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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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어릴 때는 소설이 좋았는데 나이를 먹을 수록 그녀의 에세이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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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며 사는 삶 - 작가적인 삶을 위한 글쓰기 레슨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한진영 옮김 / 페가수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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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써도 써도 고난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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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 승자의 맞은편에서 바라본 세상,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부활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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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배운 역사와는 또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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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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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가 거기서 거기지', '별 다른 얘기 있겠어?' 이렇게 자기계발서를 욕하면서도 계속 읽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계속 읽고 있는 것 같다. 서점에 가서 제목이나 표지가 마음에 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들춰는 본다. 대강 보다가, 소설이나 다른 책 같으면 그냥 넘길 만한 대목인데도, 자기계발서는 워낙 기대한 것이 없다보니 어떤 문장이 마음에 콕 박히면 '이거이거 끝까지 괜찮은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고, 급기야는 '끝까지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읽은 자기계발서만 벌써 몇 십권은 훌쩍 넘은 것 같다. 에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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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도 그렇게 만난 책이다. 제목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길래 '뭐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빌렸다. 그런데 아무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집어들었다가 단숨에 읽어버렸다. 기대보다 괜찮았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세상에는 플러스형 인간과 마이너스형 인간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판단 기준은 간단하다.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한다면 플러스형이고, '되고 싶은 것'을 추구한다면 마이너스형 인간이다. '하고 싶은 것'이 '되고 싶은 것'보다 먼저이며,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p.78)

 

나는 한참 힘들던 시기에, 차라리 더 힘든 길을 선택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혼자 떠났고, 그곳에서 한층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었다. 그 후에야 깨달았다. 외로움 속으로 정말 깊숙이 들어가면, 그곳에는 '남들은 다'라고 할만한 '남들'마저 없다는 것을. (p.124)

 

일단 외로움의 정의부터. 우리가 외로움 하면 주로 떠올리는 영단어는 단연 '론리니스(loneliness)'다. 내 곁에 아무도 없고, 연락할 사람조차 없는 허전하고 허무한 마음이 바로 이 론리니스다. 하지만 론리니스를 넘어서는 외로움의 단계가 따로 있다. 바로 절대고독의 경지인 '솔리튜드(solitude)'다. 솔리튜드라고 하면 나는 왠지 이육사의 '광야'가 떠오른다. 역사와 공간마저 초월하여 존재의 경계에 선 순간에 느끼는 감정. 뭐 나는 아직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지만, 남들이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 존재와 맞부딪치는 것을 절대고독, 솔리튜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말하면 어려운 얘기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이 어려운 얘기를 가벼운 소실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썼다. 설리, 정은, 도균, 오 대리 등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직장문제, 연애, 가족, 친구 문제 등 일상적인 고민들이 이어져서 마치 트렌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사회인이라서 그런지 직장문제에 대한 얘기가 가장 앞부분에 나온다. 성적에 맞춰, 부모님과 선생님의 조언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고, 그 대학 간판에 맞춰 직장을 선택하는 사람들. 운좋게 그 선택이 자기 적성에 딱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적성과 맞지 않아 괴로워하고, 어떤 사람들은 적성이 무엇인지조차 평생 모르고 살다 간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결국 외로움과 맞설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선생님이, 친척들이... 이렇게 남들이 하라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용기가 없고, 그랬다가 그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소외될 것이 두려워서가 아닐까. 하지만 진짜 외로움은, 연인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친구가 내 말을 못 알아 듣고, 수많은 인파 속에 있는데도  그 안에 존재조차 알아주는 이가 한 명도 없을 때 온다는 걸,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홀로 방안에 있을 때보다 더 큰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를 알면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큰 대학, 큰 조직이 무슨 소용일까. 외로움을 피할 때 더 큰 외로움이 밀려들 뿐인데...

 

우리가 사랑하면서도 외로움에 쩔쩔매는 것은, 상대에게는 엄격하며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의 잘못은 어떤 것이든 용서받을 만하며, 만일 용서받지 못한다면 사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상대의 허물은 용서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용서가 안 되니까 괴롭고, 배신감을 주체하지 못해 외롭다. ...  분노의 8할은 과거의 일 때문에 일어난다. 나머지 2할 역시 지금의 것만은 아니다. 현재의 무엇인가가 과거의 아픈 상처를 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p.100)

 

엄마는 딸의 출발점이다. 여자로서의 모든 인생이 엄마로부터 출발한다. 엄마가 죽어도 그 영향은 그대로 남아 딸을 평생에 걸쳐 지배한다는 말도 있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세계관 때문이다. ...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전에는 알지 못했던 자기 엄마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낯선 엄마'가 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 자기들이 세상을 이끌어간다고 믿지만, 그게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pp.334-5) 

 

이야기는 직업과 일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더 근원적인 문제,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심리학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정말이지 모든 문제는 가족으로 통한다. 특히 부모님과의 관계. 연애 문제, 친구 문제도 결국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결핍이나 의존, 애착 같은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설리라는 인물이 대표적인 예로 그려진다. 완벽을 추구하는 어머니, 그리고 끝내 그런 어머니 곁을 떠난 아버지. 이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설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 같은 여자가 되고 사랑하는 남자를 아버지 같은 남자로 만들고 미워하고 괴롭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아버지보다도 더 중요하다. 사실 예전에는 가족이나 결혼보다도 여자는 여자대로 자신의 삶을 살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요즘은 사회적 성공만큼이나 아이가 정서적인 안정을 형성해주고 부모와의 유대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근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딴에는 잘해준다고 한 일을 아이가 고스란히 받아줄 수 있을까? 아이는 아이대로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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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문화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이 말했다. "모든 문화와 문명의 형태는 외로운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대상을 위해 만들어낸 인공 대체물 같은 것이다. 직장이나 취미, 가족, 종교, 심지어는 사랑까지도. 인간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런 것들을 발명해냈다." 매클루언의 말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한다. '인간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문화와 문명을 만들었지만, 정작 그 문화와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간 것은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p.278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솔리튜드 훈련'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솔리튜드 훈련은 혼자를 의식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면서 외로움을 희망과 가능성의 시간으로 바꾸는 연습을 말한다. 이 훈련은, 설리의 말을 빌리면 '노후를 위한, 그것도 수령자가 가입자 본인인, 세상에서 유일한 대박 보험'이다. 산다는 건 결국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길, 남이 있어야, 매체가 있고 물질이 있어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외로움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미리 외로움과 친해지고, 외로워질 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채울 수 있을지 준비를 해두면 앞으로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이미 책이나 음악 같은, 혼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취미가 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책도 남들이랑 같이 읽으면 더 재밌고, 음악도 남들로부터 지식이나 새로운 관점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언젠가 혼자일 때, 심지어는 책이라는 물질이 내 손에 없고 음악을 들을 길이 없어져도, 나는 책 생각, 음악 생각을 하며 혼자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생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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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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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TV가 너무 좋아서 방송국에 취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대학교에 들어가고부터는 TV를 일주일에 십 분도 채 안 보게 되었고, 이러다가는 TV가 없어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대신 인터넷으로 미국과 일본 방송을 본다는 게 함정...) 그런데 요즘은 TV를 꽤 본다. 주로 버라이어티. 일단 일요일에는 시즌2로 바뀐 <1박 2일>을 꼭 본다. 그 전엔 한번도 안 봤는데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방사수는 못하지만 다시보기 서비스로 <힐링캠프>를 챙겨본다. 이효리 편도 좋았고, 최근에 방영된 법륜스님, 정대세 선수 편도 좋았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이 바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님 편. 전부터 매체를 통해서 자주 성함을 듣기는 했지만 어떤 분인지는 잘 몰랐는데, 이 방송을 통해 살아오신 얘기도 듣고, 한국사회, 한국 남자들에 대한 파격적이면서도 통찰력있는 견해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방송을 보자마자 바로 교수님의 책 두 권 <남자의 물건>과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구입했다. 두 권 다 좋았지만, 같이 읽은 동생도 더 재밌다고 한 <남자의 물건>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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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하려고 산다. 재미있으려고 산다. 한국 사회에는 행복과 재미를 이야기하면 한 급 아래로 내려다보는 어쭙잖은 어숙주의가 존재한다. 자유, 민주, 평등과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면 폼 나 보인다. 그러나 자유, 민주, 평등은 수단적 가치다. 행복과 재미는 궁극적 가치다. 물론 수단적 가치가 확보되어야 궁극적 가치를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자유, 평등, 민주라는 조건이 이뤄진다고 자동적으로 사는 게 행복하고 재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p.33)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남자의 물건'에 관한 책이다. 이어령, 신영복, 차범근, 문재인, 안성기, 조영남, 김문수, 유영구, 이왈종, 박범신 등 이 시대를 대표하는 중장년층 남성 명사 10인이 아끼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과 성격 등을 알아보는, 이른바 '물건을 통해 매개된 존재의 스토리텔링' (p.8)이라고 할 수 있다.

 

물건이라고 해도 대부분 대량생산된 똑같은 '제품'들인데 어떻게 소유자의 개성과 인격을 나타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대량생산된 제품 중에서도 사람마다 고르는 물건은 제각각이다. 내가 자주 들르는 커뮤니티에는 가방이나 지갑, 필통에 담긴 소소한 소지품을 공개하는 게시판이 있다. 이 곳만 보아도 사람의 취향과 개성이 전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꽃무늬에 집착하고, 어떤 사람은 특정 브랜드 제품만 구입한다. 유난히 분홍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노톤의 물건만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뭐, 명사들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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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녀 차이를 '상자'와 '책상'으로 비교해 설명한다. 여자의 물건은 대부분 '상자'다. 상자는 여자의 자궁 같은 것이다. 생명을 잉태해 시간을 소유하는 것처럼, 여자는 상자 안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보석을 담는다.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남자는 시간을 소유하는 대신 공간을 정복하려 한다. 그래서 옛날 남자들은 달리는 말에 그토록 집착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금전적 여유가 조금만 생기면 남자들은 자동차 전시장을 기웃댄다. 보다 빠르고 폼 나는 차를 타고 달리는 만큼 그 공간이 자기 것이 된다는 환상 때문이다. (pp.164-5)

 

책에 소개된 명사들의 물건들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소개해 본다. 먼저 이어령의 책상. 공부하는 사람한테 책상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나한테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께서 열심히 번 돈으로 사주신 책상이 첫 책상이었다. 원목으로 된 아주 좋은 책상이었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몸이 커지는 바람에 사촌동생에게 물려주었다. 지금 쓰는 책상은 고등학교 때 구입했다. 아주 튼튼하고 널찍하지만 방에 비해 너무 커서 조금 작은 것으로 바꿀까 몇 번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어령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책상이라는 것은 '끝도 없는 광활한 지식의 영토를 달릴' 때 필요한 준마 같은 것이라고 하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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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목적을 사는 게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목적이 중요하다. 그러나 목적에 의해 과정이 생략된 삶을 사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없다. 군대 간 이들은 제대 날짜만 생각한다. 유학 떠난 이들은 학위 따는 날만 기다린다. 언젠가는 제대하고, 언젠가는 학위를 딴다. 그러나 제대 날짜를 기다리고, 학위 따는 날을 기다리며 지나간 내 젊은 날은 과연 내 삶이 아니란 이야긴가? 그렇게 제대하면 뭐하고, 그렇게 학위를 따면 뭐하는가. 그 사이에 '우리 기쁜 젊은 날'은 맥없이 사라져버리는데. (p.187)

 

"감옥에 있을 때도 꼭 미운 사람이 하나는 있어요. ... 그래서 그 사람이 출소하잖아요? 나가면 그날 저녁은 참 행복해요. ... 그런데 며칠 있으면 또 그런 사람이 생겨나요. ... 그러면서 깨달았지요. 그 사람에게 물론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이 환경이 그런 대상을 필요로 하는구나." (pp.190-1)

 

신영복 교수님 인터뷰도 아주 감명 깊게 읽었다. 세상에는 미워하는 마음이 참 많다. 남을 미워하고, 조직을 미워하고, 제도를 미워하고, 사회를 미워하고... 나도 마찬가지다. 누가 밉기도 하고, 현실이 밉기도 하고, 남이 미운 얘기하는 얘기도 밉다. 그런데 신영복 교수님 말씀을 읽고 미움이라는 게 누가 나한테 그런 마음이 들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원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마음에 미움이 없다면 미운 사람이 있어도 밉지 않을텐데. 나는 특히 남이 남을 미워하는 얘길 듣는 게 참 싫다. 어머니가 가족들을, 지인들을, 하다 못해 개까지 밉다고 하는 얘길 들으면 내 마음에 미움이 일어나는 것 같아서 힘들고 괴롭다. 근데 어쩌면 그게 어머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내 마음에도 미움이 있기 때문에 더 힘들고 괴로운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을, 미움을 어떻게 풀면 좋을까. 신영복 교수님은 서예를 하시면서 마음을 다스린다고 하시는데, 나한테는 어떤 처방이 좋을까.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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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놓고 보니 진지한 내용만 있는 것 같은데, 차범근, 안성기 인터뷰도 굉장히 재밌고, 문재인, 김문수 인터뷰도 (인터뷰 자체가 재미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김정운 교수님의 해석이 참 재밌었다. 차범근 감독님은 사실 내가 아주 어릴 때 현역으로 활동한 분이고 감독으로 데뷔하신 이후의 모습만 본터라 전성기에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하셨는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확실히 알았다. 안성기 님도 배우로만 봐왔는데 미술에 조예가 깊다고 하셔서 신선했다. 온 국민이 인정하는 '국민 배우'가 겨우 5천원짜리 캔버스를 산다고 아내에게 타박을 듣는 대목도 재밌었다

 

이렇게 책 내용을 다시 떠올려보니 책 앞머리에 여자에게는 화장품, 가방, 옷, 구두 같은 소중한 물건들이 많이 있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대목이 새롭게 다가온다. 왜 여자들한테는 화장품이나 옷 같은, 외모를 꾸미는 데에 필요한 물건들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반론도 반론이지만, 그것들을 빼면 과연 여자들에게는 어떤 소중한 물건들이 있을까,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음, 나한테는 책, 추억의 물건들이 담긴 상자, 딱 이 두 가지뿐인데, 이 둘로 어떻게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두고두고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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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자의 물건>과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연달아 읽고나니 다른 저서들도 읽어보고 싶어져서 냉큼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남자가 아니라도 <남자의 물건>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도 여자, 심지어는(?) 결혼 안 한 여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 이렇게 이전 저서들을 다 읽을 쯤이면 이 책의 후속편 내지는 김정운 교수님의 다음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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