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 : 명견 실버 1
타카하시 요시히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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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계에서 동물 만화가 하나의 거대한 분파를 형성하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은아' 시리즈라는 유서 깊은 작품이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번에 한국에서 정식 출간된 <은아 - 명견 실버>는 '은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일본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아키타현에 있는 오우산을 배경으로, 이 산에 자주 출몰하는 거대곰 아카카부토와 이 곰을 잡기 위해 애쓰는 사냥꾼, 그가 키우는 사냥개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1권은 오우산 근처 스키장에서 민박집을 경영하는 아빠를 둔 소년 다이스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추운 겨울 날 다이스케가 키우는 아키타견 후지가 새끼들을 낳는다. 그 중 한 마리는 곰 사냥개로 적합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호랑이 무늬 아키타견이었고, 다이스케는 이 개한테 실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런데 이 날, 아카카부토를 잡는 일에 혈안이 된 사냥꾼 고헤에를 따라 산으로 들어간 실버의 아빠 리키가 고헤에와 함께 실종되고, 다이스케는 슬픔에 빠진다. 


고헤에는 결국 사람들 곁으로 돌아오지만, 고헤에의 곁에 리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고헤에는 리키를 죽게 한 아카카부토에게 복수하겠다며, 리키의 피를 이어받은 실버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동물 학대로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산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사냥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고, 나중에는 동물이 인간에게 이용당하는 존재로 그려지지 않고 동물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설정으로 바뀐다고 하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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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쓰다, 벚꽃 피는 이 방에서 1
토쿠오츠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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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대학에서 만나 사귀게 된 사쿠라와 하루키. 5년 후 사쿠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다시 5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키는 사쿠라를 잊지 못한 상태다. 해마다 벚꽃(사쿠라)이 피는 봄이 오면 더욱 더 간절하게 사쿠라를 그리워하는 하루키를 보고 하늘이 감복한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사쿠라가 하루키 앞에 나타나더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대체 이 사쿠라는 누구이며, 왜 갑자기 하루키 앞에 나타났을까. 사정은 모르지만, 사쿠라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 하루키는 눈앞의 상황에 집중한다. 


기적적으로 사쿠라와 다시 만난 하루키는 사쿠라가 죽기 전에 매일 썼던 '10년 일기'를 꺼내며 빈 공간을 함께 채우자고 한다. 10년 일기를 채우면서 하루키는 사쿠라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사쿠라와 관련 있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도 하고, 사쿠라가 못 다한 일들을 해보기도 한다(10년 일기는 아니고 5년 일기를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일기를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가 사쿠라의 부모님, 은사, 옛 직장 동료들을 만나러 가는 에피소드들이 따뜻하고 뭉클했다. 작화도 예쁘고 내용도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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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당쇠르 14
조지 아사쿠라 지음, 나민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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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페이가 발레 이전에 케이팝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오이카와 발레 학교 공연 오디션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컨템퍼러리 댄스 수업에선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하는 준페이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물론 클래식 발레도 아주 멋지고 훌륭한 춤의 장르이지만, 준페이는 성격으로 보나 춤의 스타일로 보나 클래식 발레보다는 컨템퍼러리나 케이팝 같은 대중 댄스 장르에서 대성할 타입 아닌가. (카이, 카즈하 등 발레 유경험자인 아이돌들이 떠오르고...)


14권 이후부터는 YAGP 본선에 대비해 컨템퍼러리 댄스 수업을 듣는 준페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듯한데, 준페이에게 컨템퍼러리 댄스를 가르치게 될 이와이 선생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 앞으로 준페이가 상당히 고전할 것 같다. 오이카와 아야코는 YAGP 본선을 마치는 대로 준페이가 오이카와 발레단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고, 준페이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낀다. 내 생각엔 준페이가 이대로 순순히 오이카와 발레단에 들어가진 않을 것 같은데... 과연 준페이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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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신장판 5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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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를 오랜만에 다시 읽고 있는데, 예전에 좋았던 부분은 지금도 좋고 예전에 좋은지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은 새롭게 좋다. 이 맛에 옛날에 읽은 만화 또 읽고 또 읽는 걸까... 이번에 읽고 좋았던 부분은, 마라도나 피아노 콩쿠르 수상에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노다메를 잡으러 치아키가 노다메의 고향으로 가는 부분. 해변에서 노다메를 발견한 치아키가 노다메를 뒤에서 안는 장면은 만화로 봐도 감동이고 드라마로 봤을 때에도 감동이었다(그 시절 타마키 히로시의 미모란...!). 


5권부터는 일본에서의 대학 생활을 마치고 프랑스로 떠난 노다메와 치아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던 노다메가 <프리고로타> 애니메이션 프랑스어 더빙판을 보고 프랑스어를 마스터하는 대목은 다시 봐도 웃기고, 마찬가지로 작년까지 프랑스어를 전혀 못했던 내가 듀오링고로 프랑스어를 배운 지 반 년 정도 된 실력으로 프랑스어 대사들을 얼추 읽을 수 있어서 신기했다. 노다메처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프랑스어 더빙판으로 보면 노다메만큼 잘 하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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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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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서평단을 신청했고, 당첨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엄청난 두께에 놀랐고, 이걸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다 읽으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족히 걸리겠다는 막막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런데 웬걸. 막상 읽기 시작하니 전개가 너무나 흥미롭고 결말이 궁금해서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지금은 국내에 출간된 루스 오제키의 다른 책을 찾는 중...(한 권 있는데 절판 상태다ㅠㅠ)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단란했던 한 가족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열두 살 소년 베니는 어느 날 믿기 힘든 광경을 보게 된다. 본명은 켄지 코니시이지만 한국인 할머니의 성을 따서 만든 예명 '케니 오'로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인 아빠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 것이다. 그 때부터 베니는 아빠의 목소리를 비롯해 온갖 사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로 인해 학교 생활은 물론 하나 남은 가족인 엄마와의 관계도 힘들어진다. 급기야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게 되고, 그곳에서 꿈에서 본 아름다운 소녀 알레프를 만난다. 


베니의 엄마 애너벨에게도 문제가 있다. 사서가 되기 위해 문헌정보학과 대학원에 다니다 베니를 임신하면서 그만두고 모니터링 업체에 취업한 애너벨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들이거나 수집하고 절대 버리지 않는 저장 강박 증세를 보인다. 그 결과 좁은 집에 물건이 가득 쌓여 베니와 집 주인 아들에게 지청구를 듣게 되고, 퇴거 명령을 받기 직전에 우연히 마트에서 <정리의 마법 : 잡동사니를 치우고 삶을 혁신하는 고대 선불교의 기술>이라는 책과 만난다. 


여기까지 읽고 나는 이 소설이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인 문제를 얻게 된 아들과 엄마가 각각 새로운 사람(알레프)과 책(<정리의 마법>)을 만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이야기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이후의 전개는 나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퇴원 후 소음이 적은 곳을 찾다가 공공도서관으로 간 베니는 그곳에서 알레프와 기적적으로 재회한다. 알레프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알레프가 추천한 발터 벤야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의 책을 읽어 보지만, 이제 겨우 중학생인 베니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베니는 알레프에게 점점 더 깊이 빠지지만, 알레프는 베니를 귀여운 남동생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결국 베니는 등교 거부와 가출, 자해 등 자기 자신을 해치는 선택을 반복하고, 다시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다. 


애너벨은 <정리의 마법>이 눈에 띌 때마다 읽어보려고 애쓰지만 매번 잠에 빠진다. 그도 그럴 게 애너벨은 혼자서 일하면서 살림도 하고 사춘기 아들까지 키우는 상황이다. 그런데 직장에선 해고 위기에 놓여 있고, 집 안에는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 있어 간단한 청소로는 해결이 안 되고, 베니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데다가 등교 거부 중이다. 도와줄 친구나 친구가 있으면 좋으련만, 스트레스가 심한 애너벨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전부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적으로 인식하고 경계한다. 그럴수록 고립은 심해지고, 집 안은 더욱 더 엉망이 된다. 


작가가 베니와 애너벨을 점점 더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가는 이유는 뭘까. 나는 이것이 곧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나 인생을 바꿔준다는 책을 읽는 정도로는 결코 극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베니와 애너벨의 경우처럼 극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등의 정신적 문제를 겪거나, 학업 포기, 일자리 상실, 인간 관계 단절 등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이런 베니와 애너벨을 구원하는 건, 그래도 책, 결국 책이다. 누구의 말도 듣기 싫은 베니는 도서관의 고요와 침묵을 사랑하게 된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애너벨은 <정리의 마법>의 저자에게 이메일을 쓰면서 고립감을 해소한다. 심지어 이 소설에서 책은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로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유하고 발화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사람이 사람을 버리거나 사람이 책을 버리는 일은 있어도, 책이 사람을 버리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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