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의 열매 9
히가시모토 토시야 지음, 원성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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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의 열매>는 과거의 일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소아과 의사 마코가 아버지의 병원에서 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휴먼 드라마 풍의 만화다. 마코는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아버지, 형 히데키와 되도록 마주치지 말고, 마주치더라도 갈등을 피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삶의 경험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이들은 같은 소아과 의사라도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의사로서 지향하는 바가 조금씩(혹은 많이) 다르다.


9권은 오타루에서 온 축구 소년 쿠로다 유키와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언제부터인가 화장실 출입이 잦은 유키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유키를 데리고 병원에 온다. 아버지는 유키에게 증상에 대해 말하라고 하지만,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유키는 아버지가 신경쓸 만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거짓말을 하고 만다. 하지만 세심한 성격의 마코가 문제를 인식하고 유키로 하여금 자초지종을 털어놓게 하면서 이야기가 급물살을 탄다.


한편 병원에서 오래 일한 오토마츠 선생은 마코와 히데키를 불러 한 잔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다. 병원의 과거와 관계된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유키의 아버지가 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과거에 병원에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른 채 수술을 앞두고 입원을 하게 된 유키는 수술 후 자신이 계속 축구 선수로 경력을 쌓을 수 있을지 걱정에 빠져 있다. 그런 유키를 뜻밖의 인물이 도와주는데, 이들의 이야기가 매우 감동적이고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는 눈물이 날 정도로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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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119구조대 구국의 오렌지 6
소다 마사히토 지음, 토미야마 쿠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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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119구조대 구국의 오렌지>는 전설의 만화 <출동! 119구조대>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만화다. 만화의 중심 인물은 소방관 중에서도 소수 정예만을 뽑는 특수 구조대 시험을 통과한 토아케 다이고, 오노다 슌, 나카무라 유키, 이렇게 세 사람이다. 시험 통과 후 각자 배치된 자리에서 훈련을 받고 실전 경험을 쌓으며 훌륭한 소방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다. 다이고가 속한 후와 구조대와 선두를 다투는 쇼가다니 구조대가 합동 훈련을 하던 중에 6층 건물에서 화재가 일어난 것이다.


도로가 협소해 사다리차가 접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에서 빌딩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는 책임은 오로지 소방관들에게 달려 있는 상황. 심지어 쇼가다니 구조대의 마토이 소장은 구조보다 트레이닝을 우선시 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눈 앞의 화재 현장을 외면할 수 없는 대원들은 상관의 명령에 '불손'한 대응을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인명 구조에 나선다. 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되는데... <출동! 119구조대>를 보고 나서 소방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드라마를 여러 편 봤는데, 현장감이나 전문성 면에서 <출동! 119구조대 구국의 오렌지>의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꼈다. 애니메이션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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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철의 발할리안 5
마츠바라 토시미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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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사가 북유럽 신화 속 장소인 발할라에서 환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츠바라 토시미츠의 만화 <흑철의 발할리안>은 바로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가마쿠라의 무사 소마 테츠지로는 가난 속에서 혼자 힘으로 아들 하나를 키우다 뜻하지 않게 목숨을 잃는다. 혼자 남은 아들을 걱정하는 그에게 발키리 족 소녀 흐리스트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발할라에 이미 와 있는 동서고금의 사전사(죽은 전사)들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5권에서 테츠지로는 일행과 함께 바이킹의 섬에 내린다. 바이킹의 섬에서는 세계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사실은 바이킹의 섬에 세계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수의 일부가 바이킹의 섬이다. 세계수의 본체에 도달하기 위해 바이킹의 섬을 공격하고 있는 인물은 나폴레옹으로, 테츠지로는 세계수를 지키고 발할라의 평화를 사수하기 위해 이 나폴레옹이 이끄는 부대와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인물들의 액션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화가 박진감 넘쳐서 보고만 있어도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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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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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리는 거대 미디어 대기업의 하청 업체인 '헥사'에서 콘텐츠 감수자로 일하고 있다. 말이 좋아 '콘텐츠 감수자'이지, 실상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물과 이미지, 영상들을 직접 모니터링 하면서 성적, 인종적, 정치적, 종교적 등등의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업무 시간 내내 끔찍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봐야 하는 데다가 화장실에 갈 시간도 넉넉히 안 주는 회사 규정 때문에 피곤하기는 하지만 케일리는 행복하다. 고객들의 폭언에 시달리며 고강도의 감정 노동을 해야 했던 이전 직장에 비하면 지금 직장은 대면 업무도 없고 보수도 높기 때문이다.


헥사에서 케일리는 애인도 만났다. 강도 높은 업무를 마친 후 동료들과 술 한 잔 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정해진 일과가 되었는데, 그때마다 케일리는 시흐리트에게 눈길이 갔고 시흐리트 역시 케일리에게 호감을 보였다. 결국 둘은 연인 사이가 되었고 한 집에서 지내며 더욱 더 가까워졌다. 어느 날 케일리는 시흐리트의 아름다운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자신은 별볼일 없었는데, 이제는 괜찮은 직업도 있고 마음을 터놓고 사귀는 친구들도 있고 매력적인 애인도 있다. 그러니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다짐했다. 그때는.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하나 베르부츠의 소설 <우리가 본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케일리는 일견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인다. 낮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친구들과 놀거나 애인과 사랑을 나누며 무난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의 일과에는 현대 사회의 폐해와 모순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일단 그가 일하는 헥사는 대기업 하청 업체로 겉보기에는 번듯해 보이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인 데다가 노동 조건은 가혹하기 그지 없다.


케일리의 업무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케일리를 비롯한 콘텐츠 감수자들은 하루 종일 동물 학대, 자해, 혐오 표현 등을 접하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다'는 혐오 표현이지만 '모든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이다'는 혐오 표현이 아니라는 식의 애매모호한 규정도 그들을 괴롭게 만든다. 이들 대부분은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자각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직을 단념한다. 대부분의 직업이 AI로 대체되는 것이 시간 문제인 상황에서 비판이나 항의는 언감생심이다.


부제가 '나는 유해물 게시자입니다'이기도 해서 이 소설이 유해물 게시자의 경험담 또는 체험 수기 비슷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내 예상보다 한두 걸음 더 나아간다. 업무상 유해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케일리와 그의 동료들은 일상에서도 혐오 표현을 서슴지 않게 되고, 도파민 중독 증세를 보이며,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미디어와 콘텐츠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은 많아도 줄어들 가능성은 적기에 소설의 결말이 매우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유해물 게시자 내지는 유포자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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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담회 01 :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1
EBS <인물사담회> 제작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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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위인전을 즐겨 읽었다. 세종대왕, 이순신, 유관순, 간디, 헬렌 켈러, 나이팅게일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시련을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쌓았는지를 배우는 것이 흥미로웠다. 전공인 정치외교학을 공부할 때에도 정치 행위자의 동기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일국의 대통령, 총리 같은 정치 행위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개인적인 트라우마, 콤플렉스 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개인의 경험이나 특성이 때로는 한 나라 또는 세계 전체의 향방을 좌우하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인간사의 묘미이자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2023년에 EBS에서 방영된 <인물사담회>는 잘 알려진 인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이모저모를 심도 깊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최근에 책으로 재탄생한 <인물사담회> 1권에는 고르바초프, 니콜라 테슬라, 노스트라다무스, 프리다 칼로, 오에 겐자부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제갈량, 무하마드 알리 등 8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인물의 이야기는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다시 보는 00' 등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아는 사람'에는 인물의 생애와 업적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고, '모르는 이야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가 담겨 있고,'다시 보는 00'에는 앞에 나온 내용이 정리되어 있는데, 특히 '모르는 이야기' 챕터가 매우 흥미롭다.


구소련의 대통령으로 냉전을 종식한 인물로 평가받는 고르바초프는 러시아 1위 대학인 모스크바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런데 그가 이 학교에 입학한 방법은 우수한 시험 성적도, 뛰어난 면접 성적도, 잘난 집안 덕분도 아니었다. 소련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콤바인 기사로 일했던 그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노동적기 훈장을 받았고, 이 훈장으로 한국으로 치면 '농어촌 특별 전형'에 합격해 러시아 최고 대학에 들어갔다. 콤바인 특기생으로 러시아 최고 대학에 입학하다니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점을 달리 하면 대학의 인재 선발 방식이 다양하지 않았다면 훗날 대통령이 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인물을 놓칠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란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었던 팔라비 2세,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편도 흥미로웠다. 팔라비 2세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될 때까지 이란의 역사상 마지막 군주로서 나라를 통치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른바 백색혁명이라고 불리는 광범위한 형태의 개혁을 시도했다. 군인 출신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가 인정할 만한 강인하고 권위적인 아들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국가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개혁을 시도했고, 그 여파로 왕좌에서 밀려났을 뿐 아니라 이란이 전보다 더 보수적인 나라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약 아버지와 그의 관계가 원만했고, 그래서 그가 온건하게 개혁을 시도했다면 이란의 현재가 지금과는 달랐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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