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척추가 위험하다 - 평생 바른 몸 만드는 내 아이의 자세 습관
이동엽 지음 / 예담Friend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아이의 척추가 위험하다

평생 바른 몸 만드는 내 아이의 자세습관

 

 


20150410_091353.jpg


"패션의 완성은?"이라는 질문에 대다수 한국인들은 주저 없이 "몸매"라고 대답할 것이다. 스마트폰 집단 중독시대에 사는 만큼 "손에 들린 책"이라 답할 독서애호가는 어쩌다 있을지라도, "패션의 완성은 척추"라고 생각할 이는 매우 드물 듯하다. 사실 척추 건강은, 평생마라톤인 인생의 행복지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데도 말이다. 여기 "척추가 바로 서야 아이의 인생도 바로 선다"라는 이가 있다. 바로 세 아이의 아빠이자, 20여년을 척추전문의로 활동해온 이동엽이다. 그는 척추 건강이야말로 아이의 평생 행복을 위해 부모가 가장 근본적으로 신경 써주어야 할 항목이라고 한다.  

저자 이동엽이 의사로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소리이자, 척추 질환 아동의 부모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반응이 바로 "방학 하면 다시 올게요."란다. 학교 성적을 더 중요시하기에 치료 시기를 자꾸 미루는 부모는 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작 모르는 셈이다. 이동엽은 경험에서 나온 확신으로 주장한다. "성장기 척추건강, 성장기 바른 자세"가 아이의 여든 인생을 좌우한다고.


 

20150410_091404.jpg

 

이동엽은 참으로 훌륭하신 부모님, 그리고 현명한 아내를 둔 복받은 사람이다. 사업가이신 그의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타인에게 신뢰와 호감을 주는 첫걸음이 바른 자세(p.91)"임을 역설하셨다고 한다. 어린 시절 짝다리로 서있으면 호되게 훈육 받은 덕분에 오늘날 이동엽은 '바른 자세 사나이'로서 척추건강을 설파할 수 있지 않을까? 

 세 아이의 엄마인 그의 아내 역시 현명하다. 아이의 밝은 미래가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과 비례한다는 고루한 생각을 버린 엄마이다. 대신 그녀는 아이들을 의자 감옥에서 해방시켜서 바깥놀이도 장려하고, 외식이 아닌 집밥을 열심히 해먹인다. 척추 건강에 왠 집밥이야기냐고? 척추도 좋아하는 음식이 있단다. 바로 수분과 칼슘. 구체적으로는 우유, 사골국, 두부 등의 음식은 물론이요, 수핵을 촉촉한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수분 섭취도 무척 중요하단다.


 

20150410_091430.jpg

 

 

그 외에도 <내 아이의 척추가 위험하다>에는 "바른 자세, 척추가 좋아하는 자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운동법 등 실용적 정보가 많이 실려 있다. 예를 들어, 척추에 부담을 주는 자세로는 소위 '책상다리 앉기,' 'W자 앉기'등이며 좌식 의자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요새 회사에서도 스탠딩회의를 많이 한다던데, 척추건강에는 앉기보다 서 있는 것이 좋다한다. 이동엽 의사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자극적인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수명이 짧아진다 (p.37)"는 말에 벌떡 일어나고 싶어지지 않을 이 있을까? 앉은 지 30분만 지나면, 인간의 몸은 인슐린 활동이 감소하기에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시키지 못해 비만과 당뇨를 유발하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고 한다. 즉,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고 싶거든, '진득하게, 엉덩이 땀띠가 날 정도로' 종일 앉아 있게 할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일어나 걸으며 책도 보고 바깥놀이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부록으로 실린 "척추를 건강하게 해주는 생활 개조 프로그램"을 참고하고, "척추 교정 스트레칭"을 자주 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20150410_091511.jpg

 


 전국민 스마트폰 중독으로 자라목이니 목디스크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척추 건강까지 함께 걱정된다.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들이 책육아 안내서만 읽을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척추가 위험하다>를 읽고 아이의 척추만큼이나 미래의 인생도 곧게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척추가 바로 서야, 미래의 건강한 국민이 가능하고, 나아가 대한민국도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면 무리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로의 그림

 


 

20150405_151456.jpg


 

엄마가 아기를 10달간 아기집에 품는다는데, 박재규 카피라이터는 무려 10년간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네요. 2004년 시작된 이야기를 2014년 늦봄에 다시 깨워내고, 일러스트레이터 조성민과 협업해서 2015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위로의 그림책>이라는 따뜻한 제목에 120개의 위로를 담아서. ‘산책길에서,’ ‘향기나는 사람,’ ‘외면의 끝에는,’ ‘비로소의 어른’이라는 시적인 제목의 챕터 아래 수수께끼같은 단어 120개가 나열됩니다. 모두 박재규 작가의 인생관과 삶의 태도에 대한 따뜻한 충고를 담고 있지요.

 

 

 

 

 

도미노 / 착각 / 꿈Ⅰ / 이유Ⅰ / 지속 / 걸음 / 판단 / 산책Ⅰ / 빛Ⅰ / 집착Ⅰ / 평수 / 사랑 / 산책Ⅱ / 천대 / 비결 / 유턴 / 결별 / 건축물 / 천국 / 중력 / 산수 / 장점 / 순간 / 사람 / 발견 / 경계선 / 반경 / 단정Ⅰ / 색Ⅰ / 빛Ⅱ / 수단 / 소유 / 진실 / 몸값 / key / 아이러니 / 자연 / 갑질 / 가치 / 우선순위 / 직감 / 알람 / 탐욕 / 패션 / 약점 / 색Ⅱ / 도전 / 신중 / 차이 / 풍경부자 / 라인 / 악순환 / 퍼즐 / 업 / 익숙 / 길 / 향기 / 삼각형 / 미로 / 자존 / 대비 / 보답 / 모드 / 관문 / 다람쥐 / 시소 / 성장 / 데미지 / 감사 / 얼룩 / 태도 / 소진 / 욕구 / 약속 / 23.5° / 라벨 / 잔고 / 가족 / 욕 / 궁지 / 집착Ⅱ / 키핑 / 비상구 / 인연 / 상생 / 광 / 창조 / 프로 / 단정Ⅱ / 현실 / 행동Ⅰ / 꿈Ⅱ / 극복 / 집중 / 달걀 / 자아 / 발전 / 자격 / 직선 / 뉴스 / 분노 / 일희일비 / 커트 / 척 / 역사 / 행동Ⅱ / 이유Ⅱ / 독재 / 악플 / 속박 / 구분 / 자력 / 터닝포인트 / 해결 / 경청 / 지옥 / 기억 / 질주 / 취급주의 / 인연Ⅱ

 

 

 

책장을 빨리 넘기기엔 박재규, 조성민 작가에게 미안해지는 <위로의 그림책>, 음미할수록 새록새록 의미가 생겨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느림의 미학’은 이 아름다운 책을 관통하는 삶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에는

그 만의 맛이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삼키는 음식에서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박재규 작가의 문장을 무중력 상태로 걷는 우주인으로 표현(표지 일러스트레이션)해낸 조성민 작가의 재치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두 작가의 협업이 내는 시너지 효과가 독자를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조성민 그림작가는 박재규 작가가 10년동안 <위로의 그림책>으로 가는 반석 다듬기부터, 생각의 탑 쌓기까지의 궤적을 지켜본 유일한 이랍니다. 그는 박재규 작가의 위로에서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맛을 음미해냈나봅니다. "느긋하고 희망적인 위로의 맛, 씁쓸하지만 제가 살아온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맛"이라고 에필로그에 적고 있습니다.  아마도 박재규 작가가 때론 돌직구 던지듯 독자의 속내가 뜨끔하도록 우리 마음을 들춰주고, 동시에 토닥토닥 어깨를 다독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로써 달콤쌉싸름한 맛 내기, 참 어려운데 말이죠. 
 

 


 

OECD 국가중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의 타이틀, 대다수 국민들 내려놓고 싶어할 것입니다. 왠지 이 문구가 큰 위로와 힘이 될 것 같네요. 우리는 "아기를 낳는다 (give birth to)"란 표현을 쓰고, 아기가 언제 세상에 태어날지 점 봐서 '받은 날짜'에 인의적으로 맞춰 낳기도 하지만, 기다려 주면 뱃 속의 아기는 스스로 나올 때를 알고 신호를 준다고 하네요. 결국 아기 스스로도 노력해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참으로 대견한 우리들.

 

*

"당신은

 

당신이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
 

20150405_151545.jpg

 

 


 

<위로의 그림책>은 참고서처럼 A-Z의 순서로 읽기보다는 마치 포춘쿠키(fortune cookie)의 글귀를 만나듯, 손에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펴서 읽어나가도 좋을 듯합니다. 우연하게 주어진 메시지가 인생의 큰 울림이 될지도 모르지요. 지금 방금 제가 편 페이지에는 “패션의 완성은 // 손에 책”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네요. 피식 웃습니다.

 

물론 박재규 작가의 인품이나 120개의 위로를 관통하는 인생철학을 탐색하며 읽는 재미도 좋겠지만요. 전 앞으로도 <위로의 그림책>을 가까이 두고, 포춘 쿠키 쪼개 먹듯 의외성의 메시지에 행복해지렵니다.


 

20150405_151829.jpg

 

 

 

20150405_151513.jpg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렁각시 2015-04-1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즐겁게 연주해요! 국민서관 그림동화 169
가브리엘 알보로조 글.그림, 김혜진 옮김 / 국민서관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즐겁게 연주해요

 


 

20150312_183455.jpg

 

 

한 때 영유아용 국민비디오와 같았던 Baby Einstein의 "Meet the Ochestra"를 많이도 듣고 보았지요. 아이들 좋아하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과 함께 좀 더 경쾌해진 해석의 클래식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이 후로도 사단법인 꾸러기 예술단의 "봄의 소리 왈츠"라든지, 꾸러기 음악회는 해마다 찾았어요.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 공연장이나 클래식 음악의 문턱이 그리 높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고마운 공연이었지요. 그 연장선에서 <즐겁게 연주해요!>란 그림책도 참 고마운 책이랍니다.  꼬마들에게 오케스트라 악기들과 그 다채로운 소리, 구분법과 연주법들을 자연스레 가르쳐주거든요.


 

20150312_183511.jpg

 

작가 가브리엘 알보로조는 마음씨 넉넉해보이는 노년의 신사, 지휘자를 등장시켜 오케스트라 소개를 해줍니다. 지휘봉을 들고 꼬마들에게 부드럽게 제안하네요. "우리 함꼐 오케스트라에 대해 알아볼까요?" 노란 병아리만큼이나 귀여운 꼬마들은 지휘자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 다니며 오케스트라 악기를 만나요.


 

20150312_183613.jpg


 

가장 먼저, 타악기! 힘차게 북을 치니 활기가 하늘로 치고 올라갑니다. 아이들의 표정도 더 밝아졌어요. 특히 심벌즈 소리는 하늘을 둥둥 울릴 지경이네요. 실로폰 소리는 맑고도 아름답지요. 작은 소리의 파편들이 하늘로 올라가 색종이처럼 나부끼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제 금관 악기를 소개합니다. 지휘자 할아버지는 먼저 금관악기의 정의를 내려주고 종류와 음색의 특징 연주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네요. 직접 소리를 들어가며 배우니 아이들의 귀에 쏙쏙 잘 들어오나봐요. 모두 지휘자 할아버지의 설명에 귀를 쫑긋하고 있어요.

 

 

20150312_183526.jpg


  현악기의 세계도 오묘하지요.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까지.....갑자기 Two Cellos가 연주하는

 

 

 

 

20150312_183538.jpg

 

가브리엘 알보로조의 일러스트레이션은 왠지 듀산 패트릭 그림의 <아무도 듣지 않는 바이올린 (원제: The Man with the Violin>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어요. 소리, 특히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악기가 내는 음의 세계를 개성적으로 시각화해주었지요. <즐겁게 연주해요>에서 각 악기마다의 소리를 어떤 색감과 질감으로 그려냈는지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즐겁게 연주해요!>를 아이와 읽고, baby Einstein의 교육용 DVD 중 바흐나 모차르트, "meet the orchesta"앨범을 보여준 다음, 매년 하는 꾸러기 음악단의 공연을 아이에게 보여주세요. 어린이들을 위한 클래식 공연인지라 설명도 친절하고 공연장 분위기도 편안하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20150402_141037.jpg

카페에서 <딴, 짓>을 탐독하는데 카톡 알림음이 울린다. ‘딴 짓 하다 네 생각이 난다는 지인’의 메시지에 <딴, 짓>이란 제목이 선명한 표지 사진을 찍어 보내며 혼자 킥킥 거린다. 저자 ‘강수정’이 말마따나 “딴짓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 딴짓은 세속적인 기준에서 생산적인 일들을 앞두고, 계량화하기도 어려운 비생산적인 일들에 유받아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딴, 짓>의 주관적 해독 결과, ‘강수정’에게는 ‘딴짓’은 직업의 연장으로서, 창작의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려는 스트레스 해소(혹은 방지) 기제로 보인다. 수십 개의 조각이 비어있는 채로 180조각 퍼즐을 완성하려는 기분으로, 저자를 상상해본다. <딴, 짓>으로 염탐한 강수정의 첫 번째 정체성은 ‘일탈을 꿈꾸는, 불혹이지만 소녀 감성을 지닌 작가’이다.


 

20150402_135027.jpg

그녀는 우선 225mm 사이즈 하이힐을 소화하는 작은 발을 가졌기에 키가 꽤 작을 것이다. 61페이지에 실린 사진 속 늘씬한 여인이 저자일까 하는 고양이의 호기심은 225라는 숫자에서 잦아들었다. 또한 그녀는 불혹을 넘겨서도 여전히 ‘아가씨’란 호칭을 자연스러워하니 ‘아이가 딸린 엄마’가 아닌 독신여성일 것이다. 실제로 <딴, 짓>의 행간에는 이미 이십여 년 전에 만났던 옛 애인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묻어난다. ‘기독교 회관에서 그 남자를 보고 심장이 멈춘 듯 호흡이 잦아들었(딴짓 #26, 82-3쪽)’ 다든지, ‘그 남자와 함께 먹던 김치 수제비를 혼자 먹으려니 목 넘김이 힘들다(92-3쪽‘든지의 미련을 내비친다. 나아가 “내가 저버리는 것보다는 내가 버림을 당하는 편이 낫다(137쪽)”는 고백으로 아픈 연애사를 추측하게 한다.


 

20150402_141028.jpg


<딴, 짓>의 행간 읽기로 추정하건대, 작가 강수정은 열 살 난 여자아이와의 연상게임에서 자신을 “unexpected"란 단어로 규정 받고 공감의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자유롭고 싶어 한다. 현실적으로도 여러 의무관계에서 자유롭다. 대한민국의 그 많은 여성들을 진공흡입기처럼 빨아들인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로부터도 자유로워서 아이도 남편도, 자주 드나들어야 할 시댁도 없다. 관계에서 오는 의무에서 자유롭기에 그녀는 제주도를 제집 드나들 듯 드나들고, 지리산 종주를 하고, 자전거 타고 훌훌 떠나고, 인도와 일본 등 외국 여행을 자주 하며, 딴짓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20150402_141103.jpg


 

 

그녀는 자칫 ‘오지랖’의 경계로 넘어가버릴 수 있는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섬세함을 지녔다. 재료가 입안에서 따로 도는 7000원짜리 칼국수의 맛과 엉망인 서비스에 기사 정신을 느껴 칼국수 집 주인에게 장문의 충고문서를 써서 날리기도 하고(딴, 짓 #32 99쪽), 방음이 전혀 안 들리는 홑벽 집을 부동산 중개인에게 안내받는 와중에 “눈 내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설레하겠다(딴, 짓 #25 80-1쪽)”며 소녀 감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런데 오지랖으로 보이기보다는 엉뚱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40 나이인데도, 세상의 때로부터 스스로를 자정시켜온 명상자 같아 보인다고나 할까.

작가 강수정의 귀엽고도 성찰적인 딴짓 메들리로 이뤄진 <딴, 짓>에 소개된 316개의 딴 짓 중에 유독 “즉흥여행(딴, 짓 #12)"과 ”생명줄(딴, 짓 # 88)“이 훈훈한 사람냄새로 기억된다. 전자의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부산행 새마을호 하행선에서 손수건에 싸온 김치 도시락을 나눠먹는 노부부의 도시락 까먹는 소리에서 ”세월의 소리“를 듣는다. ”생명줄“ 에피소드에서는 한라산 등산길에 걸려 있는 빛바랜 촌스러운 빨랫줄이 알고 보니 폭설로 길 잃을 뻔한 등산객들을 안내하는 생명줄이자 등대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경험을 담고 있다.

전직 기자이자 인생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사업가의 딸로 살면서 ‘육지 것’스러움이 배여있는 저자는 <딴, 짓>을 집필하던 와중에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해버렸다. 스스로에게 “촌스러운 육감”이 있다거나 ”전생에 소복한 눈송이였을지 모른다.“라는 다분히 무속적인 믿음을 내보이는 그녀가 한 눈에 반한 집이다. 독자로서의 육감으로 말하건데, 왠지 그녀의 양평 작업실 ‘벼리’에서 앞으로도 더 좋은 글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다. 벼리의 ‘별’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인문학 - 공부하는 엄마가 세상을 바꾼다
김경집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인문학




 

20150321_182536.jpg



 


며칠 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마음에 괴롭게 담아둔 풍경이 있었다. 서너 명의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종종 이동중이던 차에 맞은편에서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엄마와 마주쳤다. 사교언어의 폭풍이 지나고 "어디 가?"하는 의례적 질문을 받자, 유모차 끌던 엄마가 급 제안을 하더라. "저 아래 야채 가게 가는데......같이 안 갈래?"

*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둔기로 뒷통수를 맞은 듯 통증이 왔다. 오래가는 통증이다. 지금도 그 광경이 생각나니까.  다들 시간을 자본화(capitalize your time!)하라는 압박을 받으며 사는데, 일견 소위 '유모차 부대'는 노동의무에서 면제된 듯 하다. '야채 가게 같이 가줄래?' 의 암묵의 메세지가 무례로 통하지 않을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듯 보인다. 사람들은 이들을 '유모차 부대'라고 부른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사회의 촘촘한 격자 그물 아래로 숨어 버린 인재들이다. 도대체 한국 사회처럼 대학 진학률 높은 사회에서 그 많던 고학력 여성들은 다 어디로 증발했을까? 그저 '아줌마 브런치 부대'니 '유모차 부대'라는 동질적인 집단 취급 받으며 사회적 삶의 수면 아래로 다 가라앉아버린 것일까? 통증이 다시 몰려 온다. 안타깝고 억울하고 아쉬워서. 

 

20150326_121559.jpg

 

25년간 대학 강단에서 교수직을 역임하다가 마음껏 읽고 쓰기 위해 개인 연구소에서 활동중인 김경집은 그런 '엄마'들에 주목했다. '주눅들고 움츠러 있지 말라고, 엄마들이 연대하면 그 파급력은 기막힐 거라고, 세상을 바꾸는 파도는 거대 담론이나 양복 부대의 정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그가 엄마들을 주 대상으로 펴낸 <엄마 인문학>을 읽었다. 엄밀히 이 책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좌(아마도 백화점 인문학 강좌?)를 활자한 것이다. 그래서 딱딱한 이론서라기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바깥 세상을 바라봐야 (p.214)"한다는 등,  입말의 정겨움이 살아 있는 강연집같다. 출판사 측에서 함께 보내준 미술관 전시 초대권과 볼펜 한 자루 역시 정감미 묻어난다. 이렇게 믿어주고 도닥여주는데 정말 불끈 주먹쥐고 일어나야할 것 같은 사명감마저 들게 하며... 


20150326_121638.jpg

 

  저자는 대한민국이 1997년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고, 2015년 현재 임계점을 한참 넘은 우리 사회, 특히 교육은 "망가질 대로 망가(p.6)"져 있다고 본다. "어느 시대던 임계점에 가면 리카도와 같은 인물이 나타납니다. 이런 사람을 찾아내서 격려하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 (p.224)"인데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일관하다가는 감당하지 못할 부담으로 터지게 (p. 197)" 된다는 것이 저자의 위기의식이다. 나아가 그는 임계점을 넘은 지금이야말로 혁명의 최적기인데, 바로 그변화가 엄마들에서 시작되기를 촉구한다.

  

 

20150326_121710.jpg


  '수컷들의 피비린내 나는 혁명"과는 다른 엄마들의 조용한 혁명을 요청하며 그는 꽤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한 마디로 요약을 하건데, 그 동안 "엄마는 '읽히는' 존재를 넘어서 '읽는' 존재가 되어 (p. 292)"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김경집의 구체적 조언을 조금 더 소개해보자. 엄마들은 "골다공증만 걱정하지 말고, 내 삶의 뻥뻥 뚤린 구멍들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p. 271)" 생각하고, "'과학동아' 같은 아이들 잡지만 정기구독하지 말고 엄마들부터 문학잡지 정기구독해서 읽고 토론하라고 충고한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집단을 동질화하여 살짝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는 것은 아닌가 삐딱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떤 인문학자가 이토록 '대한민국 엄마들'의 잠재적 혁명력을 인정해주고 각성시키고 구체적 혁명법까지 인도하는가 싶어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20150326_121722.jpg



책 제목 때문에 꼭 엄마만 독자여야 한다는 강박을 던진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엄마 인문학>을 인문학 입문서로 음미할 수 있으리라. 저자는 인문학이 "단순히 문학, 역사, 철학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모든 분야를 망라한 학문 (p. 28)"이자, "인간의 문제를 되집어 보고 성찰하는 데 그치는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최고의 학문 (p.37)"이라며 그 가치를 강조한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6회 강좌 주제에 따라 "역사, 철학, 예술, 정치, 경제, 문학"의 렌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세상 읽기의 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엄마 인문학>. '내 아이, 내 자식'을 위해서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보다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