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철의 발할리안 5
마츠바라 토시미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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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사가 북유럽 신화 속 장소인 발할라에서 환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츠바라 토시미츠의 만화 <흑철의 발할리안>은 바로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가마쿠라의 무사 소마 테츠지로는 가난 속에서 혼자 힘으로 아들 하나를 키우다 뜻하지 않게 목숨을 잃는다. 혼자 남은 아들을 걱정하는 그에게 발키리 족 소녀 흐리스트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발할라에 이미 와 있는 동서고금의 사전사(죽은 전사)들과 싸워 이기는 것이다.


5권에서 테츠지로는 일행과 함께 바이킹의 섬에 내린다. 바이킹의 섬에서는 세계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사실은 바이킹의 섬에 세계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수의 일부가 바이킹의 섬이다. 세계수의 본체에 도달하기 위해 바이킹의 섬을 공격하고 있는 인물은 나폴레옹으로, 테츠지로는 세계수를 지키고 발할라의 평화를 사수하기 위해 이 나폴레옹이 이끄는 부대와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인물들의 액션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화가 박진감 넘쳐서 보고만 있어도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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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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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리는 거대 미디어 대기업의 하청 업체인 '헥사'에서 콘텐츠 감수자로 일하고 있다. 말이 좋아 '콘텐츠 감수자'이지, 실상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물과 이미지, 영상들을 직접 모니터링 하면서 성적, 인종적, 정치적, 종교적 등등의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업무 시간 내내 끔찍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봐야 하는 데다가 화장실에 갈 시간도 넉넉히 안 주는 회사 규정 때문에 피곤하기는 하지만 케일리는 행복하다. 고객들의 폭언에 시달리며 고강도의 감정 노동을 해야 했던 이전 직장에 비하면 지금 직장은 대면 업무도 없고 보수도 높기 때문이다.


헥사에서 케일리는 애인도 만났다. 강도 높은 업무를 마친 후 동료들과 술 한 잔 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정해진 일과가 되었는데, 그때마다 케일리는 시흐리트에게 눈길이 갔고 시흐리트 역시 케일리에게 호감을 보였다. 결국 둘은 연인 사이가 되었고 한 집에서 지내며 더욱 더 가까워졌다. 어느 날 케일리는 시흐리트의 아름다운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자신은 별볼일 없었는데, 이제는 괜찮은 직업도 있고 마음을 터놓고 사귀는 친구들도 있고 매력적인 애인도 있다. 그러니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다짐했다. 그때는.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하나 베르부츠의 소설 <우리가 본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케일리는 일견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인다. 낮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친구들과 놀거나 애인과 사랑을 나누며 무난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의 일과에는 현대 사회의 폐해와 모순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일단 그가 일하는 헥사는 대기업 하청 업체로 겉보기에는 번듯해 보이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인 데다가 노동 조건은 가혹하기 그지 없다.


케일리의 업무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케일리를 비롯한 콘텐츠 감수자들은 하루 종일 동물 학대, 자해, 혐오 표현 등을 접하며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다'는 혐오 표현이지만 '모든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이다'는 혐오 표현이 아니라는 식의 애매모호한 규정도 그들을 괴롭게 만든다. 이들 대부분은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자각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직을 단념한다. 대부분의 직업이 AI로 대체되는 것이 시간 문제인 상황에서 비판이나 항의는 언감생심이다.


부제가 '나는 유해물 게시자입니다'이기도 해서 이 소설이 유해물 게시자의 경험담 또는 체험 수기 비슷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내 예상보다 한두 걸음 더 나아간다. 업무상 유해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케일리와 그의 동료들은 일상에서도 혐오 표현을 서슴지 않게 되고, 도파민 중독 증세를 보이며,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미디어와 콘텐츠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은 많아도 줄어들 가능성은 적기에 소설의 결말이 매우 끔찍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유해물 게시자 내지는 유포자로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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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담회 01 :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인물사담회 1
EBS <인물사담회> 제작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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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위인전을 즐겨 읽었다. 세종대왕, 이순신, 유관순, 간디, 헬렌 켈러, 나이팅게일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시련을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쌓았는지를 배우는 것이 흥미로웠다. 전공인 정치외교학을 공부할 때에도 정치 행위자의 동기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일국의 대통령, 총리 같은 정치 행위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개인적인 트라우마, 콤플렉스 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개인의 경험이나 특성이 때로는 한 나라 또는 세계 전체의 향방을 좌우하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인간사의 묘미이자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2023년에 EBS에서 방영된 <인물사담회>는 잘 알려진 인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이모저모를 심도 깊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최근에 책으로 재탄생한 <인물사담회> 1권에는 고르바초프, 니콜라 테슬라, 노스트라다무스, 프리다 칼로, 오에 겐자부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제갈량, 무하마드 알리 등 8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인물의 이야기는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다시 보는 00' 등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아는 사람'에는 인물의 생애와 업적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고, '모르는 이야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가 담겨 있고,'다시 보는 00'에는 앞에 나온 내용이 정리되어 있는데, 특히 '모르는 이야기' 챕터가 매우 흥미롭다.


구소련의 대통령으로 냉전을 종식한 인물로 평가받는 고르바초프는 러시아 1위 대학인 모스크바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런데 그가 이 학교에 입학한 방법은 우수한 시험 성적도, 뛰어난 면접 성적도, 잘난 집안 덕분도 아니었다. 소련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콤바인 기사로 일했던 그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노동적기 훈장을 받았고, 이 훈장으로 한국으로 치면 '농어촌 특별 전형'에 합격해 러시아 최고 대학에 들어갔다. 콤바인 특기생으로 러시아 최고 대학에 입학하다니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점을 달리 하면 대학의 인재 선발 방식이 다양하지 않았다면 훗날 대통령이 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인물을 놓칠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란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었던 팔라비 2세,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편도 흥미로웠다. 팔라비 2세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될 때까지 이란의 역사상 마지막 군주로서 나라를 통치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른바 백색혁명이라고 불리는 광범위한 형태의 개혁을 시도했다. 군인 출신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가 인정할 만한 강인하고 권위적인 아들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국가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개혁을 시도했고, 그 여파로 왕좌에서 밀려났을 뿐 아니라 이란이 전보다 더 보수적인 나라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약 아버지와 그의 관계가 원만했고, 그래서 그가 온건하게 개혁을 시도했다면 이란의 현재가 지금과는 달랐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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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21 - 북유럽 바이킹 편 : 기회의 땅으로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21
설민석.김정욱 지음, 박성일 그림, 송영심 감수 / 단꿈아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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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북유럽 신화를 재밌게 배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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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다이의 대모험 : 용사 아방과 옥염의 마왕 5 - 고고한 귀타
산조 리쿠 지음, 시바타 유사쿠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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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다이의 대모험 : 용사 아방과 옥염의 마왕>은 90년대 인기 만화 <드래곤 퀘스트 다이의 대모험>의 인기 캐릭터 '아방'의 젊은 시절을 담은 외전이다. 칼 왕국 기사단의 일원인 아방은 마왕 해들러의 전세계 정복을 저지하기 위해 로카를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여행에 나선다. 이번 5권에서 아방 일행이 도착한 곳은 스스로를 대마도사로 칭하는 마트리프의 고향 규타이다. 아방 일행은 마트리프의 스승이 환상의 현자로 불리는 바르고트라는 사실을 알고 전율하는데, 그런 그들의 전율이 무색하게도 아방 일행에 대한 규타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그중에서도 마을의 존경 받는 노인장인 카논의 반응이 상당히 싸늘하다. 카논은 규타가 예나 지금이나 실력주의라며, 아방 일행이 이곳에서 지내면서 수행을 하고 싶으면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아방 일행은 한 명씩 카논을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선보이게 되는데, 노인이라고 얕본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카논의 실력이 상당하다. 알고 보니 카논은 바르고트의 딸이자 마트리프의 옛 지인으로, 차갑고 쌀쌀맞은 인상과 달리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아방의 분량은 적지만 카논이 워낙 매력적인 인물이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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