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박물관 순례 1] 박물관으로 되짚는 한반도의 역사

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ㅣ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지난 30년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뒤를 잇는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시리즈의 이름은 <국토박물관 순례>. 저자 유홍준은 '답사기' 시리즈를 통해 수많은 한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소개했지만 아직도 소개하지 못한 것이 많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껴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한다. 새 시리즈의 테마가 박물관인 것은 '답사기' 제1권의 서문이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국토박물관 순례> 시리즈가 '답사기' 시리즈와 다른 점은 박물관을 테마로 삼았다는 점만이 아니다. '답사기' 시리즈가 지역별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국토박물관 순례> 시리즈는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토박물관 순례> 1권은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그리고 삼국시대 중 고구려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2권은 백제, 신라, 비화가야를 다룬다. <국토박물관 순례> 시리즈는 전 4권 또는 5권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구석기시대의 답사처로 저자는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골랐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적지는 무려 200곳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세계 고고학 지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유적지가 발견된 사연이 책에 나오는데 아주 드라마틱하다. 1978년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백인 청년 그레그 보엔이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인 애인과 한탄강 유원지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주먹도끼를 발견했다고. 발견 당시 상황과 발견 이후의 이야기도 재미있으니 책에서 확인하시길. 

신석기시대의 답사처로 저자가 고른 곳은 부산 영도의 동삼동 패총이다. 저자가 무수히 많은 신석기 유적 가운데 동삼동 패총을 고른 것은 그동안 부산을 '답사기'에 충분히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에는 동삼동 패총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한 동삼동패총전시관 외에도 복천박물관, 국립해양박물관, 요산문학관 등 근처에 가볼 만한 박물관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이 중에 복천동 고분군은 저자가 부산 사람을 만났을 때 이를 아는 분과 모르는 분, 가본 분과 안 가본 분으로 문화적 소양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영도의 역사도 자세히 나와서 부산 여행 전에 읽으면 좋겠다.

청동기시대의 답사처로 저자가 고른 곳은 울산 언양이다. 언양 대곡천변에는 신석기시대 반구대암각화, 청동기시대 천전리각석, 초기철기시대 유물이 있는 울산대곡박물관 등이 모여 있어 선사시대 답사를 하기에 매우 좋다. 고구려 파트는 2000년 9월 <중앙일보>가 기획한 '압록, 두만강 대탐사단'에 단장으로 참여해 14박 15일간 중국에 있는 고구려, 발해 유적을 다녀온 답사기로 갈음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나온 유적지, 박물관 가운데 유일하게 가본 곳이라서 반가웠다. 동북공정 이후 한국인들은 가볼 수 없게 된 곳이라서 애틋하기도 했다.

[100자평] 2024 사이다 면접

2024 사이다 면접 - 2024 경기도 임용 2차 면접 대비 ㅣ 2024 사이다 시리즈 (박문각)
이지수.구영모 지음 / 박문각 / 2023년 11월

임용 시험의 과정과 기출 문제, 주의 사항, 요점 등이 잘 정리 되어 있어서 면접 대비에 효과적입니다

[100자평]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퀴즈쇼 2 : 본선 편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퀴즈쇼 2 : 본선 편 ㅣ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단꿈아이 지음, 정현희 그림, 강석화 감수 / 단꿈아이 / 2023년 11월

방대한 분량의 한국사를 퀴즈 형식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재미있고 학습 능률이 오릅니다. 한능검 기출 문제까지 실려 있어서 자격증 시험 대비에도 도움되니 좋습니다.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합니다.

[100자평]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7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7 - 최재형 편 : 기념관의 유령 ㅣ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7
설민석.스토리박스 지음, 정현희 그림, 강석화 감수 / 단꿈아이 / 2023년 11월

안중근 열사의 거사를 도운 최재형 선생님의 이야기를 그렸다니 궁금합니다. 스토리텔링 형식이라서 아이 어른 구분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책을 다 읽고 독립기념관에 방문하면 살아있는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러브 몬스터] 가짜 사랑을 죽여라

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이두온 작가의 소설 <러브 몬스터>는 도입부부터 예측을 불허한다. 어느 구청에서 출생률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결혼하지 않은 젊은 남성들과 여성들의 집단 맞선을 주최한다. 맞선의 열기가 너무나 뜨거웠던 탓일까. 갑자기 전기 사고가 일어나 그 일대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고, 이는 한창 강습 중이던 구립 수영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수영장에는 사라진 엄마를 찾으러 온 엄지민과 수영장의 열성 회원인 허인회도 있었다. 

엄지민은 사관학교를 다니다 제적을 당하고 오랜만에 집에 왔다가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지민의 엄마인 염보라는 일찍이 남편과 헤어지고 오진홍이라는 유부남과 오랫동안 사귀었다. 엄지민은 그런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에 버릴 수가 없었다. 엄마의 행방을 좇던 엄지민은 엄마가 수영장에 다녔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자신도 수영장에 등록한다. 그러나 엄지민이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오진홍의 아내인 허인회다. 

허인회는 오래 전부터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편의 불륜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너무 화가 나서 불륜 상대의 딸을 납치한 적도 있다. 이혼을 요구할 줄 알았던 남편은 의외로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결혼 서약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 여자가 암에 걸렸기 때문이란 걸 알고 인회는 남편에 대한 정이 뚝 떨어진다.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남자가 훈남 수영 강사 조우경인데, 이 남자 정체가 상당히 수상하다. 

불륜 커플의 여자쪽 딸과 남자쪽 아내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치정 복수 드라마를 연상하기 쉽지만, 의외로 이 소설은 사이비 종교, 입찰 비리, 이성애 중심주의, 정상가족 이데아 등 거대한 주제들을 많이 다룬다. 특히 휴거를 믿고 종교에 투신하는 여성들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이 흥미롭다. 어릴 때부터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주입당한 여성들이 실제 연애와 결혼 관계에서 남자에게 고통받고 이를 종교로 해소하고자 한다니. 이를 부정하기에는 오히려 이를 입증하는 사례가 내 주변에도 너무 많다. 

중심 인물인 엄지민과 허인회의 관계도 흥미롭다. 엄지민은 불륜 커플의 여자쪽 딸, 허인회는 남자쪽 아내로, 세간의 관점으로 보면 두 사람은 적이 될 수는 있어도 친구가 되기는 힘든 관계다. 그러나 엄지민과 허인회는 각각 자신의 엄마와 남편에게 원했던 것을 서로에게 발견하고 누구보다 끈끈하게 연대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두 사람이 이성애 중심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아에 갇혀 있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일들을 해낸다. 영상화 되어 더 많은 사람이 이들의 이야기를 접했으면 좋겠는데, 텍스트로 읽기에도 과격한 장면이 많아서 가능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