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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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정멜멜 작가의 이름을 많이 들었다. '여둘톡' 황선우 작가님의 인터뷰집 <멋있으면 다 언니>, '편집자K' 강윤정 편집자가 만든 <디 에센셜 한강>의 사진 작업을 한 분이 정멜멜 작가라고 들었고, 그 밖에도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정멜멜 작가에 대한 예찬을 접했다. 그래서 대체 어떤 이력을 거쳐온 분일까,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는 분일까 궁금했는데, 마침 정멜멜 작가님의 에세이집이 보여서 읽어보았다. 


사진가의 책 하면 보통 사진과 에세이가 결합된 형식을 상상하기 쉽고, 주로 저자의 사진 철학이나 사진 찍는 방식 등을 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어떻게 퇴사를 결심하고 자영업자의 길을 택했는지, 어떤 식으로 스튜디오와 빈티지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 작업실을 옮기면서 경험한 시행착오부터 친구나 가족과 동업을 할 때의 장단점, 상점에 들일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나 손님을 접대하면서 배운 것들 같은 내용이 나와서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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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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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대표작 하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어린 왕자>일 테지만, 생텍쥐페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어린 왕자>보다는 <야간비행>을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1931년에 발표된 생텍쥐페리의 두 번째 소설 <야간비행>에는 작가인 동시에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직접 아르헨티나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했던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밤낮 가리지 않고 비행기가 운행되지만,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였던 시절에는 조종을 담당하는 조종사와 무선을 담당하는 무선사가 반드시 한 팀을 이루어서 탑승해야 할 만큼 비행기 기술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항로도 개척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낮에도 위험한 비행을 밤에 하는 게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보는 여론의 비율이 높았고, 이는 항공 회사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야간비행을 수행한 조종사들이 있었고, 이들의 뒤에는 이들을 지휘, 감독하는 책임자와 감독관, 이들을 서포트하는 무선사, 정비사, 잡역부, 가족 등이 있었다. 소설은 이러한 인물들의 상황과 입장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장이 배경이고 인물들이 각자의 직책이나 사내에서의 입지에 따라 어떠한 인식 또는 행동의 차이를 보이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설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케이도 준이 떠오르기도 한다.) 


오피스 드라마라는 장르가 떠오를 만큼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문체도 <어린 왕자>에 비해 훨씬 건조한 편이지만, 이 소설에는 작가가 훗날 <어린 왕자>를 쓸 법하다 싶은 대목도 종종 나온다. 조종사 파비앵이 홀로 드넓은 자연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비행기 조종사와 양 치는 목동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대목이 그랬고, 오랜 시간 어두운 밤 하늘을 비행하며 고독감에 사로잡힌 파비앵이 문득 어느 농가의 불 켜진 모습을 보고 마치 밤 바다의 등대 같다고 느끼는 대목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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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 - 책 좋아하는 당신과 나누고픈 열 가지 독서담
윤성근 지음 / 드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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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 작가는 자신의 헌책방에서 읽은 책들과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쓴다. 그 중 <헌책방 기담 수집가>는 내가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재미+감동+유익함 등 여러 면에서) 훌륭하기로 열 손가락 안에 들 만하고, 뒤이어 읽은 이 책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도 못지 않게 훌륭하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가 제목 그대로 헌책방에서 겪은 기담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라면,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손꼽히는 다독가였고 종국에는 IT 기업을 그만두고 헌책방 주인까지 된 저자가 책 읽는 방법 10가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책 읽는 기술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자기 계발서 풍의 책은 아니고, 저자가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이제까지 읽은 책들 중에 소개하고 싶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형식의 책이다. 


저자는 어떤 식으로 읽을 책을 고를까. 저자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청년이었을 때는 어땠을까 궁금해하다가 아버지가 청년 시절을 보낸 1960년대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1960년대의 한국은 박정희, 미국은 우드스톡 페스티벌과 비트 세대, 유럽은 68혁명과 실존주의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 비트 세대와 실존주의에 관해 깊이 파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르트르와 카뮈, 사뮈엘 베케트 등의 저작을 섭렵하게 되었고, 프랑스의 한 시대를 자세히 알고 나니 프랑스의 다른 시대(특히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와 다른 유럽 국가들의 문학, 철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책은 때로 우리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데려간다. 누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는가? 오히려 책은 길을 잃게 만들기에 더 매력적인 물건이다. 우리는 그렇게 잃어버린 길 위에서 방황하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길로 흘러 들어간다. 계획된 것은 무엇도 없으며 운명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369쪽) 


저자의 독서 목록에는 인물들의 평전이나 철학, 사학, 문학 등 인문학 분야의 책이 많은데, 딱 한 권 있는, 평전도 아니고 인문학 분야에 속하지도 않는 책이 마침 나도 읽었고 몹시 좋아하는 책이라서 반가웠다. 그 책은 바로 사토우치 아이의 <모험도감>. 저자는 이 책을 어른이 된 후에 서점에서 보았다고 했는데, 나는 이 책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모님께 선물로 받아서 읽었다. 동화나 만화를 좋아했던 동생과 달리, 나는 이 책을 주야장천 읽었고 그 결과 유튜브에서 캠핑 영상 보는 걸 좋아하지만 직접 캠핑을 하지는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책 읽는 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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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하라다 히카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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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태기(책+권태기)에 빠져 있던 나를 다시 책 삼매경에 빠지게 만든 책이다. 원래는 하라다 히카의 <낮술>이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구입하려다가 이 책이 먼저 눈에 띄어서 샀는데, 읽어보니 과연 재미있어서 하라다 히카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 


이 소설은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상황도 다르지만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한 가족 네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IT 기업에 다니며 안정적으로 경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존경하는 여자 선배가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같은 처지가 될 것 같아 불안을 느끼는 이십 대의 여동생 미호, 사랑하는 남자와 일찍 가정을 이뤘지만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만으로는 친구들처럼 풍족하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초조함을 느끼는 삼십 대의 언니 마호, 아내를 밥 짓는 기계로 여기는 남편에게 불만을 느끼는 오십 대의 엄마 도모코, 연금과 자식들이 주는 용돈만으로는 살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칠십 대의 할머니 고토코 등이다. 여기에 고토코 할머니의 친구이자 프리터인 오십 대 남성 야스오의 이야기가 고명처럼 얹혀 있는데, 야스오는 말 그대로 고명이고 핵심은 네 여자다. ​ ​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지식이나 절약 노하우를 습득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때 유행했던 '00천재가 된 홍대리' 시리즈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푼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 절약을 하고 싶으면 가계부부터 써라 등 <절약 천재가 된 홍대리>에 나올 법한 조언들...) 그렇지만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과거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떤 식의 경제 교육을 받았고 그 결과 경제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게 되었으며, 현재 어떤 처지에 놓여 있고 향후 어떻게 될 거라고 인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통의 스토리텔링 형식의 재테크 책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도 결국 돈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수단이지, 인생 그 자체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고... ​ 


개인적으로는 나처럼 비혼인 여동생 미호보다, 나와 같은 삼십 대인 언니 마호에게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한 푼이라도 모아보려고 틈만 나면 설문조사, 출석체크, 각종 앱테크하고,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뭐 사고 싶으면 일단 중고 장터부터 둘러보는 사람 나야 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십 대, 삼십 대 내내 회사에서 들러리 취급 당하고 사십 대가 되자마자 회사에서 쫓겨난 미호의 선배 이야기는 정말 남 이야기 같지가 않다. 이걸 개인의 능력 부족 탓하는 미호의 남자친구... (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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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못 봤어? - Missing Memories
제이제이 지음 / 종이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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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면 보이지 않는 물건들, 잃어버린 물건들에 관한 상상을 재미있는 동화로 풀었네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크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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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1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치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키치 2022-12-16 08: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