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문쾌답 - 답이 없는 시대 필요한 것들
오마에 겐이치 지음, 홍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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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오마에 겐이치'는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세계 3대 경영 구루'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라고 한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아니, 일본인이 어떻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경영학의 역사는 다른 학문에 비해 짧은 편이고, 일본은 중국이 부상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 대국이 아니었던가. 그만큼 아무리 일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경영학, 기업 분야에 있어서는 배울 것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아니, 지난 수십년간 일본을 모델로 성장해온 우리나라로서는 필히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면서 배워야 하는 나라가 아닐까.

 

다시 책 얘기로 돌아와서ㅡ, 오마에 겐이치는 현재 주식회사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인재 양성과 교육 사업에 힘쓰고 있는데, 2010년 3월 이 회사의 직원이 당시 일본 내에 불고 있던 트위터 붐을 따라 '오마에봇(@ohmaebot)'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http://twitter.com/#!/ohmaebot) '봇(bot)'은 정치인, 경영인, 예술인 등 유명 인사의 발언이나 저작 속의 문구를 소개하는 트위터 계정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트위터를 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오마에봇'이라고 하면 오마에 겐이치의 발언이나 저작 속의 문구를 소개하는 계정이라는 뜻인데, 이를 통해 소개된 글이 화제가 되어 아예 묶어서 만든 책이 바로 이 책 <난문쾌답>인 것이다. 그야말로 아날로그 매체인 책과 디지털 매체인 SNS가 선순환된, 책의 미래를 보여주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

 

이 책(그리고 오마에봇 계정)에 소개된 글은 오마에 겐이치의 경영 철학 및 삶의 지혜, 인생에 대한 교훈에 대한 내용이 많다. 경제는 불황이고 정치는 소통이 안 되는, 그야말로 '답이 없는 시대'. 이런 시대를 헤쳐나갈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오마에 겐이치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답을 구하는 것(p.10)'만이 답이라고 한다. 부모, 스승, 상사의 말대로, 매뉴얼 대로, 원칙 대로만 할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답을 구하는 것. 말은 쉽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 시대를 바꾼 사람들 중에 원칙대로 한 사람,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직접 움직이고 나만의 답을 구하지 않는 한 성공은, 변화는 없다.

 

요즘은 글도 모자라 사진, 그림까지 빽빽히 실린 책도 많은데, 이 책은 잠언집처럼 한 페이지에 제목과 문구, 출처만 달랑 있고 여백이 많아서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형식이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 같았다. 마치 여백에 까만 펜으로 답을 채우듯이, 짧은 문장이지만 그 문장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무궁무진했다. 경영 철학, 삶의 지혜뿐 아니라 정치,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발언도 실려 있는 점도 신선했다. 하긴, 세상 만사 관련되지 않은 것이 무엇일까. 오마에 겐이치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경영에 접목시키고, 이렇게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오마에봇'을 처음으로 제대로 훑어봤다. 하루에 한 번, 부지런히도 업데이트 되고 있다. 성공이란, 인터넷이란, 영어란... 수많은 단어가 내 눈길을 끈다. 책은 다 읽었지만, 앞으로는 이 오마에봇을 통해 구루, 현자의 생각을 배우고 훔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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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가지 책 100% 활용법 - 나를 변화시키는 88가지 실천적 독서법
우쓰데 마사미 지음, 김욱 옮김 / 북포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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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에 관한 책이나 서평집 같은, 이른바 '책에 대한 책', '책을 위한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읽고 싶은 책 읽을 시간도 빠듯한데 그런 책까지 읽을 시간은 없다는 핑계로. 그런데 이 책 <수만 가지 책 100%활용법>은 표지가 컬러풀하니 예쁘기도 하고, 가볍게 읽기 좋을 것 같아서 눈길이 갔다. 저자가 일본인인만큼, 일본인 특유의 실용적인 정보와 깔끔한 정리도 돋보이고. 

 

비즈니스 서적을 비롯한 많은 책들은 현실에서 활용되기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만 도움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p.28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자 中

 

웬만큼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번 이상 절대 안 읽는 편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분명히 읽은 책인데도 제목이나 저자의 이름, 책에 대한 인상 정도만 기억할뿐 남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조금 다른 의미로 책 한 권을 오랜 시간 들여 한 번 읽는 것보다 빨리 여러 번 읽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책 읽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대개 모르는 부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쉽고, 결국 책으로부터, 독서로부터 멀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가볍게, 편하게, 쉽게. 어려운 책, 어려운 독서라도 심플하게 대하는 것이 제일인 것 같다. 

 

어떤 상대나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계속 피하기만 하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거부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일부러 싫어하는 사람이나 장소를 스쳐 지나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책도 똑같습니다. 내용이 어렵거나 싫어도 꼭 읽어야 되는 책이 있다면 '바라보기'부터 시작합니다. 그저 바라보는 사이에 어느덧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p.70 읽기 힘든 책은 우선 바라볼 것 中

 

원래 나는 책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도 재미가 없고 이해하기 어려워도 끝까지 붙들고 보는 성격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재미없다 싶으면 금방 그만두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몰라도 일단은 바라보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의 심리상 글자가 있으면 읽게 되고, 읽으면 이해하려고 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싶기도 하지만, 꼭 읽어야 하는 교과서나 업무상 서류, 매뉴얼 같은 것이 있으면 이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책읽기 뿐만 아니라 평소에 책을 어떻게 정리하고, 책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아주 짤막하게 나와있다.

먼저 책 정리부터. 저자는 '적독도 독서의 일부'라고 하여 책을 쌓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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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을 책이 있으면 보통 위 그림의 방식대로 책상이나 서랍장 위에 대충 책을 쌓아놓곤 했는데, 이제부터는 저자의 조언대로 책등이나 책제목이 보이도록 쌓아놔야겠다. 이렇게 하면 책등, 책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에 자극을 주고, 생각의 흐름에 영향을 주어서 책읽기뿐 아니라 사고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p.99 '적독도 독서의 일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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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책장을 정리할 때에는 '책과 책 사이의 공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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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분야 또는 같은 저자인 책끼리 분류하여 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책장 맨 윗 칸에는 외국 원서를 정리하고, 내 시선이 가장 자주 머무는 그 밑의 칸에는 좋아하고 아끼는 책들을 정리하고, 그 아래는 그 밖의 책들을 장르별로 분류하여 정리해두었다.

 

저자는 수시로 책장을 보면서 책과 책 사이, 칸과 칸 사이에 어떤 책이 들어가면 좋을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고민해 보았다. 이 사진은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책들이 꽂힌 칸 중 하나를 찍은 것인데, 아직 구입하지 못한 시오노 나나미, 움베르토 에코, 조셉 캠벨의 책을 모으고, 비슷한 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틈틈이 정보를 구해야겠다. 

 

펼친 부분 접기 ▲

 

 

이 밖에도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읽는 '다운로드식 독서'가 아닌, 상대(아마도 저자)가 읽어주길 바라는 대로 읽는 독서, 저자의 세계로 몰입하는 독서, 저자에게도 초점을 맞춰 읽는 독서 등 '나를 바꾸는 독서'를 하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이제까지 독서는 순전히 홀로, 스스로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을 듣고보니 독서는 책을 매개로 저자라는 타인과 만나는, 지극히 상호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바꾸는 독서라... 어쩐지 올해 나의 책 읽기의 화두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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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 3월의 경제경영 신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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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룰- 소셜 시대, 사람을 모으는 콘텐츠 전략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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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지성- 위험과 위기를 기회와 성장으로 이끌어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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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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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인생 건강교본 - 동의보감 매일매일 실전편
김태진 지음, 최정준 감수 / 북드라망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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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엔 유난히 병치레를 많이 했다. 목감기, 코감기, 몸살 감기는 물론 스트레스성 위염에 생리통, 배란통 등으로 일주일이 멀다 하고 앓아 누웠다. (지난주엔 어금니가 부러져서 치과에도 다녀왔네? 참 가지가지 한다...) 어릴 때부터 잔병이 많았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잔병이 많은 사람은 큰 병에 안 걸린다는 말도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그래도 일단 아파서 앓아 누워있으면 세상 만사가 다 원망스럽고 괴롭다.

 

지금도 요며칠 푹해진 날씨만 믿고 얇게 옷 입고 다녔다가 감기에 걸려서 골골대고 있다. 이런 나의 눈에 딱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바로 <명랑인생 건강교본>.

 

책 표지도 요란스럽고 제목도 유치해서 대충 훑어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읽을수록 빠져들었다. 제목이 무슨 스포츠신문 한 켠에 실리는 미니 건강정보 모음집 같아서 그렇지, 무려 우리나라 한의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동의보감>에 기반한 '인문의역학서'다. 게다가 전부터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장바구니에 넣어 두고 결제할 때만을 기다렸는데, 저자(김태진)가 고미숙 선생님과 같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와 인연을 맺고 계신 분이라니 이거슨 운명? 사실 고미숙의 <동의보감>은 나 같은 초심자가 읽기에는 어려워 보여서 선뜻 읽어볼 엄두가 안 났는데, 이 책은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책인 것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으니 이제는 고미숙 선생님 책도 읽어봐야지!)

 

누구나 아픈 곳 하나 쯤은 가지고 살고 있다. ... 그렇게 불완전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로봇이다. ... 건강하다는 것은 병에 걸렸을 때, 그 아픔을 견디고 거기서 벗어나는 힘, 다시 새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힘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p.13)

 

누구나 아픈 곳이 있고, 아픈 곳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니 잔병 많은 사람으로서 위로가 된다(ㅠㅠ)

 

책에 따르면 먹고 마시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걷고 생활하고 다시 잠을 자는 모든 행동에도 '음양'이 있다고 한다. 이 음양을 조화시키지 못했을 때 문제가 생기고 몸에 병이 나는 것이다. '음양'이라고 하니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이라고 거부감부터 불러일으킬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해 질 때 자고 해 뜰 때 일어나고, 추울 때 따뜻한 음식 먹고 더울 때 서늘한 음식 먹고... 이렇게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을 순리대로 행하는 것이 바로 음양이다. 밤에 많이 먹고, 새벽까지 게임하고, 클럽에서 놀고, 낮에 술 마시고 잠만 퍼질러 자는 사람이 병 안 걸리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대부분이 성장기간의 6배 이상을 살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20세까지 성장하는 인간의 한계수명은 120세라고 추측한다. (p.52)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건강해지는 비결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간단하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물을 마시는 것은 '음양탕'이라고 할 정도로 보약보다 몸에 좋고, 입에서 나오는 침은 우리 몸의 진액(비표준어로 '엑기스')이기 때문에 뱉지 말고 삼켜야 한다. 음식은 소화되기 쉬운 순서(잘 썩는 순서)로 먹는 것이 몸에 좋기 때문에 과일은 먼저 먹고, 식사는 곡물-생선-육류-채소 순으로 먹어야 한다. 잘 때는 태아처럼 구부려 자는 것이 허리에 좋고, 아침에 일어날 때는 몸을 쭉 펴주면 좋다.

 

나는 다크서클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ㅠㅠ) 이 책에 따르면 비장이나 신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강, 모과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크서클은 화장으로 가리거나 수술 받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부터는 이 책을 믿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걸로 노력해봐야겠다. 그 밖에도 치아나 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신장이 나쁜 것이고, 귀를 따뜻한 손으로 자주 문질러주면 좋다고 한다. (이도 부러지고 다크서클도 있으니 나는 신장이 정말 안 좋은가 보다...)

 

이밖에도 피부병(아토피), 탈모, 여성질환 및 우울증 같은 정신병에 대해서도 한의학, 동의보감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었다. 한의학으로 정신병을 치료한다니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서양에서 프로이트가 꿈을 분석하기 훨씬 이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몸의 병이 정신적으로 발현된 것이 꿈이라고 보고 연구했을 정도로 정신의 세계를 신체와 연결하여 의학적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한의학은 단순한 의학이 아니라 심오하고도 깊은 철학의 세계인 것 같다. 그동안 한의학 하면 그저 뜸 뜨고 침 놓는 정도로만 여겼던 것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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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알베르토 안젤라의 고대 로마 3부작
알베르토 안젤라 지음, 주효숙 옮김 / 까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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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 번, 운동부족으로 여간해선 뛸 일이 없는 내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알라딘 알사탕 코너의 '틀린그림찾기'다. (이번에 갱신된 퀴즈는 너무 어려웠어요ㅠㅠ 난이도 좀 낮춰주세요ㅠㅠ) 이 코너의 최대 매력은 퀴즈를 클리어하면 알사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퀴즈를 풀면서 새롭게 출간된 책에 대해서 알게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서점에 갔을 때나 온라인서점에서 왠지 낯이 익은 책이 보여서 '어디서 봤더라'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틀린그림찾기'에 제시된 퀴즈 속의 책인 경우가 많다.

 

이 책 <고대 로마인의 24시간>도 '틀린그림찾기'를 통해 알게된 책이다.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꼽을 정도로 고대 로마와 이탈리아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생각해보니 이탈리아의 역사나 정치에 대해서만 알았지, 민중들의 생활과 문화, 풍습 같은 '진짜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길에서 산책을 할 때는 무엇을 느꼈을까?

길을 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땠을까?

발코니에서는 무엇이 보였을까?

음식은 어떤 것이 있었고 맛은 어땠을까?... (p.12 서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 알베르토 안젤라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오랫동안 고고학적 유적지를 탐구하고 조사한 사람이다. 몇 년 간 고대 도시 로마의 유적을 주제로 한 텔레비전 방송 제작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로마 제국 당시의 사회상과 관습, 일상에 대한 책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나도 광화문 주변, 특히 조선 시대 6조 관청이 자리했던 광화문 앞 대로와 피맛길 같은 주변로를 걸을 때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상상해보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을지 종종 생각해보는데(남한강으로 이어지는 나루가 있고, 누에고치를 키우는 방이 곳곳에 있었겠지?),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생각들을 책으로 재현한 것이다.

 

저자는 동이 틀 무렵부터 이튿날로 이어지는 자정까지, 하루 24시간 동안 로마인의 삶을 관찰하는 식으로 고대 로마인의 의, 식, 주생활과 정치, 경제, 예술, 성(性)문화에 이르는 모든 것을 자세히 그려냈다. 로마의 예술은 곧 현대 예술의 기원이고, 로마의 철학은 현대 철학의 원형인 것처럼, 로마의 모든 것이 현대인들의 생활, 학문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다. 그래서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 분야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새롭게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옷에 대해 잘 몰라서 초반에 나오는 로마인들의 의생활에 대한 부분이 특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떤 옷을 즐겨 입었을까? 바지는 언제부터 입었을까? 어떤 속옷을 입었을까?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의문들이 이 책 한 권으로 풀렸다.

 

 

고대 로마의 모습은 현대의 뉴욕, 런던을 방불케 할 만큼 수많은 인구가 몰려 있고 첨단 기술이 밀집해있는 '메트로폴리탄' 그 자체였다고 한다. 엄청나게 복잡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중심에 있는 도시로서 제 몫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에도 튼튼하게 제 몫을 하고 있는 로마 제국의 도로와 잘 갖추어진 상하수도, 최신 공법으로 지은 (당시로서는) 고층 건물 등 인프라가 받쳐주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로마에도, 당시 기술로서는 커버할 수 없는 문제점이 몇 가지 있었다. 아니,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이상하고 불편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예를 들면...  

 

로마에는 건물 밖으로 소변과 배설물을 내버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가 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법규는 무척 엄중하게 적용된다. 형벌은 위에서 쏟아부은 이 폭격의 피해 상황에 달려 있다. 옷만 버린 상태인지 혹은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신체적 손상을 입혔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 모든 것은 로마 제국 내에서 배설물이나 소변의 투하 위험이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고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pp.99-100)

  

소변과 배설물을 창 밖으로 버리지 말라는 법규가 제정되었을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그런 일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는 배변, 목욕 등 현대에는 집 안에서 해결되는 일들을 집 밖의 공중화장실, 공중목욕탕에서 해결하도록 되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집 안에 상하수도 시설이 없었고, 집 안에 있다가 급한(?) 일이 생기면 저렇게 집 밖으로 배설하거나 내버리는 식으로 해결한 것이다. 

 

변기 시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은 평평한 벤치 위에, 자물쇠 구멍같이 생긴 뚫려 있는 구멍 위에 앉는다. 긴 벤치 아래에는 깊은 수로가 있다. 수로에 흐르는 물이 모든 것을 운반해간다. (p.242)

 

그렇다면 공중화장실의 모습은 어떤가? 나는 책에 제시된 그림을 보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중국 화장실에는 칸막이가 없어서 일 보는 사람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는 얘기가 있는데, (얘기가 아니라, 나도 중국에서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요즘은 아주 깊은 시골에서나 그렇다고 한다)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길고 평평한 벤치가 있고 거기에 엉덩이 사이즈보다 조금 작은 구멍이 나 있다. 사람들은 거기에 앉아서 일을 보는 것이다. 모습만 보면 멀쩡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지만, 그 때 당시에는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어쩌면 가장 멋스럽고 세련된 모습이었을 것이다. 후세 사람들은 우리의 어떤 모습을 이상하고 불편하게 여길까?

 

 

고대 로마인들의 모습 중에서 현대에까지 이어진 것들도 있다. 가령...

 

오늘날 공중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한, 수많은 외설적인 낙서도 빠지지 않는다. 아무튼 이 많은 외설스런 낙서 가운데 "마르쿠스는 도미티암을 사랑한다"라는 순수한 사춘기의 사랑의 연시가 돋보인다. 바로 옆에는 균형을 맞추려는 듯이 "아주 세련된 몸가짐의 그리스 여인 에우티키스는 2아스에 몸을 내어준다"라고 외설스런 낙서가 적혀있다. (pp.86-7)

 

두 노인은 모라(제로 게임에 해당/역주)라는 게임을 하는 중이다. 이 게임의 원래 이름은 미카티오이다. 팔뚝을 들었다가 아래로 힘차게 뻗으며 숫자를 외치며 동시에 손가락 몇 개를 펼친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게임하는 두 사람이 펼칠 손가락의 합계를 미리 알아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p.135)

 

고대 로마인들도 요즘 사람들처럼 공중 화잘실에 '철수♡영희', '철수 바보' 같은 유치한, 또는 외설적인 낙서를 하며 즐겼다니! 게다가 어릴 때부터 즐겨하던 '제로' 게임의 유래가 고대 로마로까지 거슬러간다니!!! 생활 속의 아주 작은 것,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역사가 있고, 교훈이 있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 고대 로마의 할아버지들은 당신들께서 하고 있던 그 게임이 무려 2천년 후에도 꼬마들이 즐기는 놀이로 이어질 줄 상상이나 하셨을까?

 

 

고대 로마인들의 모습 중에는 현대인들과는 너무 다른 것도 있고, 참 비슷한 것도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고대 로마 하면 떠오르는 복잡한 정치사나 전쟁사에서 살짝 벗어나,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난 민중들의 생활로서 역사를 접하는 것도 참 의미있는 공부, 의미있는 책 읽기인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로마人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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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3-0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겠어요. 어느 분인가 했는데 이름이 또 바뀌었네요, 키치님. <로마인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매번 중간에서 포기하게 되는데 그래서 인문서도 어려울 것 같은데 리뷰 보니까 믿을만 하겠어요. 잘 읽었어요^^

키치 2012-03-05 15:54   좋아요 0 | URL
제 예전 닉네임을 기억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 이 책은 로마인의 의식주 같은 일상생활 위주로 쓰여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각 챕터를 하루 일과로 구성한 점도 신선했고요.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