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끄기 연습 - 걱정, 초조, 두려움을 뛰어넘는 61가지 심리 기술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책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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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게 평가하는 습관을 버리면 걱정과 불안, 초조, 긴장이 덜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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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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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연말에 <구의 증명>을 읽기로 결심한 건, 이 소설이 영화 <본즈 앤 올>과 함께 묶여서 소개된 걸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알기로 <본즈 앤 올>은 식인 취향을 가진 두 젊은이의 방황과 사랑을 그린 영화인데(아직 안 봄), <구의 증명>이 <본즈 앤 올>과 연결된다는 건 <구의 증명>에도 그러한 요소들(식인, 젊음, 방황, 사랑)이 있다는 뜻일 터. 그중에서도 '식인'이라는 소재가 소설 속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되었는지(최진영 작가님이 쓴 식인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고,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좋았다. 


이야기는 소꿉친구인 '담'과 '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모와 단 둘이 사는 여자아이 담은 어느 날 우연히 동네에서 남자아이 구를 만나고,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처음에는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을 사귀는 사이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나중에는 정말로 연인이 되었고, 서로에게 다른 연인이 생긴 후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어느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소울 메이트'로 여기며 그리워 한다. 


이렇게만 보면 흔한 사랑 이야기 같지만, 이 소설의 핵심은 이들의 사랑이 아니라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현실, 더 정확히는 가난이다. 담과 구는 둘 다 유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는데, 특히 구는 부모가 빚 보증을 잘못 서고 이후에도 계속 사채를 쓰는 바람에 십 대 때부터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며 학업도 포기하고 밤낮 없이 일하는 신세가 된다. 사람들은 구에게 부모를 버리고 먼 곳으로 도망쳐서 다른 신분으로 새로운 삶을 살라고 하지만, 구는 자신이 도망칠 경우 사채업자들이 부모를 죽이고 자신 또한 잡히면 죽임을 당할 거란 생각에 도망치지 못한다. 


그렇게 점점 더 세상의 끝으로, 끝으로 내몰리던 구는 결국 죽음을 맞고, 구의 짧지만 지난했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목격한 인물인 담은 구의 몸을 땅에 묻거나 태우는 대신 조금씩 먹어서 자기 몸에 담기로 한다. 이는 구가 죽은 후 세상에 혼자 남은 담이 자신의 친구이자 연인이자 형제와도 같았던 구의 흔적을 어떻게든 세상에 남겨놓고 싶은 마음에 하는 행위로도 볼 수도 있지만, 구의 영혼은 무시한 채 구의 몸을 이용하고 착취했던 (구의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에 대한 비판 내지는 저항 행위로도 보인다. 


식인이라고 하면 야만적이고 잔혹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실제로 이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몸을 이용하고 착취함으로써 운영되고, 이 과정에서 말 그대로 몸을 다치거나 잃는(먹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식인이라는 소재를 통해 고발하고자 한 것 같고, 이러한 생각을 하고 보니 처음에는 (최진영 작가님 소설답지 않게)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던 이 소설이 그 어떤 소설보다도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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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 사이드
제임스 베일리 지음, 서현정 옮김 / 청미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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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되면 신년 운세를 찾아보는 사람이 많다. 나는 그런 걸 믿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고 어떤 힌트라도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해한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이 인생이고,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도 어그러지는 것이 삶이니까. 


영국 작가 제임스 베일리의 소설 <플립 사이드>의 주인공 조시가 딱 그런 상황이다. 12월의 마지막 날. 런던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소인 런던 아이에서 4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에게 청혼한 조시는 매몰차게 거절을 당한다. 이후 여자친구와 함께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사장인 회사에서도 잘린 조시는 순식간에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백수 신세로 전락한다. 실망한 조시는 길에서 주운 50펜스 동전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보기로 한다. 힘들게 숙고해서 판단해도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 그냥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저녁 메뉴조차도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조시의 모습을 본 가족과 친구들은 그의 행동을 비웃으며 말린다. 하지만 동전이 알려주는 대로 선택한 결과, 조시는 예전 같으면 가지 않았을 장소에 가거나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조금씩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가령 친구들과 술집에 죽치고 앉아 노는 대신 TV 퀴즈 대회에 출전하고, 어른이 된 후로는 좀처럼 갈 일이 없었던 내셔널 갤러리에 갔다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식이다. 





처음에는 동전에 운명을 맡긴다는 설정이 엉뚱하다 못해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동전 하나로 조시의 인생이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해본 경험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것만을 근거로 판단이나 결정을 하면 매번 같은 판단, 비슷한 결정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 소설은 영국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넘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조시가 하룻밤 사이에 바뀐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는 유머를 시작으로 친구들과 나누는 농담, 여자친구 후보들에게 건네는 우스갯소리 등등이 모두 재미있으니, 실컷 웃고 싶을 때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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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결사 수첩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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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나 역시 이 소설을 읽고 매우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이 소설에는 서양의 종교, 정치, 역사, 문화에 관한 다양한 음모론이 등장하는데, 그 중 하나가 대표적인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처음으로 프리메이슨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후 프리메이슨에 대해 따로 알아본 적이 없어서, 프리메이슨 하면 이 소설에서 접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 전부다. 


이런 나와 달리 프리메이슨을 비롯한 비밀결사에 대해 집요하게 조사하고 연구한 인물이 있다. 바로 일본의 학자 시부사와 다쓰히코이다.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수첩 시리즈 3부작 중 첫 번째인 <비밀결사 수첩>은 비밀결사의 정의와 기원, 역사와 종류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원시민족의 결사와 고대의 신비의식(밀의) 종교부터 시작해 그노시스파, 장미십자단, 프리메이슨, 쿠클럭스클랜(KKK) 등 대표적인 비밀결사, 아시아와 이슬람교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과 종교의 비밀결사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애초에 비밀결사란 무엇일까. 비밀결사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비밀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상, 표면적으로 드러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새로운 회원을 받아들일 때 기존 회원들이 일종의 시련을 부여하는 입사 의식(입사식)을 치른다는 것이다. 셋째는 회원끼리 서로를 외부자로부터 식별하기 위한 기호(암호)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비밀결사는 갱단이나 야쿠자 같은 범죄조직과는 다르며, 정치적 테러 조직과도 구분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비밀결사에 가입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 부분이다. 심리학자의 의견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해 자신만의 자그마한 봉쇄적 세계에 갇히고 싶다는,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욕구가 내면을 지배하는"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신화나 상징, 의식 따위를 선호하는 기묘한 성향"이라든가 "현실과 공상 세계를 역전시켜 오로지 공상 세계를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고. (20쪽 참조) 


대표적인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은 중세 시대 건축업자들의 동업조합(길드)에서 기원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후 17세기 영국의 장미십자단이 대거 프리메이슨에 가입했고, 이 때부터 기존의 실용적인 조합에서 입사식, 암호 등의 요건을 갖춘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댄 브라운의 또 다른 소설 <천사와 악마>에 등장하는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각 비밀결사가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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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헤매는 마음
임승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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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어릴 때는 연말이 되면 어서 빨리 시간이 흘러서 한 살 더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멈추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다. 한 해 동안 하루도 온전히 쉰 적이 없는데도 손에 쥔 것은 많지 않고,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더욱 막막한 생활이 이어질 거라는 불안감이 강하게 든다. 여기에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체력과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부모님의 모습... 이런 나를 본다면 누군가는 '헤매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15년 차 방송작가 임승주의 산문집 <기꺼이 헤매는 마음>의 제목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헤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구나 싶었고, '어차피 헤매는 것, 기꺼이 헤매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책을 읽으며 상상한 저자의 모습은 자유분방한 사람보다는 성실한 모범생에 가깝다. 인생 최대의 일탈이 학창 시절 좋아하는 농구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야간 자율 학습을 빠진 것이고(그것도 딱 한 번), 할 일이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할 때에는 TO DO LIST를 만들거나 다꾸를 하고, 커피 한 잔 고를 때에도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스 카페라테만 주문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마도 나와 MBTI가 같거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혹시 ISFJ?). 


뭐든 계획대로 하는 것이 좋고 계획대로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니 큰일이 생길 때는 물론이고 작은 일만 생겨도 혼란을 느끼고 헤맬 수밖에.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첫 직장을 박차고 나와 방송아카데미 구성작가 과정에 등록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수업 내용이 흘러갔을 때, 어렵게 섭외한 인터뷰이가 갑자기 거절을 해오거나 예측 못한 일이 생겨서 준비한 원고가 소용없게 되었을 때, 갑자기 병이 나서 스케줄에 차질이 생겼을 때 얼마나 당황하고 힘들었을지 너무나 공감이 되고 내 일처럼 안타까웠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추억이 되고 교훈이 남는 건 어째서일까. 저자는 방송아카데미 시절 쓸데없다고 느꼈던 수업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유난히 애를 먹은 촬영이 가장 보람 있었고, 아파서 쉴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 덕분에 절이나 교회, 사원 등에서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기도하고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쓴다. 그러니 삶이 태클을 걸어올 때마다 '기꺼이' 걸려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이해 가능한 슬픔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면 넓어졌지, 좁아지진 않을 것이다. 넘어지고 실패하고 이별하고 세상 무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슬픔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이기에, 그것에 성장이라 이름 붙이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오늘의 우리는 다들 힘들고, 그 힘들다는 이야기를 나는 이렇게나 길게 길게 쓰고 있다." (246-7쪽) 


올해는 힘들었지만 내년에는 더 힘들 수도 있고, 어쩌면 매년 점점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 때마다 무너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점점 더 강해지는 내가 되기를(암 안티프래질~ 안티프래질~). 헤매지 않고 지루하게 살기보다, 기꺼이 헤매며 즐겁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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