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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창의성에 대하여 - 퀸시 존스의 12가지 조언
퀸시 존스 지음, 류희성 옮김 / 이콘 / 2024년 4월
평점 :
OTT 서비스가 생긴 이후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는데 그 중 하나가 음악 다큐멘터리 감상이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의 역사나 배경을 일부러 찾아볼 정도는 아니었는데,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하면서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전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감명 깊게 본 음악 다큐멘터리 중 하나가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인 <퀸시 존스 : 인생의 노래(Quincy)>이다. 이전에도 퀸시 존스의 이름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와 작업하고 어떤 음악을 작업했는지는 몰랐다.
퀸시 존스가 무려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였고 <Thriller>를 만들었다니! 최근에 공개된 또 다른 음악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퀸시 존스가 <We are the world>를 만든 것도 알게 되었다. (나 그동안 무슨 음악을 어떻게 들은 거니... 어디 가서 음악 좋아한다고 말하면 안 될 듯.) 그런 퀸시 존스의 책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 : 퀸시 존스의 12가지 조언>을 읽었는데, 읽어보니 과연 퀸시 존스답다. <퀸시 존스 : 인생의 노래(Quincy)>를 보면서 대단한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일과 창작, 예술에 대한 생각을 12가지로 정리한 이 책을 읽으니 그가 얼마나 자신의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더욱 더 최고가 되기를 꿈꾸는지 알겠다.
퀸시 존스는 1933년 미국 시카고의 가난한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목수인 아버지는 갱단과 연루되어 있었고, 어머니는 정신병동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흑인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직업을 가질 수도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그는 어릴 때부터 갱단을 따라다니며 위험한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피아노를 만났고, 뮤지션이 되면 흑인이라도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음악에 매진했다. '고통을 목적으로 승화하라', '볼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다', '도전해야 알 수 있다', '이정표를 그려라' 같은 조언들은 바로 그러한 저자의 실제 체험과 성취로부터 비롯된 교훈들이다.
다행히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인정 받아 빠른 속도로 경력을 쌓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실패와 고통에 침잠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실력을 높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으로 상쇄했다. 가령 그는 밴드 투어에 실패했을 때 레코드사에 취직해 돈을 벌어 빚을 갚으면서 대중 음악을 배웠고, 대중 음악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을 때 영화 음악에 뛰어들어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영화 음악 감독으로 잘 나갈 때 마이클 잭슨을 프로듀스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중대한 기회를 위해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라', '저평가 당하는 데서 나오는 힘',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걸 하라' 같은 조언들은 이러한 이력으로부터 탄생했다.
퀸시 존스는 말년인 지금도 계속해서 음악을 만들고 후배들을 양성하며 음악인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열심히 찾고 있다. '아는 것을 하라', '삶의 가치를 인식하라' 같은 조언들은 그의 현재를 반영한다. '좌뇌를 연마하라' 같은 실용적인 팁도 있다. 다큐멘터리에는 그가 매일 십자말풀이를 하면서 좌뇌를 자극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가 책에서 강조하는 좌뇌 연마의 방법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이론 또는 기술이 몸에 자동적으로 밸 때까지 익히는 걸 의미한다. 음악을 비롯한 모든 창의적인 활동은 (많은 이들의 통념과 달리) 영감이나 재능 같은 우연적인 요소가 아니라 연습과 훈련을 통한 의식적인 노력에 기반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