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2
아이하라 아키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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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의 세상을 살아본 적 없는 세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태어난 이후로 줄곧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생활해온 이들은 타인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의 얼굴을 보이는 것이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보여주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다소 과한 생각 같은 감이 없지 않지만 (만화에 따르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내가 팬데믹 이전의 세상을 살아본 세대라서 그렇고, 팬데믹 이후의 세상밖에 모르는 신인류에게는 오히려 이게 상식일 수 있다고... 


2권에서 하타는 V-21 바이러스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 간 격리된 시설에서 지내게 된다. 1권에서 하타는 에리카와 단둘이 시내로 놀러 갔을 때 데모하는 사람들 옆을 지나간 적이 있는데 그 때 V-21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짐작된다. 하타는 격리 시설에서 자신처럼 접촉자로 분류된 미모의 여성 시이나 나미를 알게 된다. 심심한 두 사람은 영상 통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하루 종일 (비록 영상 통화이지만) 서로만 보고 있어서 그런지 점점 정이 든다. (격리 시설에서도 여자를 사귀다니. 대단하다 하타... 사실은 엄청난 미남?) 


2권에는 도쿄가 봉쇄되기 전에 하타가 겪은 일을 보여주는 과거 에피소드도 실려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서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약국 앞에 줄을 서고, 음식점을 비롯한 가게들은 손님이 없어서 문을 닫고, 외출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가정의 불화가 전보다 심해진 모습 등 실제로 팬데믹 상황이 심각했을 때 일어났던 일들이 묘사된 것을 보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상황일 때 어른들 말고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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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1
아이하라 아키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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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팬데믹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외출을 하면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다. 아이하라 아키토의 만화 <뉴 노멀>은 이런 식으로 마스크 착용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들은 팬데믹 이후에 태어나 지금까지 가족 이외의 타인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의 얼굴을 보인 적 없는 고등학생들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타인의 입을 보는 것은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보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 ​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하타는 우연히 같은 반 여학생 나츠키의 입을 보게 된다. 급수대에 물을 뜨러 갔다가 마침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고 있던 나츠키의 입을 본 것이다. 단지 그뿐인데, 그 전까지 타인의 입을 본 적 없는 두 사람은 보아선 안 되는 것을 보았다/보여선 안 되는 것을 보였다는 생각에 부끄러워하고 어색해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서로의 입을 '오픈'한 두 사람은 이후 부쩍 가까워져서, 팬데믹 이전에는 할 수 있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할 수 없게 된 여러 가지 일들을 함께 해보기로 한다. 이를테면 야외에서 도시락 먹기 같은 일. ​ 


나로서는 팬데믹 이전에 수없이 해본 일을, 이들은 오래된 영화에서 본 - 꿈만 같은 일로 생각한다는 게 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들처럼 팬데믹 이후에 태어나 남들 앞에서 마스크를 벗어본 일이 없는 아이들이 이들만한 나이가 되면 정말 이런 세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했다. ​ ​ 


1권 후반에서 하타는 또 다시 우연히(!) 신입생 히나타 에리카의 입을 보게 되고, 이 일로 에리카에게 책임지라는 말을 듣게 된다. 나츠키도 하타가 아닌 다른 남자의 입을 보게 되는데, 그는 팬데믹 이전 시대를 살았던 방역대원 사가라다. 앞으로 이 네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은데, 팬데믹이라는 시의성 높은 문제를 다루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러브 코미디 같은 느낌이라서 술술 읽힌다. 여성향보다는 남성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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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라이프 2 - 매일 함께 산책편
타카기 나오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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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m 라이프>, <혼자살기 5년차>, <마라톤 1년차>,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등의 책을 쓴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타카기 나오코의 신간이 나왔다. 타카기 나오코의 오랜 팬인 동생 덕분에 이 작가의 모든 책을 읽었는데(심지어 어떤 책들은 원서로 읽었다), 몇 년 전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예전과 같은 속도로 신간이 나오지 않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그토록 기다렸던 신간이 이렇게 나오니 반갑고 기쁘지 않을 수가... ㅎㅎ 


타카기 나오코는 20대 초반에 상경한 후 일러스트레이터 일을 시작해 30대 후반까지 열심히 일하며 마라톤, 여행, 미식 등의 취미에 도전했다. 그러다 40대가 되자마자 같은 40대인 남성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결혼-임신-출산 과정을 클리어. 42세에 첫 딸 무짱을 얻었다. <엄마 라이프> 1권은 무짱 임신 후 20개월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엄마 라이프> 2권은 21개월부터 유치원 입학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는 무짱이 걸을 줄도 알고 엄마, 아빠 같은 기본적인 말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아기라서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저자는 하루 종일 무짱을 돌보다 해야 하는 일을 못할 때도 많고, 무짱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전과 같은 속도와 에너지로 일을 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무짱을 보면 더없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이것이 엄마의 마음일까. 


책에는 글자 배우기와 배변 훈련, 기저귀 떼기 등 아이의 발달 과정을 담은 에피소드도 있고, 집에서 무짱의 머리를 잘라준 일, 처음으로 무짱과 단둘이 신칸센 기차를 타고 고향의 부모님 집에 갔던 일, 음악교실 발표회에서 생긴 일 등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있다. 남편의 본가를 재건축하면서 1층에는 시어머니, 2층에는 저자 가족이 살게 되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는 시간이 늘면서 저자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서 좋다고 하니 팬으로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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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밤하늘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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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소재와 장르도 김영하 작가가 손을 대면 색다른 느낌이 든다. <아랑은 왜>는 역사추리소설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스토리텔링의 원리와 기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듯 보였고,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연쇄살인범이 나오는 스릴러 소설처럼 보이지만 기억의 모호성과 불완전성에 대한 은유로도 읽혔다. 신작 <작별인사>도 예외는 아니다. 설정만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를 연상케 하는 SF 소설 같지만(실제로도 그렇지만), 막상 읽어보니 소재와 장르는 거들 뿐, 실제로는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 으레 그렇듯이) (온갖 시련과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에 관한 성찰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아버지,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쾌적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살아온 소년 철이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닐 리가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은 아버지에게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자신이 아버지의 말을 좀 더 잘 들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자책하기도 하고, 이제 더는 예전과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없다는 사실에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식의 감정과 상태 변화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애도의 5단계(부인, 분노, 협상, 우울, 수용)를 따르는 듯 보이고, 이는 역으로 철이가 (휴머노이드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인간다운지, 인간인지를 보여준다. 


"나고 자라고 죽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는 존재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까를 고민했다. 선이가 죽고 혼자 남겨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달마처럼 순수한 의식으로 영생하게 될까? 나의 마음은 점점 반대로 기울었다. 내가 하나의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야 할 것이다." (286쪽)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인 '노화'와 '죽음'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휴머노이드 철이는, 오히려 자신이 인간처럼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노화와 죽음을 갈망한다. 늙음보다는 젊음을, 죽음보다는 삶을 택할 대부분의 인간들과는 다른 생각이라서 신선했고, 타고난 조건이나 정해진 경로와는 다른 선택을 희구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지극히 인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조건대로 살고 정해진 경로만을 걷는 것은 인간 아닌 로봇의 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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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6
와카키 타미키 지음,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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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각이 없는 두 남녀가 싱글이면 해외 전근 갈 확률이 높다는 말을 듣고 위장 결혼을 감행했다가 예비 부부 행세를 하다 보니 진짜로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는 내용의 만화다. 5권까지는 위장 결혼을 선택한 리카와 타쿠야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6권부터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인정하고 (위장이 아닌) 진짜 결혼을 하기로 한 두 사람이 여러 문제들에 부딪치는 모습을 그린다. 


혼인 신고서를 사이에 두고 앉은 리카와 타쿠야는 결혼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프러포즈, 양가 가족에게 인사, 예물 교환, 청첩장 발송, 결혼식, 피로연, 신혼여행...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과정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둘이 함께 살 '집'이다. 곧바로 리카와 타쿠야는 신혼 살림을 차릴 집을 보러 다니는데, 각자의 월세를 합치면 예상보다 훨씬 넓고 위치가 좋은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뻐한다. (실제로 일본이나 한국이나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내 집 마련 아닐까...) 


리카와 타쿠야에게 집 구하기보다 어려운 건 부모님에게 알리기인 걸로 보이는데, 이건 아마도 리카의 부모님이 오래 전에 이혼했고 리카가 성인이 된 이후로는 연락을 거의 안 하고 지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진작에 리카와 만난 적 있는 타쿠야 쪽 가족들은 당연히 쌍수 들고 환영한다 ㅎㅎ). 그나저나 이 커플, 아직 스킨십 진도가 키스에 멈춰있는데요... 과연 결혼 전에 어디까지 진전이 있으려나. 설렘 반 걱정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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