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리블스 3
모리 카오루 저자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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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우아한 작화로 유명한 모리 카오루의 낙서집 <스크리블스> 3권이 출간되었다. 작년 말 1,2권이 출간되었을 때, 이런 기획의 책이 이렇게 큰 판형으로 출간되다니 팬으로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는데, 3권까지 나오니 감사함을 넘어 황홀함을 느낀다. 분량도 250페이지를 넘고 내지도 두툼해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낙서집의 내용은 1,2권과 마찬가지로 모리 카오루가 애정하는 (주로 여성들의) 일상, 의복, 안경, 머리 그림이 주를 이룬다. 작가가 평상시에 예쁘다, 재미있다,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린 그림들이 대부분인데, 음식 이름을 듣고 연상되는 인물을 그린다든지 어린 시절에 그린 그림을 다시 그린다든지 하는 - 기발한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된 그림이 여러 점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외에도 핀란드 사인회용으로 만들었던 스탬프의 원화나 <신부 이야기> 구상 단계에서 인물 설정을 하면서 그린 그림, <신부 이야기> 연재 중 연습 용으로 그린 그림, <엠마> 연재 후일담 등 작가의 활동이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그림들도 다수 있다. 모리 카오루를 좋아하고 <신부 이야기>를 애정하는 독자라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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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이야기 와이드판 8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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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카오루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신부 이야기>의 와이드판 8권이 출간되었다. 8권에는 7권에 나온 '결연 자매'의 후일담과 새로운 신부 '파리야'의 이야기가 나온다. 파리야는 아미르네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로,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누구보다 크지만 그만큼 이성 앞에서 수줍음을 많이 타고 다혈질스러운 성격 탓에 남녀 불문하고 오해도 많이 산다. 


파리야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물론 파리야 자신조차도 제때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갈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파리야를 신부로 맞이하고 싶어 하는 소년이 나타나고 본격적으로 혼담이 오고 가기 시작한다. 다행히 파리야도 그 소년이 마음에 드는 눈치이기는 한데, 시집을 가려면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 이때부터 파리야의 고생문이 훤하게 열린다.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매일 밤낮으로 바느질 또 바느질...) 


<신부 이야기>에는 주로 19세기 중앙아시아 지역의 문화와 풍습이 그려져 있지만, 신부가 시집갈 때 혼수로 옷이나 이불 등을 만들어 가지고 가야 하는 건, 한반도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나는 바느질을 잘 못해서, 그 시절에 여자로 태어났다면 파리야처럼 시집갈 때 고생깨나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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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고 고 고 고스트 3
히루즈카 미야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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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며 직장과 일상에서 온갖 부정과 불평등을 맞닥뜨리는 우시로가 수호령 마사코와 지내면서 소소하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은 오컬트 코미디 만화다. 3권에선 직장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 정규직 채용이 걸린 사내 공모전에 도전하며 모처럼 열일하는 우시로. 제출 기한 전날 회사에서 완성해 usb에 저장했는데, 이튿날 출근해 보니 usb가 사라져 있다. 범인은 사내에 있다...! 


일상 에피소드 중에선 입주민들이 버린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관리인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남이 버린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것 자체도 충격적인데, 쓰레기 봉투속에서 '건진' 옷을 입거나 물건을 사용하는 건 좀... (귀신보다 이쪽이 더 무섭다 ㄷㄷㄷ) 이 밖에도 온갖 직장 빌런, 일상 빌런들이 나오는데, 매번 귀신에게 크게 혼쭐이 나면서 끝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덜하고 읽을 때마다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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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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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출간되었는데 올해 김태희, 임지연 주연 드라마로 제작, 방영 되면서 뒤늦게 화제가 된 소설이다. 나는 드라마 방영 직전에 이 소설을 읽었는데 아직 드라마를 못 봐서 소설과의 비교는 못 하겠다. 


이야기는 경기도 판교에 새로 지은 저택에서 시작된다. 저택의 안주인 주란은 의사 남편에 똑똑하고 잘생긴 아들을 둔 전업주부다. 어느 날 집들이 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친구들이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실 주란도 냄새가 난다고 전부터 남편에게 말했는데, 남편은 이웃집 거름 냄새가 넘어오는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주란은 매사에 완벽한 남편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하지만, 낚시 약속이 취소되어 집에 있겠다고 했던 남편이 새벽에 갑자기 사라지고, 남편과 함께 낚시를 하기로 했던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며 의심은 점점 더 커진다. 


한편 상은은 제약 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두었고 자신은 가구 회사 쇼룸에서 일한다. 결혼 4년 만에 임신을 했지만 임신 사실을 알리면 퇴사하라고 할 것 같아서 회사에는 알리지 않은 상태다. 상은과 남편 윤범은 결혼 전 사이가 무척 좋았지만 결혼 후 돈 때문에 다투는 일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 윤범은 상은에게 폭언과 폭행을 퍼붓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어느 날 상은은 윤범이 자신과 상의도 없이 한 달 전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따지자 손찌검까지 당한다. 몸도 마음도 상처 입은 상은에게 이튿날 들려온 남편의 사망 소식.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이 소설의 백미는 따로 진행되던 주란과 상은의 서사가 조금씩 겹치다 마침내 교차해 주란과 상은이 일종의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대목이다. 사는 지역으로 보나 경제, 사회적 계급으로 보나 서로 만날 일이 없었을 두 여자가 각자의 이유로 한 자리에서 만나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각자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남자가 부유하든 아니든, 여자에게 경제력이 있든 없든, 아내에게 남편은 함께 의지하며 살아갈 동반자인 동시에 영원히 알지 못할 타인이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나를 해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남성임을 보여준다. 


주란과 상은이 남편의 부정을 파헤치고 남편과 단절할 마음을 먹게 되는 계기가 둘 다 '자식'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만약 주란에게 지켜야 할 아들이 없었다면, 상은이 결혼 4년 만에 임신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이른바 '모성'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결말을 보면 오히려 모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나쁜' 엄마가 되는 것도 불사해야 하는 역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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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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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을 읽고 반해서 유즈키 아사코 전작 읽기에 도전하는 중인데, 대표작 <버터>를 읽고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이것은 마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낀 (좋은 의미의) 충격과 공포. 심지어 유즈키 아사코의 소설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 비해 여성주의적인(일본 사회 내의 여성 혐오와 차별을 폭로하는) 성향이 훨씬 짙어서, 그러한 주제에 관심이 많은 나의 취향에도 훨씬 잘 맞는다. 유즈키 아사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듯하다. 


<버터>는 특종 압박을 받는 주간지 기자 리카가 일본을 뒤흔든 연쇄 의문사 사건의 용의자 가지이 마나코를 독점 취재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리카가 가지이에게 관심을 가진 건, 가지이가 남성들에게 거액의 돈을 갈취하고 그들을 살해했다는 혐의 때문이 아니라, 가지이가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중에게 심한 조롱과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살인을 해도 예쁘고 날씬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은 리카는 언론에 비협조적인 가지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비장의 무기인 음식을 이용한다. 


이 소설에서 음식은 중요한 소재다. 소설 초반에 리카는 요리 블로거였던 가지이에게 음식 레시피에 대해 질문하며 접근한다. 가지이는 리카에게 구치소에서는 질 좋은 버터를 좀처럼 맛볼 수 없다며, 리카가 대신 버터가 들어간 음식을 맛보고 감상을 들려달라는 제안을 한다. 이런 식으로 리카와 가지이는 음식을 매개로 연결되는 동시에, 음식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다. 남초 직장에서 일하는 리카에게 가지이 건은 직장에 계속 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달린 중요한 일감이다. 가지이는 외모가 아닌 뛰어난 음식 솜씨로 남자들을 유혹해 돈을 받아 쓰며 살아왔다. 


대중은 그런 가지이를 '꽃뱀'이라고 욕하지만, 리카가 보기에 가지이는 세상이 원하는 기준(외모)에 맞춰 자신을 바꾸는 대신 자신의 장점(요리 실력)을 활용해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그 장점이 결과적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여자는 요리를 잘해야 한다) 여성 자신을 공격하는 빌미가 될 때에도(잘 먹으니까 살 쪘지) 그것은 '장점'일까? 심지어 그 여성(가지이) 자신이 여성혐오자라면?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여자는 누구에게나 너그러워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어요. 그러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페미니스트와 마가린.”) 


소설 자체도 놀라운데, 권남희 번역가 님의 후기에 이 소설이 실화에 기반한다고 쓰여 있어서 더욱 놀랐다. 2009년 도쿄 인근의 한 수도권 지역에서 일어난 이른바 '꽃뱀 살인사건'인데, 사건의 용의자인 30대 여성 기지마 가나에가 일반적인 '꽃뱀'의 이미지와 다르게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인 점이 화제가 되었다고(어쩐지 사회파 소설 같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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