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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평점 :
열여덟 살 고등학교 2학년인 박은호와 차도희는 일 년 앞으로 다가온 대학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은호는 평일엔 학교, 학원, 독서실, 주말엔 학원, 독서실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고, 미대를 지망하는 도희는 밤늦게까지 미술 학원에서 작업을 한다. 그런 두 사람이 언제부터인가 이변이 생긴다. 은호는 누군가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느끼고, 도희는 친구 은솔에게 "아무래도 너, 스토킹 당하고 있는 거 같아."라는 말을 듣는다.
안세화 작가의 소설 <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는 독특하게도 두 명의 주인공 은호와 도희가 스토킹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체 누가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들을 스토킹한단 말인가. 은호, 도희와 마찬가지로 궁금증을 잔뜩 품고 계속 읽는데, 전혀 뜻밖의 이야기가 펼쳐져서 놀랐다.
각자의 스토킹범을 추적하던 은호와 도희는 마침내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서로의 스토킹범이 동일인이라는 걸 알고 두 사람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찾는다. 하지만 둘은 태어난 곳도, 자란 동네도, 졸업한 학교도 다르고, 하다 못해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갔던 여행지조차 겹치는 곳이 없다. 심지어 서로 핸드폰을 바꾸어 저장된 연락처를 훑어보며 겹치는 이름이 있는지까지 알아보지만 헛수고다.
그런 은호와 도희가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공통점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가족들이 비밀로 부쳤던 과거의 '어떤 사건'과 관련이 있다. 그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입시 공부에 매진하던 두 사람은 잠시 현재의 모든 일과를 멈추고 어느 바다 마을로, 아직도 과거의 시간이 멈춰 있는 그곳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은호와 도희는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쩌면 입시 공부보다 더 중요할 어떤 것을 배우게 된다.
제목도 그렇고 주인공도 남학생과 여학생이라서 상큼한 분위기의 청소년 로맨스 소설을 예상했는데, 상실의 고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어떤 이의 희생을 대가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견디는 삶의 무게 등 의외로 묵직한 주제를 다뤄서 놀랐다. 그러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누구도 사랑 없이 어떤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름의 바다를 보다 다양한 차원으로 보게 만드는 특별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