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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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는 한국전쟁이 많은 말들을 내놓았다. demilitarized zone과 그 축약형인 DMZ(원래는 남한과 북한을 나누는 38도 선에 놓인 분쟁지역을 가리킨다), brainwash(만주어로 '세뇌'를 그대로 번역한 말), chopper(헬리콥터), honcho(분대장을 뜻하는 일본어 '한초'에서 따온 말), hooch(집을 뜻하는 일본어 '우치'에서 따온 말로, 처음에는 병사의 정부가 사는 곳을 가리켰다) 등이 그 예다. (p.527)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의 원제는 <Made in America>, 즉 '미국산'이다. 미국식 영어의 어원과 배경을 추적하는 책답다. 책에는 메이플라워 호의 도착부터 점보 제트기의 탄생, 우주 시대의 개막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역사와 정치, 사회, 경제적인 변화와 이로 인한 미국식 영어의 변천에 대한 이야기가 총 21장에 걸쳐 나온다. 텔레비전, 영화, 자동차 등의 발명은 물론, 문화와 예술, 스포츠, 성(性)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 흔하게 쓰이는 개념들이 등장한 것이 불과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의 일이라니 신기했다. 심지어는 하루 세 끼 먹기, 화장실에서 일 보기 등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회 제도와 관습이 불과 몇백 년 전만 해도 낯선 유행 같은 것이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짧게 나오는데 한국전쟁 이야기라서 반갑기보다는 안타까웠다. 게다가 소개된 단어들도 우리말이 아닌 만주어, 일본어라서 씁쓸했다. 한국어 중에서도 순수 우리말이나 아름다운 뜻을 가진 단어들을 소개해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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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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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남편과 나는 드디어 책을 한데 섞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안 지 10년, 함께 산 지 6년, 결혼한 지 5년 된 사이였다. 이제 우리의 어울리지 않는 커피 잔들도 우호적으로 공존하게 되었다. 우리는 티셔츠도 바꾸어 입고, 여차 하면 서로의 양말을 갖다 신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책들은 계속 별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내 책은 주로 우리 아파트 북쪽 끝에, 그의 책은 남쪽 끝에 자리잡고 있었다. 나의 <빌리 버드>가 그의 <모비 딕>으로부터 1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시름에 잠겨 있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데 일찌감치 합의를 했건만, 실제로 둘을 합쳐 주는 일에는 우리 둘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았다. (p.17)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는 저마다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책에 얽힌 추억을 하나씩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패디먼' 대학팀의 일원으로 텔레비전 퀴즈쇼에 열을 올렸던 어린 시절부터 서재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를 두고 남편과 신경전을 벌이는 현재의 결혼생활에 이르기까지 책을 둘러싼 자전적인 일화들을 책에 담았다. 

 


생각해보니 책과 나의 인연도 예사롭지 않다. 증조 할아버지는 마을 훈장님이셨고, 아버지는 가정형편상 공대에 진학했지만 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고, 나와 동생이 어렸을 때는 매달 월급날마다 회사 구내서점에서 책을 사다가 선물해주셨다. 외할아버지는 오랫동안 인쇄업에 종사하셨고,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잠깐 출판사 외판원 일을 하신 적이 있다. 실적을 올리려고 자비로 사들이신 책 덕분에 한동안 우리집은 도서관 부럽잖은 장서량을 자랑했었다. 그 덕분에 내가 지금도 책을 즐겨 읽고, 동생이나 나나 공부를 잘 하지 않았나 싶다.     


책 읽기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수시로 ‘내게는 어떤 추억이 있었더라?’ 하고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내가 앞에서 구차하게 얼굴 한 번 뵌 적 없는 증조 할아버지까지 언급해가며 책과 나의 인연을 강조한 것처럼 말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은 지식을 쌓고 재미를 얻기 위해 읽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책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인 사람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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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영화님의 "금주의 인기영화 POLL (6.8~6.15)(종료)"

드래그 미 투 헬 - 예고편을 보고 무조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 여름 공포영화의 시작을 드래그 미 투 헬로 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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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신간평가단님의 "[안내] 알라딘 3기 서평단 활동 안내"

감사합니다.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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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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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대학 졸업하면 뭐 할 거니?" 친척 어른이 물으신다. 우물쭈물 대답을 못 하고 있는 내 옆에서 다른 어른들이 나서서 한 마디씩 거드신다. "당연히 직장에 들어 가야지! 근데, 정외과 나와서 어디 취직하니?" (그러게요) "요즘은 공무원 시험이 대세야." (이미 대세인데, 저까지 따를 필요 뭐 있나요) "여자는 선생님이 최고다. 교직이수는 했니?" (학점 따기도 바빴어요)

 

걱정이 되어 하시는 소리겠지만, 당사자인 나의 귀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우선 '대학 졸업'과 '취업'의 상관관계를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대학에서 취업을 잘 하는 방법 내지는 취업의 당위성에 대해 배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암기식 교육의 폐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지, 사회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등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이 전제되어야 직장에 들어 가든가 공무원 시험을 보든가 하는 것 아닌가?

 

왜 내게 그런 고민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고민의 답을 얻었느냐고 묻는 어른은 없는걸까?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한다고 믿는 관습 때문일 수도 있고, 타자의 고민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야 정신적인 수양도 가능하다는 유물론적 사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제대로 된 철학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는 철학과 일상을 접목한 철학 입문서다. 저자인 황상윤은 철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일반인들이 철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뜬구름 잡는 철학'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자의 사상들이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책을 읽으며 철학이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끊임 없이 고민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문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모이고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된다. 결국 생각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다른 삶을 만들어 나간다. 즉 다른 철학이 다른 삶을 만든다. (p.43)  
   




저자는 철학 사상을 설명함에 앞서 '짬뽕을 먹을까, 자장면을 먹을까?', '송혜교와 전지현 중 누가 더 예쁜가?', '슈퍼맨은 인간일까, 아닐까?' 하는 문제들을 던진다. 쉬워 보이지만 금방 답할 수 없다. 금방 답하더라도,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를 알기는 어렵다. 답이 정답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한 근거가 필요한데, 그 정당한 근거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일 수도 있고, 도덕적인 관습일 수도 있고, 개념적인 문제일 수도 있으며, 이는 또 다시 정당한 근거를 정당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책은 이토록 어렵고 복잡한 철학적인 사고를 어렵고 복잡하게 쓰고 있지만, 이 책은 가벼운 소재와 친근한 어투로 유쾌하고 풀어썼기 때문에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철학, 인간, 도덕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하여 유물론에서 이어지는 경제, 그리고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을 맺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철학은 언뜻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문제처럼 보이고, 경제나 정치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학문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제와 정치는 철학에 기반하고 있으며(애덤 스미스는 도덕철학자였고, 정치학의 원래 이름은 정치'철학'이었다), 하물며 과학과 수학 같은 자연과학도 철학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기억하자. (초기 과학은 종교가 아닌 이성의 힘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됐다.)

 

'철학이 내 삶의 나침반이듯이 독자들도 이 책 속에서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나침반으로 삼을 만한 가치관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당부처럼 살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직업을 가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철학에 대한 고민은 '나침반'처럼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다시 전공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다. 어떤 학문을 공부해도 철학과 이어지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는 그런 갈증과 미련을 조금이나마 달래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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