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ㅣ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평점 :
얼마전 <오프라 윈프리 쇼>가 25년의 긴 역사를 뒤로 하고 종영되었다.
방송을 제대로 본 적은 몇 번 없지만,
해당 방송사 뉴스를 즐겨보는터라 종영 며칠전부터 <오프라 윈프리 쇼>에 관한 소식을 본의아니게 많이 들었다.
25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았다는 사람, 전부 녹화까지 해두었다는 사람 등등
쇼의 역사와 인기 만큼이나 쇼를 사랑하고 쇼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그런데 몇몇 시청자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은 모양이었다.
방송사 홈페이지에 마련된 게시판을 보니 간혹 쇼의 종영을 축하하는(?) 글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오프라 윈프리 쇼가 방영된 25년 동안 왜 미국인의 삶은 더 악화되었는가'하는 것.
오프라 쇼는 알려져있다시피 북클럽, 카운슬링, 메이크오버 등 대중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기획이 많았다.
하지만 정말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었을까? 폭력 사건과 우울증, 자살 건수가 줄었나?
근본적으로 대중들의 삶이 바뀌었나?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에 관심이 갔다.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유방암을 선고받고 같은 유방암에 걸린 환자들을 만나게 된 것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긍정적인 사고, 낙관주의, 자기계발을 맹신하는 분위기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된다.
그 후 <시크릿>을 비롯한 자기계발서 열풍, <긍정의 힘>으로 유명한 조엘 오스틴의 긍정신학, 마틴 셀리그먼 등
'긍정을 팔아서' 돈을 번 작가, 종교인, 심리학자들의 이면을 파헤치고,
긍정적 사고의 배경과 문제점 등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 대해 비판하는 부분도 있다.
 |
|
|
|
긍정적인 사고는 경제의 과잉을 변명해 주고 잘못을 덮어 주는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를 장려하는 것이 그 자체로 하나의 사업이 되었다.
책과 DVD 등 관련 상품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수십만 명에 달하는 '라이프 코치'와 '경영 코치' 및 그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심리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 혼란에 따른 중산층의 불안감이 이런 상품의 수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긍정적 사고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유를 특정 경제 조류나 경기 왜곡에서 찾는 것은 망설여진다.
역사를 볼 때 미국에서는 온갖 종류의 분파와 종파, 신앙요법, 엉터리 상품 판매자들이 득실거렸으며
긍정적 사고 산업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많이 내는 부류가 번창해 왔기 때문이다.
|
|
|
|
 |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이 앞섰는데
이 책을 읽으니 괜히 그랬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저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메시지가 아닌,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허울 좋게 쓴 얘기였으니 감동이 없었을 수밖에.
특히 긍정적 사고, 동기 부여, 유인 설계 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기에 더 좋은 구조를 만들기 위한 개념이라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애초에 동기 부여나 유인 설계 등은 경영학이나 심리학, 교육학 등에서 나온 개념일텐데,
소수의 자본가, 기업가가 독점하는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학문조차도 모두 돈으로, 이윤으로 치환이 된다.
하기야 이제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니고, 학생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예비 노동자, 아니 인적'자원'인걸.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얘기하는 긍정적 사고 라는 것의 개념을 더욱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
내 생각에 긍정적 사고는 사회과학에서 말하는(일단은 이 책이 사회학 도서니까) '이상주의'와는 다른 개념인 것 같고,
경영학에서 말하는 경력개발(커리어관리), 시간관리 등의 개념과는 또 다른 것 같다.
그러므로 자기계발서라고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보고 자기에게 맞는 것만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우선이다.
근데 과연 긍정적 사고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과연 이 책을 읽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