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권? 700권? '처분'이라는 단어조차 불손하게 들려서 내보내지 못하고 같이 사는 그림책이 수백 권입니다. 미니멀리즘을 방해하는 공간 잠식력 때문에 '이고 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림책에서 수액을 얻던 시절도 있었는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요? 옛 애인 만나는 기분으로, "그림책 now"전에 지난 5월 다녀왔습니다. "세계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나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110여명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 300여점을 전시했다고 하네요.


"그림책 now"전은 '서울숲' 근방에 '겔러리아 포레' 전시관에서 감상 할 수 있습니다. 건물은 쉽게 찾았는데 정작 전시공간 찾느라 조금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하에 있습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ans Christian Andersen Award)’의 2018년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수상자 이고르 올레니코프(러시아)의 원화 작품을 위시해 아시아 최대 국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인 ‘나미콩쿠르(NAMI CONCOURS)’의 2019년 수상작, 세계적 권위의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의 2017년 선정작 등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과 동일한 혹은 비슷한 느낌으로 포토존을 군데 군데 설치해 놓아서 전시장 내 동선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입니다



마음을 사로잡은 공간이 있었는데,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전하기가 어렵네요. 위 사진 속 의자 3개 보이시죠? 누워서 편히 있으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이 동영상으로 지나갑니다.



‘나미콩쿠르(NAMI CONCOURS)’ 수상작입니다.

위 영상 속 점 무늬가 뭘까요?^^ "망중한"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낸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힌트만 드릴게요. 기가 막힙니다! 주말에 가면 저 벤치에 오래 머무를 수 없겠죠? 평일이 좋은데 "그림책 now"전은 이번 주말까지 전시 마감이니 아쉽네요.


"그림책 now"전 포스터 속 그림의 작가가 그린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션, 할머니가 마주하고 있는 이미지의 상단에 젊은 날의 할머니로 보이는 인물이 즐겁게 춤 추고 있습니다.


그림의 힘이라니! 선 몇 개, 농담의 변화만 주었는데도 베짱이의 무기력함이 느껴지네요.




큼지막하게 전시해놓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직접 종이책을 통해 페이지 넘겨가며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평면이지만 전시장내 공간 구성을 독특하게 해서 공간감과 입체의 묘미도 즐길 수 있습니다.




둘러보는 데도 족히 1시간은 걸릴 텐데, 이렇게 작은 그림책 도서관도 전시장 내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아뜰리에 수업도 있고요. 그러니 전시장 나오면서 아쉽지 않으려거든 넉넉히 2~3시간은 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내일까지 전시 마감입니다. 그림책을 수액삼아 파릇하신 분들이라면, 서울숲 나들이 연계해서 동선 한번 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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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먹는다! 햄만 빼내서 김밥 옆구리 터지는 일 안 생기게 그냥 먹는다!

자장면! 간혹 일부러 찾는다! 물론, 돼지기름으로 야채를 볶았다는 걸 알아도 그냥 먹는다! 


이중적인 면모.


그런데, 21시 주말 늦은 시각. 상가 거리를 지나다가, 이 문구가 많이 거슬려서 사진을 찍었다.

불편하다. "6개월 미만 어린양만 사용"

"6개월"도 불편한 데, "사용"이라니! 


『호모 데우스』를 읽다보면, 더더욱 다른 동물의 살을 탐하는 습성이 불편해지던데

위 문구를 보니 한동안 김밥이며 자장면에도 젓가락이 안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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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사이드 업 Wow 그래픽노블
제니퍼 L. 홀름 지음, 매튜 홀름 그림,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unny Side Up』 이라. 노란 스마일리(Smiley) 아이콘 닮은 달걀요리가 떠오른다. 왠지 쾌할한 캐릭터가 '밝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이겠거니 싶었다. 추측이 반쯤만 맞았다. 주인공 'Sunny'는 어리버리 미완의 어설픔이 되레 사랑스러워 보이는 소녀이지만 마음에 어두운 고민을 감추고 있으니까. 


https://www.bookbugkalamazoo.com/event/meet-jennifer-matthew-holm-kpl


뉴 베리 상(Newbery Honor Winning)을 세 번이나 수상한 제니퍼 홀름의 그래픽 노블 첫 페이지를, 그녀의 친남동생 매튜 홀름은 하강하는 비행기 그림으로 꽉 채웠다.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 비치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소녀가 내린다. 마중나온 할아버지는 가슴팍 높이까지 자란 손녀, "Sunny"를 "큰 아기"라고 부르신다.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거야." 하며 환대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밝은데, 정작 'Sunny'의 표정은 뚱하기만 하다. 하긴, '55세 이상을 위한 은퇴자 마을'에서 거의 유일한 '10代'이니 친구들과 파자마파티 할 때의 표정이 나올리가 있나.


 

『Sunny Side Up』은 은퇴촌 방문객인 10대 소녀 'Sunny'의 느리게 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무슨 연유인지 가족과 따로 혼자 플로리다를 방문해서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풀이 죽어 있고 언뜻 언뜻 우울해지는 'Sunny'. 은퇴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고양이를 찾아 드리고 받은 용돈으로 만화책 사서 읽을 때만 반짝 신나는 표정을 짓지만 Sunny의 얼굴은 순간 순간 어두워진다. '작은 소녀에게 무슨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느덧 소녀를 좋아하게 된 독자는 'Sunny'를 걱정하고 보듬어주고 싶어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Sunny Side Up』에도 스포일러가 있다. 초등학교 교실, 의자에 앉아 있는 'Sunny'의 뒤편으로 긴 그림자가 보인다는 정도로 하고 넘어가야겠다.



 『Sunny Side Up』을 읽으며 어린 시절, 특히 감수성 예민했던 중학생 때 자주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이 생각났다. "시련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온다. 감당할 길이 있다." 그런데 그 시절 내가 말했던 시련이란, 결국 성장기에 급증하는 몸무게나 선행학습해야했던 미적분의 난해함에 지나지 않았다니 이제와 생각하면 작은 시련일 수 밖에. 하늘이 꺼질 듯이 무거운 숨을 내쉬는 'Sunny'의 고민도 결국 3년, 5년, 50년 후에는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로 남을 터이니.......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그래픽 노블, 특별히 자극적인 에피소드나 드라마틱한 줄거리도 없는데 마음에 남는다. 나의 이야기, 누군가가 겪었던 고민의 지나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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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10 -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이영탁.손병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5월 7일, "세계미래포럼"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예정이랍니다. 이 행사에서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한다네요. 네, 맞습니다. "세계미래포럼"과 이 신간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 단체의 이영탁 이사장과 이병국 대표가 공동저자이거든요. 이처럼 정보량이 많고 스케일이 큰 책을 어떻게 6개월만에 완성했을까 싶었는데, 2015년부터 꾸준히 '미래경영콘서트'를 열고 '미래경영칼리지'를 운영하며 축적한 아카이브가 있었겠네요.





단체명과 책 제목에 모두 "미래"가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후기조차도 "
미래 개척의 선구자," "훌륭한 미래인(Futurist)"으로 거듭나라고 자극을 주며 맺습니다. 저자들이 보기에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담론과 준비가 부족하답니다. 그동안 우리가 늘 쫒아가는 입장, 즉 "Fast Follower"였다면 "미래만큼은 패스트 무버(Fast Mover)로 가야한다.(…) '우리는 지금 죽어가고 있는가, 거듭나고 있는가?"(321쪽)라며 경각심을 줍니다.

"미래를 준비하고, 창조하고, 우리 모두 미래파가 되어서 미래 성공의 주인공이 되자."는 주장을 위해 저자들은 열 가지 큰 질문을 던지고 탐색합니다. 



BIG QUESTION 1. 인간의 실체는 무엇인가?

BIG QUESTION 2. 왜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한가?

BIG QUESTION 3. 파워의 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BIG QUESTION 4.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BIG QUESTION 5. 지수함수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BIG QUESTION 6. 기계에 무시당하는 인간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BIG QUESTION 7.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불평등의 해법은 무엇일까?

BIG QUESTION 8. 평소 집단지성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나?

BIG QUESTION 9. 인간의 행복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BIG QUESTION 10.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10개의 질문은 다시 10개의 작은 주제들로 쪼개어지니 결국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는 100개의 조각으로 이뤄진 셈입니다. 각 메시지를 다 합하면 "성공할 퓨처리스트"라는 퀼트 이불보가 되지요.


정리해봅니다.

사용자 5천만 확보에 걸린 시간 (본문 중)



Q1]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으나 모든 인간이 어디로 가는지는 분명하다. 죽음.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이야기하듯 사피엔스는 '호모 데우스'가 될 것인가?

Q2] 처칠의 명언을 빌어 미래를 살자는 주장을 한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미래가 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보니 "속도와 사고의 충돌"들이 문제를 빚어낸다. 이를 극복해야 진정 내일을 선도할 "미래파"가 될 자격을 갖는다. 

Q3] 거대 정부, 거대 지성, 거대한 소수에서 작은 다수의 세상으로 권력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 작은 다수에게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고 선점하는 능력(100쪽)"있다.

Q4] 미래의 물결 속에서 현재의 '노멀'은 사라지거나 도태되고, '뉴 노멀'이 온다.

Q5] 21세기의 문제들은 지수함수의 원리로 예측해야 한다. 지수함수의 종착지인 특이점(Singularity)도 가까이 오고 있다. 휴먼 이후인, 포스트 휴먼 시대가 멀지 않았다.

Q6] 초지능 기계가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가 되는, 즉 인간이 기계 지능에게 존망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르기에 우리에게는 안전벨트가 필요하다.

Q7] 인간은 초사회성의 존재이기에 경쟁과 배신보다는 협력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1:99 불평등한 사회에서 불평등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재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

Q8]위키피디아, 골든벨의 공통점은?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다. 소수의 머리가 아닌 다수의 꼬리, 롱테일 법칙에 주목하라. 세상은 평평하다. 따라서 리더쉽의 개념도 바뀌게 된다.

Q9] 행복은 인간을 생존하고 번식하게 해주는 심리적 기제일지도 모른다. 행복하려거든 "becoming"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 즉 'being'으로 눈을 돌려야한다.

Q10] 미래는 단수가 아닌 복수, 즉 나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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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의 탄생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모험
송동훈 지음 / 시공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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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무적함대,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 포르투갈, 항해왕 엔리케.

낱낱이 흩어진 단어로만 "대항해 시대"를 기억한다. 잘 몰라도, 사는데 특별히 지장은 없었으나 가렵다. 궁금해서. 어찌하여 유럽이 세계사를 정복과 탐험의 역사로 쓰게 되었는지? 교과서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들을 실로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마침 『대항해 시대의 탄생: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모험』은 유럽이 주역이 된 대탐험과 정복의 역사를 소개한다니 읽었다. 의외로 저자는 역사학자나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었다. 전직 신문기자이자 현직 "문명탐험가(책날개 저자 소개 참고)"인 송동훈이다. 하지만 『대항해 시대의 탄생』에 실린 많은 사진 자료가 그가 직접 현지에서 찍은 사진이라니, 여행가로서의 그 경험의 폭을 짐작할 수 있겠다. 송동훈은 이 책을 저술하며 방대한 역사책과 자료를 탐독했으리라. 덕분에 『대항해 시대의 탄생』을 다 읽고 난 지금, 15~17세기 세계지도가 다르게 보인다. 



송동훈 저자는 "신세계 지식향연 인문학 특강"에서 ‘엔히크의 사그레스 600주년 대항해시대 열리다’라는 주제로대한민국의 20대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즉, 『대항해 시대의 탄생』은 애초부터,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이들에게 역사적 포부와 개척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집필되었다. 따라서 이 책 곳곳에서는 "흥하면 반드시 망한다. 역사는 돌고돈다. 준비하는 자에게 역사의 키는 주어진다" 뉘앙스의 문장이 등장한다. 다시 말해, 『대항해 시대의 탄생』은 단순히 특정 시대 역사의 주인공들에게 스팟라이트를 몰아주는 책이 아니라, 영광과 몰락이라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도 보여줌으로써 '미리 준비하고, 대범하게 내다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항해 시대의 탄생』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유대인과 무슬림 대학살의 흑역사와 모리스코( morisco: 카톨릭으로 개종한 이슬람교도) 추방이 스페인의 몰락위기를 어떻게 가속했는지였다. "타집단"으로 규정된 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함으로써 사회는 활력을 잃고, 되레 분열한다. '번영'은 매년 열리는 황금향이 아니다. 밭 토질이 나빠져서 아예 열매가 맺히지 않을 수도, 불타버릴 수도 있는 황금향 나무. 347페이지짜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배들이 바다와 시대를 갈랐듯이 오느날 미국의 우주선들은 우주와 시대를 가르고 있다. 우주 시대를 개척하는 선두 주자들이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갈 것이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 서게 될까?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대항해 시대의 탄생』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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