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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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김병운 작가의 단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었다. 이 작가의 소설집이 나오면 무조건 읽으리라 다짐했고, 얼마 후 같은 제목의 소설집이 나와서 냉큼 구입했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역시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지만, 다른 작품들도 못지 않게 좋았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과 <한밤에 두고 온 것>의 결말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의 결말이 떠오를 만큼 감동적이었고, <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에 등장하는 '나'와 사촌누나의 아들 경진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 재회하고(친척이니까 적어도 한 번은 다시 만나겠지?) 그때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하다. <알 것 같은 밤과 대부분의 끝>과 <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는 아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엄마의 이야기로도 읽혀서 가슴이 먹먹했다. 김병운 작가가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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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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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57자에 달하는 이 연작 소설집은 '나'와 파트너인 엠이 파리와 서울을 걷거나 뛰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소설에서 등장 인물이 어떤 공간을 걷거나 뛰는 경우 걷거나 뛰는 행위는 장소의 이동을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나 방식, 수단으로 그려지는데, 이 소설에서는 걷거나 뛰는 행위 자체가 결과이자 목적이다. 


가령 표제작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에서 산책자에 관한 소설 겸 에세이를 구상 중인 '나'는 파리 시내를 직접 걸어 다니면서 걷기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걸으면서 걷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문학과 영화, 인물 등을 산만하게 떠올리는데, 이는 걷기 자체가 산만하고 언제든 목표가 분산될 수 있는 행위인 것과 관련 있다. 목적을 위해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 자체가 목적인 삶의 방식은 이 글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니 브렘저의 그것과 일치한다. 


형식이나 내용이 일반적인 소설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고, 배경지식 없이는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대목도 종종 있었지만, "조지 오웰을 시시한 작가 취급하면 안 돼. 내가 말했다. 좌파와 우파 모두 좋아하는 단 두 명의 작가 중 하나거든./ 또 하나는 누군데?/ 봉준호." 같은 유머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완독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문학에서의 이동, 모빌리티라는 개념에 대해 작가가 안은별 연구자와 대담을 나눈 내용이 담겨 있는 점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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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더·록! 5
하마지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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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을 무사히 마치고 작은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결속 밴드는 본격적인 곡 작업에 돌입한다. 개학을 앞둔 봇치는 개학 준비보다도 곡 작업 때문에 바쁜데, 작업을 하느라 밥도 안 먹고 두문불출하는 봇치를 위해 아빠가 좋은 조언을 해준다. 만든 사람의 마음에 드는 곡이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니까 일단 다른 사람(멤버들)에게 들려주라고. 뮤지션뿐 아니라 창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효한 조언 같아서 마음에 와닿았다. 


한편 라이브 하우스에 새로운 알바생이 두 명이나 들어온다. 한 명은 봇치와 같은 학교 한 학년 후배인 오오야마 네네, 다른 한 명은 결속 밴드의 팬인 히나타 에레나다. 두 명 모두 봇치와 결속 밴드를 알고 있는 걸 보면 결속 밴드의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팬을 대하는 걸 힘들어 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귀여웠다. 


5권에는 열두 살 차이가 나는 세이카와 니지카, 이지치 자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언니인 세이카가 지금의 니지카 나이 또래였을 때 어떤 생활을 했는지, 그런 언니를 보면서 니지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계기로 인생의 진로를 정했는지 등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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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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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국사 스토리텔러인 설민석 선생님이 쓴 소설이라고 하니 기대됩니다.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어떤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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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러브코미디 오가베베 1
오키라쿠 보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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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원시인 소년이 처음으로 사랑에 눈 뜨는 과정을 그린 독특한 형식의 러브 코미디 만화다. 실제로 구석기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사랑을 하고 연애를 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아마도 짐승의 짝짓기에 가깝지 않았을까), 만약 구석기 시대의 청소년들이 현대의 청소년들처럼 첫사랑을 하고 제2차 성징을 경험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하고 작가가 상상한 내용을 보는 것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최초의 사랑 외에도 최초의 사냥, 최초의 한 우산, 최초의 제물, 최초의 쿠킹, 최초의 연애 이야기, 최초의 반려동물, 최초의 그림문자 등 다양한 '최초'가 등장하는 점도 재미있다.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든 아니든, 이런 식으로 현대인들이 하고 있는 어떤 행위가 구석기 시대에는 어떤 식으로 존재했을지(가능했을지) 상상하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감각, 기발한 상상이 더해진 러브 코미디 만화를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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