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루나파크 일력 (스프링) - 매일매일 심력 충전
루나(홍인혜)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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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도 좋고, 스프링 제본이라서 루나파크 님의 예쁜 일러스트에 손상을 가하지 않고 종이를 넘길 수 있어서 좋아요.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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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루나파크 일력 (스프링) - 매일매일 심력 충전
루나(홍인혜)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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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쓸 일력으로 <2025 루나파크 일력>을 구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 대만족. ​ 


일력을 사본 건 이번이 두번째인데, 

전에 샀던 일력은 일러스트는 예쁜데 스프링 제본이 아니라서 사용하기 불편했다 

(내지가 내 뜻대로 안 찢어질 때마다 내 마음도 찢어졌다 ㅠㅠ). ​ 


반면 <2025 루나파크 일력>은 스프링 제본이라서 넘기기 쉽고, 

요일만 안 보면 만년 일력으로도 사용 가능하다(환경보호 자원절약!).






사양도 풍성하다. 박스와 일력 외에 

스티커, 부적, 엽서 등등 다양한 굿즈가 들어 있다. 

(일력을 샀는데 굿즈가 왔어요) ​ 


루나파크 님 손편지(인쇄)도 들어 있으니 

팬이라면 무조건 구입하시길.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하다 :)






일력 내지 디자인과 일러스트, 내용도 너무 좋다. 

매월 이달의 미션 만나기, 하루하루를 즐기기, 오늘의 행복을 위한 심력 키우기 등 

하루하루를 더 즐겁게, 재밌게, 잘 사는 방법이 담겨 있어서 

매일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분이 아주 좋을 것 같다. ​ 


일력의 전체적인 톤이 민트색이라서 더 좋다 

(루나파크 님 영향으로 민트색 좋아하게 된 1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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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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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에서는 국가의 3요소를 '영토, 국민, 주권'으로 규정한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이 3요소 중 하나 이상을 결여한 사람 또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이미리내의 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어떠한가. 이 소설은 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마흔일곱 살 여성인 '나'가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는 환자들 중 한 명인 묵 할머니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치매 환자들이 주로 수용된 병동에서 생활하는 묵 할머니는 여느 환자들과는 다르게 정신이 멀쩡하고 언변도 뛰어나다. '나'는 묵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작성해 준다는 명목으로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지금의 경기도 파주 임진강 근처에서 태어난 것으로 짐작되는 묵 할머니는 사실상 평생을 디아스포라 상태로 살았다. 어린 시절에는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조선의 백성이었고, 십 대 시절에는 위안부로 인도네시아 스마랑에 끌려갔다. 귀국 후에는 남쪽의 국민도 북쪽의 국민도 되지 못하고 그의 정체를 의심하고 심문하는 말들 속에서 뜬 상태로 지냈다. 묵 할머니의 삶에서 국가는 언제나 부재하거나 불완전했을 뿐 아니라 국가 자체가 그의 삶을 뒤흔드는 폭력인 적도 많았다. 나라 없는 국민으로 산 이후에는 나라가 있어도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으로 살았다고도 볼 수 있다. 


평생을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상태로 지낼 수 밖에 없었던 묵 할머니의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름 없음'이다. 사실 묵 할머니에게는 이름이 없는 게 아니라 이름이 많다. 어릴 때는 캐나다 퀘벡 출신 목사가 지어준 '데보라'라는 이름이 있었고, 위안부 시절에는 일본인 군인에게 '간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고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강간 위협을 피하기 위해 남자 행세를 하면서 '용말'이라는 이름을 썼고, 고향으로 가서는 아예 용말로 살았다. 나중에 묵 할머니는 이름을 미란으로 바꾸고 요양원에 들어간다. 무엇도 그의 이름이지만 무엇도 그의 진짜 이름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묵 할머니는 여러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이기도 했다. 식민지 시절 피지배 국민으로서 배운 일본어와 외국인 목사에게 배운 영어와 프랑스어 덕분에 묵 할머니는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 스스로 밥벌이를 하기도 했고, 눈 뜬 사람도 코를 베어 가는 시대에 세상 물정을 알면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바로 그 능력 때문에 의심을 받거나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만약 묵 할머니가 영토, 국민, 주권이 온전한 나라에서 평생을 살았다면, 그의 언어 능력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거나 간첩으로 활동하는 데 쓰이는 대신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이 되는 데 사용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묵 할머니가 살면서 경험한 고통 중에는 그가 식민지 백성이기 때문인 것도, 분단국에 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가 여성이기 때문인 것도 있었다. 그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위안부로 끌려갈 일도 없었을 것이고, 성인 남성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로 인해 몽키하우스로 보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묵 할머니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용말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용말의 남편도 못 만났을 것이다. 세상은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등으로 규정하는 그를 어머니로 보아주는 아이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험한 세상으로부터 그 아이를 지키는 보람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묵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 안 좋은 패를 좋은 패로 바꾸는 법을 알았고, 그것을 배우는 과정이 그의 인생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 해 전 돌아가신 친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나의 친할머니는 묵 할머니와 연배가 비슷한데, 그 나이대 여성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십 대 때 결혼해서 일곱 남매를 낳고 평생 농사 일만 하다가 돌아가셨다. 이렇게 보면 할머니의 삶이 슬프고 우울하게만 보이지만, 할머니 자신은 해로한 남편도 있고 잘 키운 자식들에게 손주들도 많이 보았으니 다복했다고 여기셨을지 모른다. 그런 할머니가 자식들을 교육하고 열심히 노동한 덕분에 나의 아버지가, 그리고 내가 전보다 나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묵 할머니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내느라 괴로운 시절이 길고 또 많았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연민의 눈으로만 보지는 않기를 바라지 않을까. 묵 할머니의 삶에서 그가 경험한 고통만 보지 말고, 그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루어낸 일들을 봐주기를 원하지 않을까. 자신이 가진 안 좋은 패를 좋은 패로 바꾸는 법을 아는 사람이 어른이고, 그런 어른들 덕분에 전보다 살 만한 세상이 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그런 어른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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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번째 천산갑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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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대만 작가 천쓰홍의 장편 소설 <귀신들의 땅>을 읽었다. 처음 들어 보는 작가였고 분량이 상당한 책이었지만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했던 1980년대 대만. 주인공 남성은 게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아들 대접을 못 받고 외국을 떠도는 신세다. 현재 그에게는 누나만 다섯이 있는데, 누나들은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에게 자식 취급도 못 받고, 결혼 후에는 남편과 자식에게 발이 묶여 외국에도 못 나간다. 여성으로서, 남성인데 남성 대접 못 받는 게이 남성도 불쌍하지만 자신이 게이인지 헤테로인지 알 기회도 없이 살았던 누나들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런 여성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알아보는 건 헤테로 남성이 아니라 게이 남성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천쓰홍의 최신작 <67번째 천산갑>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 소설은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서 한 광고 촬영에서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된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비좁은 아파트에서 지내는 '그'는 모르는 사람 눈에는 별 볼 일 없는 중년의 아시아 남성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한 적도 있는 배우다. 그런 '그'가 외국에서 홀로 가난한 생활을 영위하는 건 '그'가 게이이기 때문이다. '그'가 동성의 애인들과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건 동성혼 합법화 이전의 대만에선 불가능하고 외국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애인을 찾고 사랑을 일구어 나갈 만한 환경을 주변 사람들이 제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함이 나중에 밝혀진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듯 보이는 '그녀'는 전화로 두 사람이 오래 전에 찍은 영화가 신기술로 복원되어 낭트 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얼마 후 파리에 도착한 '그녀'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상태다. 유명 배우이고 유력 정치인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는 '그'의 아파트가 좁다고 타박하면서도 '그'와 한 침대에서 함께 자기를 간청한다. 오래 전 두 사람을 스타로 만든 광고에서처럼 같은 침대 위에 누워 편안히 잠을 자고 싶다고, 오랫동안 오직 그것만이 소원이었다고 애원한다. 그렇게 함께 잠을 자고 일어난 두 사람은 이튿날 아침부터 파리 시내 이곳저곳을 걷는다. 집으로 돌아 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잠을 청한다. 숙면과 함께 봉인된 기억들이 깨어난다.


'그'는 자신의 곁을 스쳐간 남자들과 이제는 영영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평생의 사랑 J를 그리워 한다. '그'와 J는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했다. '그'는 J의 육신이 사라진 후에도 J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단어들을 떠올리며 J와의 추억으로 자신의 일상을 채운다. 반면 '그녀'에게는 다시 보고 싶은 대상조차 없다. '그녀'의 학창 시절은 그저 광고일 뿐인데 어린 여자애가 벌써부터 남자 경험을 했다며 놀렸던 어른들과 아이들로 얼룩졌고, 젊은 시절은 헛된 약속으로 '그녀'를 희롱했던 전 애인들과 연예인 관계자들로 더럽혀졌다. '그녀'는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그녀'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방조하고 조장했던 엄마를 저주한다. '그'에게 엄마는 그리움과 애정의 원천이지만 '그녀'에게는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평생 짜릿할 기회가 없었거든. 나는 한 번도 짜릿했던 적이 없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러니까, 지금 나의 가장 큰 바람은, 내 아이가 짜릿해지는 거야." (469쪽)


동성애를 반대하는, 그러니까 동성 간의 '사랑'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이 제대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동성 간이든 이성 간이든 간에 사랑은 타인이 강요한다고 해서 시작될 수 없고 반대한다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타인에게 사랑을 강요하거나 타인의 사랑을 반대할 능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애초에 남의 사랑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는데도 말을 얹는 사람들에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한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동시에, 자신이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알 기회도 없이 헤테로 정상성에 갇혀 평생을 허비한 '그녀'가 불쌍하다고 느꼈다. 


테로 정상성에서 배제된 남자도 괴롭지만 헤테로 정상성에 속해 있는 여자도 괴롭다면, 헤테로 정상성은 결국 헤테로 남성만을 위한 것인가. 문제는 헤테로 남성도 헤테로 남성대로 괴롭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런 세상에서 행복한 건 누구인지,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세상이 얼마나 더 존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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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119구조대 구국의 오렌지 8
소다 마사히토 지음, 토미야마 쿠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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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도쿄 소방청 공보과 보도계 주임 사토 유리에(유리엣티) 소방위다. 원래는 매스컴 분야 취업 지망생이었던 유리에는 어느 날 문득 '하늘의 계시'를 받고 도쿄 소방청에 입사했다. 내근직이기는 하지만 소방청과 언론, 대중을 연결하는 업무를 소화하려면 새벽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런 유리에의 목표는 '하마 출장소'의 보도관이 되는 것. 대체 유리에는 어떤 일 때문에 이런 목표를 가지게 된 걸까. 단순히 소방청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등장한 인물 같지는 않아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한편, 후와 특수 구조대에서 토아케와 오노다가 멘토로 모셨던 야마가미 대장의 퇴임이 발표된다. 야마가미의 마지막 근무일에 인근 인쇄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후와 구조대가 투입되고, 안 그래도 야마가미 대장님과 헤어진다는 생각에 기분이 울적했던 토아케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분진폭발의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통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오노다가 안 보인다는 무전을 받고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드는 토아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소방 대원이 나오는 만화나 영화,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지만 볼 때마다 대단하다. 화재 현장의 긴박함과 소방 대원들의 노고가 실감나는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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