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회춘하다 5
아라이도 카기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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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특별한 사과를 먹고 회춘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한 분위기의 판타지 만화다. 회춘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젊을 때 돈 벌고 가족 부양하느라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본다. 8권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결혼 당시 양가 사정으로 미룬 신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수십 년을 같이 산 부부이고 아이도 셋이나 낳았으면서, 신혼여행을 간다고 하니 처녀 총각처럼 부끄러워 하는 두 분의 모습이 귀여웠다 ㅎㅎㅎ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신혼여행지인 아타미로 향하는 길에 딸이 사는 도쿄에서 며칠 정도 머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노인일 때는 평범한 외모이지만 회춘하면 둘 다 연예인 뺨치는 미모의 소유자들(이라는 설정)인데, 두 분의 모습을 본 연예계 관계자가 이들을 스카우트한다. 과연 이들은 스카우트에 응할 것인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이드로서 신혼 여행에 동행하는 손녀와 손녀의 남사친 이야기도 귀엽다. 미디어에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만 시골에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온다는 작가 후기가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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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전장 8
유미사키 미사킥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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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전장> 8권은 시즈쿠이시 형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형 이치타카와 동생 츠기하루는 전력을 다해 가샤도쿠로에게 맞서지만, 가샤도쿠로는 파괴를 당해도 파괴된 신체의 일부가 분열, 재생하는 특성이 있어서 죽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기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가샤도쿠로들이 치명적인 힘을 지닌 야마타노오로치의 독을 부여받고, 그로 인해 이치타카의 몸에 이변이 생긴다. 요괴와 싸우다가 요괴가 되어버린 형에게 맞서는 츠기하루.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배틀물에서 독을 사용하다니. 비겁하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애초에 야마타노오로치는 이기기 위해서라면(정확히는 시즈루 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라면) 비겁한 수를 사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캐릭터라서 납득이 가기도 한다. 형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츠기하루는 형 대신 의지할 만한 친구(마소라)가 생겼다며 기뻐한다. 아마도 이제부터는 마소라와 츠기하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 느낌. 늘 혼자였던 마소라에게 친구가 생겨서 나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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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애장판 3
다카하시 카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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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카드 게임의 원작 만화 <유희왕> 애장판 3권을 읽었다. 주인공 유우기와 그의 숙적 카이바 세토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 되면서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2권에서 매직&위저드로 유우기에게 참패한 카이바는 복수를 위해 게임 이벤트 'DEATH-T'를 개최한다. 카이바의 속내를 모르는 유우기는 카이바가 자신이 소유한 거대한 빌딩에서 사람들을 위해 신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감탄하는데, 그럴 때가 아니었다. 카이바가 유우기를 도발하려고 카이바의 할아버지를 납치한 것이다!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무조건 카이바의 도전해 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유우기. 배틀을 치르는 과정에서 유우기는 '내 안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이 기분은 이제까지 게임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소년으로만 살았던 유우기에게 낯설고도 이상한 감각을 남긴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이 시점에서 이미 만화의 결말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유우기의 이러한 발견 내지는 새로운 감각이 어떤 식으로 결말과 연관이 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철두철미한 성격의 완벽한 빌런 캐릭터인 카이바 세토보다는, 형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형을 이기고 싶은 마음도 있는 복잡한 성격의 동생 모쿠바가 상당히 귀엽고 재미있었다. 형제의 과거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도 책 후반부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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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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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표지에 인쇄된 '일본의 패전과 몰락 계급의 비극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페미니즘적 작품'이라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동해서 읽었다. 다자이 오사무와 페미니즘이라니.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인명과 개념의 조합...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소설이 '일본의 패전과 몰락 계급의 비극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작품이라는 설명에는 동의하지만 '페미니즘적'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남자를 사랑하고 아이를 임신하는 것이 여성의 혁명인가. 남성 작가가 여성의 목소리로 서술하면 다 페미니즘인가. 


뒤표지의 문구 때문에 당황했을 뿐, 소설 자체는 좋았다. 배경은 패전 직후의 일본. 귀족 가문의 장녀 가즈코는 이혼 후 본가로 돌아와 몸이 약한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하나뿐인 남동생 나오지는 전쟁에 나가서 소식이 끊긴 지 오래다. 돈이 궁해진 가즈코는 삼촌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쿄의 집을 팔고 어머니와 함께 이즈의 산장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귀족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험한 일들을 해보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동생이 집안의 돈을 탕진하면서 가즈코는 점점 더 힘든 상황에 놓인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가즈코는 이혼을 한 번 하기는 했지만 아직 삼십 대인 젊은 여자다. 그런 가즈코를 눈여겨본 사람들로부터 혼담이 종종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중에는 돈 많은 육십 대 남성도 있었다. 가즈코는 아무리 그래도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난다며 거절한 후, 몇 년 전 남동생 일로 술집에서 만나 충동적으로 키스를 하고 그 후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부남 우에하라 선생에게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습니다'라고 쓴 편지를 보낸다. 


가즈코가 이러한 선택을 한 것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가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려서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저의 도덕 혁명의 완성입니다." 운운하는 것도 (문장의 내용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창작의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 대해 "이 (남성) 작가는 여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페미니즘적이다."라는 평가가 덧붙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애초에 작가가 무엇을 완벽하게 이해해서 쓰는 건 아니고, 뭘 주장하기 위해서 쓰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하물며 다자이 오사무는 자기 부정, 자기 불신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 작품은 가즈코가 여성이라는 사실보다도, 몰락한 귀족 가문의 후예인 가즈코가 경험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신분 추락, 그로 인한 정신적 불안과 자괴감 등에 주목해서 읽는 게 적절한 것 같다. 이것이 출간 당시 일본인들의 상황 및 심정과 일치했기 때문에, 이 책이 다자이 오사무 생전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인 것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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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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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작가의 이름을 오래 전부터 많이 들었는데 작품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읽어보니 과연 좋고, 요즘 내가 관심 있는 작가들(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하라다 히카 등)이 대체로 노년 여성의 노동과 투병 또는 간병 문제를 다루는데 이 작가도 비슷한 문제를 다뤄서 반가웠다. 남들 눈에는 별일 없이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참담하고 황당한 사건들이 있었을 수 있는지, 그들이 그걸 얼마나 감쪽같이 숨기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달까. 


내가 서른 살 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별다른 감명을 받지 못했을 것 같은데,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멀쩡하게 잘 살던 사람이 갑자기 죽거나, 아파서 입원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가족을 잃거나, 소송에 휘말리거나, 투옥되거나 하는 일들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언젠가는 나 역시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면서부터는 이런 소설을 읽을 때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조차 뭐라도 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지혜를 배우고 싶달까. 


가령 <여름방학>의 병자 씨는 퇴직 후 자신의 삶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이름을 바꿔 보기로 한다. <어느 밤>의 할머니는 매일 밤 킥보드를 타고, <스위치>의 청년은 양말을 산다. 그리고 다수의 인물들이 음식을 해먹거나 사 먹는 것으로 시름을 달래는데, 나 또한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상의 문제로 힘들어졌다(먹고 싶은 걸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이다...). 대체 삶이 나에게서 뭘 더 빼앗아 가려나. 받는 것 없이 빼앗기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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