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을 리뷰해주세요.
-
-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 - 뒷골목 아티스트들이 이끄는 뉴욕의 예술경제학
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 드라마 <Gossip girl>의 배경은 뉴욕이다. 먼저 주인공 셀리나의 어머니는 미술계에 종사하고, 셀리나의 친구 블레어의 어머니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다. 작가를 꿈꾸는 댄의 아버지는 전직 뮤지션이고, 네이트와 척의 아버지는 사업가다. 미술, 패션, 문학, 음악, 비즈니스 같은 직업군은 세계 최대의 도시인 뉴욕에서 보기 드문 것이 아니다. 미술과 문학은 뉴욕의 역사를 지탱하며, 패션과 음악은 뉴욕을 세계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도시로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비즈니스는 이러한 문화 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다.
엘리자베스 커리드의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은 세계의 중심으로 불리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공장이 되었는지를 예술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1850년 최초의 보헤미안들의 등장을 비롯해 앤디 워홀, 마크 제이콥스까지 뉴욕의 문화적 아이콘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를 조명했다. 뿐만 아니라 뉴욕이 패션과 음악 등 문화 예술의 결과물을 어떻게 상품화시키고 산업으로 발전시켰는지를 분석했다. 저자에 따르면 뉴욕은 미국이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이행하던 시기에 풍부한 인적자원과 기존의 문화적 자산, 금융과 미디어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하여 크리에이티브 산업으로 훌륭히 전환한 사례다.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굉장히 관심있어 하는 분야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다른 자원에 비해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뉴욕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크리에이티브 산업은 단순히 훌륭한 인적 자원이 조성되었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연 서울도 뉴욕처럼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또한 뉴욕이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브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 간의 교류가 가능한 점을 지적했다. 뉴욕 시민은 뉴욕이라는 도시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적 세례를 받을 수 있고, 관심 분야의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다. 또한 업무 외적으로도 클럽이나 술집, 식당, 파티에서 만나 교류를 하고, 직접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창의적인 인재는 모두 뉴욕으로 몰려 들고, 그들은 서로 사귀고 토론하며 더 멋진 예술, 더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왜 다들 뉴욕, 뉴욕하며 그곳에 가려고 안달이 났는지 (심지어는 내 친구들마저) 이해가 된다.
문화 예술의 응집력과 탄력성은 크리에이티브 생산자들이 다양한 업계에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재능은 패션 디자인이나 음반 표지 디자인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나이트클럽 디제이나 패션쇼 음향 기술자, 음악 디렉터 같은 이들은 영화계에서 활약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한 업계에서 입지를 구축한 크리에이티브 생산자들은 또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서도 자신을 브랜드처럼 활용할 수 있다. 래퍼 디디나 그웬 스테파니처럼 뮤지션인 동시에 의류 라인으로 성공한 인물들은 드물지 않다. (p.199 낮엔 디자이너 밤엔 뮤지션, 분야를 넘나드는 크리에이티브의 위력 中)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는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여러 엔지니어들을 배출시켰다. 그들은 각자 다른 기업에서 일하면서도,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지칭한 '제약적 생산(restricted production)'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돈을 버는 일보다는 이상적인 컴퓨터를 만드는 일을 목표로 한 것이다. ... 일류 경제학자로 꼽히는 알프레드 마셜은 여기에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동일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인근 지역에 거주하면서 상호 간에 얻는 혜택은 엄청나다. 직업의 특수성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지만, 그 미묘한 특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p.262 크리에이티브는 계획과 통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