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의 셰프 1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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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교토의 대장장이 나츠는 강에서 우연히 병사들에게 쫓기는 희한한 옷차림의 사내들을 목격한다. 그중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내 한 명을 구해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데, 이 사내는 자신의 이름이 켄이라는 사실 정도만 겨우 기억할 뿐 과거의 기억이 전혀 없다. 나츠는 켄에게 강에서 잡아온 장어로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려고 하고, 그런 나츠를 지켜보던 켄은 나츠의 칼을 빼앗아 나츠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몇 개월 후 켄의 요리 실력이 교토 전역에 소문이 나고, 소문을 들은 이 지역의 새로운 실력자가 켄을 찾아온다. 그가 바로 오다 노부나가. 일본 전국시대를 최초로 평정한 인물이다.


카지카와 타쿠로, 니시무라 미츠루의 만화 <노부나가의 셰프>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연재된 장편 만화다. 나는 이 작품을 동명의 일본 드라마로 먼저 접했다. 너무 오래전에 봐서 내용이 가물가물했는데 만화를 보니 새록새록 떠올랐다. 노부나가에게 발탁된 켄은 이후 노부나가를 따라 기후성으로 가서 노부나가가 내리는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게 된다. 그때마다 켄은 자신이 가진 역사적 지식을 활용해 당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현대의 음식들을 이것저것 만들어내 위기를 모면한다. 역사물이지만 기본적으로 음식 만화의 틀을 따르기 때문에 일본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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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 1 - 픽시하우스
유자키 사카오미 지음, 이하니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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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취미인 회사원 노모토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그때그때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를 대량으로 원 없이 만드는 것! 하지만 1인 가구인 데다가 소식좌인 노모토에게는 꿈같은 일인데... 어느 날 노모토는 아파트 현관에서 대량의 음식을 손에 든 이웃집 여자 카스가와 마주친다. 사람들을 불러서 파티라도 여는 줄 알았더니 그 음식들은 전부 카스가 한 명이 먹을 음식이었고...! 이렇게 '위(胃)대(大)한' 여자라면 노모토가 만드는 음식을 기꺼이 다 먹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노모토는 카스가에게 일생일대의 제안을 한다. 노모토는 실컷 만들고 카스가는 실컷 먹는 두 여자의 식사를...!


유자키 사카오미의 만화 <만들고 싶은 여자와 먹고 싶은 여자>를 드디어 읽었다. 전부터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의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노모토는 요리를 잘한다는 이유로 일등 신붓감이라는 둥, 나중에 남편이 좋아하겠다는 둥의 말을 듣는 것이 싫다. 여자가 하는 일은 전부 '남자를 위해서' 한다고 치환하는 사회의 편견이 불편하다. 잘 먹는 카스가는 여자라는 이유로 식당에서 음식을 적게 주거나, 남자가 자신의 음식 먹는 방식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것이 싫다. 그런 사람들에게 열 내며 따지지 않고 쿨하게 한 방 먹이는 카스가의 모습을 닮고 싶다.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두 여자가 서로의 욕망을 채우며 혼자일 때보다 더 행복해지는 이야기라는 점도 좋다. 사랑 말고 성욕 말고 여자에게 어떤 욕망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점도 좋다. 요리를 좋아하는 노모토는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고, 다양한 크기의 예쁜 그릇을 사고 싶고,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악플 걱정 없이 즐겁게 나누고 싶다. 먹기를 좋아하는 카스가는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싶고, 자신이 아는 좋은 장소에 데려가고 싶고, 이따금 자신도 맛있는 걸 대접하고 싶다. 이 모든 욕망을 채우려면 돈이 필요한데,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현실까지 일깨워주는 완벽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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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게임 1
사토 유키 지음, 야마구치 미코토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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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인 카타기리 유이치는 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친구를 소중히 대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왔다. 유이치가 수학여행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면서 열심히 수학여행비를 모으던 어느 날. 유이치네 반에서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긴다. 반장인 시베 마코토와 부반장인 사와라기 시호가 그동안 반 아이들이 낸 수학여행비 전액을 도둑맞은 것이다. 시베와 사와라기, 그리고 미카사 텐지, 코코로기 유토리와 함께 절친한 5인조 중 한 명인 유이치는 친구인 시베와 사와라기가 당하고 있는 고통을 눈 뜨고 볼 수 없다. 그런 유이치에게 한 장의 편지가 날아드는데...


야마구치 미코토, 사토 유키의 만화 <친구 게임>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장편 만화다. 나는 이 작품을 일본 드라마 <친구 게임 R4>로 먼저 접했다. 돈보다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이 절친한 친구 네 명과 함께 거액의 상금 또는 벌금이 걸린 '친구 게임'에 참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등장인물들이 게임의 각 단계에서 풀게 되는 문제들이 상당히 흥미롭고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신박해 한동안 푹 빠져 지냈다. 일본 드라마 <라이어 게임>을 재미있게 봤거나, 두뇌 게임 형식이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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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니스커트 1
마키노 아오이 지음, 박소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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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전원의 미니스커트 차림이 예쁘기로 유명한 5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PURE CLUB'. 그중에서도 부동의 센터인 아마미야 카렌은 천사 같은 외모와 환상적인 팬서비스로 팀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그런 카렌이 어느 날 갑자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고... 한편 고교 유도부 소속의 호리우치 히카루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 중에서 유일하게 바지 교복을 입고 다니는 카미야마 니나와 마주치게 된다. 여자인데도 바지를 입고 다닌다며 비난 섞인 조롱을 던지는 유도부 남학생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니나의 모습을 보고 히카루는 홀린 듯이 빠져든다. 


마키노 아오이의 만화 <굿바이 미니스커트>는 '이 만화가 대단해!' 2020년 여자 편 제1위에 오른 작품이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1위로 선정되었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보니 과연 1위를 할 만하다. 사실 이 만화는 인기 아이돌이 연관된 학원물 로맨스라는 점에서 소재나 장르 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기존의 만화는 아이돌의 세계나 청소년들의 연애를 낭만적, 이상적으로만 그릴 뿐, 그것의 '실제'나 '현실'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에 반해 이 만화는 아이돌(특히 여성 아이돌)이 겪는 물리적, 정신적 어려움과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별 또는 성정체성 때문에 경험하는 차별이나 갈등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여학생 중에서 유일하게 바지 교복을 입는 니나가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특히 그렇다. 니나는 남학생들로부터는 '여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조롱을 당하고, 여학생들로부터는 '튀려고 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남녀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도 니나가 바지 차림을 고수하게 된 사연이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의 관계와 함께 일종의 미스터리 스릴러물처럼 진행되는 점도 흥미를 자극한다. 작화도 예뻐서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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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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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의 책을 열심히 따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첫 소설집을 아직 안 읽었을 줄이야... 다행히 올해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백수린 작가의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의 개정판이 나왔다. 인터넷서점으로 이 책을 구입한 후에 북클럽문학동네 이달책으로 한 권 더 구입했는데, 인터넷서점에서 받지 못한 백수린 작가의 미공개 습작이자 진짜 첫 단편인 <셀로판 나비>를 이달책으로 받을 수 있었다. 진짜 첫 단편이라고 해서 <폴링 인 폴>을 읽기 전에 <셀로판 나비>부터 읽었는데 이 작품 아주 좋다. 아직 못 읽었거나 (나처럼)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할 때 빠트렸다면 일부러라도 구해서 읽어보시길. 


<폴링 인 폴>에는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이라서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작가가 많이 고쳤나 싶었는데, 개정판 작가 후기에 따르면 '대부분의 내용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라고. 그런데도 요즘 독자들이 읽어도 만족하겠다 싶을 정도로 감성이 신선하고 발상이 새롭다. 표제작 <폴링 인 폴>은 삼십 대 후반의 한국어 강사인 '나'가 이십 대인 재미 교포 남성 '폴'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일견 연상인 여성이 연하인 남성을 짝사랑하면서 그의 여자친구를 질투하는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는 국적과 언어, 나이와 성별의 차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통의 오류와 새로운 가능성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감자의 실종>이다. 방송국에서 공채 성우로 일하는 '나'는 어느 날 자신이 '감자'라고 알고 있었던 대상이 사실은 '개'라는 사실을 알고 혼란을 느낀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지각하는 동물인데 그 언어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집세를 분담하기 위해 함께 사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자전거 도둑>과 어느 날 수족관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밤의 수족관>도 계속 곱씹게 되는 내용이다. 초반에 실린 단편들은 배경이 이국적이고 성인 여성의 일과 연애에 대한 고민을 그린다는 점에서 백수린 작가의 최근작들과 비슷한 느낌인 반면, 후반에 실린 단편들은 화자가 남성이거나 환상의 요소가 차용된 점이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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