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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라이프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의 강렬한 노란색과 두 뺨이 발그레한 소녀가 인상적이어서 몇 번인가 서점에서 본 기억이 있는 책 <러브 앤 프리 LOVE & FREE>의 저자인 타카하시 아유무가 쓴 책이다. 저자는 결혼식 3일 후 부인과 신혼여행 겸(!) 세계일주를 떠났고, 2년 동안 세계 수십 개국을 방랑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그 후 2000년에 귀국하여 오키나와에 이주하여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집필 활동 및 강연을 하고 있다. 방랑, 여행, 만남, 사랑, 자유 등 나를 비롯한 이 땅의 다수의 청춘들이 머리로만 꾸는 꿈을 어째서 그는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러브 앤 프리>와 마찬가지로 사진과 글이 어우러진 포토 에세이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저자 타카하시 아유무의 '청춘 자서전'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비밥 하이스쿨>이라는 만화에 빠져 불량 학생 행세를 하고, <순수 신부>라는 만화에 빠져 동거를 하고, 영화 <칵테일>에 반해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가게를 내고... 언뜻 목표 없이 우왕좌왕하는 불안한 청춘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이런 시간들을 통해 뜨겁게 달궈지고 차갑게 식으며 단단해졌다. 한 방향을 요구하는 사회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만든 출판사 SANTUARY를 성장 가도에 올린 타카하시 아유무는 미련 없이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또 다른 삶을 기획했다. 그것은 바로, 스물 여섯 살, 아내와 둘이서 세계 방랑 여행.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몽골, 영국, 프랑스, 케냐, 페루, 타히티 등, 그야말로 오대양 육대주를 약 2년 동안 쉼없이 누볐다. 그 길 위에서 저자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인생과 사랑에 관한 귀한 지혜들을 배웠다. 그 후엔 일본으로 돌아와 무작정 오키나와에 정착했다. 일본 본토에서도 한참 떨어져 있어 남국의 풍경을 더욱 많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 오키나와. 휴가 시즌이 되면 많은 일본인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 곳을 그는 아예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멋지다, 이런 용기! 언젠가 나도 제주도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 그곳에서 그는 서른살을 맞았고, 첫 아이를 얻었다.
이십대에는 아직 젊고 건강하고, 가진 것 없으니 자기 몸만 건사하면 됐지만, 이제 그는 삼십대, 지켜야 할 아내와 아이들도 있다. 그가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만 해도 벌써 수 권. 강연을 해달라고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는다. 2008년 11월 23일, 타카하시 아유무는 아내 사야카와의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여 가족 4인끼리 세계일주 패밀리 집시 여행을 떠났다. 기간도 코스도 정하지 않고 제멋대로 떠나는 방랑 여행. 이름대로(그의 이름 '아유무'는 '걷는다步'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는 여전히 세계를 누비고 있다. 지켜야 할 것이 있어도, 가진 것이 있어도, 그는 두려워 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는다. 지킬 것도 없고, 가질 것도 없으면서 겁만 내고 있는 내 모습이 어쩐지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