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 Girl: A Graphic Novel (Paperback)
도나 조 나폴리 / Clarion Books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이비드 위즈너 특별 전시회가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가 보려고요. 칼데콧 상,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인지라 나름 작품들 챙겨 보았다 생각했는데 『 Fish Girl 』은 2017년작이었군요. 잽싸게 구했습니다.


'인어 공주' 이야기일 거라고 제멋대로 예단하고 읽기 시작했네요. "짝꿍"으로 왕자가 "짝등장하는 로맨스는 전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현대판 "로빈슨 크로소"라 해야 할까요? 길들이려는 자와 길들임에 저항하는 자, 그 사이의 긴장 관계, 자/타자의 경계 등 사뭇 어려운 이야기였어요.



익히 알던 "공주" 이야기가 아니죠. 공주라면, 대형 수족관 바닥에서 관람객들이 던져 준 동전을 주우러 다니지 않을 테니까요? 심지어는 이름도 없어요. 포세이돈인 척 하는 수족관 주인이 그녀에게 이름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자유를 준 적 없듯이.



인어 소녀는 물속 동전을 건져서 가짜 포세이돈의 발밑에 가지런히 놓습니다. 이야기를 삽니다. 자신의 기원에 대한, 어머니, 언니들 그리고 바다에 대한 기억, 즉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청합니다.



좁은 수족관이라는 공간에서 제한된 관계나마 동전, 돈을 매개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위즈너와 도나 조 나폴리는 반대항의 관계성도 등장시켰지요(스포일러라 여기까지만). 인어 소녀는 이제 동전만 줍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선물할 조개 목걸이를 위해 예쁜 조개껍질을 모으거든요.




이제 인어소녀는 수족관 주인에게 자신의 기원,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구걸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녀에게는 바다를 호령하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었거든요. 통쾌한 전복과 지위 변화가 일어납니다. 인어 소녀는 본체 사람 소녀였어요. 말도 할 수 있었고, 걷고 폐로 숨 쉴 수 있었거든요. 수족관 주인의 주술에 놀아나 자신의 힘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요.



수족관은 All Gone!

소녀는 새 관계, 새 보금자리를 찾습니다. 아마 머무르진 않을 거예요. 굉장한 힘이 있거든요. 이끌려서 계속 움직이고 넓어질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초에, 현대무용가 김보람과 대한민국 대표 발레리노 김용걸의 "Bolero"에 온통 사심을 두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사람 굼벵이 만드는 일요일 오후 5시, '심히 아니올시다'의 편두통까지 겹쳤건만 "Bolero"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면야 본전은 건지는 셈이기에 "서강대메리홀" 왕복 여행을 한다.

이 공연장은 뭐랄까, 공연장으로서는 70점짜리. 암전 되니 EXIT 형광 안내판 전혀 눈에 안 들어오지, 비상시 대피로에 대한 안내가 공연 직전에 없으니 공연 내내 불안했다. 관객들이 몸을 뒤척일 때마다 오래된 의자 삐거덕 소리가 추임새처럼 생생히 울려 퍼지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잡음의 투덜거림에도 불구, 공연 레퍼토리가 기대 이상이었고 출연 무용수들의 에너지와 관객의 열띤 호응은 최고였으므로, "서강대메리홀" '어쩌고저쩌고'는 여기까지.



한국 대표하는 간판 발레리노였다가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 현재 한예종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인 김용걸의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듯 이번 "김용걸 댄스시어터 창단 9주년 기념 공연"에는 쟁쟁한 무용수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발레단의 안세원, 부르노 국립 발레단 드미솔리스트 윤별, 헝가리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 이유림,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종신당원 강호현, 폴란드 국립발레단 정재은,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이동탁, 그중에서도 내 눈에 콕 박힌 멋진 별은 최원준(Choi, Wonjune). 2014 프랑스 그라스 국제발레콩쿠르 1위, 2015년 뉴욕 발렌티나 코즐로바 국제발레콩쿠르 1위, 그리고 현재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오페라 발레단 소속https://www.opera.wroclaw.pl/1/balet.php 이라 한다.

https://www.opera.wroclaw.pl


그는 김용걸 안무의 모던발레 "의식 Conscience"와 2019년 신작 "Silence Wasn't Empty?"에 출연했는데, 우울한 듯 내성적인 듯 무용수의 개성이 전해지는 몰입의 춤어휘가 참 인상적이었다.

2010년부터 안무를 해왔다는 김용걸은

루돌프 누레예프

지리 킬리안

피나 바우쉬

윌리엄 포사이드


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한다.

"의식 Conscience"은 확실히 지리 킬리안 스타일! 착착 감기고 돌고 채우고 빠지는 이인무!

유니버셜 발레단 시니어 솔리스트 손유희와 호흡을 맞춘 "산책 (Une Promenade)"는 무용수이자 무대 위 비주얼 카리스마 뿜어대는 김용걸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작품. 발랄하면서도 귀엽고 연극적인 안무도 너무도 잘 소화해내는 김용걸의 또 다른 재능을 엿보았다.

2014년 세월호의 아픈 비극을 기억하고 사라진 아이들을 추모하는 작품 "빛, 침묵 그리고..."는 짧고도 강렬한 안세원의 춤도 압권이었지만 이희상 카운터테너의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 도대체 이렇게 사람 홀리는 미성이라니, 무용 공연인데 춤이 안 보일 만큼 소리의 에너지가 어마했다.


Silence Wasn't Empty?(2019, 김용걸 안무)

와! 장담하건대 김용걸 안무가는 곡에서 먼저 영감을 얻어서, 이 30분짜리 안무를 하였으리라! 그 정도로 기계음에 가까운 인공의 소음과 음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주는 기괴한 곡이었다. 그런데, 공연 팸플릿과 웹 페이지 어디에서도 이 안무작의 음악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아쉽다. 곡으로 이미 점수 반은 따고 들어간 경기! 김용걸이 추구하는 춤 어휘, 발레 스타일을 엿보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앞으로 더 다듬어지거나 축약(?) 해서 소품처럼 많이 무대 위에 올려질 것 같은 예감!




Bolero"

 

김보람 안무가, 김용걸 안무가 2인 동시 출연이라 하기에 예측했다. 양복으로 시작하여, 점점 탈의하리라. 오호! 13분짜리 안무의 클라이맥스에 오르며 '예측 맞았구려!'의 쾌감. 두 쟁쟁한 춤꾼은 처음에는 댄스배틀의 점잖은 출연자로 등장해서 막판에는 땀이 번들거리는 상체를 드러낸다.

현대무용가로서 요즘 최고 주가의 김보람 특유의 껄렁껄렁한 야수성에 유머감각, 안무가로서 한껏 스타일이 유연해진 김용걸의 예능감 연기와 춤! 이미 여러 번 "Bolero" 무대(예술의 전당, LG아트센터)에 올랐던 그들이라 서로의 스타일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댄스배틀을 벌이리라 짐작했는데 역시나! 최고수끼리의 만남은 이런 시너지를 내는구나! 이번 정기공연을 보면서 느꼈는데 무용수로서의 김용걸은 물찬제비, 민첩하고 깃털같이 가벼운 풋워크가 타의 추종 불허.


김보람이야 요새 워낙 핫해서 곧 열리는 창무국제무용제에서도, 31일 용인포은아트센터 무대에도 오른다. 김용걸 안무작에 출연한다.



김용걸 댄스씨어터 창단 9주년 축하드립니다. 멋진 정기공연무대 선사해주신 안무가와 무용수 전원의 투혼에 감사 인사 올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무의 시간] [나무의 모험]


어쩌다 보니 2019년 7월 들어 읽는 책 제목에 공통적으로 "나무"가 등장한다. 치킨 몇 주 안 먹으면 "땡긴다"는 사람 있둣이, 숲 찾은지 오래 지나면 마음이 헛헛해진다. 그러고 보니 '어쩌다 보니'가 아니네.... 숲, 나무가 그리워서 나도 모르게 "나무" 책들을 찾는 것일지도. 











집 안에 들여놓은 나무 친척 중에 가장 애정하는 'Song of India'



반면,

설치미술 예술가에게는 죄송하지만, 지나다 눈에 들어오면 '흉물스러워서' 저절로 시선을 떨구게 하는 조형물이 있다. 금속 나무.....


미세 플라스틱에 덮여가는 지구도 안타까운데, 나무마저 저렇게 금속 모형이 서게 된다면


통곡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라스틱 지구 푸른숲 생각 나무 14
조지아 암슨 브래드쇼 지음, 김선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적의 물질‘로 칭송받던 많은 신물질이 역으로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지요. 손목시계 시침분침 야광처리용도로 쓰였던 라돈도, 거제포로소용소 포로들의 몸소독을 위해 썼던 DDT도, 여름 휴가철 삼겹살 구워먹는 판으로 썼다는 석면도...위협물질 리스트에 올랐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위협물질은 플라스틱이 아닐까 싶습니다. 플라스틱과 “빠이빠이” 선언한지 불과 몇 시간만에 플라스틱 좌변기 위에 앉아있었더라는 웃지 못할 ’지구촌 토막 뉴스‘가 생각나네요. 아무리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거나 멀리해도, 한 달 평균 1인당 신용카드 한 개 분량씩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지요?PET병에 담겨오는 생수, 육수용 멸치의 내장, 겨울철 폴라폴리스 방한 의류들, 플라스틱 수세미로 닦은 식기들을 통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으니까요. 공포도 이런 공포가 따로 없습니다.



[플라스틱 지구]라는 제목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플라스틱 디스토피아'는 근미래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이 그림책은 플라스틱을 ’제거할 적‘으로만 성토하려는 목적도, 플라스틱 근절하자는 비현실적 제안을 하려는 목적에서 쓴 책이 아닙니다. 21세기 지구인이 이처럼 두려워하는 인조 플라스틱이 불과 150년전에는 기적의 물질로 칭송 받았으며,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지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시작합니다. 플라스틱이 워낙 값이 싸고 쓰임새가 다양하고 만들기도 쉬우니 사람들이 그 편리함에 혹해서 온통 플라스틱에 의존한 게 문제이지요.

[플라스틱 지구]는 우리가 눈 뜰 때부터 잠드는 그 순간까지 플라스틱에서 단 일분도 자유롭기 어려운 현실을 어린이 눈 높이에서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나아가, 왜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는지, 실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물티슈를 박스째 쟁여두고 생활필수품 취급하시는 분도 많으실텐데, 2018년 영국 템즈강에서는 불과 35평 면적에서 자그마치 5,000장의 물티슈를 수거했다고 하네요, [플라스틱 지구]는 어떻게 하면 힘을 모아 플라스틱 제품을 덜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지 구체적 행동방안도 제시합니다. 개인컵을 휴대하는 작은 실천부터, 소비자의 목소리를 모아 기업체에 플라스틱 포장재를 최소화 혹은 사용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입니다. 몇 분, 길게야 몇 십분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포크 대신에 억새꽂이를 사용해 보면 어떠할까요?





[플라스틱 지구]는 학교 선생님들께서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책의 후반부에,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위시한 환경 다큐멘터리 자료와 환경용어 등을 자세히 안내 해주었거든요. [플라스틱 지구]를 어린아이에게 많이 읽어 주는 것도 작은 환경 운동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엄마가 요구르트 병에 꼽아서 건내주시는 플라스틱 빨대도 ‘엄마, 저 빨대 없이 마실래요!’ 하며 어른들을 되레 일깨워주는 지구사랑 어린이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 신간 들어오자마자, 동네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걸어 놓았는데 히야! 3달을 기다려서야 내 손에 들어오다니! 불과 석 달 만에 책표지가 누덕해졌다. 얼굴 뾰루지 솟는 데는 무심해도 책 너덜거리는 데는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로서는 일단 촉이 솟지만, 꾹꾹 누른다. 그만큼 김훈 작가님을 알아 모시는 애독자들이 세상에 참 많다는 생각으로.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다. 

[연필로 쓰기] 첫 페이지



故 올리버 색스, 故 이윤기, 故 장영희, 내촌목공소 김민식, 그리고 김훈, 내가 책 읽다가 흠뻑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들은 우연일까? 세상 살아오신 날들이 많거나 이미 세상을 뜨신 분들이다. 곰곰 생각해봤는데 이들이 연륜에서 나온 사색의 힘을 보여주는 나이여서가 아니라 참으로 겸손하여 이분들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릇"이라는 작은 단어에 담을 수 없도록 정신은 높게 활공하는 데도 참으로 스스로 낮추시니 그 겸손함을 흠모하는 것 같다.


정작, 김 훈 선생님 소설을 안 읽었다. 『공터에서』가 유일하고 산문집도 『라면을 끓이며』만 읽었다, 어쩌다 온라인 신문 기사에 기고하신 글들은 찬찬히 읽었다. 그런데도 이 분을 감히 알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그래서 나는 김훈 작가가 무척 좋아진다. 좋아지는 이 마음을 어쩌기 어렵다. 1948년에 태어나 역사의 질곡을 보고 겪고 살아오신 어르신으로서도 좋고, 소설가라는 직업인으로서도 존경스럽다. 감기 걸려 소아과 병원을 찾는 어린애를 살뜰히 살피는 젊은 엄마를 어여삐 보는 그 마음, '날 잡아봐라' 하듯 21세기형 춘향몽룡 놀이하는 젊은이들의 연애놀음에 흐뭇해하시는 그 마음도 고맙다.


『연필로 쓰기』를 읽으며 몇 번이나 울컥 울컥, 눈물이 솟구쳤는데

이건 김 훈 작가님만이 부릴 수 있는 요술이다. 작가가 걸었던 남한산성, 일산 호수공원, 멀찌감치서 바라본 건져올려진 세월호,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수집했던 할매들, 상갓집의 친구들, 함께 만나고 본 것 같은 시간감이 느껴진다.


지난주 최대 수확이었던 올리버 색스 교수의 에세이집 『모든 것은 그 자리에』에서도 느꼈지만, 겸손하고 큰 분들이 어느 선에 오르면 다음 세대의 정신적 안녕을 걱정하시나 보다. 임종으로 향해 가던 병상에서도 올리버 색스 교수는 스마트폰 좀비가 되는 요즘 사람들을 가여워하고 안타까워했다. 김훈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페이지 곳곳에서 동물성을 잃어가는 전자회로 부품이 되어가는 젊은 사람들, 어린이들을 안타까워한다.


일흔이 넘으셨으니 이제 '할아버지'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리는 이분은 대신 살아 있는 순간순간 감각을 최대한 누리고 감사해한다. 오이지의 씹히는 맛, 자전거 라이드 길가에서 들이키는 냉면육수의 숭고함, 우륵과 황병기 선생님이 올려다보았을 별 밭 아래서의 겸허함, 감각으로 넘친다.

삶의 방향을 조금이나마 덕분에 보는 것 같다.

고마운 어르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