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마티 올슨 래니 지음, 박윤정 옮김 / 서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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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용기를 내 처음으로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내성적이신 것 같아요." 그러자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그래서 나는 내향성이란 여러 가지 타고난 특성들의 총합체이지, 사람들을 싫어하거나 수줍음을 잘 타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안심하며 말했다. "제 성격이 이런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내성적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p.19)

 

 

 

학창시절 나는 학급 임원이었던 적이 많다. 성적도 좋고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니 새 학기가 되면 친구들은 어김없이 날 추천했고 뽑아주었다. 학급 임원이 되면 선생님들 눈에 띌 일도 많고, 내신이나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는 일도 많으니 나 또한 싫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갔을 때 학년주임 선생님이 나에게 학년 대표로 선서인가 인사를 시킨 적이 있는데, 왠일인지 너무나도 하기가 싫었다. 우리반 아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교생이 다 보는 앞에 나 혼자 나간다는 게 너무 싫고 두려웠다. 그 얘기를 선생님께 했더니 선생님은 별일도 아닌걸 가지고 유난스럽게 군다며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다른 아이에게 그 일을 시켰는데, 그 아이는 너무도 기뻐하며 하겠다고 했다. 그 때 난 처음으로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알다시피 이 세계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학교는 발표를 잘 하고 적극적인 아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회사 면접에서도 춤이나 노래 같은 장기자랑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튀고 눈에 띄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경쟁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게 되어있다.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마티 올슨 래니 박사는 외향적인 사람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소외받고 상처입기 쉬운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를 썼다고 한다.

마티는 어려서부터 평소엔 말을 잘 하는데도 남들 앞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닌데도 외출하는 게 두려워서 성격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심리치료사가 되가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격은 그저 내향적인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분개했다. 그저 성격일뿐인데도, 외향적인 사람은 늘 '적극적이다, 활달하다, 사교적이다, 즐겁다, 열정적이다' 등등의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소심한 사람, 사회부적응자, 히키코모리' 등 부정적인 낙인만 찍히는 이 더러운 세상...!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내가 적극적이고 활발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생활에도 별 문제가 없었고, 방송반, 편집부, 오케스트라 등 다른 친구들이 안 하는 클럽활동도 여러 개나 했고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나서 달라졌다.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사람들과 만나도 그리 즐겁지 않았고, 쉽게 피로를 느꼈다. 급기야는 전화공포증까지 생겨서 집에 오는 전화는 물론 내 휴대폰으로 오는 전화도 피하기 일쑤였다. 난 이게 병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책에 따르면 이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보이는 지극히 일반적인 특성이라고 한다.(참고 p.167)

내성적인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 깊이 몰입하기 때문에 전화 등 다른 사람으로부터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뿐이라고.이런 내가 예전과 다르게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조용히 있는 시간이 더 나답고 편하고 행복했다. 난 사실 내성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인지 알아보는 간단한 테스트 

혼자, 아니면 몇몇 친한 친구들과 편안히 쉬는 것을 좋아한다.
깊은 관계만 친구로 여긴다.
바깥에서 아무리 즐겁게 보냈어도,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주로 듣는 편이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화제일 때는 말을 많이 한다.
차분해 보이고 말이 없는 편이며 지켜보기를 좋아한다.
말하거나 행동하기 전에 생각부터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세상의 들러리'라고 비관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장점이 많다.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줄리아 로버츠, 마이클 조던, 에디슨, 기네스 팰트로, 다이앤 소여,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세상에는 내성적인 성격을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사람이 매우 많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웨스트 윙>의 조사이어 바틀렛 대통령(마틴 쉰)도 대표적인 내성적인 인물로 소개되어 있다. 박학다식하고,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참모들의 사이를 잘 조율하고, 가정적인 바틀렛 대통령의 모습에 얼마나 많이 감동했던가!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은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살리되, 외향적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마치~인 것처럼' 가장하며 자신감을 높이고(정말로 자신이 생길 때까지 자신감 넘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자기만의 제한 범위를 지나치게 완고하게 설정하지 않도록 여유를 가지고(유머와 약간의 일탈이나 도전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악을 듣거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일상 속에서 휴식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자주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내성적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남들은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에서도 '이건 잘못 한 것 같다'고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인데, 상처가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칭찬한다면 자기 능력을 신뢰할 수 있고 위기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라고 하는 놀이터는 좀 더 공평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외향적인 사람들만 칭찬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성적인 사람들도 자신들이 얼마나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인지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내성적인 성향을 긍정하는 쪽으로 문화를 바꿀 만큼 성숙하다.
더 이상 자신을 억지로 사회에 꿰맞추거나 '컨디션'을 좋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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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3권의 비밀 - 일 잘하는 사람은 노트에 무엇을 적을까?
미사키 에이치로 지음, 김현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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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은 '잊기' 위해 노트를 쓴다. 학창 시절의 노트와 사회인의 노트는 정반대다. 학생은 기억하기 위해 노트를 쓰지만 사회인은 '잊기' 위해 노트를 쓴다. 외우려고 적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활용하려고 '기록' 한다. 우리가 일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보다 다중작업, 그러니까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때가 잦다. 다중작업을 하려면 우선 눈앞의 일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 다 기억하기보다 글로 써놓고 잊는 편이 좋다. (p.12)

 


 

노트 정리라고 하면 학생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것처럼 저자는 사회인들도 업무나 자기계발에 노트 정리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실제로 신입사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노트 필기법을 활용하여 업무 성과를 올린 것은 물론, 자기계발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냥 이런 방법이 있구나, 이런 필기도구를 쓰는구나 정도만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세세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에 따르면 노트 정리는 단순히 업무 아이디어를 적고 필요한 자료를 스크랩하는 용도 외에도 회의 내용을 갈무리하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하거나 세미나 내용을 정리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이 때까지 나도 필기 하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래봬도 필기 하는 모습에 반했다는 말도 들었'던' 사람. 지금은 아님;;) 이 분 앞에서는 필기의 '필'자도 꺼내면 안되겠다. (난 한참 멀었어....)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필기법은 바로 서평을 정리하는 방법.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정보에 가장 혹한다...ㅎㅎ)
서평 쓰는 방법에 대한 글이나 책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서평을 어떻게 정리하고 활용하는가에 대한 정보는 신선했다. 다만 여기서 서평의 대상이 되는 책은 문학이나 사회과학 같은 종류가 아니라, 저자 같은 직장인들이 필요로 하는 업무용 도서나 자기계발 도서이니 너무 기대하지는 말 것! 그래도 책 읽으면서 - 나는 보통 책에 직접 필기를 하거나 이렇게 리뷰 쓸 때 따로 정리를 하는데 - 저자처럼 독서 노트나 메모지를 따로 준비해서 본격적으로 정리를 하는게 독서 생활을 더 풍부히 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당장 독서 노트를 따로 만들어야겠어ㅡ!

 
 

독서는 A 서평으로 정리한다. 

독서는 자기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책을 읽으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지식을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유용하다. 게다가 세미나와 비교하면 값이 무지 싸다. 비용 대비 효과 만점의 자기 투자다. 최근에는 독서를 자기 투자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닥치는 대로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읽는 기술'을 의식하며 지식을 넓히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노트는 이럴 때도 유용하다. 책에서 얻은 정보를 더욱 확실하게 머리에 넣고 싶다면 노트를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활용'은 이런 뜻이다. 책 내용을 자신의 업무에 곧바로 사용한다. 나는 이를 위해 책을 다 읽고 나면 실행에 옮길 내용을 노트에 적는다. 독서 노트가 실행 계획서인 셈이다.(pp.176-7)
 

 

책에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오는데 포인트는 책에서 자기가 생각한 '핵심어'와 그에 연결되는 '운용 사례'를 메모하는 것이다. 가령 나 같은 경우 오늘 이 책을 읽고 '스케줄러 정리', '서평 정리', '자격증 따기' 세 가지 키워드를 얻었다면, 옆에 이것을 어떻게 내 스타일로 활용할 것인지, 예를 들어 '스케줄러는 매 시간 업데이트하고 문장은 간결하게 쓴다.' '블로그 서평 외에 오프라인에서 쓰는 서평 노트를 따로 마련한다.' 등등 연상한 내용을 적어두는 것이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세요...)

 

이렇게 적고보니 다들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시대에 나만 너무 뒤처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이 스마트폰으로 스케줄을 관리하고 기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동성이 좋고 기록한 내용을 정리하기 좋은 것은 아날로그 매체인 노트뿐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스마트폰 욕심보다 다이어리, 노트 욕심이 더 많은 겉도 속도 아날로그인 인간이라서... 이 책 읽고 자극받았으니 메모, 필기에 관한 책을 좀 더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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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가슴 2019-12-21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리 잘 하시는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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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 하지 말고 반드시 해내겠다 말하라!
도널드 트럼프 지음, 조동섭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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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기요사키)와 나는 2006년 사람들에게 경제 문맹의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했다. 지금 다시 한 번 경제 지식이 당신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강조하고자 한다. 물론 관심 분야의 지식을 부지런히 쌓아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분야가 문학이 됐든 인류학이 됐든 혹은 법학이 됐든 등록금이 없다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경제의 영향을 받고 산다. 당신의 학업 분야가 무엇이든 경제가 돌아가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라. (p.49)


 
 

도널드 트럼프 책을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기에 빌렸다. (근데 2010년에 나온 책이라네. 왜 '신간'이지...??) 도널드 트럼프 하면 '어프렌티스'에서 '넌 해고야'를 외치던 이미지가 강렬했는데 이제는 최근에(최근도 아닌가) 오바마 대통령한테 출생의혹 제기했다가 한방 먹은 사건이 먼저 떠오른다. 아무튼... (그렇게 소란을 피웠는데 과연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군데군데 좋은 구절은 있었지만 솔직히 이 책 자체는 그의 이름값에 비해 별로였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팀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나는 사업가지만 팀원으로서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 큰 시야로 보면 우리는 모두 한 목표를 가진 팀이다. 이런 생각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p.106) 꾸준히 공부하고 아침마다 여러 신문을 읽고 시간관리를 잘 하라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은 과감하게 내뱉으라는 것이었다. (오바마 출생의혹 사건이 또 떠오르네)

 

그리고 connecting the dots의 중요성도. connecting the dots는 이 책에 나오는 말은 아니고,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에 나와 유명해진 말인데 (이제 다들 여러번 봐서 달달 외웠을 바로 그 영상) 이 책에도 그 부분을 연상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원래 연극이나 방송 쪽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경제 투자 쪽에서 뼈가 굵은 분이라서 자식도 그 뒤를 잇길 바라셨고, 도널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와튼 스쿨에 들어가 다들 아는 커리어를 밟았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어프렌티스'라는 tv show를 제작했고 직접 출연하기까지 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일이기는 했지만, 그의 삶에 있어서는 떨어져있던 점들을 이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성공적이었던 것일테고... 이런 대목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나의 점들은 무엇일까. 언제쯤 하나로 연결할 수 있을까...

 

다음에는 기요사키하고 썼다는 책이나 8,90년대에 쓴 초기작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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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다 -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진짜 내 인생'을 사는 15인의 인생 전환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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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성공에 관한 책은 꾸준히 읽는 분야 중 하나인데, 이 분야의 책들을 쭉 보면 충실한 인생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라는, 아주 단순한 원리라는 생각이 든다. 선택과 집중.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서 그 일에 몰두하는 것.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닌데 의외로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마도 어릴 때 발견하지 못했거나, 커서 뒤늦게 발견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해야 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내 인생이다>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무릎을 칠만한 책이다. 이 책은 기자 출신의 작가 김혜경이 극적인 인생 전환을 이룬 각 분야의 실제 인물 15인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에 나오는 15인 모두 전에는 입이 떡떡 벌어질만큼 좋은 직장에 다니고 멀쩡한 직업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저마다 어떤 계기로 인해 인생 후반만은 내 식대로, 내 스타일대로 살아야겠다 하고 자각했다. 그래서 대기업 소속 디자이너에서 배 만드는 목공으로, 음반가게 주인에서 상담가로,
 회계사에서 요가 강사로 극적인 인생 전환을 했다.

좋은 직장에 긴 경력 다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았으니 대부분 수입은 전보다 줄었고 전에는 몰랐던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내면적으로는 훨씬 풍성한 삶을 살게 되었으며 전보다 훨씬 행복하고 인생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가 정신적인 만족도를 반드시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필요한 것만 취하고 더 욕심내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환경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참 좋은 것 같다.) 

적성을 가능한 어릴 때 발견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실상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지도가 없으면 힘든 일이고, 그나마도 우리나라 같은 교육 현실에서 주변에 있는 비슷비슷한 어른들이 아이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나야 운좋게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분야가 확실했고, 주변에서도 별로 말리지를 않아서 그 길만 쭉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적성을 찾지 못했고, 찾았더라도 포기해야 했던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건 다 핑계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모두 어린 시절에 적성을 찾지 못하고 성인이 된 후로도 전혀 관계 없는 전공이나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적성을 찾게 되었고, 가족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모두 반대했지만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그리고 끝내 꿈을 이뤘다. 다들 '그게 뭐 밥벌이가 되겠냐'고 했지만, 밥벌이는 하는 사람도 있고, 잘 나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유명한 연설 가운데 "과거의 점들을 잇기(connecting the dots)"에 관한 내용이 떠올랐다. 지금의 경험, 관심사가 나중에 무슨 소용이 있을지 알 수 없더라도 현재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전혀 별개인 것처럼 보이는 경험과 배움도 결국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어 자기다움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앞일을 미리 철저하게 계획하며 무엇인가를 소망하고 관심을 기울이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의 경험이 서로 이어지고 합쳐져 언젠가는 나를 만들게 될 거라고 믿는 일뿐이지 않을까? (pp.21-2)  

     
게다가 뒤늦게 찾은 적성은 과거에 멋모르고 했던 일들과 연결되어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가령 기자 출신으로 뒤늦게 의학도가 된 사람이 기자 시절 터득한 질문 방법을 활용하여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광고 전문가였다가 NGO에 투신한 사람이 홍보 노하우를 발휘하여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과거의 점들을 잇는' 것의 위력에 대해서는 요즘 읽는 책마다 나오는 것 같다...) 단순히 사례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자 출신인 저자의 분석과 평이 더해지는 점도 좋았다. 특히 조지프 캠벨을 여러번 인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얼마전에 읽은 <깊은 인생>에도 나왔듯이 캠벨 또한 자기 취향을 고집스럽게 밀고나가 극적인 인생 반전을 한 사람이어서 책 내용과도 잘 어울렸다. 조만간 캠벨의 책을 읽을 생각인데, 벌써 두 권의 책에서 인용되어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사람이니 그가 직접 쓴 책은 어떤 감동을 가져다줄지 기대가 된다.    
 

그(박윤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신화의 힘>에서 들려준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를 떠올렸다. 자신의 영혼과 육신이 가자는 대로 그 부름을 따라 천복을 좇아 살면,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자신의 눈빛을 달라지게 하는 조그만 직관을 따르면 창세 때부터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던 길을 만나고,늘 보이지 않는 손이 따라다니며 문을 열어줄 거라던... 캠벨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했다."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p.39)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을 보면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인생 전환을 해야한다는 내용이 많이 보인다. 20대 후반이고 아직 직업도 없는 내 눈에는 '아니, 그럼 지금 직업이 생겨도 십 년밖에 못 버틴다는 말인가' 싶어 암담하지만 불행히도 그게 현실인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번듯한 명함이나 타이틀 없이는 살 수 없었던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우리 세대는 회사나 조직, 명함, 타이틀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내 힘으로, 이름만으로 살 수 있는 삶을 사는 것도 허락되고,
 그게 더 멋지고 근사한 일이니, 지금의 혼란은 시대가 준 선물일런지도 모르겠다. 정말 괜찮은 책인데, 책에 대한 마음이 잘 전해지도록 리뷰를 쓰지 못한 것 같다. 단언할 수 있는 건 나는 내 인생을 두고 어떤 가치를 고집할 것인지, 어떻게 내 인생을 꾸려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는 것. 이 책에 나오는 15인의 인생 선배들처럼 나도 멋진 내 인생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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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에도 회사가 붙잡는 인재들의 36가지 비밀
기노시타 미치타 지음, 김정환 옮김 / 명진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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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매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첫날 환영식에서부터 '사표를 쓰라'고 시킨다고 한다. 물론 뽑자마자 나가라는 뜻이 아니고, 이 회사를 나가도 통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자기를 단련하라는 의미라고. 일본 자기계발서 답게 콤팩트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쉬웠다. 입사 1년차, 3년차.. 이런 식으로 매뉴얼을 제시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당장 나한테 필요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한구절 한구절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날이 오겠지.

 

   
  원시 시대에 남성이 맡은 일은 밖으로 사냥을 나가서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여성의 역할은 남성에게 없는 최대의 능력인 '아이를 낳는 것'이었다. 여성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더 이해가 쉽다. 출산의 고통은 남성이 경험하면 '쇼크로 죽을 만큼' 심하다고 한다. 본래 여성은 그 정도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산할 수 있을 만큼의 '배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남성이 지나치게 배짱이 좋으면 어떻게 될까? 남자가 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보다 강한 자와 싸워서는 안 된다. 원시 시대에 이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자가 죽어버리면 식량을 가져오기를 기다리는 여자와 아이들은 길거리를 헤매게 된다.
 

나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남성에게 생긴 재능이 '애교'라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강한 자가 있을 때 그 상황을 피해서 지나가는 균형 감각은 남성이 지니고 있는 재능이다. 본디 남성은 금방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애교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p.88)
 
   



 
흔히들 '남자는 배짱 여자는 애교'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한다. 남자들은 타고난 균형 감각으로 사태를 모면하는 능력이 있고, 여자들은 역시 타고난 배짱으로 근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성별을 구분하자는 게 아니라, 각각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보라는 뜻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남자들은 문제를 지적하면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변명할 생각부터 할까 궁금했는데 저자의 말을 들으니 수긍이 되네...ㅎㅎ  

 

   
  일 잘하는 직원은 5년, 10년이 지나도 그냥 직원일 뿐이다.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한 사람의 구성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회사의 입김에 따라 운명이 좌지우지될 우려가 높다. 예를 들어 회사가 사원 세 사람에게 평균 300만 원씩 지금하고 있다면 총 급여는 900만 원이 된다. 이 중 두 사람의 급여를 250만 원으로 감봉하면 합쳐서 500만 원이다. 그러면 400만 원이 되는데, 실적이 가장 좋은 한 사람의 급여를 350만 원으로 높여도 850만 원이면 된다. 남은 50만 원은 회사가 가져간다. 기업이 파이를 줄이는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pp.212-3)  
   



 
이 책 마지막 부분인데, 회사 생활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쭉 나오다가 끝에 가서 갑자기 '회사는 네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나와서 놀랐다. 말이야 맞지만... 일본은 정리 해고, 경기 침체, 인원 감축 등의 위기를 우리보다 먼저 겪었기 때문인지 이런 문제들에 더 민감한 것 같다. 회사나 조직생활에 대한 책도 많지만 그만큼 은퇴를 대비한 자기계발서, 자격증 취득, 전문직 이직에 관한 책도 많다. 그러고보면 프리터, 니트족 같은 말도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적인(!) 개념이지만 일본에서는 약 십 년 전부터 사회현상이었지. (일본에서 아직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걸 보면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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