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hamed mahmoud  / CC0


   온라인 포럼으로 전문가 두 분의 강의를 각각 1시간씩 들었다. 한분은 인문학자, 다른 분은 IT계열 기업의 CEO이다. 내용이 알차서, 청중으로서 짜릿한 희열마저 느꼈다. 동시에 '전문가성'은 어떻게 구축(구축의 시발로서의 Ph.D 획득이야 모두가 아는 루트인데, 이후 전문가성은 어떻게 강화, 유통되는지)되는지 궁금해졌다. 요새는 석학들의 온라인 강의나 저서를 접해도, 이미 대중에게까지 내려와 익숙해진 사례, 멤버쉽 가입과 클릭질 몇 번이면 구할 수 있는 논문들이 등장하는지라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건 강의들으며  내내 궁금해했던 질문이다. 



오늘, [차이나는 클라스]를 읽는데 그 질문과 닿아 있는 책인 것 같다. 

우선, 제목이 다 말한다. "차/이/나/는/ 클/라/스" JTBC "차클" 초대 연사들은 흉내내기 어려운 전문성, 권위, 명성을 구축한 분들이 등장한다. 아무리 대의, 소명의식이 크다한들 뿜어낼 통로가 없으면 자기 소진에 울혈이 맺힐텐데, 이 분들은 뿜어낼 채널들도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 이들을 향해 나팔귀를 벌리는 청중들도 확보했고. 그럼 이미 답 찾은 거 아닌가? 전문가성의 구축과 유통. 




[차이나는 클라스: 의학, 과학 편]에는 김우주, 강진형, 박은정, 계명찬, 강봉균, 천종식, 박종훈, 정희선이 등장한다. 편집실에서는 Q&A형식으로 책을 엮어 냈고, 강의에 활용되었던 프레젠테이션 시각자료도 적절히 배치하였기에 전문용어가 등장하여도 읽기에 부담이 없다. 대본이나 자료집 하나 없이 현장 Q&A 즉문즉답을 저 수준으로 순발력있게, 내용 풍성하게 하였다면 "차클"이 틀림 없다. 8분의 인터뷰 모두 유익하나, 그 중에서도 나는 나노학자 박은정, 의료사고 연구하는 박종훈, 그리고 초대 국과수원장이었던 정희선이 인상 깊다. 


* 박은정 교수는 신문 기사에서도 읽었는데,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한 8년간의 경력 단절을 딛고 30대 후반에 다시 분발해서 세계적인 나노독성학자의 지위를 확립했다고 한다. 이 분이 나노독성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흥미로운데, "환경 호르몬이 내일의 문제인 반면, 나노 독성은 오늘의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환경 호르몬이 후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면 나노 물질은 지금 당장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거죠."라고 한다. 



*평소 의학사 책들을 많이 읽기에 박종훈 교수가 인용한 예들과 친숙했지만, 넥타이는 처음이다. 박종훈 교수는 대한임상미생물학회지 보고를 인용하여, "전공의들이 착용하는 넥타이에서 슈퍼박테리아가 100% 검출되었다(228)"고 한다. 또한 WW2 당시 유행했던 "Give Blood, Save Lives,"의 신념과 달리, "수혈을 줄여야 생명을 구한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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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획이 다 있었는데....."

[동의보감]"들" 읽으며 마무리할 줄 몰랐다...

다 "계획이 있었는데..."

2월부터는 책단식을 해야하나....


다시 수능시험 볼 수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한의학과 심리학. 사람의 마음과 몸을 편하게 해줄  "지식과 기술"을 다 배워보고 싶다. 그러나 삼각함수 공식이니 주기율표를 홀랑 잊은지 오래다. 그런데, 한의사 방성혜 원장은 생각뿐 아니라 어릴 적 꿈을 실현했다. 친정 부모님께 큰 아이 맡기고 어렵사리 워킹맘 생활하던 영문학도가, 늦은 나이에 수능을 다시 보고 한의대에 입학한 것이다. 방성혜 원장은 [동의보감]을 특히 좋아해서, '동의보감 경시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한다. 그 자신이 두 아들을 키우는데 [동의보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보다 많은 부모에게 그 양육법을 알리고자 쓴 책이 바로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이다. 









저자는 400여년 전 집필된 동의보감의 양육법을 "기다리고 인정해주는" 양육법으로, 좋은 엄마란 "건강한 엄마"로 규정한다. 건강한 엄마야말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대전제 하에, 본인과 지인 및 한의대 후배들의 육아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곁들여 '동의보감 양육법'을 전한다. 구체적이고 묘사가 생생한 에피소드가 많아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태교시기부터 10세 전후까지의 아이를 둔 부모에게 유용할 듯 하다(다만, 양육의 주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엄마'로 한정되는 듯해서, 2021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긴 하다.).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을 읽고 나니, 갑자기 한 체급 더 높은 책이 당긴다.  "감이당"출신 안도균 선생의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동의보감]을 꺼냈다. 책 속지 메모를 보니, 이 책을 2016년에 처음, 2018년 1월에 다시, 그리고 2021년 1월에 세 번째 만난다. 일종의 복습인 셈이니 내용 자체보다도, 내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5년전, 3년전에는 스쳐지나갔던 문장 중 어떤 것이 새롭게 눈에 들어올 것인가? 그 때 놓쳤던 지점이 눈에 들어올까? 얼마나 더 총체적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으려나? 필통 안 필기구 수명이 1년이 안 되는 지라, 2016년 2018년, 2021년 읽기에 동원되는 하이라이터가 매번 다르다. 그래도 사람, 크게 변하지 않는 건지 같은 문장에, 다른 색으로 밑줄 긋고 있었다. 몇 문장을 그대로 옮겨보고, 잠을 챙기러 가야겠다. 이미 [[동의보감]에서 알려주는 양생법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책 읽다가, 잠 자기엔 너무 늦어버렸으니. 














* [동의보감]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저자 안도균은 책을 마무리하며

"[동의보감]은 문학과 철학, 과학과 인류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의 접목 가능성을 암시하는 무수한 텍스트를 담고 있다 (338쪽)"



* "자연과 인간의 연결성이 의학의 전제가 된다(48쪽)"는 말에 대해서, 저자 안도균은

"내가 자연 그 자체인데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단절이 그렇게 크게 두렵겠는가. 이런 직관은 몸의 순환관 생명력을 강렬하게 만든다. 그러니 질병의 반쯤은 치료된 거나 마찬가지다 (49쪽)"

동의보감 이론에서 도가적 경향이 짙다더니....



*치유에 대한 태도,

"질병은 삶과 연결되어 있는 사건이므로, 의학적 치유는 전문 의술 외에도 감정을 변화시키거나 운명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등 삶 전반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109쪽)"



저자가 함께 읽으라며 추천해준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챙겨 읽은 후,  2023년쯤 [동의보감]을 다시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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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29 0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09쪽 인용문 강렬하네요. 그게 딱 맞는 말인데, 아무래도 우리는 서양의학에 의존하는 편이니까요. 약 주면서 이틀 후에 한 번 더 오세요. 네. 약간 이런 분위기가 강하죠. 전 고미숙 선생님의 <동의보감>을 정말 후루룩 라면 먹듯 흘려 읽었는데 북사랑님 진짜 꼼꼼하게 독서하시는군요.
안도균 선생이 감이당 출신이라니 급 관심이 생깁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얄라알라 2021-01-29 07:59   좋아요 3 | URL
2016년 검색했을 때는 과천 쪽에서 동의보감 책 읽기, 지역민(?) 대중 유료 수업하시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새는 코로나라 수업 안하시겠죠?^^ ˝동의보감˝ 들어간 책들은 후루룩이라도 보게되는데, 이 책은 유독 문장 문장 좋아요. 다만, 전반부와 후반부 문장의 밀도는 다르다는 인상은 받습니다. 책 뒤로 갈수록 동의보감 원전 인용 비중이 급격히 많아지거든요^^ 책 쓰기가 예상했던 기간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저자가 편집자 압박을 받으신 건 아닌지 혼자 상상했어요^^:;

붕붕툐툐 2021-01-29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의학과 심리학. 찌찌뽕!!😄

얄라알라 2021-01-29 10:30   좋아요 2 | URL
아, 그러시나요?^^ 이미 서재 친구이시지만 더욱 반갑습니다!

scott 2021-01-29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의학 심리학 이조합 최고! ㅋㅋㅋ 북사랑님은 이미 허준 센세 ^.~

2021-01-29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역 노숙인, 외투, 행인"


며칠 전 기사, 보셨으려나요? 얇은 수면바지 차림에 추워서 얼굴 피부도 검붉어진 노숙인에게 한 행인이 외투와 장갑을 벗어주는 장면을 사진 기자가 포착했습니다. 눈발 속의 훈훈한 그 풍경, 뭉클하게 하는 그 풍경. 


꼬마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좋아합니다. 동화속에서 보아온 장면이니까요. 

하지만, 어른의 못된 현실적인 의심이 치솟아 꼬마의 기쁨을 망쳐버렸습니다. 

"근데, 저거 연출일지도 몰라." 


그랬더니 꼬마 표정이 바로 슬퍼지면서, 

"그래도 저 사람 진짜였으면 좋겠다."라고 했어요. 


찌들고 찌든 어른의 렌즈가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꼬마에게 미안했고요. 오늘 후속 기사를 찾아 읽었습니다. 사진기자분이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 포착하셨다 하십니다. 

훈훈한 이야기 꼬마에게 다시 보여주어야 겠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9965.html


이 사진 공유는 문제소지가 있긴 합니다만....혹 문제가 되면 사진 내리겠습니다.






또, 눈이 내립니다.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는 벌써 말끔하게 치워져 시멘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눈이 내리자마자 관리실, 경비실 분들이 움직이셨을 겁니다. 눈 치우시는 두 분이나 보았습니다. 뭐라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윙, 윙' 거리는 제설 기계 소리가 하도 커서 어차피 안들리실 테니, 마음으로만 고마워하며 지나갑니다. 



단지 정문 바깥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위 그 '눈 관리' 주체가 모호합니다. 상가 건물 앞이야 상가에서 처리한다하지만, 아파트 단지 밖 일반 통행로 눈은 누가 치울까요? 아니나 다를까, 게이트 된 아파트 내부와 외부의 눈 사정이 확 다릅니다. 그런데 한 소년이 자기 키보다 큰 싸리비를 들고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치운다기 보다는 '빗자루 다루는 기술'이 부족해서, 큰 붓으로 어설프게 물감 칠하는 느낌입니다. 나는 그 소년이 신기해서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소년의 어머니가,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 방향 저 방향에서 사진찍어 기록 남기는 것으로 보아, 아이가 '자발적 선행' 하는 구나 싶었습니다. 조용히 아이 옆에 가서, "봉사하는구나?"라고 물었더니, "네"라고 답합니다. (하긴, 제가 선택한 "봉사"라는 단어도 "쩌든 언어"입니다. '무보수 노동'이라는 개념을 함축하였으니)

"정말 대단하다!"라고 저도 아이에게 칭찬을 보냅니다.



거의 모든 것을 가치화시키려는 자본주의 시스템, 


이제 눈 온 풍경을 즐기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눈 치우는 것은 의무화하되 게이트 안과 밖이 달라지는 냉정함. 


눈 치우던 소년, 그 친구 커서도 이 폭설 오던 날의 싸리비 생각 오래 날 것 같습니다. 





창 밖으로, 눈 치우시는 어른을 봅니다. 눈을 모아서, 도로에 계속 던지시네요. 더 빨리 녹을거라 생각해서 하는 일이겠지만, 녹은 눈이 많아지면 결국 차에 혹은 행인의 외투에 더러운 눈이 튈텐데, 굳이 도로 쪽으로 눈을 치워야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합니다. 생각이 많으면, 눈이 와도 참 피곤하게 사나봅니다. 생각 그만, 차라리 눈이나 치우러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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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28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 치우러 한번 나가보고 싶음요. 눈이 안와요
와도 싸락눈 잠시 뿌리다가 바로 녹아버림. ㅠㅠ

기억의집 2021-01-29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시나마 저도 연출 아닐까, 의심한 게 부끄러워지네요. 유투브 사건의뢰에서 이 사진 다뤄서 진행자 두 분이 이 사진에 대해 말하길래 전 좀 의심스러웠거든요.. 자세히 보니 황급히 찍느냐 촛점이 안 맞네요.

저는 눈 치울 자신이 없어 경비원 아버님들께 노고에 감사해 편의점 가서 컵라면 왕창 사 다 드렸어요. 감사하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얄라알라 2021-01-29 01:25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 님께서도 잠시나마 그러셨군요. 감사하다고 생각만 하시는 게 아니라, 바로 마음을 행동으로 전하시니 제가 배워야겠습니다!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정상’ 권력을 부수는 글쓰기에 대하여
이라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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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이라영의 최신간, 독서 에세이를 읽고 잠들었는데 알라딘 알람이 온다. "이라영의 매니아가 되었습니다"는 메시지. 그 정도로 읽었나? 달랑 4권 읽었을 뿐인데? 하긴 알라딘 TV 생중계로 이라영의 북토크도 강의 듣듯 보았으니 '중간' 매니아쯤은 될 것 같다. 이라영을 왜 읽을까? 독자를 시원하게 해준다.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내가 '치우치지 않음'으로 포장하여 회피하는 이슈들에 이라영은 지적인 돌직구를 날린다. 특히 [정치적인 식탁]이 그랬다. 이라영을 왜 계속 읽는가? 이라영은 글을 너무~~ 잘~~ 쓴다. 문학 전공하는 분들 특유의 문체가 눈을 현란케 하고 편두통도 유발하지만..... 그 만큼, 혼자 있는 시간에 작가로서 학자로서 헌신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서문에서 이라영은 1930년대 미국 캔터키 주에서 책 배달 프로젝트에 동원되어 책을 유통했던 '북우먼(말 탄 사서)'를 인용한다. "(이라영은) 읽고 보고 쓴다. 몸을 움직여 이야기를 전하러 가는 그 북우먼들처럼(28)". 프랑스와 미국 등 타국에서 오랜 체류했던 이라영은 자신의 독서경험을 장소성과 묶어 배치했다. 백인, 남성, 지식인 서사 밖, 소위 목소리 낮게 들리거나 차단당했던 소수자의 목소리를 발굴한다. 



책 첫 페이지에 미국 지도를 실었는데, 서부 중부 동부 지역의 여성 작가들을 소개하며 페미니스트로서의 이라영의 분노를 버무린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의 피부를 할퀴어대는 분노는 아니다. 이라영 스스로 정제되지 않은 분노의 위험성을 알기에. "여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억압 당하는 감정(58)"이 분노이지만, "자기 방어나 증오심에 바탕을 둔 분노의 언어는 이 감정으로 다시 세계를 갉아 먹(27)."는다고 말한다. 대신 그녀는 공감과 사랑의 언어를 펼치려 애쓴다. 행간에서 그 노력을 읽었다. 동시에 이상주의자이자 이상 세계(+땅 위)에서의 투사인 그녀의 매력도 느낀다. 이라영은 이미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삶은 견뎌내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수동적 태도라 발끈했던 바 있다. 그 미학화된 죽음으로 소비되어 왔다는 실비아 플러스의 시 세계와도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고 했다. 출판사 측에서 이라영의 그런 투사다움을 드러내는 문구를 참 잘 뽑아냈다.총 395쪽 중, 내가 전체 다 필사한 딱 그 문장을 출판사 측에서도 뽑았다는 것을 책 다 읽고 알았다. 


"100년 전이라면 나도 치료라는 이름으로 감금되거나 전기의자에 앉았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있는 열 명, 혹은 백 명의 미친 여자들의 안부를 물으며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죽지 마, 미쳐도 돼, 라고 속삭이면서 (146)."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를 읽으며 했던 메모는, 일단은 노트에만 남겨두기로 한다. 다만, 그녀가 "압제자"라고 통칭한 범주에 대해, 명료한 정의가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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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27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랑 4권이라니요?
마니아 자격이 충분합니다. ^^

얄라알라 2021-01-27 23:23   좋아요 1 | URL
페크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신다면 더욱 분발!!!^^

수이 2021-03-19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얄라님 4권이나!! 읽으셨네요. 저는 이제 시작합니다!
 
제4의 식탁 - 요리하는 의사의 건강한 식탁
임재양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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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작업하고 이내 산만해져서, 책을 집어 들면 또 1시간이 흐른다. 책이 마약이다. 끊어야 산다. 방금도 [제 4의 식탁]을 집은 참에 1시간 넘게 쉰 셈이다. 

*

학자이자 저술가, 강연가, 게다가 서평가에다 추천사를 참 많이 쓰시는 최재천 교수가 [제4의 식탁]을 추천하며 "나는 대구로 이사하고 싶어졌다. 저자의 병원 근처에 살고 싶다. 그러면서 그냥 그가 하는 대로 다 따라하고 싶다 (5쪽)."라는 문장을 남겼다. 최재천 교수님 문장답지 않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는데, 막상 [제 4의 식탁]을 읽고 나니, 어떤 의미에서 그리 추천하셨는지 알 것 같다. 

이 대오염의 시대에 건강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본인이 직접 체험하여 옹호할 수 있는 건강법을 전파하는 의사야 많다. 그런데 의사 임재양의 경우, 실천도 실천이지만 대인배다. 책 한권으로 속단하는 결례를 범할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행간에서 느껴지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와 큰 마음이다. 유방암 검진 전문의로서의 그는 27년 의사생활하며 점점 유방암이 고등학생, 대학생 등 어린 여학생들에게까지 빈발함을 안타까워한다. 당뇨 합병증으로 실명해가고 있는 데도, '달달한 빵'을 포기 못하겠노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단골 환자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안타깝다. 그래서 임재양은 한옥으로 병원을 짓고, 아예 건물 안에 빵굽고 요리하는 공간을 두어서 병원 찾는 이들에게 빵을 그냥 나눠준다. 설탕이나 버터 친 빵이 아니라, 통밀 저염빵을. 그리고 환자를 잽싸게 진단해서 진료실 밖으로 내보내기보다는 환자와 소통하려 애쓴다. 물론, 개업의로서의 여러 한계가 있기에 환자 일인당 여러 시간 쏟아낼 수는 없지만 대기실에 간호인력 도움을 받아서라도 환자들의 일상을 알려고 한다. 특히 무엇을 먹는지. 그래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

[제 4의 식탁]은 "4"라는 숫자는 제시했지만 특별한 식사혁명을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상식을 짚어준다. 예를 들어, 거칠어 못난이 취급 받는 채소 과일이 몸에 좋다든지, 육식보다는 채식하라든지. 그 기저에는 단지 나와 내 가족의 건강뿐 아니라, 먹거리를 생산해주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을 향한 고마움과 애틋함이 있다. 임재양 선생님은 "생각하면 바로 실행"하는 타의 추종 불허 실천력이 트레이드마크이던데, 나도 그렇다면 내친김에 대구를 찾아 임재양 선생님 병원을 방문해보고 싶다. 굉장히 궁금해진다. 



*

끝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소챕터 제목이 '대변'이다. 흥미를 넘어, 따라해보고 싶어진다.



Jonathan108,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저자가 10일 일정으로 몽골로 휴가를 갔을 때 일화이다. 그곳엔 좌변기가 아닌 드넓은 초원에 임시로 마련된 푸세식 화장실이 있었나보다. 저자는 "느긋하게 쭈그리고 대변을 보자 엄청난 양이 쏟아졌다. 그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끝날 때는 다리가 저려 절룩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배가 편함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쭈그리고 보는 대변, 그건 실로 30년 만의 일이었다 (92)."


저자가 10일간의 몽골 여행 일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오자, 다시 대변 습관이 바뀌었다 한다. 좌변기가 쾌변을 틀어막은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시 야외에 몽골식 화변기를 설치했다 한다. 실천력 최강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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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26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재밌네요. 근데 솔직히 엉덩이를 까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세상에는 참 훌륭한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기사에 나오는 온갖 흉악한 사람들을 보다가도 이런 사람들을 보면 아 그래도 세상이 살만하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아 근데 집에 저 화변기를 설치하면 요즘은 그걸 퍼주는 똥차를 보기 힘들던데 아마 해결할 수 있으니까 만들어겠죠? ^^

얄라알라 2021-01-27 10:1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저는 그 생각 못해봤네요^^
실은 학부 때 은사님 중 한 분도 ˝똥˝에 관한 책도 쓰셨을 뿐 아니라, 마당에 손수 시설을 설치(?)하셨다했는데, 그 뒤에 처리는 어찌 되는지 정작 그 부분은 확인해본 적 없네요. 아마 뭐든 방법이 있겠죠?^^

han22598 2021-01-27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비에는 푸세식이 답인가요? ㅎㅎㅎ 책 매우 궁금해지네요.

얄라알라 2021-01-27 10:09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책 읽은 후, 계속 그 생각 중이에요
어쩌면 저자가 대도시, 바쁜 의사 스케줄 소화하며 스트레스 받다가 몽골의 너른 초원에서 규칙적으로 먹고 쉬며 스트레스 프리 상태로 10일 있었기에 쾌, 초초초 쾌변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생각이 들어서요^^

감은빛 2022-04-19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농한 선배가 대변을 퇴비로 쓰고 소변을 또 별도로 이용하기 위해 대변과 소변을 분리하는 화장실을 설치했더라구요.
소변을 분리하고, 대변을 본 후에 위에 겨를 뿌려두면 대변이 모인 덩어리에 습기가 차지 않아서 냄새가 안 나더라구요.
사실 그 선배 집에서 며칠 묵어야 했을 때 화장실이 제일 고민이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어요.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그렇게 깔끔한 재래식 화장실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죠.
우리 몸 밖으로 나온 대소변은 모두 다시 땅으로 돌아가 농사에 보탬이 되니 그 또한 좋구요.

얄라알라 2022-04-19 15:53   좋아요 0 | URL
며칠 묵으시면서, 좋은 기억 있으셨겠네요.
저도 농촌 생활 동경하는 마음(만?) 커서, 좀 며칠 일하며 농가에서 묵고 싶어요.

어느 책에서인지 기억 나지 않는데, 예전 우리 조상들은 용변을 참고 집에 와서 해결한 이유가
그게 귀한 농사 비료가 될 거니, 밖에 뿌리고(?) 다니면 아까워서라는 글을 읽었어요.

불과 수십 년 사이, 우리 몸 밖으로 나오는 우리 몸 안의 물질에 대한 생각(이젠 철저히 위생처리 은폐 대상일듯하다고 상상합니다)이 크게 바뀌었음을 대변볼 장소 선정에 대한 그 이야기가 들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