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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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3부작 모두 마음에 들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라면 단연 이 책 <주말엔 숲으로>다. 이야기 흐름상 앞서 소개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에 이어 마지막으로 읽으면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처럼 이 책 역시 30대 중반의 여자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프리랜서 번역가인 하아캬와가 도쿄 근교의 시골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된다. 하야카와의 갑작스런 결정에 친구 마유미와 세스코는 독신녀가 남자도 없고 일도 없는 시골로 왜 이사를 가느냐며 핀잔을 주면서도 주말만 되면 그녀의 집을 찾는다. 출판사 경리로 일하고 있는 마유미는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고, 여행사 직원 세스코는 마유미보다 소박한 성격이다. 분위기와 성격은 달라도 그녀들 모두 일에 치이고 도시 생활에 지쳐 있던 참이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하야카와가 사는 시골 마을은 더없이 편한 휴식처가 되었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하야카와는 그녀들을 숲으로 데리고 간다. 사박사박 소리가 나는 흙길을 걸으면서 하야카와는 친구들에게 도시에 살면 볼 수 없는 진기한 자연의 풍경들을 보여준다. 호수에서 보트도 타고, 겨울에는 눈밭에서 소박한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숲속을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히 친구들의 고민을 알게 되기 마련이다. 그 때마다 하야카와는 "손끝만 보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을 보면서 저으면 그곳에 다가갈 수 있어"(p.49), "우주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이 숲속에서도 인간뿐이야"(p.62)  같은 말을 들려주며 친구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요즘 힐링이나 치유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데, 사실 인간이 가장 치유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자연이 아닌가 싶다. 산에 가면, 바다에 가면, 아니 그저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잊고 있던 자연성을 회복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주말엔 숲으로>는 바로 이런 자연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세 여자 친구들의 우정과 소소한 일상이 더해져 읽는 내내 흐뭇한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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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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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영되는 TV 프로그램 중에 '아빠, 어디 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 참 귀여운 데다가,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와 노는 게 어색하기만 했던 아빠들이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와 친해지는 모습을 보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무엇보다도 단 이틀이지만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가 단 둘이서 생활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지지난주 방영분에 나온 김성주-민국 부자의 아침 풍경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엄마가 잠도 깨워주고, 짐도 챙겨주고, 아침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주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산후조리원에 가고 없어서 아빠와 아이 단 둘이 모든 준비를 해야 했다. 아이 머리를 감길 때에는 물 온도를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하는지, 아이가 평소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신발을 신는지도 모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엄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평소에 엄마 한 사람만의 몫을 사는 게 아니라 아빠, 아이들, 이렇게 식구들 전부의 몫을 사는 사람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더 피곤하고 더 힘들고 더 외로울 것이다.

 

마스다 미리 3부작 중 한 권인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바로 엄마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제 막 열 살이 된 초등학생 리나. 리나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참 이상하다. 이제 막 마흔 살이 된 엄마(미나코)는 나이가 드는 게 싫다고 하지만 왜 싫은지 정작 그 이유는 모른다. 이웃에 사는 독신녀 고모(다에코)는 '되고 싶은 대로 된 사람만 있으면 세상은 북새통이 될 거'라고 말한다.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내가 쉰다고 해도 회사는 어떻게든 돌아'간다고 말한다. 그 모순을 리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리나보다도 리나의 엄마인 미나코가 더 많이 나온다. 미나코는 젊었을 때는 은행에 다녔고, 리나를 임신하게 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제 리나도 많이 커서 다시 일을 시작해보려고 하지만 취직이 어렵다. 무엇보다도 일을 하되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과 '나는 정말로 돈이 필요하다'며 미나코를 무시하는 듯한 다에코의 말에 기가 죽는다. 왜 사람들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더 하고 싶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여자의 인생은 결혼과 출산과 함께 끝나버리는 것일까? 미나코의 고민에 나까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보다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도 미나코처럼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사셨다. 중간에 일을 잠깐 하신 적도 있지만 집안일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그만두셨다. 엄마도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되고 싶은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엄마 개인의 삶은 포기해야 했다. 물론 포기한 것마저 엄마의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빠가 포기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엄마가 포기한 것이 훨씬 많은 느낌이 든다. 왜 여자는 취업이든 결혼이든 출산이든 더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일까? 해묵은 고민이지만 여전히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이 더 산뜻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미나코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찾아나가는지 더 구체적으로 그렸다면 좋았겠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만족스런 삶을 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주부들, 엄마들, 그리고 그녀들의 남편이거나 자식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가벼운 이야기지만 분명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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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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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대 여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최고의 공감 만화가 마스다 미리. 그녀의 만화 세 편이 '마스다 미리 3부작'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 중 한 권인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그녀의 대표 캐릭터인 '수짱'이 등장하는 만화로, 지난해에는 무려 시바사키 코우 주연의 영화로 제작, 동경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고, 올해 3월 일본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편인 데다가, 좋아하는 배우인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원작 만화라고 해서 이 책, 아니 이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감상은, 역시 GOOD! 아, 정말 좋다.

 

* 참고로 '마스다 미리 3부작'은 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②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③ 주말엔 숲으로 의 순서로 읽으면 좋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미혼 여성,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전업 주부에게 추천한다. <주말엔 숲으로>는 미혼 여성이 주로 등장하지만 결혼 여부, 연령에 관계 없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35세의 독신녀 수짱.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적금은 고작 300만엔인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여성이다. 그녀는 퇴근길에 들른 요가 학원에서 예전 아르바이트 동료인 사와코를 만난다. 사와코는 40대의 독신 여성으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수짱의 또다른 친구 마이코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

 

버석버석해진 발 뒤꿈치, 더 이상 기름종이가 필요 없는 피부 고민을 하는 그녀들의 속마음은 사실 한없이 복잡하고 외롭다. 수짱은 임신을 한 친구를 보면 조바심이 난다. 유언장을 쓰려고 해도 쓸 말이 없다. 사와코는 밝고 싹싹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13년째 연애를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곧 저물어버릴 내 젊음이, 내 몸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코는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행복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불만스런 마음이 든다. 아직 독신인 친구가 부럽다.

 

그녀들을 보고 있자면 '여성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여성이 원하는 것은 'sovereignty', 즉 주권이나 통치권 같은 권력 또는 힘이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고로 여성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통해 힘을 얻는지, 그것이 사랑인지, 가족인지, 일인지, 취미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선택할 수 있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수짱의 고민이 '결혼해야 할까?'가 아니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부정형인 것은, 결혼이 반드시 해야하는 의무나 구속이 아니고, 하지 않을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여성에게도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이코가 출산을 앞두고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것 역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독신 여성에게는 애인도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안정된 노후도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어떤 인생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힘이 있다. 이것이 수천년 동안 갖은 사회적 굴레와 차별, 폭력에 시달렸던 여성들이 후대의 여성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의 나의 고민과 외로움과 불안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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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좋은 날 - 혼자가 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 레시피
전지영 글.그림 / 예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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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상상하건대 (제멋대로 하지 않는 상상이 있겠냐마는) '혼자 사는 여자'라고 하면 왠지 고양이를 키울 것 같고, 트렌디 드라마의 여주인공 같은 집에 살 것 같고, 신상옷에 명품을 섭렵하며, 뮤지컬과 콘서트는 VIP 좌석에서 볼 것 같고, 주말이면 볕 잘 드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를 먹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싱글녀들의 삶은 나의 상상과 거리가 멀다. 고양이 키우기는커녕 자기 밥 챙겨먹기도 바쁘고, 집안은 발디딜틈 없이 어지러...운 정도가 아니라 '그냥 더럽고', 신상옷은커녕 깨끗한 옷 입은 모습 보기도 어렵고, 공연은 나와 함께 제일 싼 좌석을 사수하며, 주말엔 주중에 쌓인 피로를 해소한다는 핑계로 폭풍수면을 취한다. 그런 그녀들을 보고 있자면 독립적인 여성의 삶이나 옆방 남자와의 로맨스 따위는 그저 드라마나 소설, 만화가 심어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 게 된다.

 

'탄산고양이(소다캣)'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웹툰 작가 전지영의 만화 에세이 <혼자라서 좋은 날>을 읽으면 '싱글녀에 대한 환상'이라는 이름의 김은 쏙 빠지고, 밍밍하지만 달착지근한 맛은 남아있는 그들의 진짜 현실을 알 수 있다. 저자 전지영은 숙명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한 뒤, 편집 디자이너, NGO 활동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 이력의 소유자다. 여러 직업을 경험하며 홀로서기까지, 그리고 홀로 '살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하고 외로움과 부딪쳤을 것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 분명 소재는 반려묘, 책, 홍차, 케이크 등 가볍고 소소한 것임에도 -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혼자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불안함에 공감할 수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데에도 혼자 사는 여성은 수만가지를 생각한다. 내가 없으면 이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밖에 나갈 수 없을 때 먹이가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현실을 마주하고 안 좋은 일은 쓰윽 털어내는 그녀의 일상 이야기를 읽으며 같은 여성, 같은 미혼으로서 나 또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다.

 

혼자라서 좋아야 둘이 되고 셋이 되도 좋다는 것이 평소 나의 지론이다. 혼자로서 사는 삶이 허락된 지금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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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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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와 김중혁이 함께 쓴 영화 에세이 <대책 없이 해피엔딩> 을 읽다보면 김중혁의 글 중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작가 역시 일종의 기술자라서 평생 자신의 기술을 반복 연습해야 한다." (p.108) 글쓰기는 수단일뿐, 메인은 소설로 표현되는 작가의 가치관과 경험이고, 작가는 글쓰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완성해가야 한다는 김중혁의 지론을 엿볼 수 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2012년 연말 결산 편에서 김중혁이 추천한 책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그의 글쓰기 지론을 떠올렸다. 책의 저자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가담하여 체포 구금된 이후 극심한 실어증에 빠졌다가, 자동차 공장, 철공소를 전전하며 육체노동을 경험한 후 글쓰기를 통해 실어증을 극복, <사요나라 갱들이여>,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등 다수의 소설, 에세이를 출간하며 현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평론가로 거듭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다카하시의 팬을 자처하는 김중혁의 추천사를 듣고 김중혁의 팬인 내가 다카하시의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장을 펴자마자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건강하시죠?' 로 시작되는 독특한 형식에 먼저 놀랐다. 이 책은 시종 이렇게 저자가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식으로 되어 있다. 목차만 봐서는 기초편, 실전편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흡사 제대로 된 글쓰기 교본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교본'이라기 보다는 글 좀 쓴다 하는 선배로부터 두런두런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글 좀 쓴다 하는 선배'가 할 법한 말이 아니라 유명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가령 "소설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광대한 평원에 외따로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슬며시 도망쳐 나온 소년 같은 것"이라든가(p.19), "이야기는 쓰는 것이 아니다. 붙잡는 것이다"(p.72) 같은 문장을 대하면 소설 쓰는 비법을 알아내고자 기대한 독자로서는 살짝 김이 새기도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이야말로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말로만 '글을 쓴다', '글 쓰고 싶다' 하는 사람들은 평생 글을 못 쓴다. 지금 당장 펜을 잡고 글을 쓰는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느껴지는 것 하나하나를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사람만이 글을 쓰고 작가가 될 수 있다. '마을에서 도망쳐 나온 소년'처럼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붙잡듯이 글을 쓰라는 저자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한 저자는 글쓰기란 "아기처럼 흉내내는 것부터 시작한다"(p.111)며 기존 작품을 열심히 모방해보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모방은 표절과 구분하여 이해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모방은 기존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좋은 글, 문장만을 선별하여 필사해보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모방의 힘은 강력하다. "무언가를 흉내 내고 싶을 만큼 그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p.129)의 저자의 말처럼, 모방을 하는 대상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모방을 하다보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다. 결국 글쓰기란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이다. 김중혁 작가가 쓴 "작가 역시 일종의 기술자라서 평생 자신의 기술을 반복 연습해야 한다"는 문장 뒤에 이어지는, "그렇게 글을 쓰면서 연습하여 스스로를 완성해야 한다"는 말의 뜻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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