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각본
박찬욱.정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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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웨스 앤더슨의 영화 몇 편을 연달아 보면서, 영화를 다른 예술 장르와 구분되게 하는 속성은 결국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는 독특하고 아름답고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올 뿐 아니라 그 장면들이 일련의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서 더욱 훌륭하게 느껴졌다. 대사와 음악도 장면과 잘 어우러져 있어서 영화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가 탁월했다. 


장면을 보느라 단어나 문장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놓친 대사들이 있을까 싶어서 각본집을 읽어봤다. 영화와 거의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책소개 글을 보니 서래가 직접 지어낸 <산해경> 이야기와 이포로 떠난 해준이 전해 듣게 되는 질곡동 사건의 후일담 등은 영화에 없다고 한다(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는 주의 깊게 보지 않았는데 책으로 보니 중요하게 여겨지는 장면들이 있어서 조만간 2회차 관람을 할 예정이다. (아마도) 이 책이 잘 팔려서 스토리보드북도 출간되었던데, 스토리보드북을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이 들려나. 스토리보드북 사면 내 통장 잔고 붕괴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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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
황선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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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이자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의 진행자 황선우의 에세이집이다. 일에 관한 책이라고 들었는데, 읽어보니 일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대기업 산하의 잡지 에디터였고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직장인과 프리랜서의 일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40대 비혼 여성으로서 혼자서도 잘 사는 법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사는 법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20년 넘게 잡지 에디터로 일한 저자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평균적으로 만나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느낀 건,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잘난 사람이라도 메일이나 전화 통화를 할 때 매너가 좋지 않으면 기분이 안 좋고 결과도 안 좋다. 반대로 업무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 쓰고 정중한 자세로 임하는 사람은, 그것이 거절 메일이고 전화일지라도 좋게 평가하게 되고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연봉 협상 팁도 나온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자기가 그동안 무슨 일을 했고 얼마나 잘했는지 스스로 알리기는 쉽지 않다. 저자도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다가 이 대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자기도 모르는 자기 가치를 우리가 왜 인정해 줍니까." 세상은 가만히 있는 사람을 저절로 알아주지 않는다. 열 번 백 번을 떠들어도 한 번 들어줄까 말까다. 그러니 평상시에는 물론이고 연봉 협상 같은 중요한 시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취와 업적을 알려야 한다. 


상속받을 자산이 없는 한 누구나 한 번은 프리랜서가 되거나 창업을 해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저자 역시 오랫동안 직장에 다니고 싶었지만 건강 악화를 비롯한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었다. 같은 프리랜서라고 해도 분야에 따라, 경력에 따라, 성격이나 취향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한 사람의 방법만 따르지 말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외향인(E)인 저자는 집에서'만' 일하는 것이 힘들어서 공유형 오피스에서 일하고, 내향인(I)인 김하나 작가는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집에서 일한다. 


프리랜서는 일한 만큼 벌고, 일한 만큼 몸이 축난다. 그러니 일이 많을 때에도 적을 때에도 꾸준히 틈틈이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러닝, 수영, 요가 등 다양한 운동을 오랫동안 하고 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탁구, 배드민턴 등 새로운 운동을 시도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운동을 통해 몸만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 사람도 만나고 지역 사회와도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나도 걷기 말고 다른 운동(?)에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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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아노 -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튼 시리즈 48
김겨울 지음 / 제철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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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뮤지션, 작가, 라디오 DJ 등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겨울 님의 책이다. 저자가 피아노를 애정한다는 사실과, 피아노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가 피아노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쓴 책 <아무튼, 피아노>가 출간되었을 때,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는데 과연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책이군요... 


저자는 오래 전부터 피아노를 좋아해왔다. 여덟 살 위의 언니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서 자신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부모를 졸랐다. 덕분에 많은 아이들보다 일찍 피아노를 배웠고, 대회에 나가서 입상도 했다. 이대로 쭉 피아노를 배워서 프로 피아니스트가 싶었지만 집안 사정상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게 오랫동안 한이 되어 중,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내내 괴로웠다. "나는 피아노를 어떤 상실의 상징으로서, 될 수 있었으나 될 수 없었던 것, 고통스럽게 내놓아야 했던 모든 것의 반영으로서 받아들였다." (28쪽) 


대학에 입학한 이후 아르바이트로 번 수입의 대부분을 레슨비로 썼다. 기타, 발레, 재즈 피아노 등등을 배웠는데, 그 모든 게 사실은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스물여덟 살 때 다시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곡 작업에도 피아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팬미팅에서도 피아노를 연주한다. 이제부터 하루 열 몇 시간을 연습해도 프로 피아니스트가 될 가능성은 적겠지만, 자신의 삶에서 피아노가 빠지면 얼마나 괴로운지를 처절하게 배웠기에, 꾸준히 길게, 대충 하는 듯 보여도 열심히 피아노를 즐길 생각이다. 


책에는 저자와 피아노의 인연 외에도 피아노라는 악기의 역사와 특징, 장단점과 매력, 피아노 연주곡의 종류와 대표곡, 피아노 초보자들을 위한 피아노 연주곡 즐기는 법 등이 담겨 있다. 초등학교 때 3년 정도 피아노를 배웠지만 다 잊어버린 나로서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대목도 있었지만(음표나 계명이 나오는 대목이라든가...), 저자가 얼마나 피아노를 좋아하는지,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피아노가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지는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중략) 글을 읽을 때보다 쓸 때, 춤을 볼 때보다 출 때, 피아노를 들을 때보다 칠 때 나는 구석구석 사랑하고 티끌까지 고심하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있게 된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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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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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 에디터 출신으로 극도의 맥시멀리스트였던 저자는, 어느 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결과 필요 이상의 물건들을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고 있고, 이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느라 건강을 해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하루에 하나씩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비우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일과 생활, 소유와 무소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게 되었다. 그 과정을 담은 책이 <오늘도 비움>이다. 


이 책은 의생활, 식생활, 주거, 라이프 스타일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한때 시즌마다 쏟아지는 최신 옷과 가방을 습관처럼 구입했고, 구두는 200켤레 이상 소유하기도 했다. 비움을 실천한 현재, 저자는 심플하게 입되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고, 가방은 클러치백과 에코백을 애용한다. 신발은 스무 켤레를 넘지 않고, 옷은 세탁소에서 받은 공짜 옷걸이 대신 비싸지만 튼튼한 원목 옷걸이를 구입해 여기에 걸 수 있는 양의 옷만 소유한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 나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화장품이나 헤어 제품, 세제 등도 무해한 제품들만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도 마시지 않고, 브래지어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꼼꼼하게 따져보고 엄격한 기준으로 선택된 물건들만 소유하니 집안이 깔끔하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안 쓰면 이상해 보일 것 같아서 물건을 사는 대신, 내가 좋아서, 직접 써보니까 정말 괜찮아서 물건을 사는 습관을 들이니 정리와 청소도 쉬워지고 돈도 절약된다. 


이제 저자는 가치가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산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대신 그릇이나 향초처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품목에는 돈을 쓰는 것으로 소비에 대한 욕구를 푼다. 물건보다는 경험에 돈을 쓴다. 화장품을 사는 대신 피부과에 가고,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제에 돈을 쓰는 대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매년 생일 유언장을 갱신하며 자신이 가진 것(남길 것)들을 점검한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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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루틴 - 하루를 설레게 만드는 작은 습관
쓰카모토 료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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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시간을 앞당기고 싶어서 취침 시간을 앞당겨 보았는데 전혀 효과가 없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모닝 루틴>이다. 저자 쓰카모토 료는 고교 시절 선생님들조차 포기한 문제아였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정학을 맞게 되어 몇 주 동안 집에 있게 되었는데, 그 때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지고 이대로 있으면 정말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 차리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 결과 명문 도시샤 대학 입학,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원 유학, 현재는 유학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꾼 비결로 '모닝 루틴'을 든다. 이제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저자는 그동안 흘려보낸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자는 시간에 일어나서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같은 양을 공부해도 저녁보다 아침에 공부하는 편이 훨씬 효율이 높았다. 어려운 내용도 저녁보다 아침에 훨씬 잘 이해가 되었다. 이는 우리의 뇌가 자는 동안 정비되기 때문이다. 이 말인 즉슨, 자고 일어난 직후의 뇌는 방금 정비를 마친 차처럼 말끔한 상태라는 뜻이다. 

책에는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것의 장점과 아침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이 나온다. 아침 시간을 활용하면 일이나 공부의 효율이 높아진다. 기상 후 2~3시간은 두뇌의 골든 타임이다. 이 시간에 어려운 책을 읽거나 집중력이 필요한 공부를 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침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자기 효능감이 높아져 자신감이 생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저녁 시간을 잘 활용하게 된다(모임과 음주를 줄이고, 게임과 영상 시청을 자제하게 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팁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갓 내린 커피 마시기, 초콜릿 먹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상 보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행위를 루틴으로 추가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반대로 자기 전에 입욕하기,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하기, 과식하기 등 기상을 방해하는 요인은 제거하는 것이 좋다. 자기 전에 오늘 있었던 일과 내일 할 일을 노트에 적는 것도 일찍 잠 드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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