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경제경영/자기계발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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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부의 지도- 정치와 경제가 한눈에 보이는 지도 경제학!
류비룽.린즈하오 지음, 허유영 옮김, 이상건 / 라이온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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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MB노믹스 숨겨진 진실
차병석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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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드림 온(Dream On)- 드림워커로 살아라
김미경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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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세계, 기회와 도전- KOTRA 세계 전망
KOTRA(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지음 / 알키 / 2012년 1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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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베이컨시 1
조앤 K. 롤링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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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분유값 걱정을 하던 싱글맘이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며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이야기는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해리포터 시리즈>를 낳은 영국의 작가 조앤.K.롤링에게는 말이다.

 

조앤 롤링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녀가 왜 책을 썼을까 궁금했다. 혹자는 글쓰기라는 작업이 '천형(天刑)'에 가까운 고역이라고 하던데, 더 이상 분유값을 벌기 위해, 또는 유명해지기 위해 글을 쓸 필요가 없는 그녀가 다시 펜을 잡은 이유는 뭘까? 게다가 이번 신작이 그녀의 주특기인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판타지물이 아닌 성인 대상의 정통 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후속편을 낸다면 또 한번 화제가 될텐데, 왜 그녀는 안전한 길을 따르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들은 <캐주얼 베이컨시>를 읽으면서 시원하게 풀렸다. 어쩌면 그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것이 아닐까 싶을만큼 큰 감동을 받았다. 장장 십 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작 판타지물을 쓰면서 이런 매력적인 소재와 예리한 관찰력, 도발적인 문제 의식을 품고 있을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캐주얼 베이컨시>는 영국의 조용한 시골 마을 패그 포드의 지역구 의원 배리 페어브라더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추리소설 같은 느낌도 든다. ) 공석이 된 페어브라더의 의원직을 누가 채울 것인가를 두고 평화롭게만 보였던 마을 사람들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해묵음 경쟁심과 부정, 욕망들... 얼마전 대통령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선거라는 주제와 선거에 대한 묘사, 인물들의 관계가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시골 마을의 지역구 의원직을 두고도 이렇게 멀쩡했던 사람들이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는데 현실 선거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뭐 그런 상상도 해보면서.

 

소설의 표면적인 소재는 선거지만, 실질적인 소재는 가정으로도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소위 말하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온 후보들. 그러나 그들이 가정에서도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집에 돌아가면 한 가정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인 그들은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욕망과 비열함, 폭력성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인 패츠와 앤드루 그리고 수크빈더 세 아이는 선거를 계기로 이제까지 참아왔던 분노와 저항심을 표출하게 된다.

 

이 세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소녀 크리스털이 나오는 부분을 읽을 때마다 영국 10대들의 고민과 방황, 좌절을 그린 드라마 <스킨스(Skins)>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청소년 대상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폭력과 마약, 성에 대한 묘사까지도 적나라한 드라마 <스킨스>를 보면서 느꼈던 충격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다. (소설이라서 드라마만큼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청소년에게 읽히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더 큰 충격은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의 위선과 허영, 폭력을 경멸하던 아이들이 언제부터인가 그토록 혐오했던 어른들의 모습을 닮고 있었다는 것. 그에 반해 (겉보기에는) 따뜻한 가정이 있고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들과 달리, 마을에서 가장 타락하고 혐오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던 소녀 크리스탈이 마치 이들의 죄를 씻듯 순수와 희망의 상징으로 남는 장면을 보며 묘한 슬픔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궁극적으로 이 소설은 영국 중산층의 욕망과 권태, 하위 계층의 고달픈 생활을 동시에 보여주고, 기성 세대의 과오와 젊은 세대의 반발심을 여러 차원으로 나누어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수작이다.

 

형식상으로 보나, 주제로 보나 <해리포터 시리즈>와 닮은 점이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연관하여 생각하게 되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닮은 점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 세계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든지, 보이지 않는 계급 구조가 있다든지,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이라든지, 선한 존재의 죽음으로 인해 혼란이 생긴다든지 등등... 특히 선한 인물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라든가, 한 아이의 죽음과 새로운 부활이라는 마무리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시작과 결말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또한 이 소설은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10대와 기성세대, 아내와 남편, 선생과 학생 - 이런 이분법적인 구도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부자와 빈자가 같은 욕망을 향해 치닫고, 세대가 서로를 닮아가며, 가족과 학교가 질서를 잃고 혼란을 겪는 모습을 통해 이분법적인 세상의 섞임 내지는 혼돈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하듯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선이 가지고 있는 악한 이면과, 악이 가지고 있는 선한 이면 같은 이중적인 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작가의 이런 세계관과 사회 의식을 판타지라는 프리즘으로 여과하여 보여준 작품이고, <캐주얼 베이컨시>야말로 작가 조앤 롤링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작품 세계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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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중국의 종말 - 우리의 일자리와 경제구조를 바꿔놓을 중국의 변화 키워드 10
숀 레인 지음, 이은경 옮김, 박한진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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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가리키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말이 저품질, 저가 상품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지만,

서양에서는 7,80년대에는 '메이드 인 재팬(Japan)'이, 90년대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Korea)'가 같은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기술수준과 경제력, 국가의 위상은 이렇게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메이드 인 차이나'가 더 이상 저품질, 저가 상품의 대명사로 쓰이지 않는 날이 올까?

<값싼 중국의 종말>을 숀 레인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


저자 숀 레인은 상하이 소재 리서치 기업의 CEO를 역임하고 있다.

서양에서 중국 하면 여전히 저임금, 저개발 국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심지어는 반(反)중국적인 레토릭을 구사하는 정부도 적지 않다.

저자는 서양의 이러한 오해와 의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는 현재 새로운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라면 향후 지금까지보다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처음에는 저자도 대부분의 서양인처럼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책 앞부분에 제시된 중국 유명 기업가들과의 만찬 풍경이다.

그 자리에서 그는 중국의 내로라하는 기업가들이 중국 정부와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게 되는데,

그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중국 정부를 칭찬하고, 경제 상황을 낙관했다.

 

그가 알기로는 - 대부분의 서양인들이 알고 있듯이 - 중국의 정치체제는 아직 민주화가 되지 않았고,

빈부 격차, 민족 문제, 지역 갈등 같은 문제가 산재하여 사회 체제 또한 불안하기 짝이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급작스런 공업화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등

서양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해결하기 힘들어 보이는 문제들뿐이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기는커녕,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을 하니,

그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의문을 바탕으로 중국 경제를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

그는 중국인이 미래를 낙관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그 연구 결과가 소개되어 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중국의 역사적인 경험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불과 4,50년 전에 문화대혁명을 비롯한 엄청난 정치적인 위기를 거친 중국인들은

이러한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겨도

일단은 덮어두고 장기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풍조가 생겨났고,

이러한 풍조는 기업가가 안정적으로 기업 운영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그는 또한 중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알다시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나라이며 민족 구성도 다양하기 때문에

체제 유지 비용 및 리스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큰 편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공고하게 구축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권 이동이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온건하게 이루어지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정부는 장기적인 비전으로 국가의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는 누구 한 사람의 영향으로 바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은 예상 외로 안정적이며,

그 유명한 꽌시(관계, 인맥)의 영향력도 의외로 낮다고 본다.

 

 

이제까지 중국 경제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제대로 배워볼 기회는 부족했는데,

이 책을 통해 여러 이슈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관찰한 사례 위주로 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고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비관론, 낙관론 - 어느 시각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입장을 들어보는 것은

중국 경제를 배우는 사람에게 아주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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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생각하라 - 지금 여기, 내용 없는 민주주의 실패한 자본주의
슬라보예 지젝 지음, 주성우 옮김, 이현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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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인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나를 가장 괴롭혔던 고민은

이 학문이 과연 세상에 어떤 쓸모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공무원, 외교관, 언론인 등 몇몇 직업을 가지는 데 유리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고,

사회는 정치학 같은 사회과학보다는 경영이나 경제 같은 상경계열을 유시하는 분위기다.

거기에 탈냉전 이전에 쓰인 교과서를 가지고 그 이후를 논하는 학계 현실은 답답함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진정 나를 답답하게 한 건 이런 환경이 아니라,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학문을 가치있게 활용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는지 모른다.


슬라보예 지젝을 보면서 그 시절을 떠올렸다.

21세기 현재 세계에서 가장 hot한 철학자를 꼽으라면 단연 슬라보예 지젝이다.

슬로베니아 출신으로는 드물게 학계를 넘어 대중에게까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는

학부에서는 철학을 공부했고, 파리 8대학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라캉과 마르크스, 헤겔을 조합하는 독특한 사유 체계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젝의 유명세는 그 독특한 사유 체계 때문만은 아니다.

사유, 그 이상의 행동을 강조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먼저 사회 활동에 앞장서는 모습이 그를 돋보이게 하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신간 <멈춰라 생각하라>는 바로 그러한 지젝의 사유체계와 활동상이 여실히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크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충돌 문제와

민족주의를 비롯한 현대사회의 새로운 갈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먼저 지난 해에 있었던 월가점령시위로 극대화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충돌 문제는

결국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내재된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한 무한 반복될 것이라고 지젝은 주장한다.

월가점령시위가 끝나고 다시 자본주의 사회로 돌아간 시위대처럼,

체제에 대한 의문을 품어도 체제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그 의문마저 체제 속으로 사라진다.

무작정 정부를, 기득권층을, 사회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멈춰'서 '생각하라'는 지젝의 메시지를 이해할 것 같다.

 

현대사회의 새로운 갈등으로는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총기 사건을 비롯한 민족주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젝은 1930년대 히틀러가 일반 독일 국민이 겪는 고통에 대한 설명으로 반유대주의를 제시한 예를 들며(p.76)

민족주의 내지는 인종 갈등, 다문화사회 문제가 '의도된' 또는 '만들어진' 갈등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 사회가 프레이밍한 관점으로 타인을 재단하고 배척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재앙이 일어나고, 죄없는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가.

그 모든 것을 주류 사회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게으른 이들의 탓이 아닐까.

 

 

기억하라. 문제는 부패나 탐욕이 아니다. 체제 그 자체가 문제다. 그것은 사람들을 부패하게 만든다.

적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위에 물타기를 하기 위해 행동에 돌입한 가짜 친구들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카페인 없는 커피, 알코올 없는 맥주, 지방 없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이 투쟁을 무해한 도덕적 저항으로 만들고 있다. (p.9)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본 영화 <레미제라블>을 떠올렸다.

원작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혁명을 주도하던 청년이 시위 중에 정부군의 총을 맞았으나 장발장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살아난 뒤

장발장의 수양딸 코제트와 결혼하고 귀족의 삶으로 돌아가는 부분에서 나는 안도감이나 행복감보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을 지킨다는 것은 '울지 못할 비극'이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나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랑을 나누던 연인은 땅으로 돌아갔고, 귀족이라는 명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반면,

총탄 앞에 쓰러졌던 이들의 꿈은 끝내 이루어졌다.

현대인들이 자본주의를 숭배하고, 민주주의를 비웃는 순간마저도

과거에 살았던 수많은 이들이 포기한 남은 삶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멈춰'서 '생각하라'는 말은, 지젝 단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바로 그들로부터 전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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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인문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옷 문화사 지식여행자 10
요네하라 마리 지음, 노재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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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면 얄궂게도,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을 읽은 날 저녁에 요네하라 마리의 <팬티 인문학>을 읽었다.

한국어판 제목이 다섯 글자라는 점 말고도 두 책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 문화에 대한 책이라는 것.

 

다만 롤랑 바르트는 철저히 서구인의 시각에서 일본 문화를 바라본 반면에,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 땅에서 태어나 일본인 부모 밑에서 자란 일본인이면서도,

학창시절을 외국 - 체코 프라하 - 에서 보냈기 때문에

이방인의 시선이 가미된 관점에서 자국의 문화를 관찰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요네하라 마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팬티 인문학>은

그녀의 통통 튀는 호기심과 재기 넘치는 글재주가 유감 없이 발휘된 책이다.

 

그녀가 평생에 걸쳐 연구한 주제는 크게 성(性), 언어, 문화 - 이렇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어느 책을 보나 세 가지 주제에 대한 화제가 등장하지만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책에는 성적인 내용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야한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나만 그런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속옷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아니, 정확히는 속옷 너머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먼저였고, 속옷에 대한 관심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기독교계 유치원에 입학한 첫날, 새로 만난 친구들과 맛있는 점심밥보다도

십자가에 못박힌 아저씨(?)의 그곳(!)을 가리고 있는 것의 정체가 궁금했다는 그녀는

사춘기 시절에는 일본 소설과 러시아 소설을 독파하며 성적인 호기심을 해소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글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연구에 몰입했다.

 

사실 그녀의 호기심은 남다르다고 할만한 것은 아니다.

옛날 사람들은 언제부터 속옷을 입었을까, 어떤 속옷을 입었을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 속옷을 입을까...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다만 그녀는 호기심을 가지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호기심을 개인적인 경험에 접목시키고 다양한 나라의 문헌을 넘나들며 본격적으로 연구했다는 점이 다르다.

 

러시아어를 비롯한 언어구사 능력과 유학 경험이 바탕이 되기는 했지만,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일본의 여성들이

공중목욕탕에서 맨몸을 보이는 것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은 왜일까,

와이셔츠가 일반적인 셔츠 길이보다 더 길고 맨 밑부분이 트여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에트계 학교에서 가정 시간에 팬티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사소한 호기심과 개인적인 경험조차도 역사와 문화의 소산으로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은

인문학적인 열정과 탐구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재와 강연을 통해 그녀의 연구가 발표될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독자들이 전화와 편지 등을 통해 의견을 덧붙인 것을 보며 일본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속옷이라는 - 극히 사소하고 사적인 영역조차도 집요하게 연구하고 공적인 담론으로 만들어내는 이런 문화.

이런 문화적 토양이 있었기 때문에 요네하라 마리라는, 희대의 글쟁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시간이 허락한다면 평생을 속옷 연구에 바치고 싶었다던 그녀, 요네하라 마리.

가끔 그녀가 그리워질 때면

그녀가 세상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서둘러 데려가신 것이라고 애써 나를 위로한다.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의 후속편을 볼 수 없는 것은 나만이 아닌, 인류의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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