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 뚝딱뚝딱 누리책 22
Raphaele Frier 지음, 줄리앙 마르티니에르 그림, 이하나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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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은 세일즈 포인트가 5000점을 넘어 서며 잘 팔린다. 편집자의 팬심 가득한 추천의 글 덕분일까? 주르륵 이어 보면 A4 1장 분량도 안 될 줄거리인데, 이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있겠지? 고단한 회사 생활로 생활인의 입내가 풍겨나는 독자 리뷰가 많은 것도 이 책을 누가, 왜 사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블레즈씨처럼 매일 아침 출근 전 면도하며 거울을 들여다 보았어도, 정작 자신을 응시해 본 적 없던 어른들이 '블레즈씨'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할 것 같다. 



작가 되기를 꿈꾸며 30여년 간 꾸준히 글을 써왔다는 라파엘 프리에(Raphaële Frier)의 글 이상으로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은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블레즈씨 식탁에 올려진 벌꿀, 욕조 다리의 곰발 장식, 블레즈씨 집의 초록 인테리어, 침실의 곰 인형. 


과연 편집자의 말처럼, 그림 속 숨어 있는 암시 찾으며 읽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블레즈 씨가 과연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는지, 블레즈 씨 주변의 화초 상태가 어떠한지는 꼭 찾아봐야하는 장면. 







[블레즈씨에게 일어난 일]가 어른 독자에게 주는 하나의 조언이자 경고는, 몸의 증상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블레즈씨는 엄청난 변화가 분명 몸으로 일어나고 있는 데도, 신경 쓸 여력도 없다는 듯 "괜찮아 질거야"를 되뇌이며 여전히 출근한다.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지 않는다. 변화는 쓰나미처럼 갑자기 밀려오지 않는다. 누적, 소리없는 누적이 일으키며, 분명 변화의 신호를 보내온다. 어떤 형식의 신호일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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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9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레즈씨에게 과연 무슨일이,,,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졸음이 쏟아지고(전화를 받기 힘들정도로)

이거이거 점점 궁금해지는데요.

scott 2020-12-3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2021년 새해 복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ㅋㅋ

\-----/
/~~~~~\ 2021년
| 福마뉘ㅣ
\______/

얄라알라 2020-12-31 10:44   좋아요 1 | URL
scott님^^ 매번 먼저 주시고 가시네요
21년에는 코로나 싸악 몰아내져서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cott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작 12시간 지났네요. 굶은지. 고백하자면 따뜻한 우엉차는 2리터쯤 준비해 두었고, 민트캔디는 아예 봉지를 텄습니다. 2020년의 남은 사흘을 "굶으며, 비우며" 지내기로 결심했는데, 왠지 캔디 봉지가 곧 텅 빌 것 같습니다. 습관적 클릭질, 습관적 카톡질처럼 관성적으로 입에 뭔가를 밀어넣는 현대인의 조바심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겠군요.


2019년 12월 중국발 코로나 뉴스 이후, 12개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아침에 눈뜨면 코로나 세계지도를 뒤지고 확진자 현황을 체크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실로 많은 이에게 2020년은 뚜렷하게 다르게 기억될 한 해겠지요. 2020년 상반기를 사나흘에 한 번씩 현관문을 열 정도로 책상받이로 지내면서 자연스러운 수면 리듬, 호흡이 엉크러졌음을 느낍니다. 책을 수십 권씩 쌓아놓고 조바심 내다 보니, 꿈에서도 늘 과제 안 낸 껄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자기처방 내리기를 29, 30, 31일 굶으며 말도 가급적 삼가기로 합니다. 어떤 경험이 될 지, 기대됩니다. 



 



   


 

이른 시간에 걸으니, 설악산에 등산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2m 거리두기 산행을 했습니다. 오색코스는 산행이라기보다, 산책코스여서 2020년 집콕 생활로 다리 근육 약해진 분들에게 좋겠더군요. (제 이야기군요) "선녀탕"의 초록 물에 낙엽이 동동 떠 있습니다. 요즘 꼬마들은 "선녀"니 "옥황상제"라면, 피시식 웃어버릴 것 같습니다. 하늘 이야기보다 더 짜릿한 가상 세계의 캐릭터들 이름 외우기도 바쁠테니까요. 

  





딱히 뭔가를 하고 싶지 않고, 쉬고만 싶네요. 마음 가는대로, 남은 사흘 책 읽으며 2020년을 정리하려 합니다. 책 욕심은 식욕만큼이나 비우기 힘듭니다. (어제부터 900쪽 넘는 [건강과 치유의 비밀]을 거의 다 읽어갑니다)

알라디너 여러분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거나, 혹은 하고 싶지 않아서 쉬면서 2020년 다들 잘 보내시기를!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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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9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설마 단식 시작하시고 산행 하신건가요?
오로지 우엉차로만 디톡스 하시려고
겨울에 단식은 각별히 주의 하셔야 해요

2020-12-30 0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2월을 2020년 어느 달보다 느긋하게 지냅니다. 책 읽으며 쉽니다. 성스러운 종교적 공간에서 마음을 닦는 분도 있겠지만, 발이 게으른 저로서는 햇살을 등에 지고 책 읽어도 수행입니다. 본인이 건강해야 사랑하는 이들을 돌볼 수 있다고, 돌봄의 선배들은 이야기하시죠. 내 마음에 옹졸과 후회의 앙금을 비워 내야 다른 사람도 담을 자리가 생기겠죠. 책을 읽으며, "나"라는 허구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을 만나고 배웁니다. 읽다 보면, 교만한 생각이겠지만, 다른 이들도 함께 살리는 삶을 꿈꾸게 됩니다. 

12월 내내 과하게 읽어댔으니 자제해야겠지만, 벌써 오늘만 해도 두 권을 읽었습니다. 할 일도 미룬 채.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 코드 Change 9>를 먼저 읽고, 화타 김영길의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3>을 바로 집었습니다. 의도한 선택은 아니었는데, 두 책에서 제시하는 인생관 세계관이 대척점에 놓고 대비시키기에 딱인지라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전자는 세계를 빠르고 (거스를 수 없는) 거센 흐름으로 인식하고, 개체들도 전략적 기능적으로 빠름을 자원화하라고 촉구합니다. 후자는 정중동의 수묵담채화처럼 세상을 인식하고, 매끈하게 윤활유 친 기계적 세계관을 멀리합니다.

 최재붕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포노 사피엔스"로서의 생존전략을 각인시키면서 독자에게 자신을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널려 있는 정보들을 꿰어서 맥락에 위치시켜주는 작업은 지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이들에게 가능하죠. 그런 의미에서 최재붕 교수는 Change9을 대중에게 각성시키는 선구적 이야기꾼일 듯합니다. 아날로그 선호의 저 같은 독자조차 "포노 사피엔스"의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자각을 시켜줄 정도로요.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의 김영길 선생님은 굉장히 겸손하십니다. 그래서 가장 최근 발행된 시리즈의 5권을 읽고 역순으로 이전 저작을 찾게 되었습니다. 2009년에 쓰셨군요. 걸어서 국토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하신 후에. 겸손하고 투명하시군요. 그런 코드에 주파수가 맞춰져 있는 독자로서, 귀한 여행기와 인생관을 글자를 통해서나마 얻어 듣게 되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특히, 사람의 병을 고치는 직업을 가진 이로서 본인이 귀가 갑자기 안 들렸을 때의 당혹감과 무력감(당장 환자 진료하는 데, 듣는 과정이 중요한 데 귀가 안 들리다니...), 비제도권 한의사이지만 이비인후과를 찾아 귓속 귀지를 파내고 귀가 들렸을 때의 청량감 등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천하의 명의를 딴 "화타"라는 선생님의 호가 실은 조금 불편했는데, 그런 불편감을 상쇄시켜주는 인간적 솔직함과 투명함이었습니다. 


오늘도 햇볕과 책과 사람의 온기로 하루를 채웁니다. 이렇게 채우면서 풀어낼, 좋게 풀어낼 날이 꼭 왔으면 싶습니다. 이 부분은 최재붕 교수도 어려운 학술 용어로(읽은지 반 나절 만에 잊었네요), 화타 김영길도 이야기했습니다. 마음에 그리고 추구하는 상像을 실현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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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보면,  만나고 싶어지는 작가들이 있다. 내 경우, 올리버 색스, 이윤기(그리스로마 신화 번역과 집필하신) 작가. 안타깝게도 두 분 다 소천하셨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브래드 에반스Brad Evans나, 록산 게이Roxane Gay에게 매료 당했지만, 꿈에서라도 만날들 모국어 아닌 언어로 얼마나 대화를 이어가겠는가? 


그리고 이라영이 있다. [정치적인 식탁]을 읽는데, 이런 신선(+신랄)한 작가, 만나고 싶었다. 소심한 내 기준으로는 "쎈" 언어로 검술을 펼치는 이라영은, 현란한 전문용어로 철갑 두른 여느 지식인들과 사뭇 다르게 쓴다. 생각은 해봤어도 남 눈치 보느라 차마 꺼내지 않았던 이슈들을 이라영은 퍽퍽 직구로 날려준다. 급 호기심이 발동해서, 이라영을 검색해보니, 오호! 대단한 다작가였다. 활동 분야도 다양(예를 들어, 최근엔 [비거닝]의 필진으로, 이전엔 생협에서 낸 출판물에)하고 관심사도 문어발인 작가. 


실제 작가는 그 질문, "책을 참 빨리 쓰시나봐요?"를 많이 받아 봤다 한다. 아니라고 했다. 출간을 염두하고 쓴 것도 아니고, 계약하고 마감일 잡힌 후 쓴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 동안 꾸준히 계속 써온 글들을 손봐서 방출(?) 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이라영 작가가 말하길,"들어오는 건 많은데, 내 마이크는 작고, 내 말 듣겠다는 사람도 없고, 혼자 (글 쓰며) 쏟아내온 시간이 길었다"고 한다. 이제 차곡차곡 폴더(글 곳간)을 열어, 방출 중이라 한다. 


이런 귀한 이야기는 12월 21일, 오늘 "알라디너 TV" 실시간 북토크를 통해 들었다. 이라영 작가님도 대단하지만, 진행한 이다혜 기자도 "크러쉬" 받을만 한 분이다. 유쾌한 두 분의 대화를 듣느라 70분이 훌쩍 지났다. 



이라영 작가, 이다혜 기자 모두 소형 산타 클로스 모자를 쓰고 연실 "맞아요. 맞아요." 맞장구 치고, 웃고, 테이블을 (살짝 내려) 치고, 부지런히 책을 뒤적이며 대화하는 모습, 보기만 해도 흥분되었다. 시소의 박자 타듯, 대화의 쿵짝 리듬이 참 잘 맞는다. 


이라영 작가는 오랜 타국 생활 덕분일까? 아니면 알라디너 TV 실시간 토크가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는 마스크(+산타 모자)를 쓰고 이뤄짐으로써 연기하는 분위기가 났던 탓일까? 눈치 따윈 없어! 하는 식으로 껄껄 깔깔 시원스럽게 웃어 제끼고 성격 마구 드러내며 대화하는 이라영에게서, 문체에 솟은 날카로움을 상쇄시키는 부드러운 매력을 느꼈다. 


대방출 할 글 목록, 글 곳간을 차곡 차곡 채워온 이라영 작가, 앞으로 더 기대한다. 그리고 나는 내 곳간을 채울 키워드부터 찾아야겠다는 자극 받는다. 그 동안 채우기야 많이 채웠지, 방향 안 잡고 키워드를 못 세웠던 게 문제다. 



알라딘 TV 생방 중에 (강원도 출신인) 이라영 작가가, "강원도 출신 여자, 이런 자리에서 처음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어떤 맥락의 대화였을까?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뱉어낸 말이겠지? '이런 자리'는 무얼 뜻할까? 이 말을 뱉은 이는 어떤 사람일까? 본인이라면 "이런 자리"에 마땅 속해 있어야 하는 일인이고, 특정 지역(서울 외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이런 자리"에 어색하다고 여겼다면 왜 일까?


■ 미셸 푸코 책 번역도 하고, 강의도 하는 허경 박사가 강의 중 지나가며 전했던 말이 생각난다. 왜 명절 때, "강원도 언제 내려가냐? 서울 언제 올라오냐?"고 말하냐며 서울 중심주의(?)를 비난했다. 위도로 따지자면 강원도가 더 높기 때문에 "올라가고 내려가고"의 표현이 맞지 않다며, 왜 서울을 중심으로 생각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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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2-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게 있었군요. 봤으면 좋았을텐데. 아까비.

2020-12-24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4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문의 주인공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미나 뤼스타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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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 로맨스류(소설 영화 만화 일체)에 관심이 없었으면, 한 번은 장안의 화제라는 순정만화를 떠밀려 읽다가 맨 마지막 장에서야 거꾸로 읽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름이 그 이름 같고, 그 캐릭터나 저 캐릭터나 눈동자에는 다이아몬드 박혀 초롱초롱한 까닭에 이해할 의지도 없었나 보다.


그러나, [소문의 주인공]을 읽고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나는 로맨스류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첫사랑 이야기라면 더욱. 청소년 소설 [소문의 주인공]을 어찌나 재미나게 읽었는지, '아! 중학생 시절로 다시 한번' 의 라떼 멘트가 나오려는 걸 자기 검열했을 만큼. [소문의 주인공]의 작가 미나 뤼스타는 첫사랑만으로 모자란 지 아예 삼각관계 상황을 설정했다. 신문사 칼럼니스트이자 기자인 마리에, 마리에의 취재원이자 모델 외모의 타리예이 선배, 마리에가 어려서부터 연정을 품었던 오랜 친구 예스펜. 이들은 중학교 2, 3학년들이다. 어린 친구들 가슴 콩닥거려하는 이야기에 설렐 수 있다니, '아, 내 마음이 맑은 것일까? 아니면 미나 뤼스타가 글을 너무 잘 쓰는 것일까?


[소문의 주인공]이 단지 연애 초기의 밀당 에피소드로만 채워졌더라면, 미나 뤼스타에게 별 넷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전작 <#좋아요의 맛>에서도 SNS의 허와실을 지적하더니 이번 [소문의 주인공]에서도 가짜뉴스, 황색 저널리즘의 폐해를 보여준다. 바로 주인공을 둘러싼 소문 에피소드를 통해서. 또한 단순히 소문을 만들고 퍼뜨리는 가해자, 피해자의 이분 구도를 넘어 "가짜"의 최종 책임은 분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 가짜 뉴스를 소비하고, 침묵으로 동조하는 이들을 포함해서. [소문의 주인공]을 읽으니, 노르웨이 청소년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미나 뤼스타의 소설 두 편을 읽었지만, 학원 다니고 시험 보느라 어깨 처진 초등, 중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조회수 올리려는 가짜 저널리즘에 맞서는 신념 있는 기자나, 현상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꿰뚫으며 글을 쓰는 대견한 예비작가가 등장한다. 참신했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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