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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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의 [헝거]가 온라인 서점 메인화면에서 계속 유혹했어도 고집스레 버텼다. 광고로 내세우기 좋은 소재뒤에 감춰진 격한 감정의 굴곡까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읽단 [헝거]를 읽고 난 후,  내 100대(?) 소원 중 하나는 작가 록산 게이를 만나 보는 것. [죽은자의 집 청소]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안 읽고 버텼다. 하지만, 추천사마다 절절하다. 첫 문단을 읽는데, '헛!' 허를 찔린 반응.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다시 책날개로 돌아가니, '청소부''인 동시에 '시인' 이었구나. 김완 작가는 오랜 세월 대필 작가(ghost writer)로 글을 써왔다 했다. 


책 읽는 내내 폭포 아래서 물줄기로 두들겨 맞는 얼얼함에 머릿 속은 빠르게 회전했다. "죽은 자"가 제목의 키워드이지만 작가는 산 사람이 죽은 자를 대하는 방식,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감과 연민(작가가 애묘인인지라 고양이가 많이 등장한다), 거창하게는 불평등, 소외, 탐욕, 죽음조차도 돈으로 처리되는 이 시스템 등...흉내도 못낼 시적인 문장으로 쿡쿡 다 쑤신다. 이 정도 독자 오장육부 다 뒤집을 정도로 전율시키고 뇌까지 각성시키는 글 쓰려면 자기를 갈아 넣어야 하는데, 희한하게도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자신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처럼 내밀한 글을 쓸 수 있다니, 신묘한 능력일세 하며 읽는데 마지막 즈음....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죽은 자들의 공간을 들락이며 살았던 시간, 생 마감한 이후의 시간의 경계조차 뭉개듯 상상의 교감을 누적해서 그런가, 내 눈에는 작가가 30대가 아니라 300살 넘은 사람처럼 보인다. 김완 작가님, 참 많이 배웠습다. 감동이 너무 커서, 차마 초라한 문장으로 리뷰도 못 올릴 지경으로.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의외로 일본 행정 관료들이 "고독사"를 "고립사"라고 언어유희하듯 명칭 변경한 이면의 함의였다! 그렇다. 솜털만큼도 그 고독은 감춰지지도 덜해지지 않는다.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獨사' 대신 '고립立사'라는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고독사를 고립사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죽은 이의 고독이 솜털만큼이라도 덜해지진 않는다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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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1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고독사는 고립사네요. 고립사가 더 와닿을 수 있겠어요.
 
무대 위의 국가 - 초기 드라마에 재현된 미국
박정만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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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라 닐 허스턴˝은 작가 이전에 인류학자시죠? 안타까운 말년의 비운 때문에 이분이 학자로서도 훌륭하다는 사실은 가려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 분 전문가라시니 박정만 선생님 존함 기억하고 꼭 찾아다니며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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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15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류학자의 책, 좋아합니다.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의 저자가 김현경인데 인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고 해요.

2020-11-15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읽은 책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이는 오랜 기간, 전국구 시간강사로 광폭 행보(?)를 해온 경험 덕분에 더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는 글입니다. 직접 대학생들과 강의실에서 토론으로 맞장 뜨고, 그들의 레포트를 읽으며 20대의 생각을 가까이에서 모을 수 있었기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는 글입니다. 


두번 째 읽은 [진격의 대학교]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사회학적 통계보다도 시간강사로서의 오찬호 선생님이 만나온 지방대 대학생들의 증언을 자료 삼는 글입니다. 여전히 대학 서열로 성골, 진골을 나누고 차별하는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세번 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를 읽을 즈음, 오찬호 박사님은 대학교에서 평생직장을 찾을 생각을 딱히 하진 않는가  감을 받았습니다. (정교수로 안착한 선배 사회학자나 윗 세대 교수 중 일부의 "갑질"능력을 폭로하시더군요! 세상에, 특강을 의뢰해 불러놓고는 강사료 대신 학생 레포트를 주시다니요! 세상에, 오찬호 선생님이 쓰는 대중적 책이 가볍다고 면전에서 비꼬 다니요!) 여하튼, 오찬호 선생님은 대중적 저술과 강연이라는 채널이 그 비판적 목소리를 알리는 데 더 효과적이고, 본인 스스로 그 채널에서 리드할 재능이 상당함을 간파하신 듯 합니다. 


오찬호 선생님은 사회학자로 드물게(죄송합니다. 제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학계 바깥에서 일반인 독자 팬덤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분의 책 광고와 저자와의 만남 댓글은 대개 뜨겁습니다.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 남녀 두루두루 팬층으로 확보하고 계신가봅니다. 이 분의 책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들 실망시키지 않고, 참 책도 빨리 쓰시고 글도 시원시원해서 잘 읽힙니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지금 여기, 무탈하세요?]까지 내리 읽다보니, (독자로서) 오찬호 선생님과 친해진 느낌입니다. 비판적 세상 읽기, 사회학적 상상력으로 세상의 틈새 보기가 체화된 학자라는 존경심도 들고요.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중고등학생 논술 교재에 연재하던 선생님의 글을 다듬어 최근 펴내신 책이더라고요. 

제가 이미 알고 있다 생각한 화두들도, 선생님의 풍부한 예화와 직설화법으로 다시 소개되면 처음 만나는 화두인양 눈길을 끕니다. 


다만,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를 읽으며 궁금한 점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이고요. 21세기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 적폐, 불평등의 현실을 묘사하고 고발하시는 데 꾸준히 기여해주시니 감사하지만, 이런 한국의 현상을 글로벌한 스케일에서 어떻게 위치지을 수 있는지, 그냥 "다 나쁜 건가?" 이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무탈하지 않고," "하나도 괜찮지 않은" 그 마음, 그런 세상보기의 시각이 물론 중요하지만, 한국의 현상이 그렇게 암울한 것인가? 다른 사회들과 비교급 혹은 글로벌한 스케일에서 문제 공유하고 해결할 의지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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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1-10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심이 많은 분야인데...이분 책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얄라알라 2020-11-10 10:04   좋아요 0 | URL
글을 어쩌면 이렇게 술술, 재밌게 쓰시는지....부러운 작가분입니다

2020-11-10 0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더 해빙 (40만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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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반기 내내, 도서관마다 대출대기 6번 밖이라 예약도 어려운 책, 알라딘에는 늘 메인에 올라오는 베스트셀러. 이럴수록 호기심 up! 곳곳에서 더 들어가보고픈 통찰이 보이나 첨 예상한 내용과 다르네요.하퍼스 바자 기사 읽을 때의 이질감처럼, 영어권 독자를 애초 겨냥한 문체, guru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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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형이상학
윤구병 지음 / 보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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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강연장 맨 앞줄에 앉아서 말씀 들었을 때 늘 건강하시고 한결같으실 듯 했는데, ˝길 떠날 때가 머지 않은데˝라고 서문에 쓰시니 속상합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셔서 보리 출판사 좋은 책 기둥이 되어주시길. 책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말˝로 바꾸신 용어가 지독히 낯설어 집중 못하는 가벼움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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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0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를 직접 만나는 건 진짜 행운인것 같아요. 그 저자의 책을 볼 때마다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르죠~~~

얄라알라 2020-11-07 15:26   좋아요 0 | URL
청년이 농사 지어야 우리 살길이 있다는 말씀이셨는데, 불끈불끈 마음만 앞서고 실천을 못합니다.
윤구병 선생님은 참....인품이 말씨와 글에서 그대로 녹아나는 것 같아 배우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