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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행복
레오 보만스 엮음, 노지양 옮김, 서은국 감수 / 흐름출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근사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제목도 근사한, <세상 모든 행복>. 보통 책 한 권 크기에 비해 상당히 크고, 두께도 두꺼워서 두 권, 세권에 가깝지만... ^^;; (다른 책과 비교해보니 무게감, 부피감이 여실히 느껴진다...) 다 읽고나서 보니 책의 두툼한 두께만큼이나 내 마음의 두께도, 그리고 행복의 무게도 좀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저자 레오 보만스가 '행복이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전세계 행복학 권위자 100명에게 연락을 취하고 그 중 50명을 선별하여 행복에 관한 과학적, 실증적 연구를 집대성하여 만든 '글로벌 프로젝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도대체 작가들은 어디서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일까? 덕분에 이렇게 방 안에 가만히 앉아서 조금만 시간을 들여도 귀한 지혜들을 얻을 수 있으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이 책은 또한 유럽연합(EU) 상임의장 헤르만 반 롬푀이가 세계 200여개국 정상들에게 선물한 책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각국의 지도자들이 국민들을, 그리고 세계를 좀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을 그의 마음이 참 애틋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리고 대한민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했겠지? 그의 바람대로 그들이 이 책을 정말 읽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세상이 곧 더욱 행복해질테니 기다려보자)
본문을 보면 <세상 모든 행복>이라는 예쁜 제목대로 세상의 모든 행복에 관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실려 있다. 신기하게도 저마다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 사는 학자들인데도 연구 결과의 핵심은 조금씩 비슷했다.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가족과 연인 등 인간 관계에서 오는 행복이 크다는 것,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일상에서 찾으라는 것 등 이미 잘 알고 있는 (그러나 실천은 하기 어려운ㅠ ㅠ) 내용들도 있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 결론까지 다다르는 과정은 학자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조국이 비록 가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을 연구했고, 어떤 학자는 잘 사는 나라에 살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비교하는 식으로 행복에 대해 연구했다. 또 기독교 문명에 기초한 국가들과 중국 등 유교권, 이슬람권 국가들의 관점이 조금씩 다른 것도 재미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각자 처한 환경마다, 그리고 역사적 배경에 따라 원하는 내용은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니. 반대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나같이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는 것도 재밌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행복이란 뭘까, 생각해봤다.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하다고 가슴을 펴고 말할 만큼은 아닌 것 같다. 행복하다고 말하면 지금 당장 즐겁고 기쁜 일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내지는 불안 등등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사람은 생각과 느낌, 즉 이성과 감성이 적절하게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너무 생각만 하거나, 너무 느낌에만 충실하면 밸런스가 무너져서 정신적으로, 심하게는 몸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듣고 어쩌면 내가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행복을 너무 머리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샤워 후 좋은 향이 나는 로션을 바를 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음 편히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 등등... 그 때 그 때의 짧은 순간에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 바로 그 느낌이 곧 행복인데 말이다.
그러고보면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을뿐. 책에 실린 이 사진 한 장처럼, 의식도 하지 못한채 지나쳐버렸을 빛 한 조각이 내 손짓 하나에 태양보다 밝은 빛이 되듯이 내 마음에 떠다니는 느낌 하나하나가 내가 인식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행복도 되고 불행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소중한 교훈을 알려준 고마운 책 <세상 모든 행복>.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행복을 느낄 기회가 더 많은 오월인데, 이 책에서 얻은 행복에 대한 교훈을 (이번에야 말로) 생활 속에서 꼭 실천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