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의 장인들 1 - 간다 고쿠라초 이야기
사카우에 아키히토 지음, 하성호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도 시대가 배경인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드라마 등을 좋아한다. 아본 적 없는 시대이고 장소인데 막연히 동경하게 된 까닭은 아마도 한때 열심히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 시리즈 덕분일 것이다. 사카우에 아키히토의 만화 <에도의 장인들>을 고른 것도 '에도'와 '장인'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제28회 데즈카오사무문화상 신인상, 2024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자편 3위, 2024 일본만화대상 3위라는 굵직한 타이틀을 지닌 이 만화. 읽어보니 과연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 시리즈에 나오는 장인들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 연이어 나온다.


통 장인, 도검 장인, 염색 장인, 다다미 장인, 미장이. 이들은 결코 왕족이나 귀족의 자손으로 태어나지도 못했고 (아마도) 평생 권세나 부귀 영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겠지만, 어릴 때부터 부지런히 일하고 공부하며 성실하게 쌓은 실력으로 고객에게는 기쁨을 주고 동료와 선후배에게는 믿음을 주며 가족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는 훗날 유물이나 문화유산으로 칭송받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비슷하게 재벌이나 유력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귀감이 된다.


다섯 장인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가장 길이가 긴 미장이의 이야기이다. 남성이 대부분인 미장이 업계에서 여성으로는 드물게 편수의 지위에 오른 조시치는 간다 고쿠라초에 새로 지어진 곳간을 칠하는 큰 임무를 맡는다. 이를 위해 가미가타(교토 및 그 부근, 넓게는 기나이 지방을 가리키는 표현 - 책 인용)에서 온 장인 진자부로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서로 절차탁마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단행본은 현재 1권까지 발행되었지만 일본에서 연재 중인 것으로 보아 2권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봇치·더·록! 7 특별판 OFF STAGE 2ND BAND EDITION (ver.B) - 결속 밴드 오프 스테이지 비주얼 카드(7종) + 결속 밴드 아티스트 홀로그램 아크릴 티켓(2종) + 결속 밴드 하우스 패스 카드(4종) + 초판한정 포토카드 1매
하마지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기 만화 <봇치 더 록> 7권이 출간되었다. 


<봇치 더 록> 7권은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일반판과 특별판(ON STAGE/OFF STAGE) 이렇게 세 가지 버전으로 출간되었다.





내가 소장한 특별판 OFF STAGE 구성은 다음과 같다.


- 1) 단행본 7권(단권) 

2) 초판 한정 포토 카드 'PA 씨' (1매) 




- 3) 결속 밴드_아티스트 홀로그램 아크릴 티켓(2종) (사진 좌측)




- 4) 결속 밴드_하우스 패스 카드(4종)





- 5) 결속 밴드_오프 스테이지 비주얼 카드(7종) 




다 마음에 들지만 특히 아티스트 홀로그램 아크릴 티켓(2종)이 두께도 두툼하고 크기가 큼직해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하나하나 퀄리티가 다 좋아서, 특별판 ON STAGE 굿즈도 실물이 궁금하고 소장하고 싶다.



****



<봇치 더 록> 7권은 결속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인기 유튜버(작중에선 오튜버)이지만 극도의 커뮤증(커뮤니케이션 기피증)으로 인해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은 주인공 봇치 히토리의 학교생활과 밴드 활동,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학교생활 편에서는 자리 바꾸기, 수학여행, 선배들의 대입 시험과 졸업 등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수학여행 편이 특히 재미있었다. 밴드 활동 편에서는 인기 음악 프로젝트 유닛인 '클림트의 밤'의 작곡 담당 Ame가 처음 등장한다. Ame는 봇치보다 커뮤증이 훨씬 심한데 이 두 사람이 같이 나오는 장면들이 엄청 웃기다. 애니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스트 키딩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용준 지음, 이영리 그림 / 마음산책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를 좋아한다. 뭔가 읽고 싶은데 호흡이 긴 글을 읽을 기분은 아닌 때, 비상시를 대비해 쟁여둔 간식을 쏠랑쏠랑 빼먹듯, 그동안 사놓은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 중 눈길이 가는 한 권을 골라 읽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정용준의 <저스트 키딩>을 읽은 것도 그런 때였다. 명색이 책 좋아하는 사람인데, OTT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뒤늦게 넷플릭스 드라마 <데드 투 미>에 푹 빠졌다)와 유튜브(일본 여성 코미디언 콤비 하리센본의 채널을 열심히 정주행 중이다)를 보느라 하루에 책 읽는 시간이 30분도 안 되는 요즘... 이런 생활을 반성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열(심히) 독(서하는) 모드로 진입하기에 앞서 일종의 예열 차원에서 고른 책이 이 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그동안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를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총 열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한 편 한 편의 완성도가 높다. 내용도 안온, 다정, 무해 이런 느낌이 아니고, 세신사와 학교폭력 피해자, 죽은 사람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펜션에 굳이 찾아온 손님과 펜션 주인, 새벽 근무 중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수상한 손님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설정과 관계만 보아도 다음 전개가 쉽게 예상되지 않고, 예상이 되어도 그 예상이 기분 좋게 깨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장르도 드라마부터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하다.

표제작 <저스트 키딩>은 술술 읽히는 내용이지만 결말까지 다 읽고 나면 '그저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어떤 사건의 발단으로 묘사되는 후반부의 어떤 사건은, 실제로 최근에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구었던 어떤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다). 이런 소설을 '그저 소설'로 읽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아몬드의 공죄 3
히라이 오하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U-12 일본 대표팀으로 선발된 아야세가와 지로는 에이스 투수로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오사카 출신의 포수 토고 히나와 충돌을 일으킨 아야세가와는 중학 리그 최강팀 히라카타 베어즈전에 징벌 등판을 하게 된다. 코치진은 아야세가와가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실전 경험도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던지면서 많은 걸 배우기를 바랐지만, 실전에서 아야세가와는 상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체격과 기량을 선보이며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친다. 이로 인해 같은 팀 선수들과 코치진은 아야세가와의 천재성에 더욱 더 압도된다.


<다이아몬드의 공죄> 3권은 히라카타 베어즈전 이후 대표팀의 상황을 그린다. 여전히 히나에게는 냉랭한 시선을 받고 있지만, 훈련과 시합이 거듭되면서 아야세가와는 팀 생활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3권에서는 아야세가와와 히나 외에 같은 대표팀 선수인 토모에, 츠바키 주장, 나츠오, 세타, 하나후사 등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조금씩 나온다. 히나처럼 표면적으로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들 또한 대표팀 선수로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그만큼 아야세가와에 대한 경쟁심이 높다. 각자의 높은 경쟁심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표출하는데, 각각의 모습들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크다.


3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대만에서의 에피소드들이다. U-12 대표팀 예선과 본선이 치러지는 대만으로 간 일본 대표팀은 힘든 훈련과 시합을 치르며 점점 더 하나의 팀다운 모습을 갖춰 간다. 아직 어린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들이 낯선 나라에서 익숙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서(먹지 않으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실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이렇게 생활해 왔겠구나 싶고, 다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야세가와, 히나, 토모에 - 이렇게 세 사람의 조합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U-12 대표팀 시합이 끝나면 언제 다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벌써부터 서운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아몬드의 공죄 2
히라이 오하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탁월한 체격과 운동 능력으로 손대는 운동마다 선수 제안을 받아온 아야세가와 지로. 우연히 동네 소년 야구단 '밤비즈'에 가입해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금방 두각을 드러내며 U-12 일본 대표팀 에이스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문제는 아야세가와 자신에게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거나 상대 팀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 아야세가와는 괴롭게 승리를 거두느니 패배하더라도 모두가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지만, 이런 아야세가와의 마음은 프로 선수를 목표로 하는 대표팀 선수들과 국가 대표팀 우승을 염원하는 코치진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히라이 오하시의 만화 <다이아몬드의 공죄> 2권은 U-12 일본 대표팀 합숙 훈련 개시 직후 발생한 히나 토고와 아야세가와의 싸움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사카 네야가와 파이터즈 소속의 포수인 히나는 대표팀에 함께 들어온 배터리이자 소꿉친구인 토모에 마도카가 아닌 아야세가와와 배터리를 짜게 된 상황이 불만스럽다. 에이스라는 녀석에게 경쟁심이 없는 것도, 경쟁심이 없는 녀석에게 자신의 친우가 밀린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반면 모두와 즐겁게 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인 아야세가와는 히나를 화나게 한 자신을 책망하면서 점점 더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든다. 극과 극의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의 대비가 흥미진진하다. 


2권에서 대표팀은 중학 리그 강팀 중 하나인 히라카타 베어스와 연습 경기를 치른다.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아야세가와로서는 사실상 처음 치르는 경기나 마찬가지인데, 히나와의 싸움으로 부상을 입으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작 아야세가와 자신은 승패보다 자기 팀과 상대 팀 선수들의 '기분'이 더 신경 쓰이는 눈치다. 실력이 어떻든 간에 경쟁심과 승부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들이 판을 치는(!) 스포츠 만화에서 아야세가와처럼 경쟁심과 승부욕 없는 인물을 보는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과연 아야세가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