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타가 있는 생활 4
아사히나 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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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회사에서 매장 스태프로 일하는 아이자와 유카리는 동거하던 남친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길로 집을 나온다. 달리 지낼 곳이 없어서 오빠가 소개해준 남성의 집에 얹혀살게 되는데, 무타라는 이 남성은 소유도 소비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극도의 미니멀리스트이다. 맥시멀리스트인 유카리는 미니멀리스트인 무타와의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설레지 않는 것은 버리는 무타의 생활 방식 & 사고 방식에 점점 감화된다.


<무타가 있는 생활> 4권은 무타의 자칭 약혼자인 유리가 무타와 유카리가 사귀는 줄 알고 둘 사이를 방해하기 위해 유카리의 전 남친인 진에게 손을 뻗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유리보다 먼저 무타와 유카리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던 진은 유카리의 제안을 곧바로 수락하고 두 사람이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도록 애쓴다. 하지만 무타와의 생활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필요하지 않은 건 바로 처분하는 법을 배운 유카리는 좀처럼 진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완결권인 만큼 이 만화의 발단이자 문제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유카리의 전남친 진의 사연이 자세하게 나온다. 진도 무타도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관계든 물건이든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된 것이라고. 그에 반해 진과 무타와의 생활을 모두 경험한 유카리는 맥시멀리스트와 미니멀리스트 중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이 되지 않고 균형을 잘 취해서 일도 연애도 잘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1권을 읽을 때는 상상조차 못한 성장을 보여준 유카리가 너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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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노 윤무곡 3
카와치 하루카 지음, 김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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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의 메밀국숫집 아들 아가와 류헤이는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사는 열 살 연상의 누나 무사시바라 타마키를 짝사랑 해왔다. 타마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타마키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발레 교실에 등록해 발레를 배우기도 하고, 타마키가 즐겨 쓰는 소품들을 눈여겨 봤다가 똑같은 걸 찾아 다닌 적도 있다. 그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타마키는 류헤이를 막내 동생 같은 존재로만 여겼고, 그런 타마키에게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던 차에 키누가사라는 라이벌이 등장한다.


<무사시노 윤무곡> 3권은 키누가사의 등장으로 마음이 조급해진 류헤이가 타마키에게 데이트를 제안한 이후의 상황이 펼쳐진다. 류헤이는 타마키가 어릴 때 캠핑카에 타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일기에 쓴 걸 기억하고 캠핑카를 예약해 타마키를 데리고 캠핑장에 간다. 타마키는 자신이 한 사소한 말이나 행동도 기억하고 있는 류헤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지만, 이 감정은 분명 다른 남자들과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할 때 느꼈던 감정과는 다르다는 생각도 한다. 이와중에 전처 문제로 타마키의 집에 얹혀 살고 있는 키누가사가 둘의 캠핑 데이트를 눈치 채고 질투심을 불태운다.


1,2권까지는 괜찮았는데 3권을 읽으면서 이 만화는 나와 잘 안 맞는다고 느꼈다. 여주가 엄청 좋아하는 남자와 연애하는 이야기라면 모를까,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연애하는 이야기는 읽기가 힘든 것 같다. 근데 이 만화(+아가와 류헤이)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걸 보면 이성애 로맨스 독자들은 남성 캐릭터(들)가 여주를 엄청 좋아하는 상황을 즐기나 보다(나는 아님)개인적으로는 메인인 세 사람의 서사보다 서브인 분타나 마리나의 서사가 더 흥미롭다. 드라마 보려고 원작 만화 보기 시작한 건데 드라마도 볼지 말지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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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노 윤무곡 2
카와치 하루카 지음, 김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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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 싱글 여성 무사시바라 타마키는 현재 두 남성에게 맹렬한 대시를 받고 있다. 한 명은 어릴 때부터 봐온 옆집에 사는 열 살 연하의 메밀국수집 아들 아가와 류헤이이고, 다른 한 명은 동생 분타가 일하는 양복점에서 재단사로 재직 중인 키누가사 타모츠다. 타마키는 친동생보다도 어린 류헤이를 연애 대상으로 본 적이 없고, 류헤이는 그런 타마키가 야속하다. 자신을 남성으로도 의식하지 않는 타마키가 키누가사를 처음 본 순간 '여성'으로 바뀌는 걸 보고 더욱 애를 태우고 있는 상태다.


<무사시노 윤무곡> 2권에서 타마키가 키누가사의 집까지 방문한 사실을 알게 된 류헤이는 두 사람이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방해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타마키와 키누가사가 염색 수업을 핑계로 또 만날 것을 알게 된 류헤이는 자신들의 집 정원에서 수업을 하라고 제안한다. 수업 당일 타마키의 예상대로 류헤이와 키누가와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불편해진 타마키는 친구인 마리나에게 얼마 전 류헤이에게 고백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2권까지 봤을 때 이 만화의 재미있는 점은 이성애자 성인 남성 두 사람이 한 여자를 사이에 놓고 때로는 유치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류헤이나 키누가사나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는 어엿하고 차분하고 이성 동성 가리지 않고 인기 있을 타입인데, 그런 두 사람이 한 여자를 두고 평소답지 않게 열을 내는 모습이나 서로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질투하는 모습을 보는 게 묘한 재미를 준다. 물론 둘 사이에 낀 타마키 입장에선 죽을 맛이겠지만... (오히려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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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노 윤무곡 1
카와치 하루카 지음, 김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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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가족처럼 지낸 열 살 위 옆집 누나를 스물다섯이 넘도록 좋아할 수 있을까. 아기 때부터 본, 친동생보다 어린 열 살 아래의 옆집 남동생을 연애 대상으로 볼 수 있을까. <세키네 씨의 사랑>, <여름 눈 랑데부>, <눈물비와 세레나데> 등을 그린 카와치 하루카의 최근작 <무사시노 윤무곡>는 독자로 하여금 이런 의문을 품게 하는 만화다.


메밀국숫집 아들인 아가와 류헤이는 어릴 때부터 옆집 누나 무사시바라 타마키를 짝사랑 해왔다. 타마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타마키가 강사로 일하는 발레 교실에 등록해 몸에 딱 달라붙는 타이즈를 입는 수모(?)를 감수하며 발레를 배운 적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류헤이가 아기일 때부터 류헤이를 봐왔던 타마키는 류헤이를 연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게다가 매번 잘 안 될 게 뻔해 보이는 연애만 반복해, 곁에서 지켜보는 류헤이의 마음을 더욱 애처롭게 만든다.


<무사시노 윤무곡> 1권은 주인공인 류헤이와 타마키의 서사 외에 타마키의 남동생 분타, 타마키의 새로운 썸남 키누가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과묵한 순정남 류헤이와 이성은 물론 동성도 홀릴 정도의 미모를 지닌 분타, 미스테리어스한 매력을 풍기는 키누가사 모두 흥미로운 캐릭터들이지만, 개인적으로 타마키의 친구이자 렌지라는 네 살 짜리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마리나의 서사가 재미있었다(힌트 : 류헤이와 대칭을 이루는 짝사랑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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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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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사람을 두고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고 말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상대의 결점이나 단점을 정확히 못 보고 장점만 크게 본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사랑뿐일까. 어쩌면 친구나 동료 사이에도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상대를 실제보다 좋게 보고 나중에야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아니면 계속 눈에 콩깍지가 씌인 상태로 관계를 이어가든지. 김화진의 첫 장편소설 <동경>을 읽으며 생각한 것들이다.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친구이자 동료가 나온다. 아름과 해든은 민아가 진행하는 인형 리페인팅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수업이 끝날 때쯤 세 사람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민아는 자신의 리페인팅 회사를 차리면서 아름과 해든에게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리페인팅도 좋지만 민아가 더 좋았던 아름은 민아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 반면, 해든은 전공인 사진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민아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 후로 육 년 동안 민아의 회사에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은 아름은 자신이 더 이상 리페인팅을 좋아하지 않고 사진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민아는 일견 성공한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민아의 내면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말 못한 비밀과 불안이 많이 있다.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엄마에게조차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지 못하는 민아는 자신의 감정을 언제나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름을 내심 부러워 한다. 해든은 자세한 사연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처럼 내면에 그늘진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민아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반면, 내면에 그늘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아름에게 시기심 또는 답답함을 느낀다. 아름은 민아의 회사를 떠난 후 해든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되는데, 친구로서 해든을 좋아하는 마음과 부하로서 해든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부딪치면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아름과 민아, 해든은 서로를 어느 정도 이상화(idealization)한다. 상대를 이상화하는 정도가 가장 심한 인물은 아름이지만, 민아와 해든 또한 아름은 자신들과 다르게 밝고 솔직하다고 단정한다든지, 불우한 가정사나 위험한 습관, 현실의 불안 등을 다른 두 사람에게 털어놓으면 관계가 무너질 거라고 지레짐작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생각(idea)에 갇혀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아름이 나같다고 생각했다가, 그 다음에는 민아가 나같다고 생각했다가, 해든이 나같다고 생각했다가, 마지막에는 아름도 민아도 해든도 나와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름이 나같다고 생각한 건 아름의 우유부단한 면 때문이고, 민아가 나같다고 생각한 건 힘든 이야기를 남에게 잘 털어놓지 못하는 면 때문이고, 해든이 나같다고 생각한 건 나와 다른 면을 가진 사람을 좀처럼 수용하지 못하는 면 때문이다. 그들 모두가 나와 같지 않다고 생각한 건, 아름의 우유부단함은 다정함의 다른 이름이고, 민아의 과묵함은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고, 해든의 완고함은 단단함의 다른 이름이란 걸 깨닫고 난 다음이다.


아름과 민아, 해든은 그대로인데 나의 평가만 달라진 걸 보면 나는 나와 비슷한 단점을 가진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나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데 심리적 저항감이 있는 것 같다. 전자는 민아, 해든과 비슷하고, 후자는 아름과 비슷하니 역시 나는 이들 셋 모두와 비슷한 걸까. 나같기도 하고 나같지 않기도 한 세 사람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내 마음의 거울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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