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오지 명물 텐구의 사랑 1
나나오 토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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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정으로 고향인 하치오지로 돌아온 코타로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고독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커플의 권유로 하치오지의 명물인 다카오 산에 가게 된 코타로는 어릴 적 '텐구카쿠시'를 당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텐구카쿠시란 사람이 갑자기 신에 의해 숨겨지는 '가미카쿠시'와 비슷한 것으로, 코타로는 그 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텐구로 짐작되는 존재로부터 '이곳에는 오지 말라'는 경고를 들은 것만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날 밤 다시 찾아간 다카오 산에서 코타로는 어릴 적 자신을 지켜준 텐구 소녀 히메와 재회한다.


나나오 토모의 <하치오지 명물 텐구의 사랑>은 일본에 전해 내려오는 상상의 동물 요괴인 텐구를 소재로 한 오컬트 로맨틱 코미디 만화다. 알고 보니 히메가 코타로에게 '이곳에는 오지 말라'라고 경고했던 건, 텐구와 세 번 마주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마을의 관례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세 번을 채운 코타로는 히메와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그 전에 마을 밖으로는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다는 히메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서 동거부터 하기로 한다. 그렇게 시작된 고독한 청년 코타로와 사랑 많은 텐구 신부 히메의 동거 라이프. 작화도 내용도 달달하니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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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카와는 울고 싶지 않아! 1
토야마 아치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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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가련한 외모의 여자아이 우사미 스즈는 사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 그것은 바로 겉으로는 강해 보이는 남자가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온갖 콘텐츠(아마도 성인 BL?)를 섭렵하며 자신의 욕망을 탐닉하던 우사미는 어느 날 학교 과학실에서 같은 반 남학생 나루카와와 우연히 마주친다. 잘생긴 외모의 인기남답게 모든 여자가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나루카와는 우사미에게 "한 번 해줄까?" 같은 도S 발언을 시전했는데, 그 말을 들은 우사미는 나루카와의 기대와는 '다른 쪽으로' 호기심이 발동하고 만다. 대체 이 남자는 '당할 때' 어떤 모습이 될까.


토야마 아치하의 <나루카와는 울고 싶지 않아!>는 읽으면서 여러 번 충격을 받은 작품이다. 일단 배경이나 인물 캐릭터 등은 전형적인 이성애 로맨스 만화의 그것인데, 연약한 외모의 여자가 공이고 세 보이는 외모의 남자가 수라는 점이 그랬다. 여자가 공이고 남자가 수인 설정까지는 다른 만화에서도 봤지만, 정신적으로만 공-수인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공-수인 상황은 이 만화에서 처음 봤다. 아마도 BL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은 여주가 자신의 욕망을 여과 없이 남주에게 시현하는데, 남주가 그런 상황에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좋아하는 모습도 신선했다(솔직히 내 눈에도 귀엽다). 재밌어서 2권은 무조건 읽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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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크리처스 : 하늘을 나는 소녀와 신비한 동물들
캐서린 런델 지음, 김원종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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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에게는 남들에겐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꿈을 가졌던 맬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 예언자가 남기고 간 어른 사이즈의 코트를 입고 열심히 나는 연습을 했다. 이웃들은 그런 맬을 보고 비웃었지만 맬은 굴하지 않고 더욱 더 연습에 몰두했다. 결국 아홉 살이 되던 해에 하늘을 나는 데 성공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바람이 불면 하늘을 나는 것이 맬의 일상이자 맬이 사는 마을의 흔한 풍경이 되었다. 맬을 걱정한 고모할머니는 집 정원과 근처 들판에서만 하늘을 날기로 맬에게 약속을 시킨다. 하지만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은 맬의 호기심에는 끝이 없다.


크리스토퍼에게도 흔치 않은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는 곳마다 동물들이 찾아와 그를 따르는 능력이다. 동물들을 좋아하는 크리스토퍼로서는 싫지 않은 능력이었지만, 크리스토퍼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성격이 날카로워진 크리스토퍼의 아버지는 그의 능력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외할아버지를 뵈러 혼자서 길을 떠난 그날도 크리스토퍼가 가는 곳마다 동물들이 그를 따랐다. 겨우 집에 도착한 크리스토퍼에게 외할아버지는 집 안팎에서 무엇을 해도 좋지만 언덕 너머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대체 그 너머에 무엇이 있기에 이러는 걸까.





영국 작가 캐서린 런델의 소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작가의 첫 책이지만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내용이 탄탄하다. 소설의 두 주인공 맬과 크리스토퍼는 각자의 '금기'를 깨면서 위험에 빠지고 모험을 시작한다. 고모할머니가 금지한 숲 위에서 날다가 자신을 노리는 살인자의 눈에 띈 맬은 살인자를 피해 도망치다 그리핀을 잃어버린다. 언덕 너머로 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크리스토퍼는 호수에서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한다. 얼마 후 나타난 소녀가 그 동물이 그리핀이라고, 자신이 사는 아키펠라고에는 그리핀 말고도 더 다양한 동물들이 산다고 알려준다.


그렇게 아키펠라고로 떠난 맬과 크리스토퍼는 맬을 찾는 살인자를 피해 달아나는 동시에 아키펠라고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키펠라고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 중에 하나는 그리핀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앞부분에는 '수호자의 야수 도감'이라는 제목으로 켄타우로스/켄타우리드, 키메라, 용, 그리핀, 히포캠프, 크라켄, 머메이드 ,스핑크스, 유니콘 같은 동물들의 일러스트와 설명이 나와 있다. 이 동물들의 공통점은 이른바 신화 속 동물 또는 상상 속 동물이라는 것인데, 이 동물들이 신화도 상상도 아닌 세계에 공존하는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소설의 전반부가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았던 맬과 크리스토퍼가 각자의 세계를 연결하는 공간에서 만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소설의 후반부는 살인자를 피해 달아나다 항해 중인 배에 올라탄 두 사람이 뱃사람 피덴스 나이트핸드를 만나 함께 아키펠라고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여정을 그린다. 나이트핸드는 투박한 외모와 거친 성미를 지녔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고 정의로운 태도를 지녔으며, 넉넉한 인품으로 두 아이에게 의지할 만한 어른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그리드를 연상시킨다.


<임파서블 크리처스>는 2023년 영국 워터스톤스 올해의 책, 브리티시 북어워드, 올해의 작가상, 포일스 올해의 도서상 등을 수상했고,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등을 기록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판타지 문학의 원점이자 최고작인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의 계보를 잇고 <해리포터> 급의 인기를 누릴 만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신비한 동물들이나 마법의 땅 같은 기존 판타지 문학의 요소를 차용해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구역을 여행하며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이 마치 게임의 전개처럼 느껴져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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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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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기고 병약한 소년 카알의 우상은 잘생기고 건강한 형 요나탄이다. 카알은 요나탄처럼 씩씩하게 뛰어놀고 싶지만 날이 갈수록 카알의 병세는 심해진다. 죽음을 앞둔 카알에게 요나탄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은 죽으면 '낭기열라'라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선 아무도 아프지 않고 매일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얼마 안 되어 요나탄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불이 난 집에서 카알을 업고 뛰어내렸다가 죽은 것이다. 


요나탄의 뒤를 이어 카알도 죽고, 형제는 낭기열라에서 만난다. 카알은 요나탄을 다시 만난 것이 기쁘고, 당장이라도 요나탄과 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요나탄은 카알에게 지금 놀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낭기열라에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자가 나타났으니 지금 당장 그와 싸우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죽어서 건강한 몸을 되찾았는데도 놀지 못한다니. 카알은 아쉬웠지만 요나탄을 따라 나서고, 그렇게 형제는 긴 모험을 떠나게 된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장편 동화다. 이 책은 여느 동화와 다르게 '죽음'을 다룬다. 주인공 형제가 첫 장면부터 죽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죽는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인데 주인공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죽다니. 근데 다음 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 주인공이 죽을 때마다 슬프기보다는 다음 생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죽음은 또 다른 삶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믿게 된다. 


이 책에는 소설가 한강의 추천사가 실려 있는데, 이 글을 읽고 책을 다시 읽으면 느낌이 새롭다. 추천사에서 한강 작가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나오는 두 형제가 어리지만 용감하게 독재자에게 맞서는 모습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계엄군에 맞섰던 시민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썼다. 죽음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이라도 해야 나도 바뀌고 세상도 바뀐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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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사 강의 - 10개의 강의로 프랑스사 쉽게 이해하기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바타 미치오 지음, 정애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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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면 맛있는 빵과 디저트, 아름다운 강과 거리, 우아한 궁전과 정원 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의 일면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다양한 면을 보고 싶다면 장장 2천여 년에 달하는 프랑스의 역사를 알아야 할 터. 도쿄대학 명예교수를 지낸 시바타 미치오의 책 <프랑스사 강의>는 10개의 강의로 프랑스의 길고 복잡한 역사를 알기 쉽게 소개해 준다. 프랑스의 시작부터 중세 사회와 카페 왕국, 중세 후기의 위기와 왕정의 강화, 근대국가의 성립, 계몽주의 시대, 프랑스혁명 이후의 혼란기, 양차 세계대전과 현재에 이르는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유익하다.


프랑스가 위치해 있는 유럽의 서쪽 지역은 예부터 기후가 온화하고 토지가 비옥해 고대 그리스인, 켈트인, 로마인, 게르만족 등 다양한 민족이 이주해 왔다. 그러다 5세기 경 게르만 부족 중 하나인 프랑크족이 이 지역을 통일해 프랑크 왕국을 세웠다. 프랑크 왕국은 건국 초기부터 가톨릭 세력의 지원을 많이 받았고 현재도 프랑스는 가톨릭 신자의 비중이 높은데, 14,15세기 경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페스트와 백년 전쟁 등으로 인해 교회 세력이 약해지고 민족 의식이 높아졌다. 이후 절대왕정 시대를 지나 프랑스혁명을 치르고 국민국가로 발전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이 책의 장점은 프랑스의 역사를 단순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사건의 전후 맥락과 의미를 해설하고 동시대 일본 및 아시아의 역사와 비교, 분석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유럽이 근대 이후의 세계 패권을 차지한 이유에 대해 근대 직전 해상 무역의 발달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사료를 살펴보면 같은 시기 동아시아에서도 활발한 교역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해외 무역의 발달이 국내 산업 및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원활하게 연계된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그러한 연계가 일어나지 못했다. 다만 일본에서는 해외 무역 증가가 국내 산업 발전까지는 연계되어 막부 말기 개항 시기에 어느 정도 대응력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프랑스 혁명과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비교한 대목도 흥미로웠다. 프랑스 혁명과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시기적으로는 1세기 정도 차이가 있지만, 두 사건 모두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고 근대화를 통해 새로운 국가를 형성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은 혁명 주체에 일반 시민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자코뱅주의와 인민 투표적 데모크라시로 파생된 반면,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민중의 개입이 약했기 때문에 그러한 파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정치적 함의까지 분석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역사서를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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