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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처럼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7
임솔아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6월
평점 :
유나가 사라진 후 예빈은 예전과 같은 일상을 보내지 못한다. 유나가 어디서 나쁜 일이라도 당했을까 봐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한 명이라도 목격자를 확보하기 위해 전단지를 붙이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나가 천안에서 목격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유나가 사라진 부천에서 천안까지의 거리는 100킬로미터도 넘는다. 예빈은 유나가 그 먼 거리를 혼자서 이동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나의 마지막 목격자를 찾아 간다. 과연 예빈은 유나를 찾을 수 있을까.
임솔아 작가의 소설 <짐승처럼>의 도입부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의 시작 부분처럼 읽히지만, 사실 이 도입부에는 반전이 있다. 문제의 실종된 유나는 인간이 아니라 개다. 그것도 자신이 키우던 개가 아니라 남이 키우던 개. 관계가 전혀 없지는 않다. 엄마를 여의고 여동생 채빈과 단둘이 살고 있는 예빈은 별나라는 강아지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데, 이 별나의 엄마가 바로 유나다. 자식들을 전부 입양 보내고 자신은 임시 보호 신세였던 유나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예빈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발 벗고 유나를 찾는 일에 나섰다. 그때마다 예빈과 함께 행동하는 인물들이 소장과 간호사이다.
예빈이 유나의 실종을 나 몰라라 하지 않는 이유는 예빈의 가족사와 관련이 있다. 예빈과 채빈은 오랫동안 자신들이 친자매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는데, 친자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가족이 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예빈이 기억하는 채빈은 어린 시절 내내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엄마와 자신을 괴롭히고 종국에는 가출로 가족을 위기에 빠뜨린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빈은 별나의 엄마인 유나를 보는 마음이 애틋하고, 유나의 딸인 별나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예빈은 피가 섞인 자매이고 오랫동안 한 집에서 살았지만 채빈의 속을 모르겠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실종된 유나를 찾는 과정에서 예빈은 자꾸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고, 기억 속에 묻어두고 싶었던 진실을 알고 싶어진다. 그 결과 예빈이 마주하게 되는 진실이 아주 놀라운데, 다시 생각해 보니 도입부만이 아니라 결말 부분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과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원래 모든 인간의 마음이 풀기 힘든 미스터리이고, 모든 인생이 죽음을 피해 달려가는 스릴러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