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 빼고 평생 유지합니다 - 욕망과 칼로리의 적정선 자기만의 방
야마자키 준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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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이제까지 한 번도 마음 먹고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는 전혀 아니고(어릴 때부터 늘 정상 체중~과체중 직전을 유지했음), 그냥 먹는 걸 워낙 좋아하고 운동하는 걸 싫어해서 다이어트를 안 했을 뿐이다. 근데 요즘은 다이어트에 관심이 간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채식 지향 식습관으로 바꾸면서 예전보다 훨씬 적게 먹고 운동은 훨씬 더 많이 하는데도 살이 빠지기는커녕 조금만 과식해도 금방 살이 찐다. 그러던 차에 이 책 제목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10kg 빼고 평생 유지하다니. 최고 아닌가. 


프리랜서 작가 겸 편집자인 저자는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는 다이어트 마니아다. 저자의 문제는 마음 먹고 다이어트를 해도 먹는 걸(특히 탄수화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바로 요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료 편집자와 함께 각자 10kg씩 빼고 평생 유지하는 다이어트에 도전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다이어트에 앞서 자신의 몸과 식습관을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밥을 너무 좋아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정도로 자신의 식습관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분석에 따르면 식사 중에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고, 식사 후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를 빠짐 없이 챙겨 먹고, 칼로리가 높은 과자를 즐겨 먹는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남편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을 받아들인 저자는 그 때부터 더욱 철저히 다이어트에 임할 수 있었다. 


칼로리 소모를 위해 따로 운동을 하기보다는 음식량을 줄이는 것이 낫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평상시에 실천하라는 조언도 좋았다. 운동은 체중 감량만이 아니라 근육량 증가, 체력 증대 등을 위해서도 해야 하니 지금보다 운동량을 줄일 생각은 없다(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 그러나 믹스 커피를 마시는 대신 아메리카노나 차를 마시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의 습관은 지금보다 더 철저히 해야 할 듯. 4천 원 이하의 간식은 먹지 않는다(천 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다섯 번 먹느니 5천원 짜리 수제 초콜릿을 한 번 먹는 게 낫다는 논리)는 팁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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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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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에게 도서관은 천국과도 같았다. 그 때도 나는 지금처럼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책 읽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집보다 책이 많고 집에 없는 책이 많은 도서관은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편안한 장소였다. 갑자기 도서관을 떠올린 건, 얼마 전에 읽은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리보와 앤>의 배경이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안내 로봇 리보와 이야기 로봇 앤은 어느 날 안내 방송이 나온 후 사람들이 전부 밖으로 나가고 사라져버린 도서관에 덩그러니 남는다. 리보와 앤은 이튿 날도, 그 다음 날도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갑자기 도서관을 떠난 이유. 그것은 '플루비아'라는 바이러스의 전파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리보와 앤은 로봇으로서 담당해온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난처할 뿐이다. 


난처한 건 리보와 앤뿐만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전까지 도서관을 이용했던 사람들, 그중에서도 도서관을 집, 학교 다음으로 즐겨 찾았던 도현이와 같은 아이들에게는 이 상황이 더없이 갑갑하고 답답하다. 어른이라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대신 직접 사 읽거나 전자책을 읽는 방법도 있지만, 어린이는 그러기가 힘들다. 어른이라면 도서관 말고 다른 장소에서 친구를 만날 수도 있지만, 도현이처럼 도서관에 있는 로봇 리보가 친구인 경우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아이답게 스마트 기기를 잘 다루는 도현은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리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덕분에 리보와 앤은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도서관에 올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그들은 결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그러나 만나고 싶은 사람과 직접 만나는 기쁨에는 비할 수 없으므로, 계속해서 사람들이 도서관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리보와 앤. 과연 그들은 다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팬데믹 기간 동안 휴교, 또래 아이들과의 만남 불가 등의 이유로 어린이, 청소년들이 겪은 정신적 피해가 어른들이 겪은 피해의 2배 이상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 이용에 있어서도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더 큰 상실감을 느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던 어른들의 마음까지 위로해 주는 다정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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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털어라! : 역사편 편의점을 털어라!
이재은 지음, 박은애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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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의 편의점은 초등학교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서, 어쩌다 하교 시간에 들르면 편의점 내부가 초등학생들로 꽉 차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가 어릴 때는 학교 근처는 물론이고 동네에도 편의점이 없었기 때문에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때는 편의점 대신 슈퍼나 문방구에 들렀으니, 장소만 달라졌을 뿐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 같기도 하다. 


갑자기 편의점 이야기를 꺼낸 건, 제목에 '편의점'이 들어가는 책, <편의점을 털어라! 역사 편>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이재은 작가는 요즘 어린이들이 집, 학교, 학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편의점이라는 데 착안해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과연 편의점을 무대로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고, 공부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식까지 얻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편의점 덕후인 '나'는 어느 날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HS 편의점에 들어간다. 역사 덕후이기도 한 사덕훈 점장이 운영하는 이 편의점은, 필요한 상품을 주문한 후 점장이 내는 퀴즈를 맞히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필요한 게 없으면 들어올 수 없고, 일단 주문하면 점장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괴상한 규칙이 있는 곳이지만 어쩐지 '나'는 자꾸만 HS 편의점에 가게 되고, HS 편의점에서 컵라면, 피자, 사탕, 커피, 우유, 빵,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초콜릿 등을 먹으며 각각의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도 듣고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도 한다.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 이야기가 어떻게 역사 공부로 이어지는지 궁금한 독자를 위해 예를 들어볼까. 편의점 인기 상품 중 하나인 라면은 원래 중국에서 '납면'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해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가 아는 라면이 되었다. 중국의 납면이 일본으로 건너간 계기가 된 사건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며, 최초의 컵라면을 개발한 인물은 안도 모모후쿠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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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걷으면 빛
성해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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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나 평론가가 추천하는 책을 읽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책은 조해진 작가님이 추천하셔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아서 깜짝 놀랐고(한국에는 좋은 작가들이 정말 많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부러워서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성해나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서 신간이 나오지 않는 한 더 이상 읽을거리가 없다는 것. 작가님 부디 더 많이 써주세요. 열심히 사 읽겠습니다(신간 알리미 신청했어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난 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었다. 머리로는 약자, 소수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마음으로도 장애를 가진 조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츠네오. 하지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조차 힘겨운데 장애를 가진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큰 부담이 되어서 이별을 택한다. 나는 이 영화를 봤을 때 이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란 남이 총 맞은 것보다 내가 모기 물린 게 더 아프고 괴로운 존재니까. 


이 책에는 츠네오와 조제를 떠올리게 만드는 관계들이 여럿 나온다. 이 책의 '츠네오'들은 청각장애인 할머니를 둔 애인, 레즈비언인 노년의 여성, 몽골에서 온 먼 친척, 농민과 청년이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꿈꾸는 삼촌, 위안부 피해자인 집주인 할머니, 공장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 앞장서는 언니 등 다양한 얼굴을 한 '조제'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헌신에 감동한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 그들의 편에 서지 않고 등을 돌리거나 침묵하는데, 이는 남을 걱정하기에는 우선 자기 자신의 삶이 버거워서다. 모기 물린 자리가 가려운데 총까지 맞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츠네오들은 각자의 조제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하지 않고, 끊임없이 반성하고 속죄하면서 산다. 대표적인 예가 자전소설로도 읽히는 <김일성이 죽던 해>이다. 글쓰기가 저항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언니. 그 언니의 이야기를 작가인 딸에게 들려주는 엄마. 그러한 엄마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작가. 이런 식으로 전달되고 전파되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세상에는 조제도 없고 츠네오도 없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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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워크숍 오늘의 젊은 작가 36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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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란 무엇일까. 추천사를 쓴 정이현 작가님의 표현대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독사를 의미하는 정확한 용어는 '무연고 사망'일 것이다. 무연고 사망이 아니더라도, 그러니까 천수를 누린 노인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료적으로 적절한 케어를 받으며 편안한 상태로 죽음을 맞는다 해도, 죽음은 오로지 혼자서 맞게 되고 겪게 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 고독사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사실상 고독사 예정자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박지영 작가의 <고독사 워크숍>은 어느 날 우연히 '고독사 워크숍'에 초대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집이다. 초대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일상이 무료하거나 장래가 불안하거나 불행한 일을 겪었거나 주변에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곧 죽어도 아쉽지 않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초대장을 받고 고독사를 각오한 이들은 초대장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접속한 웹페이지에 각자가 얼마나 고독한지를 인증하는 영상을 찍어서 업로드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나만이 고독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는 깨달음과 아무리 고독해도 계속해서 살아가야겠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워크숍 참가자들이 자신이 얼마나 고독한지를 인증하기 위해 하는 일들(도서관의 책들에 그어진 밑줄을 포스트잇에 옮겨 적기, 매일 조금씩 더 긴 의자를 뛰어넘기, 사라진 아이스크림 맛의 부활을 요청하는 메일 쓰기 등)이 처음 볼 때는 엉뚱해 보이기도 하고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하는 일들(필사하기, 운동하기, 메일 쓰기)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일들이 고독사 워크숍 참가자들이 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모든 죽음이 필연적으로 고독사라는 것.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이미 삶이라는 이름의 고독사 워크숍에 참가한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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