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당쇠르 17
조지 아사쿠라 지음, 나민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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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오 준페이는 무술 감독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술을 배우다 중학생이 된 후 뒤늦게 발레로 전향한다. 야생 원숭이처럼 자유롭게 살다가 엄격하고 정확한 클래식 발레의 세계에 들어와 갖은 고생을 한 준페이는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세계 무대를 꿈꾸며 매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 도전한다. 준페이는 발레를 배운 기간이 짧은 만큼 클래식 발레보다는 컨템퍼러리 댄스 부문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할 거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놀라운 무대로 다른 참가자들을 압도하며 뛰어난 성적으로 심사를 통과한다.


컨템퍼러리 댄스 심사 때의 준페이의 무대를 보고 충격을 받은 인물 중에는 무려 니콜라스 블랑코도 있었다. 준페이가 꿈까지 꿀 정도로 열렬히 좋아한 컨템퍼러리 댄서인 블랑코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준페이에게 "최악의 댄스였다!", "완전 쓰레기 같았지!"라며 막말을 내뱉는다. 자신이 동경한 댄서에게 안좋은 말을 들은 준페이는 충격을 받는데, 주변 사람들은 블랑코가 준페이의 무대를 보고 감상을 말해준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준페이를 위로한다. 어쩌면 블랑코가 자신을 뛰어넘을 만한 인재를 발견해 위기 의식을 느낀 걸지도... 누가 봐도 붕어빵처럼 닮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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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그린 에덴 2 - 완결
마야마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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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요요기의 디자인 전문학교에 입학한 모리야 미노리는 입학 전 자신이 예상한 대학 생활과 현실이 너무 달라서 좌절한다. 과제에 치여 울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미노리를 위로해준 사람은 우등생인 데다가 성격까지 좋아서 모두가 좋아하는 카가미 토우마. 미노리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정하게 자신을 구해주는 카가미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미노리의 눈길은 자꾸만 예술적인 감각은 뛰어나지만 성격은 괴팍해서 모두가 싫어하는 후지오카 타케루에게 향한다.


마야마 케이의 만화 <손으로 그린 에덴>은 디자인 전문학교 신입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설정만 보면 여주인공이 서로 다른 타입의 두 남성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전형적인 삼각관계 로맨스 만화처럼 보이는데, 연애보다는 인물들의 시련과 성장에 주목한 점이 돋보인다. 가령 소심한 성격의 미노리는 다정한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는 카가미에게 영향을 받아 남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후지오카를 도와준다.


후지오카가 왜 남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성격이 되었는지는 2권에 자세히 나온다. 잘생기고 유능하지만 과거의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괴팍한 성격이 된 남자 주인공을 여자 주인공이 구원하는 서사는 드물지 않은데, 이 만화에서 미노리는 후지오카를 '구원'한 후 후지오카와 커플이 되는 것으로 '보상'을 얻는 대신 인격이 성숙하고 학업에 정진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의 성장을 쟁취한다. 이성애 로맨스 만화가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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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더·록! 앤솔러지 코믹 1 : 특별판 1st Extended Play - 초판한정 일러스트 카드 + 홀로그램 일러스트 카드 2종 + 아티스트 캔뱃지 2종 + 박스 케이스
하마지 아키, 치바 사도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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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봇치 더 록!>의 앤솔러지 코믹이 출간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표지만 보고 신간이 나온 줄 알았는데 앤솔러지 코믹이라고 해서 놀랐다. 원작과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커버 일러스트를 원작자 하마지 아키가 그렸나 확인해 보니 <학교생활!>의 치바 사도루가 그렸다고 한다. 이 만화도 유명하던데, '유명 만화X유명 만화'의 합작을 이뤄낸 <봇치 더 록!> 좀 짱인듯 ㅎㅎ






커버 일러스트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본문에 참여한 작가들도 매우 호화롭다. 작화 수준의 편차가 별로 없고, 내용도 원작의 팬이라면 바로 빠져들어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소재와 설정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앤솔로지 코믹답게 다른 작가들의 축전도 실려있다. 






내가 읽은 <봇치 더 록! 앤솔러지 코믹 1 특별판>은 일반판 사양(단행본+초판한정 일러스트 카드) 외에 홀로그램 일러스트 카드 2종, 아티스트 캔뱃지 2종, 박스 케이스가 포함된 초호화 사양이다. 서점별 특전이 다르니 구매하기 전에 체크해 보시길. (https://blog.naver.com/daiwon_ci/223446226060?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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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창의성에 대하여 - 퀸시 존스의 12가지 조언
퀸시 존스 지음, 류희성 옮김 / 이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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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서비스가 생긴 이후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는데 그 중 하나가 음악 다큐멘터리 감상이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의 역사나 배경을 일부러 찾아볼 정도는 아니었는데,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하면서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전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감명 깊게 본 음악 다큐멘터리 중 하나가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퀸시 존스 : 인생의 노래(Quincy)>이다. 이전에도 퀸시 존스의 이름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와 작업하고 어떤 음악을 작업했는지는 몰랐다. 


퀸시 존스가 무려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였고 <Thriller>를 만들었다니! 최근에 공개된 또 다른 음악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퀸시 존스가 <We are the world>를 만든 것도 알게 되었다. (나 그동안 무슨 음악을 어떻게 들은 거니... 어디 가서 음악 좋아한다고 말하면 안 될 듯.) 그런 퀸시 존스의 책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 : 퀸시 존스의 12가지 조언>을 읽었는데, 읽어보니 과연 퀸시 존스답다. <퀸시 존스 : 인생의 노래(Quincy)>를 보면서 대단한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일과 창작, 예술에 대한 생각을 12가지로 정리한 이 책을 읽으니 그가 얼마나 자신의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더욱 더 최고가 되기를 꿈꾸는지 알겠다. 


퀸시 존스는 1933년 미국 시카고의 가난한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목수인 아버지는 갱단과 연루되어 있었고, 어머니는 정신병동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흑인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직업을 가질 수도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그는 어릴 때부터 갱단을 따라다니며 위험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피아노를 만났고, 뮤지션이 되면 흑인이라도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음악에 매진했다. '고통을 목적으로 승화하라', '볼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다', '도전해야 알 수 있다', '이정표를 그려라' 같은 조언들은 바로 그러한 저자의 실제 체험과 성취로부터 비롯된 교훈들이다.


다행히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인정 받아 빠른 속도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실패와 고통에 침잠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실력을 높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으로 상쇄했다. 가령 그는 밴드 투어에 실패했을 때 레코드사에 취직해 돈을 벌어 빚을 갚으면서 대중 음악을 배웠고, 대중 음악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을 때 영화 음악에 뛰어들어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영화 음악 감독으로 잘 나갈 때 마이클 잭슨을 프로듀스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중대한 기회를 위해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라', '저평가 당하는 데서 나오는 힘',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걸 하라' 같은 조언들은 이러한 이력으로부터 탄생했다.


퀸시 존스는 말년인 지금도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고 후배들을 양성하며 음악인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열심히 찾고 있다. '아는 것을 하라', '삶의 가치를 인식하라' 같은 조언들은 그의 현재를 반영한다. '좌뇌를 연마하라' 같은 실용적인 팁도 있다. 다큐멘터리에는 그가 매일 십자말풀이를 하면서 좌뇌를 자극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가 책에서 강조하는 좌뇌 연마의 방법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이론 또는 기술이 몸에 자동적으로 밸 때까지 익히는 걸 의미한다. 음악을 비롯한 모든 창의적인 활동은 (많은 이들의 통념과 달리) 영감이나 재능 같은 우연적인 요소가 아니라 연습과 훈련을 통한 의식적인 노력에 기반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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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이순하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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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어르신들 아무나 한 분 붙잡고 그분의 살아온 이야기를 받아쓰면 책 한두 권은 금방 나올 거라는 내용의 대화를 누군가와 나눈 적이 있다. 책 쓰기가 그만큼 쉽다는 뜻이 절대 아니고, 김연아나 손흥민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해낸 사람들만 특별한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도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가지고 무언가를 극복하기도 하고 어떤 일을 성취하기도 하면서 그 누구의 삶과도 똑같지 않은 비범한 인생을 살아 왔고, 살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순하 작가의 산문집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이 책을 쓴 이순하 작가는 1958년생이다. 결혼 후 남편과 두 딸을 다 키우고 난 다음에야 공부를 시작해 환갑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사회복지 전공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서전 쓰기를 가르치는 '글마음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하다. 저자 자신의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특히 저자의 가족들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나의 어머니가 1959년생이기 때문에 50년대 후반에 태어난 여성의 삶이 어떠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이야기는 나의 어머니가 겪은 이야기와도 사뭇 달랐다. 


아들을 못 낳고 딸을 낳았다고 구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딸을 죽이기도 했던 시대에 저자는 둘째딸로 태어났다. 실향민 출신인 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처자식을 잊지 못했고, 그 핑계라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여자들을 만나 살림을 차리고 다녔다.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가세가 크게 기울었고, 그 때부터 어머니는 생계 전선에 나섰다. 형제 중 둘째이지만 몸이 약한 언니를 대신해 장녀도 아닌 저자가 'K-장녀' 노릇을 해야 했다. 어른도 하기 힘든 심부름을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고, 학교에서 갖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런데도 부모를 원망하기는커녕 "젊었을 적 소원은 원도 끝도 없이 돈을 많이 벌어 엄마를 호강시켜드리는 것"이었다니. 같은 K-장녀이지만 고개가 숙여진다. 


책 제목에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만 엄마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다. 이모, 외삼촌, 외할머니 등 친척은 물론이고, 띵까 영감, 윤초시, 애자씨 등 혈연 관계는 아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래도 가장 대단한 인물은 어머니이다. 저자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 청년기를 지나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주부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저자의 어머니 또한 평범한 한국의 할머니로 살았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반전이 있으니 이건 꼭 책에서 확인하시길. 생각해 보면 주부에서 교수가 된 저자의 인생도 한 편의 영화 같으니, 과연 모전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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