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도자인가 - 박영선의 시선 14인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
박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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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의 시선 누가 지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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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과 '성문 영문법'을 손 때로 절여 놓던 시절, 정치에 관심 없던 수험생의 귀에 유난히 '박영선'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렸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 당시 방송인이었던 박영선 앵커를 좋아하셨다. 그 솔직함, 그 야무진 언변, 그 지성미 등 여러 이유에서……. 박영선 의원이 최근에 낸 에세이 <누가 지도자인가>를 읽고보니, 박의원의 매력과 능력을 묘사하는 데는 그 외에도 여러 단어를 동원해야만 할 것 같다.

우선, 책 속 자료로 제시된 사진 속 박의원의 이마와 얼굴 옆선은 놀랄만큼 단정하고 유연하게 흐르고 있었다. 뚝심과 소신을 갖추었으면서도 부러지기 보다는 유연하게 뜻을 펴는(적어도 내가 <누가 지도자인가>만을 읽고 파악한 박의원은) 그녀의 정치성향을 얼굴선이 담아낸 듯 보였다. 어쩌면 메르스 사태로 국민이 정부에 실망하고, 저출산·고령화에 경제위기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기에 더욱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 절실한 이 시기에 '리더쉽'을 탐색하는 에세이를 펴냈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영민함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고.......<누가 지도자인가>를 읽다보면, 한국의 노무현, MB, 박근혜 대통령부터 넬슨 만델라와 시진핑 주석까지 14명의 지도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박선영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중심에서 드러내는 듯 보인다. 자신의 정치철학이 어떠한지, 정계에서 어떤 신념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고 정치인으로서 원숙미와 지혜를 더해가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자화자찬으로 보이지 않기에 더 솔깃하게 들린다. 혼탁한 시대에 이런 시선을 가진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마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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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솔직하면서도 신중한 성격만큼이나 서문에서도 이 책의 집필계기뿐 아니라 '시점'의 강점과 한계를 스스로의 입으로 밝힌다. "지도자를 선택하는 안목에 대해 나 자신부터 한 번 깊이 생각해보고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그러한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5쪽)"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7쪽)" 애썼으나, "주관적 토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의 감각으로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닌 것들" 등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고 적었다.

 

사실 정계입문 전 20년간 기자와 방송인으로 활약해온 박영선 의원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적어내려간 14인의 인터뷰를 실은 순서와 수록된 사진만 보아도 박영선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팔굽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록된 사진 중, 환하고 자연스러운 박의원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사진과 냉랭한 표정의 사진은 둔한 독자라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
박영선 의원은 대선후보 토론회가 있던 2007년 12월 6일, 자신을 못 본 척 하는 BBK MB에게 "저를 똑바로 못 보시겠지요?"라고 얘기했다한다. 더 가관은 이명박 후보가 "저게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라 말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돈다고 한다. 박영선 의원을 소위 '생까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는 박의원에게 악수를 청하였고, 박의원은 "기꺼이 악수를 받아 주었다 (214쪽)"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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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표정만큼이나 이명박 전대통령에 대한 글에는 냉기가 서려있는데 반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해서는 많이 다르다. 정치인으로서의 화장(make-up)을 불편해했고, 파자마와 안경 쓴 모습을 애써 국민에게 감추려하지 않았던 소탈함을 잘 잡아내서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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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누가 지도자인가>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저자로서의 박영선 의원의 촉이 살아 있는 장은 노무현, 문재인, 이명박, 박근혜에 관한 장이 아닌가 싶다. 특히 현직 대통령에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같은 여성 정치인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가로서의 교집합이 가장 적기 때문에 갖게되는 양날개의 의견을 다 보여주고 있다. 1994년,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를 맞아 진행한 박근혜 이사장(1994년 당시)과의 인터뷰에서 하얀 원피스나 신비감을 주는 비원이라는 공간적 배경 선택이 치밀한 정치적 무대장치였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흥미로웠다. 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특유의 '진지전(Position Warfare)'나 '수첩공주'라는 별명의 유래 및 '박근혜식 사람쓰기,' '동물의 왕국' 시청 이유, '3시간 반의 협상을 3문장으로 버티는 대단한 일관성'을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래도 첫 여성원내대표로서 첫 여성대통령에게 소망스러운 문구를 남기며 글을 맺는다. "영원한 여성다움이 우리를 이끈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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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정동영 의원에 대한서는 박선영 의원의 남편을 소개해준 사람이자, MBC선배이자, 자신을 정계로 이끈 정치선배로서 깍듯이 예우하며 글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분석할 때 세웠던 날이 선 저널리즘의 문장이 정동영 의원을 묘사할 때는 부드러워졌으니까.

*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밀도 높은 분석을 보여서 흥미로웠다. '사람이 먼저 (Putting People First)'를 정치적 화두로 내세운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문재인을 압축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시에 10여년 정치인생에서  대의를 위해 때로는 시류를 거스를 수 없었던 저자의 경험과 중첩시키며, 박의영선은 문재인 의원에게 공감을 보인다. 정계입문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나섰던 문재인의 행보를 '운명의 힘,'이나 '운명의 바위' 등의 문구로 묘사한다거나, 정계에서 '내 자리가 아닌' 듯 느끼는 '이방인'으로서의 문지방 상태를 지적하는 대목에서 특히 그랬다. 가장 인상깊은 한 문장은 문재인이 "현실정치라는 탁한 물에서 다시 연꽃으로" 피어 오르고자 할 때 "문제는 그 연꽃을 받쳐주며 탁한 물을 덮어줄 연잎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누가 문재인의 연잎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

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전 당대표나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시선은 한 마디로 '따뜻함'이라 해야할까?  '저녁이 있는 삶'에서 '곰팡이론,'  백련사 부근 개울가에서 손빨래하는 손 대표 부인의 묘사에까지 그 따뜻함이 살아 있다. 박영선은 정치에 대한 욕심을 곰팡이라며 애써 닦아내는 손 대표에게 세상이 자꾸 손짓을 한다며, 백련사 주지 스님의 말도 인용한다. "2년을 채우지 않으려면 (백련사에) 오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께서 왔으니 1년으로 줄여야겠네요."라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초선의원으로서 국회와 정당에서 "많은 것을 안철수 의원에 대한 박영선 의원의 시선은 다음의 한 줄로 가장 잘 압축될 것 같다. "배운다는 말은 훌륭함을 본받다는 뜻이지만, 종종 악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을 체득하는 것이기도 하다.(189쪽)" 현실정치를 '탁한 물'이나 '악한 것'에 비유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왜 정치인 10년차 박영선 의원의 마음 속에 그런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는지 안타까우면서도, 박영선 의원이 그 탁한 물을 정화시킬 힘을 보여주고 계속 키워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박영선 의원이 14인의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듯 독자로서 박영선 의원에게도 기대를 지워주고 싶다.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189쪽의 '많을 것'은 '많은 것'의 오기입니다.

35쪽의 '고수기'역시 2판 인쇄에서는 '고수이기'로 수정해야하지 않을까요?*


 

 


 

 * 리뷰에 올린 사진은 <누가 지도자인가>의 본문에서 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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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따서 조립하기 따서 조립하기
꿈꾸는달팽이 편집부 지음 / 꿈꾸는달팽이(꿈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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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따서 조립하기 인사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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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터 벼르고 별렀던 영화 감상, <인사이드 아웃>. 저 같은 예비 관람객이 많았는지 낮 시간에 더빙 예매는 어렵더라고요. 매진이어서......'원어로 듣자'라는 생각에 자막으로 관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사이드 아웃>은 기대했던 이상으로 철학적이고 심오한 애니메이션이었어요. '감정'이라는 단어조차 잘 모르는 4,5세 꼬마들이 이해하기는 어렵고, 아직 질풍노도의 시기를 본격 접해보지 않은 7,8세 꼬마들에게도 어렵지만 재미있는 만화였지요? 최적의 관람객은? 아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고생이나,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고 살아온 성인이 아닐까 합니다.
굉장한 영화, 심오한 리뷰를 써야할 것 같은 영화라는 평 한 줄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하고, 영화를 모티브로 한 아이들 놀잇감을 소개해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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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따서 조립하기 시리즈,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 혹은 그 부모들은 많이 알고 있을텐데요. 말 그대로 "따서 조립하면" 에니메이션의 캐릭터와 소품들을 집 안으로 들여올 수 있어요. 어렵지 않아요. 게다가 정말 실사랑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가장 최신간인 <인사이드 아웃 - 따서 조립하기>는 완성하고 나면 총 18개의 자잘하고 깜찍한 소품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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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을 풀면, 이야기 책 1권과 만들기 놀이판이 8개 들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인지라, 아이들은 가장 맘에 드는 소품과 캐릭터를 서로 만들겠다고 잽싸게 찜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빙뱅! 그리고 환상 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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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번 '따서 조립하기'로 만들어본 적 있는 아이들인지라 아무 설명 없이도, 혼자서 척척 만들기 시작합니다. 고사리 손으로 살짝만 힘을 주어도 톡톡 만들기 부품이 떨어져나옵니다. 이미 영화를 보면 캐릭터를 자세히 살펴본 아이들은 설명판의 번호를 무시하고도, 직관적으로 참 잘 부품을 이어붙이더라고요. 신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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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팔 때문에 손가락을 잘 못쓰는 아이도 열심히! 너무 열심히 만들었는지 팔이 저리다고 통증을 호소하더군요. 그래서 어른들의 도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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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 되는 가족 캐릭터이죠. 만들기 쉬워서 가장 먼저 만들어 세워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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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빙뱅 캐릭터와 요술 썰매! 아이들은 영화에서 들었던 노래를 불러가며 열심히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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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는 의외로 어렵습니다. 설명서 안보고 만들었다가 해체해서 다시 만들어야 했어요. 본부 안에도 자잘한 소품이 들어가고 방벽도 있어요. 종이로 만들어도 꽤나 탄탄한 설계도에 꽤나 튼튼하답니다. 하이라이트인만큼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이렇게 세워놓을 수 있어요. 무게 중심을 고려해서 세움 기둥의 밑둥도 특이한 모양이었네요. 18개 모두 다 만들고 난 후, 망가질까봐 거실장에 보관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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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물에 걸렸어요 우리 아이 인성교육 8
로버트 버레이 글, 웬델 마이너 그림, 이정모 옮김 / 불광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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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물에 걸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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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라는 다큐멘터리에서 걸작 다큐멘터리에서는 혹등고래 ( humpback whale)의 여행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심장 무게만도 200킬로그램 가까이 나간다는 거대한 덩치의 혹등고래는 한 달에 16,000km를 이동할 수 있는 바다의 수영선수이죠. 1,000가지 이상의 소리를 내는 1인 오케스트라이기도 하고요. <고래가 그물에 걸렸어요 (원제: Trapped! A Whale's Rescue)>는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실제 있었던 혹등고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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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샌프란시스코 근해, 게를 잡을 때 쓰는 그물에 걸려 처참한 상태였던 혹등고래를 어부들이 발견합니다. 이들이 해양 포유류 구조센터에 연락을 하자, 구조센터에서는 고래 전문가와 잠수부로 팀을 꾸려 현장에 파견했습니다. 무려 20여개, 도합 60미터가 넘는 밧줄이 고래의 살을 찢고 파고 들어가 고래는 숨구멍을 물 밖으로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잠수부들 역시 고래가 몸만 한 번 비틀어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 한 시간이나 밧줄을 조심스레 끊어내어 고래를 구조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고래가 마치 구조대들에게 말이라도 걸듯, 잠수부 한 사람 한 사람을 조심스레 만졌다고 합니다. 그 놀랍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로버트 버레이의 글과 웬델 마이너의 그림과 함께 아름다운 작품으로 태어났지요. 바로 <고래가 그물에 걸렸어요>가 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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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는 북극 바다에서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이동해 다녀요. 몸집이 어마한 만큼 먹이도 많이 먹습니다. 플라크톤과 크릴 등을 하루에 2.3톤이나 먹는데요. 바닷 속에서는 1,000가지도 넘는 다양한 소리를 내지요.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고래잡이를 많이 해서 혹등고래는 한 때 멸종 위기에 이르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1966년 고래잡이를 제한하는 국제조약과, 1971년 상업용 고래잡이 금지법이 미국에서 발효되면서 혹등고래의 개체수는 지난 50년간 8배 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다행'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혹등고래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많이 있어요. 고래 고기에 탐닉하는 사람들, 그물 등이 고래의 생명을 위협하지요. <고래가 그물에 걸렸어요>의 주인공 고래가 겪은 일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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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에 걸려 숨이 막혀 죽을 뻔한 고래를 잠수부들이 살려주었다는 훈훈한 이야기이지만, 역으로 그물에 걸려서 고귀한 생명의 끈을 놓게되는 고래도 많이 있겠지요. 작가들이 서문에 썼듯이, "바다에 사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앞으로 해양 포유류 친구들을 구해 줄 미래의 해양생물학자" 독자들이 그런 불행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멋진 행동을 했으면 좋겠네요. 어른들 역시, 더욱 고래 보호, 해양생물 보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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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 감사할 일인데, 불광출판사 측에서는 혹등고래의 습성과 고래 구조 작업 및 관련 도서를 부록 형식으로 소개해주고 있어요. 영어 원문도 고스란히 옮겨 실어주었답니다. 미래의 생태학자, 해양학자가 될 꼬마독자라면 이왕이면 전세계 과학자들과 통할 수 있는 영어로 혹등고래에 관한 어휘와 표현을 익혀두면 좋겠지요? 혹등고래의 움직임을 시적으로 묘사한 마지막 문장의 원문을 옮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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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thrusts herself out of the water, breaches, slaps the surface in a final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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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3D 프린터 - 김정규 박사가 알려주는
김정규 글, 강신호 그림 / 국일아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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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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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소사이어티>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과 공저자인 미카 알토넨은 미래에는 3D 프린터 덕분에 대기업이 지배하는 대량 생산 체제가 아닌 개인 맞춤형 제품 생산이 가능해지리라고 예언하고 있다. 이 책의 소챕터 제목인 "소셜미디어와 3D 프린터가 만드는 평평한 세상"은 이 놀라운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압축적으로 드러내준다. 굉장히 중요하고 놀라운 기술임은 분명한데, 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어린이 도서가 드문 듯 하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남매가 실제 이런 요구사항을 출판사측에 전달한 덕에 어린이를 위한 3D 프린터 입문서가 만화책으로 나왔다. 바로 <김정규 박사가 알려주는 마법의 3D 프린터>란 제목을 달고. 
글쓴이 김정규 박사는 3D 프린터의 정의, 활용법, 모델링 방법, 출력, 3D프린터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쉽게 썼고, 강신호 만화가가 아이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기 더욱 쉽게 만화를 그려주었다. 다소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전하면서 강신호 작가는 '3D 프린터 동아리'라는 설정을 하여, 초등학교 5학년 주인공들이 동아리에 가입하여 과학 선생님에게 3D프린터의 'A-Z'를 배우는 내용을 풀어간다.

주인공 초아와 영민이는 동아리 가입할 때만해도, 독자들과 다를 바 없는 '3D 프린터 까막눈'이었다. 하지만 차츰차츰 전문 지식을 얻어가는데, 젤 처음 3D 프린팅 기술의 원리와 특징, 활용 범위와 가능성에 대해 배운다. 3D프린터로 만든 권총을 사용한 범죄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어마한 덩치의 집이나 자동차까지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다니 놀랍니다. 만들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재료와 설계도를 달리하는데, 틴커캐드(Tinkercad)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김정규 박사가 알려주는 마법의 3D 프린터>에서는 초등학생 독자에게는 과하다 싶을 만큼 자세하게 틴커패드 프로그램 활용법과 실제 3D프린팅으로 출력하는 과정을 기술해 놓고 있다. 평소 흥미가 많았던 독자에게는 단비같은 정보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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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3D 프린터가 요구하는 새로운 직업으로,3D 프린터 소재 전문가, 3D 프린터 비용 산정 전문가, 3D 프린터 잉크 개발자, 3D 프린팅 패션 디자이너, 3D 음식 프린터 요리사, 신체 장기 에이전트 등을 언급했다는데, <김정규 박사가 알려주는 마법의 3D 프린터>를 읽은 어린이 독자 중에 미래의 3D 프린터 전문가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3D 프린터로 기계 부품은 물론이거니와 옷, 집, 피자, 자동차나 비행기 엔진, 인공관절과 피부, 우주선의 부품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데 여러분은 무엇을 만들어보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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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치킨 Spring Chicken - 똥배 나온 저널리스트의 노화 탈출 탐사기
빌 기퍼드 지음, 이병무 옮김 / 다반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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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CHICKEN 스프링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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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기의 여성을 연상시키는 가슴을 한 중년의 남성이 뱃살을 드러내놓은 채 신문을 펼쳐 들고 있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새파란 표지에 그려진 이 책의 한국어판 부제는 "똥배 나온 저널리스트의 노화 탈출 탐사기," 원제는 Spring Chicken: Stay Young Forever (Or Die Trying)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통통 튀는 표지야말로 책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잘 드러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예비 독자의 오해부터 풀고 시작하자. 부제와는 달리 이 책의 저자 "빌 기퍼드(Bill Gifford)"는 똥배는 살짝 나왔을지언정, 상당히 젊어 보이는 외모의 중년 남성이다. 노화라는 천천히 가라앉는 타이타닉호에서 필사적으로 탈출 구명정을 찾을만큼 늙지 않았다는 말이다. <스프링 치킨>의 여기저지 문구에서 내가 찾은 단서에 따르면, 그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부모님을 둔 효자이며 46세의 독신남이다. 당연히 아내도 자식도 없다. 그래도 '벌거숭이두더지귀'의 사진을 SNS로 전송하며 '송곳니 달린 **스 같다'라는 농담을 주고 받을 여자친구가 있다. "건강하게 80세까지 살고 싶으면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고 싶다면, 그에 알맞은 유전자를 타고날 필요가 있다"(125쪽)는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오스태드의 주장을 인용한 저자는 운 좋게도 장수유전자를 둔 친지를 가진듯 하다. 실제 특출한 운동 선수 및 최첨단 건강 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 기자인만큼 그 자신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심지어는 '볼티모어 노화 종적 연구(BLSA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에 지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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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치킨>을 두 가지 면에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는 노화(aging)를 둘러싼 최신 연구 및 속설을 재미나게 버무린 그의 작업 자체가 흥미로웠으며, 다른 하나는 그가 구사하는 저널리즘 글쓰기가 흥미로웠다. 빌 기퍼드는 듣기만 해도 끔찍한 '병체결합'실험(늙은 동물과 젊은 동물의 몸통을 반씩 짝지어 이어붙이는 실험)이나,  동물에게서 추출한 '고환액'을 젊음의 묘약이라며 스스로 주사한 브라운 세카르의 사례 등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여기저기 얽어놓았기에 노화의 과학에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도 <스프링 치킨>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더군다나, '절식, 혹은 소식하면 오래 살까?' '젊은 피를 수혈하면 오래 살까?' '운동하면 오래 살까?' '무엇이 노화의 근본 원인일까?' '사람의 평균 수명은 얼마만큼 연장될 수 있을까?' 등 일반인들도 한번쯤은 궁금해보았을 질문들을 과학자와 관련 인사들의 인터뷰를 섞어 풀어낸다.   

베테랑 기자인만큼 유머감각 또한 날이 서 있다. 굉장히 건강하신 자신의 부친을 두고 "아버지는 건강관리를 잘 하셔서, 손주들에게 유산 한 푼 안 남기고 가진 돈을 다 쓰고 가실 수 있을 것 같다. (116쪽)"이라든지, "IL_6 수치가 높을수록 이승 호텔에서 체크하는 시간도 빨라진다(190쪽)" 등의 문장에서 그의 기질과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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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독자일지라도 짐작은 하겠지만, 저자 빌 기퍼드가 제 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고 노화 관련 논문들을 섭렵했다할지라도 '노화의 비밀'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단지 노화를 둘러싼 다양한 최신의 연구 성과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 독자 스스로가 장차 노인병 묵시록의 네 기수라는 '심장병, 암, 당뇨, 알츠하이머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노년층이 될 것이며, 미래에도 '수명연장'을 위한 인류의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

나 역시 <스프링 키친>에서 노화를 늦추거나 치료하는 해법을 구하려고 애초에 책을 집어든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확장시켜 나가고,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엮어내는지 그 방식을 공부해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최근 감명 깊게 읽은 <타임푸어>의 브리짓 슐트에 굳이 비교하자면, 빌 기퍼드는 좀 더 일원적인 의미에서 노화를 탐색했다고 할까? 노화의 경험과 노화의 과학에 대한 관점이 인종이나 계층 등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전개될텐데, 백인 중산층 지식인으로 보이는 저자는 일정부분 자신이 속한 세계의 렌즈에서 노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렴, 어쩌리. <스프링 치킨>은 참신하고 재미난 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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