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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
한은형 지음 / 이봄 / 2021년 2월
평점 :

소설가 한은형의 독서 에세이집이다. '인물 수집'이 취미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그동안 읽은 다양한 외국 소설 속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언급되는 소설은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제인 오스틴 <엠마>, 이언 매큐언 <속죄>,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등 근현대의 세계 명작들이다.
신기한 건, 저자가 소개하는 작품들을 대부분 읽었고 저자가 거론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대부분 알고 있는데도, 저자의 시선을 통해 작품을 다시 읽고 인물들을 다시 바라보니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가령 <위대한 개츠비>에 이렇게 매력적인 여성들이 등장했던가. 그동안 <위대한 개츠비>를 여러 번 읽고 영화로도 봤지만, 개츠비와 닉에게만 주목했지 데이지와 베이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주목한 적이 없다(데이지는 워낙 중요한 인물이라서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베이커는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남성 캐릭터들만 보느라 중요성을 축소해서 인식하거나 존재조차 잊어버린 여성 캐릭터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을까. 스탕달 <적과 흑>,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등도 읽을 때는 평범한(지루한) 연애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저자의 시선으로 다시 보니 문제적 인물이 등장하는 전복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 책을 가이드북 삼아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을 하나씩 읽으며 고전 명작들을 섭렵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