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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담회 01 :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ㅣ 인물사담회 1
EBS <인물사담회> 제작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6월
평점 :

어릴 때 나는 위인전을 즐겨 읽었다. 세종대왕, 이순신, 유관순, 간디, 헬렌 켈러, 나이팅게일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시련을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쌓았는지를 배우는 것이 흥미로웠다. 전공인 정치외교학을 공부할 때에도 정치 행위자의 동기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일국의 대통령, 총리 같은 정치 행위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개인적인 트라우마, 콤플렉스 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개인의 경험이나 특성이 때로는 한 나라 또는 세계 전체의 향방을 좌우하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인간사의 묘미이자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생각했다.
2023년에 EBS에서 방영된 <인물사담회>는 잘 알려진 인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이모저모를 심도 깊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최근에 책으로 재탄생한 <인물사담회> 1권에는 고르바초프, 니콜라 테슬라, 노스트라다무스, 프리다 칼로, 오에 겐자부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제갈량, 무하마드 알리 등 8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인물의 이야기는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 '다시 보는 00' 등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아는 사람'에는 인물의 생애와 업적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고, '모르는 이야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가 담겨 있고,'다시 보는 00'에는 앞에 나온 내용이 정리되어 있는데, 특히 '모르는 이야기' 챕터가 매우 흥미롭다.
구소련의 대통령으로 냉전을 종식한 인물로 평가받는 고르바초프는 러시아 1위 대학인 모스크바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런데 그가 이 학교에 입학한 방법은 우수한 시험 성적도, 뛰어난 면접 성적도, 잘난 집안 덕분도 아니었다. 소련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콤바인 기사로 일했던 그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노동적기 훈장을 받았고, 이 훈장으로 한국으로 치면 '농어촌 특별 전형'에 합격해 러시아 최고 대학에 들어갔다. 콤바인 특기생으로 러시아 최고 대학에 입학하다니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점을 달리 하면 대학의 인재 선발 방식이 다양하지 않았다면 훗날 대통령이 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인물을 놓칠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란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었던 팔라비 2세,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편도 흥미로웠다. 팔라비 2세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축출될 때까지 이란의 역사상 마지막 군주로서 나라를 통치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이른바 백색혁명이라고 불리는 광범위한 형태의 개혁을 시도했다. 군인 출신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가 인정할 만한 강인하고 권위적인 아들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국가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개혁을 시도했고, 그 여파로 왕좌에서 밀려났을 뿐 아니라 이란이 전보다 더 보수적인 나라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약 아버지와 그의 관계가 원만했고, 그래서 그가 온건하게 개혁을 시도했다면 이란의 현재가 지금과는 달랐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