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을 만큼 문장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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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문학 소녀'니 '문학 소년'이라고 불려봤던 이 중에 <어린 왕자>를 '내 마음의 책'으로 꼽지 않을 이 있을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던 <어린 왕자>, 불어 공부 5년 하고 원서로 읽었던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왕자의 말을 적어도 심정적으로는 따르며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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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가면서 챙겨가길 참 잘했다. <어린왕자 컬러링 북> 덕분에 아이들이 얌전히 잘 놀았으니까. 4살, 7살 꼬맹이들은 <어린왕자>의 문학사적 가치니 생텍쥐베리의 독특한 세계관 따위는 아랑곳 없다. 어린왕자가 실존한다고 믿는 아이들은 왕자를 예쁘게 치장해주는 데 온 정성을 쏟는다. 바오바브 나무는 미완의 여백으로 넘기더니, 어린왕자만큼은 열과 성을 다해 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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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장의 일러스트레이션 만큼은 꼬마들이 칠하기 전에 내가 채색하고 싶다.  사막에서 살아 돌아온 자신을 환영하는 사람들(어른들)에게 '어린왕자'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가슴에 6년이나 묻었다는 동화 속 조종사는 사실 셍택쥐베리의 분신일지도 모르는데 ……. 꼬맹이들이 냉큼 칠해버리기 전에, 조종사만큼은 내가 천천히 색 입혀주고 싶다. 나 역시 그처럼, 말하느니 차라리 내 안에만 담아둔 꿈이 있기에 조용히, 천천히 그 꿈을 나누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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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컨설팅 - 대한민국 창업자를 위한
이준혁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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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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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에 종사할 만큼의 부지런함이나 치밀함이 없는지라외식업 창업하거나 컨설팅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창업자를 위한 외식업 컨설팅>을 집어 든 이유는 외식업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외식 장소 선택할 때 어떤 항목을 눈여겨봐야 할지 깐깐한 소비자의 눈으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준혁이 쓴 <외식업 컨설팅> 을 다 읽어보니 이 책이, 위 두 가지 목적에 부합한다는 결론. 관광경영학을 공부하고, 하야트호텔 웨이터를 시작으로 30여 년간 호텔, 외식 사업 분야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현재 상지대학교에서 외식경영론과 외식창업론을 강의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다. 30여 년간 오직 외식업 한길만 달리며 외식업 성공을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저자가 하는 말은 충격적이게도, "식당 창업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5)니……. 저자의 솔직함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다. 저자는 말한다. 외식업으로 성공할 확률은 10%도 되지 않으며, 창업 후 3년 내 폐점하는 식당 비율이 전체의 80%를 넘는다고. 그래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창업을 고려 중이거나 현재 외식업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대박 비결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폐업의 리스트를 줄일 수 있나'에 초점을 두었다니, '외식업 = 잘하면 대박'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든 독자로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당혹감은 저자의 진정성 덕분에 곧 사라졌다. 행간에서, 외식업 종사(혹은 예비 종사자)들을 향한 저자의 애정과 외식업 종사자가 지닌 자부심과 사명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총 7 챕터로 구성된 <외식업 컨설팅>은 먼저 업종 선정 및 입지 선정 등 창업준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부터 시작하여 운영 콘셉트에 맞는 인테리어, 마케팅, 종업원 관리, 상품 관리 등 현장에서 유용할 실용적인 충고를 전한다. 실제 저자가 현재 샤브샤브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희망창업연구소'라는 사설기관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외식업 컨설팅도 하고 대학 강의도 하는 만큼, 구체적 사례 중심의 정보가 실려서 독자의 귀에 쏙쏙 들어온다. 특히 실전 컨설팅은, 저자가 실제 컨설팅해준 업체의 약점과 강점, 보완점들을 낱낱이 파악해주기에 비슷한 상황에 있는 동종업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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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스스로 이 책을 깊숙이 이해했는지 자문을 던지려면, 저자가 제시하는 '이익에 관한 2개의 공식'의 차이점을 아는지 확인하면 된다. 매출 - 비용= 이익이라는 공식과 이익= 매출 -비용이라는 공식은 쌍둥이처럼 보이지만, 기저의 마인드가 다르게 작동한다. 그 차이점이 궁금하다면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힌트를 주자면, 저자는 후자의 공식을 선호한다.

 

 

저자가 <외식 컨설팅>을 통해 진정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외식업이 쉽게 망하니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선배로서의 충고도 있겠지만, "지피지기 백전불태이니 철저히, 치밀하게 준비하고 창업하면 성공의 문이 보인다"란 희망적 메세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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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 강소천 제2동화집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김영주 그림 / 재미마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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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강소천 동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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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천 동화집: 꽃신>, 색동저고리에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그려진 표지는 5, 60년대 교과서를 연상시킵니다. 옛 느낌이 폴폴 납니다. 실제 이 동화집은 1953년에 발간되었다지요? 하지만 포마드 기름으로 2:8 가르마를 한 강소천 작가는 타임머신을 태워 2015년으로 모셔와도 어색하지 않을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네요. 그 기묘한 부조화에 더욱 끌려서 <꽃신>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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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안데르센'이라고도 칭송받는 강소천 작가는 1951년 단신으로 월남하여 평생 북녘의 고향을 그리워했다 합니다. 자신의 실향민 의식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더 많은 이들, 특히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동화들을 써서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을 겪는 많은 어린이를 어루만져주었지요. 그가 쓴 17편의 동화와 2편의 동시를 엮어서 낸 동화집, <꽃신>은 1953년 발간 당시 참 많은 어린이를 울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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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표제작 "꽃신"은, 혈육을 저 세상으로 타지로 떠나보냈을 1950년대 어린이들을 그렇게나 울렸다는데, 생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일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2015년의 어린 독자들이 읽어도 가슴 저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남편을 '아기 아버지께'라고 부르며 편지를 시작한 아내는, 편지 끝에서 "당신이나 나나 이젠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니어요."라며 비극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전쟁터에 징집당해 나가 싸우느라, 아기가 백일을, 첫돌을 맞는 모습을 함께 즐기지 못하는 남편을 아내는 하염없이 애절하게 기다리며 편지를 씁니다. 남편은 시내를 뒤져 샀다며 예쁜 꽃신을 보내주지요. 꽃신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는 남편이자 아기 아버지와 아내를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그런 귀한 꽃신 한 짝을 아기는 잃어버렸고, "한 짝을 어쨌냐?"고 다그치는 엄마에게 두 돌을 바라보는 꼬맹이는 순진한 눈망울만 보입니다. 엄마는 매섭게 아기 볼기짝 두 대를 내리쳤습니다. 아기에게 화난 게 아닙니다. 사실, 서글픈 자기 운명,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 엄마로서의 부담감 등 복합적 감정에서 아기에게 손찌검했는데.....아기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던지, 자다가도 경기를 하던 아기는 시름시름 앓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한 짝의 꽃신마저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단란했을 신혼부부의 가정은 이렇게 무참히 깨져갑니다.  

*

이처럼 강소천 작가는 전쟁으로 인한 이별과 사별의 상처, 애끓는 향수를 아름다운 문체로 담담히 그려냈습니다. 17편의 동화와 2편의 동시를 관통하는 정서가 바로 그 애잔함입니다. 저는 특히 "그리운 얼굴"이란 작품에 울컥했습니다. 하모니카를 몹시 배우고 싶어 했던 명호가 형의 하모니카를 몰래 가져다가 독학하고 육군 병원 부상 군인 위문 공연에 뽑히게 됩니다. 형에게 하모니카를 빌려달라고 하자 형은 흔쾌히 승낙합니다. 하지만 정작 위문 공연하러 가는 당일 명호는 빈손입니다. 전쟁에 싸우러 군인으로 징집당해 나가는 형의 가방 속에 하모니카를 몰래 넣어두었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와 동생인 명호 자신을 그리워할 형에게 하모니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형은 군대에서 하모니카로 자신뿐 아니라 다른 군 동기들의 향수를 달랬다고 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형제애를 하모니카를 소재로 이렇게 담담히 그려내는 강소천 작가, 그래서 한국의 안데르센이라고 불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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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 아픈데 ……, 그리워 미치겠는데, 미치겠는데 ……." 강소천 작가는 직설적으로 그 아픔을 표현하는 대신 서정적인 문체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감각으로 아픔을 승화시켰습니다. "방패연"에서 함경남도에 계실 할아버지가 미치게 그리운 인호의 꿈속에 잠자리 비행기가 북녘의 소식과 할아버지의 손편지를 전해주듯, 강소천 작가는 현실의 고통과 그리움을 환상으로 버무려 달래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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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은 1950년대 어린이의 끈끈한 우정을 맛보는 재미도 선사해줍니다. 독자는, 신문팔이의 약어라는 '신파'를 소재로 한 "신파연극"에서 인호와 득성이, 귀봉이와 명수가 왜 신문을 함께 파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  빙그레 웃을 것입니다. 요즘 어린이들 꽤나 영악하고, 꽤나 물질주의에 물들었다지만, 그래도 강소천 작가님의 『꽃신』을 읽고 뜨겁게 타오를 마음은 간직하고 있겠죠? 스마트폰이나, 학습만화 대신 강소천 작가의 동화집을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라고 신신당부하고 싶습니다. 부모님들, 학습만화나 학습지, 논술교재도 좋겠지만, 재미마주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시리즈를 꼭 주목해주십사, 아이들에게 읽혀주시라고 당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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